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시 다음날 티스토어 매출순위 1위, 일주일 후 구글플레이 매출순위 2위. 서버 120개 돌파. 지난 4월 28일 출시된 <뮤 오리진>이 지금까지 세운 기록입니다. 흥행돌풍이라는 표현이 부족할 정도의 성적인데요. <뮤 오리진>은 어떻게 지금처럼 대단한 흥행성적을 거둔 걸까요? 단순히 비즈니스 모델이 끝내줘서? <뮤 온라인>의 IP가 기존 유저들의 심금을 울릴 만큼 대단해서? 완전히 부정할 수는 없지만 그게 전부는 아닙니다.
게임의 중반부인 4환(레벨400)에 접어든 지금도 <뮤 오리진>이 '게임으로서 재미가 있는 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뮤 온라인>에는 긴박한 순간 손을 타는 조작도, 선택에 따라 크게 달라지는 이야기도, 재미난 볼 거리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다만 '게임은 이래야 한다'는 상식의 틀을 완전히 내려놓고 봤을 때 <뮤 오리진>은 대단합니다. 끝없는 성장, 약육강식의 경쟁, 부익부 빈익빈 형식의 독점구조 등 초창기 온라인게임이 보여줬던 ‘말초적인 자극’들에 집중했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철저할 만큼 콘텐츠를 다듬었습니다.
일반적인 ‘게임’으로 보기에는 확실히 무리가 있습니다. 다만 그 속내는 한 번쯤 살펴 볼 만 합니다. 논란의 게임 <뮤 오리진>을 디스이즈게임에서 살펴봤습니다. 개인적으로 중국서버에서 플레이했던 경험도 조금 녹였습니다. /디스이즈게임 안정빈 기자
■ 당신은 가끔 '선택'만 하세요. 전자동으로 진행되는 플레이
<뮤 오리진>은 중국의 웹게임에서 시작된 '자동플레이'의 정점을 찍은 게임입니다. 게임을 설치하고 캐릭터를 만들면 시작부터 자동으로 게임이 진행됩니다. NPC에게 말을 걸어서 퀘스트를 받고, 전투지역으로 이동하고, 퀘스트에 필요한 몬스터를 처치하고, 다시 NPC에게 돌아가는 과정까지 모두 자동으로 이뤄지죠.
던전과 결투장, 보스 레이드까지 자동플레이로 해결됩니다. 이동부터 전투에 물약을 마시는 등의 행동까지 자동으로 하다 보니 플레이어가 관여할 부분은 가끔씩 화면을 들여다보고, 퀘스트를 완료하고, 입장시간이 된 던전을 찾아서 들어가주는 것뿐입니다.
실제로 1시간 동안 플레이를 하면서 화면을 누른 횟수는 43번. 그나마도 게임 초반에 쌓여있는 포인트나 명상 보너스 등을 받는 과정에서 누른 횟수까지 포함한 숫자입니다. 이 정도면 자동플레이보다는 '전자동플레이'라는 이름으로 붙여도 아깝지 않을 게임방식이죠.
물론 직접조작도 가능합니다만 어색한 공격판정과 약간씩 늦은 캐릭터의 반응속도 등을 겪다 보면 자연스럽게 자동전투 버튼을 누르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애당초 게임 자체를 자동전투 위주로 기획했기 때문에 일일이 조작하기에는 피로도가 너무 높습니다.
심지어 수동전투에서는 3개의 스킬만 사용가능한 반면 자동전투에서는 퀵슬롯에 배치하지도 않은 모든 스킬을 활용해 전투를 펼칩니다. 정말 컨트롤이 필요한 지옥 난이도 던전이나 보스의 빠른 처치가 필요한 악마의 광장, 무한의 탑의 고층 정도에서나 수동전투를 하게 되죠.
■ <뮤 온라인>의 추억만 곁들인 모바일게임
웹젠에서는 <뮤 오리진>이 <뮤 온라인>의 정통성을 계승했다고 밝혔지만 솔직히 말해서 <뮤 오리진>은 중국의 숱한 모바일게임에 <뮤 온라인>의 스킨을 씌운 모습에 더 가깝습니다. 캐릭터의 성장은 난데 없는 ‘환생’ 구조를 택했고 기본적인 스토리와 세계관도 다릅니다.
대신 날개나 축석, 수호요정, 악령, 블러드캐슬 등 <뮤 온라인>에서 인상 깊은 아이템과 스킬, 지명을 활용해 <뮤 온라인>의 ‘외형적인 추억’을 살리는 데 집중했습니다.
