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의 타이쿤 게임 <팜프렌지>가 돌아왔습니다. 러시아 개발사 알라워엔터테인먼트의 대표작 <팜프렌지>시리즈는 플래시 게임으로 큰 인기를 얻어 모바일에 출시돼 글로벌 5천만 다운로드를 기록한 게임입니다.
유료 게임이었기 때문일까요. 시리즈 두 번째부터는 한국어 지원이 됐음에도 국내에서만큼은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는데요, 디앱게임즈의 손을 잡고 카카오에 출시된 이번 버전은 게임성은 그대로 유지한 채 국내 모바일 시장에 맞는 그래픽과 비즈니스 모델을 택했더군요.
무엇이 전세계 유저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걸까요? <팜프렌지 for Kakao>를 플레이 해봤습니다. /(농장 경영에 빠져 매일 밤 잠 못 이루는) 디스이즈게임 송예원 기자
■ 일하지 않는 자여 먹지도 말라! 수확부터 판매까지 유기적인 순환구조
<팜프렌지>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농장을 배경으로 한 타이쿤 게임입니다. 돼지, 닭, 소 등 가축을 키우면서 달걀이나 우유 등을 수확해 돈을 벌어야 하죠. 스테이크라든지 파스타, 요거트와 같은 가공품을 생산해 내다 팔 수도 있습니다.
모든 생산 과정은 유기적으로 연결됩니다. 먼저 물을 길어서 곡식에 주면 이 곡식이 가축의 먹이가 됩니다. 먹이가 될 곡식이 떨어지면 가축은 죽고 말죠. 각 가축은 달걀, 우유, 고기와 같은 재료를 만드는데, 이를 활용해 파우더, 스테이크, 치즈와 같은 가공품을 만들 수 있습니다. 물론 그에 앞서 공장도 직접 세워야 하고요.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1차 가공품을 활용해 요리도 할 수 있거든요. 파우더를 활용해 파스타를, 치즈로 케이크를, 익은 고기로 소시지를 만든다든지 말이죠. 참, 때로는 가축을 잡아먹는 곰이나 여우 등이 나타나기 때문에 틈틈이 사냥도 해야 합니다. 이렇게 모은 재료나 음식, 가축이나 동물을 판매해 돈을 벌 수 있습니다.
공장이나 창고 등의 건물은 레벨에 따라 생산량이 다릅니다. 일정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면 최대 레벨이 늘어나는데요, ‘지갑의 도움’을 받으면 직접 최대 레벨을 높일 수도 있습니다.
■ 짧고 굵게! 다양한 조건 속에 명확한 목표가 있다
단판에 고수익이나 고득점을 요구하는 과거 모바일 타이쿤 게임과 달리 <팜프렌지>는 스테이지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각 스테이지 마다 다른 조건과 목표가 주어지고 제한된 시간 안에 목표를 달성해야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갈 수 있어요. 여느 카카오게임과 마찬가지로 스테이지를 입장할 때는 ‘하트’가 필요하고, 클리어 시간에 따라 별로 등급도 매겨지죠.
매 스테이지에서 요구하는 목표는 다양합니다. 농작물이나 가공품을 몇 개 이상 만들어야 한다든지 일정 금액의 돈을 버는 등의 뻔한 것도 있지만, 동물을 3마리 이상 배치하지 말라든지 판매를 4회 이상 하지 말라는 예상치 못한 목표도 있어요.
시작할 때 주어지는 조건도 다릅니다. 수중에 돈은 없지만 생산에 필요한 동물부터 시설을 모두 갖출 때도 있고, 반대로 충분하게 돈이 제공되며 동물부터 시설까지 직접 지어야 할 때도 있습니다. 적당한 돈과 시설이 갖춰진 스테이지도 등장하고요.
■ 팔까? 살까? 3초의 고민이 3분을 좌우한다!
복잡한 생산 과정과 스테이지에 따른 목표 및 조건이 만난 만큼 전략적인 플레이가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일정량의 파스타를 만들어야 하는 상황에서 닭과 돼지가 한 마리씩 놓여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판매를 할 수 있는 회수도 제한돼 있습니다.
플레이어는 파우더 공장, 파스터 가게를 세웁니다. 계란을 수확해 파우더를 만들고 이를 활용해 파스타까지 만들어야 합니다. 건물 레벨을 높이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기 때문에 틈틈이 만들어 놓은 파스타나 사냥한 동물들의 거래도 필수죠. 주어진 돼지는 먹이만 축내니 함께 파는 게 낫습니다. 대신 닭은 더 구매해야 하고요. 이 때 판매 회수가 제한돼 있으니 어떤 상품이 더 비싼지도 고려도 해야 합니다.
주어진 시간은 3분 내외. 손가락을 바쁘게 움직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작과 동시에 목표와 조건을 파악해 적합한 전략을 찾지 못하면 초반 스테이지라도 클리어하기 어렵습니다. 위 상황에서 돼지를 살려 뒀다면 쓸데없이 곡식만 낭비하다 닭까지 죽일 수도 있거든요. 순간의 판단이 결과를 좌우하죠.
■ 단순함 대신 전략성을 택한 모바일 타이쿤 <팜프렌지>
<붕어빵 타이쿤>, <짜요짜요 타이쿤> 등 과거 피쳐폰 시절 인기를 끌었던 모바일 타이쿤 게임을 돌아보면, 조작에 한계가 있다 보니 진행 구조가 단순합니다. 남들 보다 빠른 속도로 버튼이 부서져라 눌러 대며 기록을 갱신하는 재미가 쏠쏠했지만 단순한 진행방식은 반복해서 플레이하다 보면 질리기 십상이었죠.
<팜프렌지>는 이런 모바일 타이쿤 게임보다는 SNG라 불리는 경영 시뮬레이션을 플레이하는 기분이 듭니다. 2차, 3차 생산에 거래까지 해야 하니까요. 더불어 스테이지를 통해 플레이마다 다른 목적성을 제시하고 있는데요, 매번 다른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지루함을 느낄 겨를이 없죠. “이번 판만 더…!”를 외치며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다 보면 정신 없이 시간이 흘러가더라고요.
그만큼 생각 없이 가볍게 즐기기는 어려운 게임입니다. 20레벨 이후부터는 잠깐의 잘못된 선택이 실패로 이어질 만큼 꽉 짜인 전략이 요구되거든요. 머리를 비우고 가볍게 즐길 게임을 찾는 분들이라면 거부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반면 목적성이 없이 반복되는 캐주얼 게임이 아닌, 고민을 거듭하는 전략적인 플레이를 좋아하는 게이머에게는 적극적으로 추천합니다. 다소 높은 난이도를 자랑하지만, 고민 끝에 찾은 해답이 주는 쾌감이 분명한 게임이니까요. 한번 게임을 시작하면 ‘스테미너가 있어서 다행이야’라고 생각될 만큼 몰입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