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크래프트2> (이하 스타2)의 3부작의 마지막이자 최신 확장팩인 <공허의 유산> (이하 공허의 유산) 북미 지역 CBT가 지난달 31일 시작했습니다. 이번 CBT는 신규 유닛 추가와 함께 많은 변화가 있는 멀티플레이 밸런스에 집중되어 1 대 1 친선전과 사용자 지정 맵만 플레이 가능했습니다.
디스이즈게임은 CBT 한 달을 보낸 <공허의 유산>을 체험해 보고 변경점을 알아보는 기회를 가졌습니다. 아직 CBT 초기라 밸런스 패치가 빠르게 적용되고 있는 만큼, 이 글에 소개된 내용은 확정된 사항이 아님을 고려하고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디스이즈게임 홍민
CBT 플레이 후 기자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준 것은 신규 유닛이 아니었습니다. <스타크래프트> 역사상 처음으로 시작 일꾼이 12마리라는 것이였죠. 본진 및 멀티 자원량 감소까지 겹쳐 눈 깜짝할 사이 바닥나는 자원! 아니나 다를까 해외 커뮤니티에서도 ‘자원 수급량’ 변화가 뜨거운 감자더군요.
시작 일꾼 12마리는 우려보다 상당히 괜찮았습니다. 광물 100이 바로 모여 보급고(인구수 증가)를 지을 수 있어, 초반부터 매우 빠르게 게임이 전개되거든요. 하지만 앞마당 확장이 활성화된 지 얼마 되지 않아 본진 자원이 마르고 있다는 경고메시지가 들려오면 예상보다 빠르다는 생각에 화들짝 놀라기도 했습니다.
시작 후 1분이면 산란못을 올릴 수 있을 정도로 초반 진행이 빨라졌다.
확장이 여러 개일 때 일꾼 수 대비 자원채취 효율이 커뮤니티에서 쟁점이 됐다.
자원이 빠르게 소진되는 이유는 크게 2가지 입니다. 본진과 확장 지역 미네랄 덩이 절반이 예전보다 양이 적고, 시작 일꾼 수가 많기 때문이죠. 가스량도 줄었습니다. 안정적인 자원 수급을 위해선 두 번째 기지 확장 타이밍이 빨라야 하죠. 최소 방어 유닛만 뽑으면서 두번째 확장을 빨리 가져가야 유리하니 약점도 많아 졌습니다. 이곳 저곳 찌르기, 뒤가 없는 한 방 러시 등 전투가 잦아지고, 눈치싸움도 치열해졌죠. 보는 재미는 더 강화됐다는 느낌입니다.
블리자드는 최근 커뮤니티를 통해 <군단의 심장>에선 테크를 빨리 올리는 발전 지향적인 플레이에 이점을 줬으나, <공허의 유산>에서는 확장 지향적인 플레이에 이점을 주려 하고 있다는 점을 밝혔습니다. 날빌(날카로운 빌드)보다 운영을 좋아하는 저 같은 성향은 환영할 만한 요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공허의 유산, 마이크로 컨트롤이 보다 강화됐다
<공허의 유산>은 마지막 확장팩인 만큼 플레이 난이도도 최고 수준으로 높인 느낌입니다. 그 예로 마이크로 컨트롤이 있습니다.
<스타2>의 마이크로 컨트롤이라면 대표적으로 해병 산개와 허리 돌리기, 점멸 추적자, 맹독충 컨트롤 등을 떠올릴 수 있는데요, <공허의 유산>에서는 더 많아졌습니다. 손이 조금 느려도 할 만하다는 프로토스도 바빠졌어요.
기습 유닛인 사도, 수동으로 작동하는 불멸자 강화보호막, 폭발 활성화를 시켜줘야 하는 분열기 등이 대표적입니다. 기존 유닛 컨트롤에 이들까지 세세하게 컨트롤하려면 상당히 빠른 손놀림을 요구합니다.
