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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리뷰

타임머신이 고장났다, 문명: 비욘드 어스 해봤더니

4년 만의 후속작, 우주로 무대를 옮긴 인류

정혁진(홀리스79) 2014-11-03 11:07:06

<시드 마이어의 문명> 시리즈 최신작 <시드 마이어의 문명: 비욘드 어스(이하 비욘드 어스)>24일 발매됐다. 전작이 선보인 지 4년 만이다. <비욘드 어스>E3 2014에서 처음 공개됐으며 무대를 우주로 옮겼다. 뛰어난 게임성 탓에 켰다 하면 몇 시간을 보내기 쉬운 게임이라 몰입과 관련된 온갖 별명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문명> 시리즈가 주는 세밀한 콘텐츠 구성과 우주가 주는 광활함은 참 좋은 궁합이다. 과거 외전 타이틀로 1999년 발매돼 호평을 받았던 <시드 마이어의 문명: 알파 센타우리(이하 알파 센타우리)>의 재미를 계승한다는 점에서도 어떤 색다른 재미를 줄 지 기대됐다.

 

<비욘드 어스>가 출시되고, 많은 유저들이 미래에서 만납시다라며 현실 탈출을 시도했다. 하지만 예상 밖으로 유저들이 타임머신에서 일찍 돌아왔다. 왜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지만 어느 정도 이해가 갔다. 지금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것을 보면. / 디스이즈게임 정혁진 기자

 

 

 

문명알파 센타우리의 계승작하지만 미묘하게 달랐다


<비욘드 어스>1999년 발매된 외전 타이틀 <시드마이어의 문명: 알파 센타우리(이하 알파 센타우리)>의 특징을 계승한 타이틀이다. 여기에 <문명 5>의 대중성이 더해져 마치 <문명> 시리즈의 완전체가 되는 듯 했다. 하지만 미묘하게 아쉬움이 남았다.

 

<알파 센타우리>는 시드 마이어가 마이크로프로즈를 떠나 파이락시스 게임즈를 설립해 <문명 2>, <악령의 귀환>,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3: 아시아 왕조> 등을 개발한 브라이언 레이놀즈와 만든 타이틀이다. 시리즈 최저 판매량을 기록했지만 탄탄한 SF(공상과학) 스토리라인, 문학적인 통찰력을 보여주며 우주를 소재로 한 턴 기반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으로는 손에 꼽는 명작으로 인정받고 있다.

 

<알파 센타우리>는 우주라는 가상의 설정에도 일지나 각종 영상 등을 통해 유저에게 꾸준히 시나리오를 던져 게임의 큰 틀을 바로 잡았다. 지구를 터전으로 하는 <문명>은 사실과 역사의 흐름에 초점을 맞춘다면, <알파 센타우리>는 인류와 미지의 세계의 조화를 콘셉트로 했다. 특히 우주의 균형을 위해 외계 생명체와 함께 해야 한다는 점은 훌륭했다. 더 나은 인류가 되기 위해 인류를 초월한다는 큰 맥락을 잘 유지했다.

 

 

반면, <비욘드 어스><알파 센타우리>의 이전 모습을 그리듯, 지구를 벗어나 새로운 우주로 도달하면서 게임 속에서 유저가 직접 사회의 모습을 만들어 나가기 위해 고민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전체적인 분위기가 <문명 5>와 크게 다르지 않은 점도 그렇고, 기술과 사상 등 각종 상황이 우주라는 새로운 곳과 맞물리면서 세력간 갈등을 하는 것에 무게를 두고 있다.

 

<비욘드 어스><알파 센타우리>와 지양하는 바가 다르지만, 인류가 미지의 세계에서 우주를 적응하고 터전으로 삼기 위해 우주를 받아들이고 적응할 수 있는 계기를 전달하는 부분은 미흡하다는 생각이다. 왜 우주에서 오게 되었는지에 대한 설명은 초반 인트로와 초기 설정 시에만 알 수 있다. 인류의 우주 적응이 가이드 외에 콘텐츠가 조금 더해졌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우주라는 가상의 지역에서 게임 전체적인 맥락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우주에서 등장하는 세력, 그리고 불가사의한 것들에서 전달되는 시나리오가 중요한데, 이 부분에서도 전달력이 약한 느낌이다. 설정된 각종 삽화나 영상 등을 제공했더라면 어땠을까. 특정 조건에서 주어지는 퀘스트나 인류가 발견하는 불가사의들을 보면 시나리오가 인지는 되지만, 인류가 생존하기 위한 방법이 조금 더 강조된 느낌이다.