무한한 자동사냥과 축석노가다 등 <뮤 온라인>의 재미(?)요소도 녹아 들어있지만, 추억을 살리기 위해 콘텐츠를 기획했다기보다는 최근 중국의 자동전투 기반 모바일게임들이 마침 <뮤 온라인>과 비슷했다고 하는 게 정답에 더 가까울 겁니다.
특히 <뮤 온라인>의 손맛이나 연출, 대규모 공성전의 재미 등을 추억하는 유저라면 그냥 <뮤 온라인>의 이름을 빌려서 나온 모바일게임 정도로 생각하는 편이 나은 수준입니다. <뮤 온라인> 특유의 밸런스도, 액션도, 찾아보기 어렵죠.
오히려 뒤에 설명하겠지만 게임을 즐기기보다 ‘투자’로 여기게 되는 콘텐츠 구조나, 돈으로 모든 노력을 커버할 수 있는 ‘부정적인 요소’들은 <뮤 온라인>과 놀랍도록 닮아있습니다.
■ 날개부터 별자리, 스킬, 탈리스만, 호칭까지 끝 없는 성장
그럼 <뮤 오리진>은 대체 무슨 장점을 내세우고 있을까요? 정답은 ‘성장과 경쟁’을 통한 말초적인 자극입니다. 여기에 자극을 극대화하기 위해 편의성을 덧붙였죠.
<뮤 오리진>의 목표는 하나입니다. 캐릭터의 성장. 중국버전인 <전민기적>에서는 수정의 방이나 공성전 등의 PVP 콘텐츠도 등장했지만 이 역시 ‘캐릭터의 성장’을 돕는 콘텐츠로 활용될 정도죠. 자신의 캐릭터가 얼마나 강해지느냐에 게임의 모든 초점을 맞추고 있는 셈인데요.
그래서 성장의 규모부터 남다릅니다. 일단 레벨 100단위로 환생을 할 수 있고, 최고 레벨은 무려 800입니다. 최고레벨이 높다 보니 초반부터 놀랄 만큼 빠른 레벨 업 속도도 보여줍니다. 초반부를 사로잡는 재미죠.
게임을 시작하고 20분 내외로 레벨 100을 달성하고, 하루만 플레이해도 레벨 200은 우습습니다. 심지어 레벨 100까지는 튜토리얼로 여기는 게임이니까요. 새로운 콘텐츠도 아예 레벨 100 단위로 제공될 정도입니다. 일주일이면 레벨 400도 달성할 수 있죠.
캐릭터를 키우는 방법도 다양합니다. 레벨에 따라 제공되는 능력치와 아이템 강화는 기본이고, 스킬 레벨을 올리거나, 날개를 성장시키거나, 투기장에서 명예점수를 얻거나, 업적점수를 쌓거나, 별자리를 활성화하거나, 탈리스만을 강화할 수 있습니다.
콘텐츠의 종류도 많아서 경험치가 부족할 때는 경험치 던전과 일일퀘스트, 악마의 광장, 콜로세움에서 경험치를 보충할 수 있고, 돈이 부족할 때는 황금던전을, 마정석이 부족할 때는 환영의 사원을, 보석이 부족할 때는 파티 던전이나 블러드캐슬을, 콘도르 깃털이 부족할 때는 무한의 탑을 들어가면 됩니다.
무슨 일을 하든, 어떻게 플레이를 하든 캐릭터는 무럭무럭 자라납니다. 던전을 가면 아이템을 바꾸며 전투력이 상승하고, PVP에 참가해도 경험치가 오르고, 계급증가에 따라 추가 능력치를 받습니다. 하나의 콘텐츠마다 2~3개의 성장방식이 뒤섞인 구조죠.
가만히 서 있거나 게임을 끈 시간 동안에는 명상이라는 이름으로 경험치를 줄 정도니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요? 자신의 캐릭터가 무럭무럭 커가는 재미를 느끼기에는 최적의 게임입니다.
자신이 원하는 별자리에 투자(?)해서 능력치를 얻습니다. 특별한 전략이나 고민은 필요 없습니다. 그냥 포인트를 모을수록 강해진다고 보면 됩니다.
■ 초반만 지나면 느끼게 되는 ‘말초적인 성장중독’
초반부인 레벨 200 정도를 지나면 캐릭터 성장속도는 점차 완화됩니다. 초반에는 다양해 보였던 콘텐츠도 후반으로 갈수록 게임에 익숙해지면서 구조가 점차 눈에 들어옵니다. <뮤 오리진>은 일반전투의 경험치가 ‘차라리 게임을 끄고 명상경험치를 얻는 것보다’ 못한데요.
그래서 퀘스트가 드문드문 이어지는 후반으로 가면 필수과제를 모두 끝내고 자연스럽게 게임을 끄거나 자동사냥을 이용한 축석 노가다 정도만 하게 됩니다.