테란은 해병과 불곰 분리 후 산개 및 점사 컨트롤 정도는 러커와 분열기 등장으로 필수가 됐습니다. <공허의 유산>은 프로게이머들 경기 관람 시 ‘이야~!’하며 감탄사를 쏟아 낼 순간이 더 많아질 것 같은 느낌입니다. 하지만 이는 양날의 검이 될 수 있습니다. 신규 유저들에겐 그만큼 진입 장벽이 높아지는 셈이니까요. 해병 산개 못하면 테란하기 매우 힘들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분열기' 폭발을 제대로 맞으면 탱크가 너덜너덜, 바이오닉은 순삭(순간삭제)!
■ 공허의 유산에서 추가된 신규 유닛, 어떤 느낌일까?
앞서 말씀드렸듯이 <공허의 유산>은 현재 CBT 초반입니다. 불과 한 달 사이에 몇 번의 패치가 있었을 정도로 계속 바뀌고 있죠. 따라서 현재 유닛 스펙으로 밸런스를 논하는 것은 의미없을 것 같아 느낌만 전달 드립니다.
1) 테란 ‘사이클론’
4년 전 <자유의 날개> 발매 때부터 테란 유저들은 같은 플레이를 반복 해왔습니다. 게임 초, 중, 후반에 상관없이 저그와 프로토스의 어떤 조합이든 해병, 불곰, 의료선 조합에 허리 돌리기와 산개만으로 상대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스타1> 때 최연성 선수같이 토 나오는 메카닉 물량 플레이가 테란의 로망인데 말이죠.
개발진도 <군단의 심장>에서 못 이룬 테란 유저들의 메카닉 꿈을 <공허의 유산>에서 실현시켜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여러 곳에서 느낄 수 있었습니다. 특히 <스타2> 테란 메카닉의 약점인 느린 기동성, 상대의 체제변환에 대한 느린 대처, 공중유닛에 취약한 점을 보완해 줄 신규 유닛이 대표적입니다.
신유닛 사이클론은 가스가 많이 들긴 하지만 공중, 지상 모두 공격 가능, 긴 사거리, 무빙샷, 꽤 괜찮은 공격력을 갖춘 만능 유닛입니다. 너무 만능이였을까요? 역시나 칼질당합니다. 먼저 사거리가 너프되고, 29일 패치에선 생산조건에 융합로 건물이 추가됐고, 지상만 공격이 가능한 유닛으로 변경됐습니다. 공중 공격은 기술실에서 따로 업그레이드 해줘야 합니다. 갑자기 굉장히 생산하기 힘든 유닛이 되버린 느낌입니다. 가스가 너무 많이 들어요.
사이클론은 <공허의 유산> 신유닛 중 앞으로 가장 많은 너프와 버프가 있을 것 같은 유닛 1순위로 예상합니다. 테란은 아직 신 유닛이 하나 더 추가 될 예정이므로 계속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부디 메카닉 빌드가 쓸만해 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29일 패치로 사이클론은 탱크보다 조금 작은 크기로 변경됐습니다.
2) 프로토스 ‘사도’와 ‘분열기’
프로토스 첫 여성 유닛인 사도는 테란의 사신과 유사합니다. 정찰 및 일꾼 테러, 언덕 위 시야 확보 등의 용도로 좋아 보입니다. 그러나, 사신도 그렇듯이 가스 유닛이라 계속 뽑으면 독이 되더군요.
분열기는 거신과 고위기사, 집정관의 계보를 잇는 프로토스 스플래시 조합의 결정체입니다. 폭발을 발동시키면 몇 초간 무적 후 상당량의 범위 데미지를 주는데, 당하는 입장에서는 유닛 산개 후 점사 처리해줘야 해서 까다롭죠. 문제는 분열기의 폭발 데미지가 건물에도 들어간다는 점입니다.
