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이 베타 테스트 일정을 공개했습니다. 반년 넘게 진행되었던 테크니컬 알파 테스트는 내년 1월 13일 끝나고 이틀 뒤부터 클로즈 베타 테스트를 실시할 예정입니다.
베타 테스트 소식과 함께 앞으로 추가될 콘텐츠도 대거 등장했습니다. 십여 개의 신규 영웅과 2개의 전장, 그리고 베타 테스트에 공개될 레더 시스템이 바로 그것이죠. 이 중 쓰랄, 제이나, 길 잃은 바이킹 세 영웅과 하늘신전이라는 전장은 블리즈컨에서 시연 버전이 공개되어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켰습니다.
과연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의 신규 콘텐츠는 어떤 느낌이었을까요? 블리즈컨 시연 버전을 체험해 봤습니다. /애너하임(미국)=디스이즈게임 김승현 기자
블리즈컨 2014에서 공개된 신규 영웅 중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워크래프트 3> 시절부터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제이나와 쓰랄의 등장입니다. 두 영웅은 얼라이언스와 호드를 대표하는 영웅들로, 출중한 능력과 온화한 인격으로 많은 팬들을 만들었죠.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에 구현된 모습도 그 시절, 그 능력을 고스란히 가져왔습니다. 최근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에서 주술사의 면모를 강하게 보이고 있는 쓰랄은 <워크래프트 3> 시절처럼 흑철갑옷을 입고 나와 주술사로서의 능력뿐만 아니라 전사로서의 능력도 어필하고 있죠.
이를 반영이라도 하듯 쓰랄은 근거리 암살자라는 직업군이 무색하게(?) 원거리와 근거리, 공격력과 방어력 모두 고른 성능을 보여줍니다. 상대와 거리가 멀면 ‘체인 라이트닝’을 날리고, 상대가 가까워지면 ‘윈드퓨리’로 근접공격을 강화합니다. 도망가는 상대에겐 ‘페럴 스피릿’을 보내 발을 묶죠. 기술 자체가 몰아치기에 특화돼 1:1에 강하고 기술을 많이 쓰면 체력까지 회복합니다. 일반기술만 보면 소수교전 특화 캐릭터입니다.
이것이 다가 아닙니다. 복수 공격이 가능한 체인 라이트닝이나 미니언에 한해 범위 공격이 가능한 페럴 스피릿 덕분에 라인전도 무난합니다. 여기에 주변 적을 느리게 하는 ‘어스퀘이크’, 땅을 일직선으로 갈아 엎어 상대의 진영을 무너트리는 ‘썬더링’ 등 궁극기는 대규모 '한타'에 특화되어 있기까지 하죠. 덕분에 체험 내내 전장을 종횡무진 할 수 있었죠. 말 그대로 ‘전장의 소방수’라는 느낌이었습니다.
쓰랄의 궁극기 어스퀘이크는 주변 땅을 요동치게 해 적들의 이동속도를 늦추는 기술이다
쓰랄이 다양한 특성으로 다재다능함을 보여준다면 제이나는 반대로 특화 능력을 어떻게 운영하느냐에 따라 쓰임이 달라지는 영웅입니다.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에 구현된 제이나는 얼음화살을 날리고 눈보라를 소환하는 전형적인 ‘냉기법사’입니다. <워크래프트 3>에서 보여줬던 모습이죠.
제이나를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그동안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에서 보기 힘들었던 ‘광역 딜러’입니다. 일반기술로는 전방에 부채꼴 모양으로 냉기를 쏟아 붓는 ‘콘 오브 콜드’, 특정 영역에 눈보라를 소환하는 ‘블리자드’, 그리고 단일공격기지만 냉기로 둔해진 적에게 추가피해를 주는 ‘프로스트 볼트’를 가지고 있습니다. 3개 중 2개가 광역기죠.
여기에 2개 궁극기 중 하나가 또 광역기입니다. 광범위한 범위 내 적을 얼리는 ‘링 오브 프로스트’가 그 주인공이죠. 제이나의 상징과도 같은 ‘워터 엘리멘탈’ 소환이 또 다른 궁극기로 있긴 합니다만 전반적으로 둔화와 광역 공격에 집중한 모습이었습니다.
