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발매된 <파이널 판타지 영식 HD>를 통해 <파이널 판타지15: 에피소드 다스카(이하 파이널 판타지15)> 체험판이 공개됐다. 타이틀 값의 절반 이상이 체험판 값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파이널 판타지 영식 HD>의 출시를 기다린 유저들이 많지 않을까 한다. 본인 또한 그러했다. 타이틀을 받고 나서 바로 체험판 코드가 어디 있는지 확인했을 정도니까(영식 미안…).
<파이널 판타지15> 체험판 볼륨은 그다지 크진 않다. 약 4시간 정도이고, 요약을 하자면 녹티스의 고장난 자동차 수리비를 벌기 위해 거대 베히모스를 잡아서 베히모스의 뿔을 얻는다는 정도다. 한정된 공간이지만 나름의 오픈월드 액션 RPG 형식으로 벌어졌으며, 약간의 서브 퀘스트도 있지만 흐름대로 이동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베히모스와의 대결까지 이동하게 된다.
<파이널 판타지15>의 그래픽은 캐릭터 디자인의 디테일한 면에 있어서는 합격점을 주고 싶다. 게임 초반 녹티스 일행이 잠에서 깨어났을 때 캐릭터의 표정, 피부, 머리카락 등을 매우 세밀하게 표현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필드를 보면 캐릭터 수준에 비해 매우 낮다. 바위, 나무, 수풀, 바닥 등 주변 자연 지형 지물은 외형을 비롯해 움직임 등이 아쉽다. 게다가 이동이나 일부 전투에서 프레임 저하 현상이 발생하기도 했는데, 이 점은 발매 전 반드시 개선되어야 하는 부분이다. 더군다나 전투는 턴 베이스가 아닌 실시간 액션으로 벌어지기 때문에 자칫하면 반감을 살 수도 있다.
게임 시스템은 대체적으로 편리하게 구성되어 있다. 과거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가 대화를 통해 힌트를 얻고 스토리를 진행하는 형식이었다면 <파이널 판타지 15>는 최근 출시된 RPG들의 편의성을 많이 제공하고 있다. 제공된 체험판에는 영어, 일본어 등 외국어로만 되어 있었으나(SCEK는 향후 한국어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크게 불편함을 느낄 정도는 아니었다. 퀘스트의 경우 메인과 서브 퀘스트를 항목에서 선택만 하면 화면에 목표지가 표시된다.
게임 진행은 매우 간편화되어 있다
하지만 게임 무대가 오픈월드로 되어 있고, 심리스 형식으로 진행돼 예상됐던 자유도에 비해서는 액션은 극히 제한되어 있었다. 점프로 간단한 담장이나 장애물을 뛸 수 있는 정도를 제외하고는 절벽을 오르거나 하는 기타 액션은 구현되지 않았다. 임의로 맵에 이동 지점을 표시해서 이동할 수는 있지만 유저가 원하는 곳에 전부 표시는 불가능해 보였다.
이동의 경우에는 조금 지루함을 느꼈다. 특정 지점에 이동하기 전까지 전투 외에는 별 다른 이벤트 요소가 없어서 그런 것일 수도 있다. 일부 지역에서 초코보를 만날 수 있지만 특별한 이벤트가 발생하지는 않았다. 사실 체험을 4시간 정도 했지만 전투를 제외하고 필드를 걷는 데에도 많은 시간을 소비했는데, 물론 이 점은 일부 필드만 체험한 것이기도 했고, 정식판이 출시되면 자동차를 통해 이동할 수 있어 어느 정도는 해결이 될 것이라 예상된다.
전투는 맵을 이동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진행할 수 있다. 동굴 등에서 고블린이 갑자기 튀어나오는 이벤트가 벌어지는 경우도 있지만 전투는 동일하게 진행된다. 맵을 거닐다 보면 필드의 적들도 볼 수 있으며 전투를 하기 싫다면 멀리 돌아서 피할 수도 있다. 반대로 적이 유저를 발견하면 맵에 빨간색 경고 바가 뜨는데, 몇 시간 하다 보면 슬슬 경고 바 소리가 귀에 거슬리게 된다. 적의 인지 범위가 넓은 것도 있고 도주 방향도 애매하기 때문에 당황스럽다.
전투 시 컨트롤은 꽤 많은 조작을 요구한다. 십자 패드로 무기를 교체하고 L1으로 회피하거나 △로 어빌리티 사용, □로 패링 등을 할 수 있다. 최대 5개의 무기를 장착할 수 있으며 정식판에는 더 많은 종류가 추가될 것으로 보인다. 무기마다 각각 다른 어빌리티가 발동되기 때문에 적절한 무기 사용은 필수다. 공격은 적에게 고정하는 방식이 아니라 자유롭게 할 수 있어 자칫하면 잘못된 방향으로 공격을 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체험판 막바지 무렵에는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의 백미인 소환수를 얻을 수 있다. 획득하는 소환수는 번개를 사용하는 ‘라무우’로 동굴 안에서 고블린과 갖은 전투를 마친 끝에 얻게 된다. 녹티스가 체력이 0이 되서 그로기 상태일 때 발동할 수 있다.
발동되면 주변이 어두워지더니 라무우가 녹티스를 손으로 감싸서 보호한 뒤 전투가 벌어지는 필드 일대를 강력한 번개로 범위 공격을 한다. 연출 하나는 화려해서 향후 바하무트나 시바, 이프리트와 같은 시리즈 간판 소환수들의 연출도 기대됐다. 라무우는 99,999 데미지로 공격하기 때문에 살아남는 적은 없다. 체험판에서 베히모스를 클리어할 수 있는 루트로 활용된다. 물론 필드의 적에게도 사용할 수는 있으나 라무우로 전투를 끝냈을 경우에는 경험치가 들어오지 않았다.
4시간 정도의 짧은 분량이기 때문에 많은 것을 담는 것은 어려움이 있겠지만, 그래픽이나 체험판 내 구성된 콘텐츠들의 최적화는 아쉬움이 남는다. 오픈월드로서 자유도도 높여야 할 필요성도 있고, 체험판에서는 녹티스 한 명만 조작이 가능해 다른 캐릭터의 특징을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해 뭔가 덜 체험한 듯한 느낌을 버릴 수 없었다. 기대가 워낙 높아서였을까. 체험판을 끝낸 뒤에도 여전히 덜 끝낸 듯한 느낌이다. 물론 어디까지나 체험판이기에 정식 버전에서는 완전한 모습으로 플레이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