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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리뷰

[체험기] 겉보기엔 귀엽지만 지갑전사를 위한 게임, 돌격전차

이럴거면 굳이 ‘슈팅’의 탈을 쓸 필요가 있었을까?

이준영(앨런스미시) 2015-03-13 19:18:23
<돌격전차 for Kakao>(이하 돌격전차)는 네시삼십삼분의 신작 게임으로, 요즘 나오는 게임들이 으레 그렇듯 ‘종스크롤 슈팅 RPG’라는 긴 장르명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구글 앱스토어에는 캐주얼 게임으로 분류되어 있는 게임이다.

<돌격전차>의 겉모습만 보면 일러스트도 귀엽고 상당히 캐주얼 해 보인다. 하지만 <돌격전차>는 캐주얼과는 거리가 먼, 빡센 노가다를 필요로 하는 RPG다. 일러스트가 귀엽다고 게임이 '캐주얼'하게 변하지는 않는다. /디스이즈게임 필진 앨런스미시




설명하려면 길지만, 해보면 간단한 시스템


<돌격전차>의 슈팅, 즉 스테이지는 일반적인 슈팅게임과 약간 다르다. 전차를 탄 용사들이 적을 쏴 죽이는 설정인데, ‘왜 적이 뭉개지지 않을까?’라는 의문을 접는다면 게임 내에서도 나름 설정에 충실하다.


탄환은 용사들이 맞을 때 대미지가 있지만, 특정 공격은 전차 자체를 때린다.

유저는 다양한 스킬을 통해, 혹은 컨트롤로 전차도 지키면서 적을 처리해야 한다. 캐릭터별 직업에 따라 공격에 특징도 있고, 속성별로 적에게 추가대미지를 주기도 한다. 총사는 연사속도가 빠른 총알을 날리며, 궁사는 화살을 세 갈래로 발사해 넓은 범위를 커버할 수 있는 식이다.

또, 캐릭터마다 스킬을 사용할 수 있는데, 일정 지역에 대미지를 주는 ‘중열포격’같은 스킬부터 아군의 공격력을 올리는 ‘파워업’, 그리고 ‘블랙홀’처럼 몬스터에게 스턴을 걸어주는 스킬 등이 있다. 특히 보스의 '피할 수 없는 패턴'은 스턴이 있는 스킬로 무효화 시킬 수도 있다.


항마력을 시험하는 유치한 감성

 



뿌했쪄? 그럼 뿌우뿌우.

뭐, 게임자체에는 큰 문제는 없었다. 캐릭터 선택 전 단계까지는. 일러스트도 동글동글하니 귀여울 것 같았고, 처음 선택하는 캐릭터도 나쁘지 않다. 10대를 노린 듯한 캐릭터라 남자답게 굴하지 않고 닉네임도 맞춰서 지어놓았다. 그런데 이 기본캐릭터들은 초반에만 쓰는 캐릭터더라. 남은건 뿌우뿌우라는 닉네임뿐이다.

이런 사연으로 남은 닉네임은 그렇다 치고, 이 게임 내에 흐르는 유치한 감성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게 첫 진입장벽이었다. 내 용사들을 키우기 위해 필연적으로 반복적으로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는 ‘노가다’를 해야 하는데, 이런 노가다가 필요한 스테이지에서 “너희랑 안놀아!”같은 대사를 보고 있자니 정신이 혼미해진다.


개발자의 항마력이 제로가 되었나 보다.


소!름!


다양한 직업, 다양한 속성. 하지만?


<돌격전차>는 4명의 영웅, 그리고 친구의 영웅 1명으로 파티를 구성해 스테이지를 진행하는 게임이다. 영웅은 각각 직업과 속성, 스킬을 가지고 있다. 여기서 조합을 짤 때 중요한 건 1번 슬롯의 영웅이다. 1번 슬롯의 영웅은 파티원 전체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리더 효과’를 줄 수 있는데, 어떤 리더가 나오느냐에 따라 조합의 성능이 천차만별로 바뀌게 된다.

대표적으로 '법사 공격력 60% 증가' 리더스킬을 가진 용사가 있다면, 당연히 나머지 3명의 영웅도 법사로 맞추면 된다.하지만 초반에 얻는 리더스킬은 대개 공격력 10%~30%정도라 딱히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거기에 더해 친구를 ‘절친’으로 만들어 스테이지에 데려가면 절친의 대표 영웅이 가진 리더효과를 내 파티에 적용시킬 수 있다. 영웅도 리더효과를 줄 수 있으니, 자신의 조합에 잘 어울리는 ‘절친’을 추가해야 한다. 친구는 200명까지 추가할 수 있지만, 절친은 15명 밖에 안되기 때문에 관리를 잘 해야 한다.


직업이 법사인 영웅의 공격력을 60% 증가시키는 캐릭터를 얻어 파티를 구성했다.

하지만 조합의 다양성은 생각보다 넓지 않다. 돈을 쓰지 않는 유저에게는 슬픈 이야기지만, 이미 직업 및 캐릭터의 우열은 다 나와있다. 현재는 ‘궁사’가 제일 각광받고 있는데, 할 수 있다면 궁사를 키우는 것이 가장 좋다는 게 중론이다.