여기서 유저는 ‘조금만 더’의 유혹에 빠지게 되죠. <뮤 오리진>에서는 거의 모든 성장에 ‘캐시’가 사용됩니다. 그것도 단순히 피로도를 늘리거나, 좋은 장비를 얻는 수준에서 벗어나서 ‘캐시’로 경험치까지 구입해버릴 수 있습니다.
캐시아이템만 있으면 플레이를 하지 않을 때 들어오는 명상경험치를 4배로 뻥튀기할 수 있고, 전날 미처 클리어하지 못 한 필수과제들도 100% 경험치로 클리어할 수 있습니다. 특수 던전의 보상은 3배로 뛰고 일반 던전은 진입횟수를 무시한 채 플레이가 가능합니다. 업적이나 명예를 올려주는 아이템도 판매 중이죠. 날개도 캐시만 있으면 무한히 성장합니다.
캐시만 내면 일일 퀘스트를 한 번에! 그것도 2배 보상으로! 최고 등급까지 띄워서! 완료해줍니다. 물론 VIP 단계가 필요합니다.
단순히 ‘플레이어의 노력’을 캐시로 대체하는 수준이 아니라 캐시를 부으면 아예 ‘다른 게임을 즐기듯’ 성장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여기에 능력치 열매나 비약처럼 능력치를 구입하거나, 던전에서 능력치의 50%를 뻥튀기해주는 버프를 구입하거나, 명예와 업적 점수까지 구입할 수 있습니다.
이 정도면 사실상 게임 내의 모든 시스템을 캐시로 대체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더 대단한 사실은 이 모든 과정을 한 번 결제하면 끝나는 VIP시스템이 아니라 매번 ‘캐시를 소모하는 방식’으로 만들어놨다는 점입니다. 한 두 번 질러서는 끝이 나질 않죠.
그럼 VIP시스템은 어떤 역할을 하냐고요? 순간이동이나 던전 입장횟수 증가 등의 편의성 시스템은 기본이고 아예 능력치 자체를 대폭 올려줍니다. 돈을 더 쓸 수 있도록 각종 시스템을 열어주는 역할도 하죠.
레벨 300을 넘어서면 게임도 점점 어려워져서, 자연히 캐시아이템을 이용한 빠른 성장과 능력치 뻥튀기를 고민하게 됩니다. <뮤 오리진>은 전투력만 받쳐주면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대폭 늘어나고, 콘텐츠 레벨이 한 단계만 높아져도 보상이 배로 늘어나기 때문에 유혹에 쉽게 흔들릴 수밖에 없죠.
심지어 플레이어를 유혹하기 위해 던전이나 명상을 끝내는 순간 받을 수 있는 경험치가 나오고, 옆에 캐시를 사용해서 더할 수 있는 숫자까지 노출됩니다.
<뮤 오리진>에서 모든 재화는 ‘귀속’과 ‘비귀속’으로 나뉩니다. 아이템은 물론 젠(게임머니)과 다이아(캐시)까지도요. 당연히 귀속 아이템은 거래를 할 수 없고요. 캐시는 아예 따로 활용됩니다. 경험치를 뻥튀기하거나 능력치를 올리는 부분은 ‘돈을 내고 구입한’ 귀속 캐시로만 가능하죠.
참고로 <뮤 오리진>은 레벨은 800까지 이어지고, 경험치와 젠(게임머니)은 초반부터 수백만 단위로 가져가는 등 숫자의 크기를 최대한 키웠는데요. 그만큼 캐시아이템을 사용 했을 때 더 많은 보상을 받는다는 ‘착각’도 불러 일으켜줍니다.
생각해보세요. 같은 1%를 올려주더라도 최고 레벨이 100인 게임에서 5만원을 내고 경험치 5,000을 얻어서 레벨 1을 올리는 것과, 최고 레벨이 800인 게임에서 5만원을 내고 경험치 2,424,800,000을 얻어 레벨 8을 올리는 것 중 어느 것이 더 이득으로 느껴질 지.
위는 일반 캐시상점. 아래는 이벤트나 게임 내 콘텐츠로 얻는 귀속캐시 상점입니다. 물품도 다르고 가격도 다릅니다. 심지어 귀속 캐시는 여기서만 사용할 수 있죠.
■ 현질을 ‘투자’로 여기게 만드는 ‘노골적인 경쟁’
물론 유저는 바보가 아닙니다. 성장만 빠르다고 해봐야 느긋하게 육성하면 끝이니까요. 그래서 <뮤 오리진>은 유저의 결제를 자극할 수 있는 요소들을 다각도로 집어 넣었습니다. 바로 경쟁과 투자죠.