테란의 행성요새도 다수의 분열기로 한 방에 일꾼까지 손쉽게 파괴할 수 있죠. 물론 로봇공학시설에서 생산되고, 가스가 300이나 필요하므로 다수 생산할 경우 약점은 분명합니다. 거신과 불멸자 숫자가 적고 광전사 비중이 높아지죠.
단, 프로토스는 기존 유닛도 꽤 많은 변화가 있어 꼭 알아두고 적응해야 했습니다. 예를 들면, 거신 공격력과 사거리 업그레이드 너프, 모선핵 시간왜곡 범위는 증가했으나, 발동 시간이 추가된 것 등은 주의해야 합니다. 반대로 이동 속도와 탑승 사거리가 증가한 분광기는 예전보다 사용하기 더 쉬워졌고, 빌드타임을 줄이고 순간 요격기 출격 기능을 갖춘 우주모함은 비로소 쓸만해 진 듯 합니다.
'예언자'의 정지장은 교전 예상 지역에 미리 설치해야 제대로 효과를 볼 수 있다.
3) 저그의 ‘궤멸충’와 ‘가시지옥(러커)'
저그는 까다로운 빌드가 있었습니다. 멀티없이 본진에서 바퀴 생산 후 일부를 궤멸충으로 변신시키는 것이죠. 초반부터 테란의 벙커 라인이나, 프로토스의 광자포, 파수기 역장 수비라인을 강하게 압박하면서 동시에 확장 2개를 가져갈 수 있었습니다.
바퀴의 궤멸충 변신 조건이 약간의 추가 자원만 필요하기 때문이었습니다. 테란은 탱크 또는 밴시를 빨리 생산해주고, 프로토스는 시간을 끌면서 불멸자 또는 추적자 점멸 등으로 막을 수 있었죠.
다만 이 공격을 막아도 이후 운영에서 저그가 꽤 유리한 상황이 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29일 패치로 궤멸충 공격속도는 절반, 사거리는 2/3으로 너프되서 테란, 프로토스 유저들은 퀘멸충 공포에서 좀 벗어나게 됐습니다.
궤멸충의 공성 공격은 낙하 위치가 표시되는데요, 교전 시 낙하 지점에서 아군 유닛을 빼주는 컨트롤을 신경 써줘야 했습니다. 피하지 않으면 궤멸충 데미지와 히드라리스크의 빠른 공격 속도가 시너지를 발휘해 의료선이 있더라도 테란의 바이오닉 병력이 순식간에 무너지더군요.
저그는 사거리가 증가한 히드라, 잠복연구만 하면 잠복 이동은 기본으로 바뀐 바퀴, 돌아온 가시지옥(러커)으로 인해 뮤링링(뮤탈, 저글링, 맹독충) 조합 외에 지상유닛 조합도 강력해진 느낌입니다. 특히 잠복 유닛이 일찍 확보될 수 있어, 테란이나 프로토스는 충분한 스캔 에너지, 관측선 보유 및 빠른 반응이 필수적이 됐습니다.
■ 공허의 유산, 앞으로 기대되는 점은?
지금까지 간단하게 CBT 1개월 간의 느낌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CBT 시작 후 체험을 하면서 한 달도 안 돼 크고 작은 패치 계속 접했습니다. 기존에 잘 안 쓰이는 유닛인 우주모함, 전투순양함의 버프, 의존도가 높았던 거신과 같은 유닛의 너프와 같은 변화는 환영할 만 했습니다.
그러나, 전투순양함의 순간이동 같은 기술은 게임이 완전히 기울었을 때 쓸 수 있는 세레머니 용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더군요. 아직 많은 수정이 필요해 보입니다. CBT 초기 단계인 만큼 앞으로 이 유닛들 또한 많은 개선을 거쳐 유용한 유닛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해 보겠습니다. 더불어, 국내에서도 어서 <공허의 유산> CBT를 하루 빨리 즐길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랍니다.
<공허의 유산> 밸런스는 DK만 믿고 갑시다. 디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