앞서 말했듯 조합의 완성을 위해 친구까지 세심하게 관리해야 하지만, 친구추천란에는 궁사밖에 없다. 돈을 조금 써서 ‘궁사’가 아니라 다른 직업군이 나왔다면 친구 관리가 힘들 것이다.


활잡이들 천지다. 사실 ‘절친’이 아니면 큰 상관이 없긴 하지만….


슈팅요소가 있지만 근본은 RPG


<돌격전차>의 특징 중 하나는 ‘자동공격’이 있다는 거다. ‘자동공격’을 활성화 하면 공격도 알아서 하고, 투사체도 알아서 회피한다. 특히 보스의 투사체를 자동으로 회피하는 걸 보면 말이 안 나올 정도다. 정확하게 충돌크기에 맞춰서 샥샥 피하는데, 손가락으로 컨트롤하면 불가능한 ‘순간이동’도 보여준다.

‘슈팅게임에 자동공격이라니!’라고 느낄 수 있지만, RPG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 게임의 콘텐츠들을 RPG로 받아들이기 시작하면 자동공격을 당연하게(...)받아들일 수도 있다. 그렇다. <돌격전차>는 슈팅의 탈을 쓴 RPG에 가깝다. 컨트롤이 엄청 좋은 유저건 아니건 ‘자동공격’만 있으면 투사체 회피는 알아서 해 준다. 결국 중요한 건 파티 구성과 강화, 육성이다.

게다가 자동공격을 쓰지 않으면 직접 조작하면서 스킬을 쓰기도 굉장히 힘들다. 전차의 두 곳을 터치하면 용사들이 나뉘어져 공격하는데, 이 상태에서 스킬까지 누르려면 아크로바틱한 모습으로 플레이 해야 한다. 자동공격으로 해 놓고, 세세한 부분만 컨트롤 하는 게 정신 건강에 이롭다.


운석이 떨어지고, 탄막이 날아든다. ​

그러다 보니 <돌격전차>에서 난이도는 빠르게 적을 처치할 수 있는 대미지가 있느냐 없느냐로 나누게 된다. 보스들은 ‘회피가 불가능한’ 공격 패턴도 보여주는데, 이 패턴은 기절 스킬로 반격하지 않으면 무조건 전차에 대미지가 들어간다. 공격범위에 용사들이 공격을 맞으면 기절하는 건 덤이다. 

즉, 전차가 부숴지기 전에 보스를 처치해야 하는데, 결국은 아군 영웅의 스펙이 높아야 한다. 그래서 레벨을 올리기 위해 반복해서 스테이지를 클리어해게 된다.

캐릭터의 공격력을 직접적으로 올릴 수 있는 수단은 ‘강화’와 ‘진화’가 있는데, 강화는 다른 몬스터를 먹여 용사의 레벨을 올리는 방법이다. 용사는 레벨이 올라가면 기본공격이 강해지고, 덤으로 스킬의 대미지도 강해진다.

진화는 후술할 ‘진화용 던전’에서 ‘진화용 재료’를 모아서 먹이면 되고, 용사의 등급이 한단계 올라간다. 다행스럽게도 레벨은 그대로 유지된다. 만약 레벨을 다시 1부터 올려야 한다면 엄청난 노가다에 많은 유저가 게임을 접지 않았을까 싶다.

강화를 위한 먹이를 벌기 위한 노가다, 영웅 진화를 위한 노가다, 그리고 진화나 강화엔 당연히 골드가 들어간다. 골드벌이를 위해서 또 노가다를 해야 하고.

설정에 충실하게도 <돌격전차>에서 ‘전차’또한 업그레이드 요소다. 전차를 업그레이드하면 체력이 높아지는데, 전차 업그레이드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전차가 보스공격에 그대로 녹아 없어진다. 전차 업그레이드도 무지막지한 골드가 들어가며, 돈을 벌기 위해 또 반복적으로 플레이해야 한다.


예상승률이 일정 수준 이상이면 빠른 전투로 결과만 볼 수 있다.

자비롭게도 <돌격전차>에는 ‘빠른 전투’라는, 스테이지의 결과를 바로 볼 수 있는 시스템이 있다. 예상 승률이 95% 이상이면 굳이 스테이지를 직접 돌지 않아도 ‘빠른 전투’를 통해 클리어 보상만 얻을 수 있다. 빠른 전투 덕분에 조금 더 편하게 클리어 보상을 모을 수 있다.

위쪽 스크린샷에서 보듯, 따로 돈을 쓰지 않으면 빠른 전투는 하루에 10번 가능하다. 물론 돈이 있다면 더 할 수 있고. 이렇듯 <돌격전차>의 겉모습은 슈팅이지만, 콘텐츠를 들여다보면 RPG다. 스테이지 진행은 슈팅이나, 캐릭터 성장 등 여타 시스템은 <도탑전기> 등 모바일 RPG와 상당부분 닮아있다.


힘들게 강해지면 무엇을 해야 하나?