때문에 제이나의 플레이도 이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진행됐습니다. 라인에서는 일반기술로 빠르게 상대 미니언을 정리하고 남는 시간 둔화 기술로 다른 아군을 지원합니다. 한타에서는 광역기를 쏟아 부어 적의 예봉을 꺾고 프로스트 볼트로 취약한 적을 저격합니다.
광역에 집중된 기술 탓에 1:1에 약한 것이 흠이지만 냉기 기술을 적절히 이용하면 적어도 도망은 어렵지 않습니다. 상대 입장에서는 라인전이나 한타 등에서 수시로 방해하면서 귀신같이 도망은 잘 가는 그런 성가신 캐릭터로 느껴지겠죠.
대선배의 힘! 혼자 전략시뮬레이션 플레이하는 ‘길 잃은 바이킹’
‘길 잃은 바이킹’은 어지간히 블리자드 게임을 즐겨왔더라도 생소할 수 있는 영웅입니다. 블리자드가 ‘실리콘&시냅스’라는 이름을 썼던 시절 나왔던 게임의 제목이거든요. 해당 게임은 각기 다른 특성의 세 바이킹들을 조종해 장애물을 넘고 퍼즐을 푸는 게임이었습니다.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의 길 잃은 바이킹도 이러한 콘셉트를 계승해 세 캐릭터가 한 명(?)의 영웅으로 취급됩니다. 생긴 것만 여럿이고 실제로는 한 캐릭터처럼 취급되는 것은 아닙니다.
캐릭터마다 각기 생명력과 능력치가 따로 배정되어 있고 교전 중 한 캐릭터가 사망해도 다른 캐릭터는 멀쩡히(?) 싸울 수 있을 정도로 독립적입니다. 참고로 길 잃은 바이킹 캐릭터 구성은 한 명은 근접 탱커, 한 명은 중거리 범위 공격, 다른 한 명은 암살 및 추적에 특화된 원거리 캐릭터로 되어 있죠.
이렇다 보니 조작방식도 길 잃은 바이킹에 한해 아예 전략시뮬레이션처럼 마우스 드래그로 특정 범위 안의 캐릭터를 선택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물론 3명의 캐릭터가 한 영웅인 만큼 각각의 캐릭터 자체는 다른 영웅 한 명보다 약합니다. 또한 조금이나마 쉬운 조작을 위해 캐릭터들에게 배정되는 기술도 10레벨에 배우는 공통 궁극기를 제외하면 모두 패시브 스킬 뿐이죠. 캐릭터 레벨이 올라 특성을 선택할 때도 각 캐릭터의 기본 능력을 강화하거나 새로운 패시브 스킬을 더하는 방식이고요.
하지만 이러한 특징이 길 잃은 바이킹을 약하게 하지는 않습니다. 한 영웅이 각기 조종 가능한 세 캐릭터로 구성되었다는 것 자체가 가장 큰 장점이기 때문이죠. 한타 중 캐릭터 한 명을 라인에 보내 경험치를 먹는 것도 가능하고, 반대로 라인전 중 한 명을 분리해 거점을 점령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게릴라에 특화되어 있다고 볼 수 있겠네요.
앞서 설명했던 쓰랄과 제이나가 자신들의 강함을 이용해 다양한 역할을 커버한다면, 길 잃은 바이킹은 세 명이 한 영웅이라는 독특한 콘셉트를 살려 각개전투로 새로운 역할을 발굴한다는 느낌이었습니다.
공교롭게도 블리즈컨에서 새로 공개된 영웅 모두 각기 유연성을 특징으로 합니다. 각기 내세우는 특징은 다르지만 그 기저에는 상황에 맞춰 다양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라는 공통점이 있지요.
이러한 유연성이라는 테마는 신규 전장 하늘신전에서도 조금 다른 방식으로 이어졌습니다.
공격은 굳건히, 방어는 화려하게! 신규 전장 ‘하늘신전’
하늘신전은 기존의 다른 전장과 달리 묵직한 템포를 선사합니다. 이곳만의 독특한 전장요소 때문이죠.