 

 

 

대중화는 계속됐으나 게임의 방향성은 의문


전작 <문명 5>마니아 게임이라 불리는 <문명> 시리즈를 대중화하는데 크게 기여한 타이틀이다. 시리즈의 게임성은 잘 지켜내면서 시스템은 간소화했으며, 5년 만에 선보인 만큼 그래픽은 대폭 강화했다.

 

많은 유저들이 <문명>의 재미에 빠져들었으며 확장팩을 통해 세종대왕을 포함해 세계 각국의 다양한 문명을 소개하기도 했다. <문명>이 시리즈를 거듭할수록 콘텐츠의 세밀함만 추구했다면 <문명 5>가 출시됐을 때 당시 인기는 얻기 힘들었을 것이다. <문명 5>는 과감하게 대중화를 단행했고 콘텐츠대중화두 마리 토끼를 잡는데 성공했다.

 

 

대중화를 위한 노력은 <비욘드 어스>에서도 계속됐다. <문명> 시리즈를 즐겨봤던 유저와 처음 이용하는 유저를 구분해 제공하는 가이드, 시스템을 이용할 때마다 등장하는 텍스트는 나름 친절했다. 과거 시리즈가 전달했던 문명의 차이에서 오는 각기 다른 생산체계, 유닛 등은 어피니티 별로 업그레이드가 나뉘어 같은 유닛이지만 다른 콘셉트의 유닛을 갖게 되는 것으로 대체했다.

 

자원 역시 식량 외에 에너지, 건강 등 각종 우주 광물로 대체됐다. 자유도를 높인 기술 개발도 주목할 만 했다. 트리 형태로 이루어져 있어 일정 회수의 턴이 지나면 기술을 습득하고, 그와 연결된 연계 기술을 습득해 나아가는 형식이다.

 

하지만 <비욘드 어스>‘<문명>이 추구하는 방향은 무엇일까하는 의문만 남겼다는 느낌이다. 개인적으로 후속작이 아닌 <문명 5>의 확장팩이라고 부르는 것이 더 어울린다고 느낄 정도다. 게임을 플레이 했을 때 첫 인상도 그랬고 플레이를 거듭할수록 역시 그랬다. <알파 센타우리> 이상의 감동을 주기에는 많이 부족했다.

 

 

 

그래도 문명은 문명이다

 

<문명>이 쌓아온 명성은 대단하다. 게임이 발매될 때마다 환호하는 유저들과 현상은 어떤 킬러타이틀 못지 않다. <문명 5>에서 겪었던 행보대로 <비욘드 어스><문명 5>에서 다소 미흡했던 부분을 확장팩을 통해 보완할 수도 있지만, 새로운 세력이나 지형 보다는 인류가 새로운 시작을 위해 우주를 신 개척지로 삼는다는 콘셉트를 조금 더 보강할 수 있는 스토리텔링 요소를 강화하면 어떨까 한다. 적어도 <알파 센타우리>의 명성에 버금가는 모습을 보이기 위해서는 말이다.

 

일부 팬들은 <비욘드 어스>를 접하고 나서 <문명> 시리즈가 한계에 왔다고들 말한다. 한 팬은 <알파 센타우리><비욘드 어스>를 놓고 영국 출신의 유명 SF 작가 아서 클라크와 영화감독 마이클 베이 같다고 비유하기도 했다. 디테일의 차이를 비유한 셈이다.

 

개발진은 <비욘드 어스>를 통해 시리즈가 추구하는 방향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또한 우주라는 새로운 소재를 좀 더 잘 전달할 수 있도록 고민해야 한다. 수 많은 <문명> 시리즈 팬을 위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