앞서 말했듯 <돌격전차>의 난이도는 적의 체력에 의해 좌우된다. 즉, ‘어렵다’는 적의 ‘체력이 높다’는 뜻이다. 스테이지를 클리어 하는데 탄막이 어떻고, 스킬 분배가 어떻고는 생각보다 중요하지 않다. <돌격전차>에서 스테이지 S랭크는 기본적으로 타임어택이며, 피격횟수는 들어있지 않다.

난이도를 올린다고 몬스터가 탄막을 뿌려봐도 ‘자동공격’의 인공지능은 너무 훌륭해서 못 피하는 게 없다.  중요한 건 적의 몸이 얼마나 튼튼하냐고, 갈수록 보스의 체력은 높아진다. 마치 ‘드래곤볼’처럼 파워 인플레이션은 계속 일어나는데 이렇게 강력해진 캐릭터를 가지고 할 수 있는 콘텐츠가 별로 없다는 게 흠이다.

그나마 자동진행이 안되는 도전의 땅 같은 콘텐츠는 슈팅의 맛을 느끼기 좋은 콘텐츠다. 그런데, 하루에 3번만 플레이할 수 있다. 다른 스테이지 플레이 횟수에 비하면 새발의 피고, 도전의 땅을 목표로 게임을 계속하자니 동기부여가 떨어진다.

결국 계속해서 스테이지 클리어, 클리어를 반복하다가 쉽게 질리게 된다. 보통 모바일 게임은 시간을 아끼기 위해 돈을 쓰는데, 이 게임은 딱히 많이 돈을 쓴다고 노가다를 안 하는 것도 아닌데다 플레이 자체의 목표가 와닿지 않는다.


하루에 3번 할 수 있는 도전모드. 자동공격을 쓸 수 없는데, 보스의 난이도도 꽤 적절해서 컨트롤의 여지가 있고, 보상도 좋다. 매일매일 랭킹도 갱신되서 부수입도 쏠쏠하고.


역시 3번 할 수 있는 특수 던전. 클리어하면 특정 용사를 얻을 수 있지만, 손도 못 델 정도로 강력하다.


이 게임을 오래오래 할 수 있을까?


뭐, <돌격전차>의 일러스트야 호불호가 갈리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캐릭터를 하나하나 모으는 콜렉션의 재미는 있다. 특수 던전을 통해서 4성, 5성 영웅을 주기도 하니 꼭 과금을 할 필요도 없고.(깰 수 있는지는 차치하고) 진화할수록 꼬맹이가 어른이 되는 느낌이 꽤 좋다.


기본 모습도 귀엽고, 진화할수록 성숙해진다.

문제는 수집에 재미를 들이자니, 용사들을 진화시키는 방법이 어렵다는 점이다. 몬스터를 진화시키려면 특정 요일에 열리는 던전에서 정해진 재료를 일정 숫자만큼 모아야한다. 높은 랭크의 캐릭터는 높은 랭크의 재료가 필요하고, 덤으로 던전의 난이도(몬스터 체력)도 증가한다.

캐릭터 육성만으로도 힘든데, 진화에서도 한번 더 다리를 거는 느낌이다. 스테이지를 반복 해도 강해진 캐릭터의 성과가 바로바로 눈에 보이면 좋지만, 하루종일 플레이 해도 막힌 스테이지 하나를 간신히 클리어하는 게 고작이라 만족감을 크게 느끼기 어렵다.

캐릭터 진화에는 최소 3일이 걸리고, 스테이지가 진행될수록 몬스터 체력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해서 실력이 아니라 스펙으로 결정된다는 점 때문에 지친다. 게임 플레이 자체는 슈팅이다 보니 이런 면이 더욱 강하게 와닿는다. 일반 공격은 모조리 피하고, 보스의 '피할 수 없는 패턴'을 매즈기로 무효화시켜도 결국은 스킬의 쿨타임 때문에 맞게 되고, 그렇게 맞다 보면 게임오버가 된다.


캐릭터 진화는 진화 재료가 필요하다. 등급이 높은 캐릭터일수록 어려운 재료를 요구한다.

 


저 세 던전에서 각 재료를 잔뜩 모아야 진화할 수 있다. 하루에 3번 돌 수 있으니 3일에 1개 진화는 불가능하다. 애초에 3일에 용사 1명 진화도 터무니없지만.


대미지가 낮아도 컨트롤로 극복할 수 있거나, 혹은 진화를 위한 과정이 이렇게 힘들지만 않았다면 스테이지를 하나 하나 클리어하는 재미가 있었을 것 같다. 아니면 자동진행이 안되는 ‘도전 모드’같은 콘텐츠를 잔뜩  넣으면 확실한 목표가 생길 것 같다.

결론적으로는 <돌격전차>는 ‘슈팅의 탈을 쓴 RPG’다. 그리고 플레이할 수록 ‘슈팅’이라는 요소가 되려 독이 되서 손가락이 아니라 스펙을 요구하는 난이도에 분노하게 된다. 지갑이 엄청나게 두꺼운 사람이 아니라면 만족스럽게 게임을 즐기기 힘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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