이제까지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이 선보인 전장은 전장 요소를 선점하면 바로 이득을 주는 방식이었습니다. 금화를 모으면 포를 쏴주는 블랙하트 항만이 대표적이죠. 용의 둥지 같은 경우 용기사 변신 전까지 두 신단을 유지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긴 하지만, 그나마도 용기사라는 이득을 얻고 나면 없어지죠.
하지만 하늘신전의 전장요소는 이득을 얻기 위해 거점 점령뿐만 아니라 수비까지 신경 써야 하는 구조입니다. 유저가 임의로 지정된 신전을 점령하면 신전은 상대 구조물이나 영웅에 벼락을 쏟아 냅니다. 신전이 공격을 끝까지 하려면 계속 유저가 신전 위를 지키고 있어야 합니다. 문제는 신전이 지속적으로 수호자를 소환해 유저를 쫓아내려 한다는 것이죠.
여기서부터 재미있는 선택지가 주어집니다. 신전의 강력한 번개를 이용하려면 계속 신전을 점령하고 있어야 합니다. 만약 처음부터 끝까지 점령상태를 유지했다면 신전이 추가공격을 하기 때문에 더욱 그렇죠.
하지만 신전은 유저를 쫓아내기 위해 수호자를 소환하고, 이를 물리치기 위해서는 전사형 영웅 한 명이나 다른 유형의 영웅 둘 이상이 신전을 지켜야 합니다. 이러면 자연히 한타나 라인전에서 약해지게 되죠. 수호자들에게 공격받는 사이 상대팀이 쳐들어 와도 낭패고요.
결국 확실한 이득을 위해 더 신중하고 묵직하게 플레이를 하게 됩니다. 우세를 점한 팀이 끊임없이 전장요소, 용병캠프, 라인 등을 순회하며 우세를 굳혀 갔던 것과는 다른 양상입니다. 우세한 팀의 템포가 느려졌고, 반대로 보다 다양한 선택지가 열세에 처한 팀에게 주어졌죠.
열세에 처한 팀은 상대의 움직임이 제약되는 것을 이용해 라인전에서 우위를 가져가거나 용병캠프를 점령할 수 있습니다. 기존에도 가능했던 방법이지만 상대의 움직임이 제약돼 성공확률이 크게 올랐죠. 아니면 상대가 신전 수호자에게 기술이 시전된 직후 한타를 감행해 전투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도 있습니다.
단순히 우세한 팀과 그렇지 않은 팀의 템포만 바뀌었을 뿐인데 느낌 자체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우세한 팀은 선택지 자체는 제한됐지만 그로 인한 이득이 커져 보다 굳건히 뭉칠 수 있었죠. 물론 이득을 포기하고 기존과 같이 맵을 뒤흔든다는 선택지도 남아 있고요.
반대로 열세에 처한 측은 보다 다양한 것을 시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지고 있음에도 끌려간다는 느낌은 잘 느껴지지 않았죠. 상대가 굴리는 스노우볼을 되돌리기도 쉬워졌고요. 게임 자체가 보다 더 역동적으로 바뀐 느낌이었습니다.
변수, 많은 변수, 더 많은 변수
블리즈컨 시연버전에서 느낄 수 있었던 점은 기존보다 더 다양해진 선택지였습니다. 3명의 신규 캐릭터는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다양한 선택지를 제시합니다. 만능형 쓰랄이나 아예 캐릭터를 분리해서 운용하는 길 잃은 바이킹은 말할 것도 없고, 정통파 광역 딜러인 제이나도 활용하기에 따라 라인전과 한타, 갱킹 등 다방면에서 쓰일 수 있었죠.
신규 전장인 하늘신전은 아예 선택지가 주어지는 순서를 달리했습니다. 전장요소를 강화한 대신 이를 차지한 팀의 발을 묶음으로써 상대에게 더 다양한 선택지를 제시했죠. 때문에 하늘신전에서의 전투는 다른 전장보다 특히 더 역전이 자주 일어났습니다. 전반적으로 게임에서 느껴지는 역동성이 크게 늘었죠.
물론 이런 느낌은 새로운 전장만 플레이할 수 있었던 시연버전의 특성, 그리고 대부분의 경기에서 신규 영웅들을 볼 수 있었다는 환경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것을 감안하더라도 신규 콘텐츠의 방향성만은 충분히 만족스러웠다는 것을 말하고 싶네요. 내년 있을 베타테스트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