<뮤 오리진>에서는 특정 유저가 ‘독식’할 수 있는 콘텐츠가 많습니다. 대표적인 게 특수던전인 악마의 광장과 필드 레이드입니다.
악마의 광장은 같은 환생단계의 유저 10명이 경쟁하는 곳으로 가장 많은 대미지를 준 유저 1명에게 최고급 아이템을 몰아주죠. 필드 레이드는 정해진 시간마다 나타나는 보스를 처치하면 역시나 가장 많은 대미지를 준 유저 1명에게 최고급 아이템을 몰아줍니다. 전형적인 ‘능력치 높은 유저 혼자 모든 아이템을 독식하는’ 콘텐츠죠.
비약과 VIP단계, 업적과 명예구입 등으로 결제유저와 비결제유저의 능력치가 심하게는 2배 이상 차이 나는 <뮤 오리진>에서 결제를 하지 않은 유저가 악마의 광장과 필드레이드를 독식할 확률은 매우 낮습니다. 대부분 VIP를 몇 단계씩 구입하고 비약까지 잔뜩 마신 유저의 몫으로 돌아가죠.
참고로 악마의 광장과 필드 레이드를 통해 나오는 아이템은 일반 던전과는 차원을 달리합니다. 하루에 1번 입장 가능한 지옥등급 던전에서나 겨우 구경할 수 있는 에픽 아이템이 이곳에서는 몇 개씩 떨어집니다. 독점이 가능한 유저와 아닌 유저의 격차는 ‘넘을 수 없는 벽’을 쌓고도 남습니다.
여기에 악마의 광장과 필드레이드에서 나오는 아이템은 모두 ‘비귀속’입니다. 경매장을 통해 판매가 가능하죠. 그리고 경매장에서는 게임머니는 물론 ‘비귀속 캐시’로도 물건을 사고 팔 수 있습니다.
실제로 악마의 광장과 필드레이드에서 획득한 아이템만 잘 팔아도 비약에 들어간 캐시는 회복하고도 남을 정도고요. 눈 딱 감고 결제해서 능력치(비약과 명예, VIP단계 등)를 구입하고, 높은 능력치로 아이템을 독점해서 내다 팔아 다시 캐시를 회복하거나 오히려 더 버는 그런 구조입니다.
아이템을 얻은 유저는 그 아이템을 팔거나 장착해서 더 강해지고, 다시 다음 단계에서도 독점할 가능성이 높아지죠. 물론 단 1명이 아이템을 독점하는 만큼 결제를 해서 능력치를 올려도 이긴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대신 결제를 하면 할수록 유리해지는 건 사실이죠.
필드레이드도 좋지만 경쟁이 지나칠 정도로 심합니다. 즉시 이동도 가능해서 서버 내에서 순위를 다투는 유저가 아니면 참가하기가 쉽지 않죠.
■ 누군가는 뒤쳐지는 시스템, 새로운 서버를 열어서 이를 해결하는 악순환
축복의 보석 노가다나, 지옥던전을 통한 아이템 획득 등 일반(?)적인 성장방법도 있습니다. 전투력이 올라도 일부러 환생을 하지 않고 머물러서 악마의 광장을 독식하며 느긋하게 게임을 진행할 수도 있죠. 각 지역마다 몬스터의 조각을 모아서 도감을 맞추면 능력치도 영구적으로 오릅니다. 느긋하게 진행하는 유저를 위한 최소한의 방어책입니다.
콘텐츠의 폭이 워낙 넓은 만큼 그 자체만 즐겨도 어느 정도의 재미는 느낄 수 있습니다. 일단 자동플레이로도 무럭무럭 성장하는 캐릭터만 봐도 재미는 있습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한계가 있습니다. 혹은 콘텐츠의 폭이 눈에 띄게 줄어들고요. 성장이 재미의 대부분인 게임에서 성장을 못하게 되는 셈이니까요.
그리고 환생을 안하고 전투력을 올리며 독식을 한다고 해봐야 서버에서 악마의 광장이나 필드 레이드에서 승리할 수 있는 유저 숫자는 정해져있습니다. 누군가의 독식은 누군가의 패배로 이어지죠. 결국 누군가는 경쟁에서 계속해서 뒤쳐지는 구조입니다.
국내보다 먼저 서비스를 시작한 중국에서는 계속해서 새로운 서버를 추가하는 방식으로 이를 해결 중입니다. 경쟁에 살아남은 유저는 해당서버에서 플레이를 계속하고, 다른 유저들은 신규 서버로 옮겨서 새로운 경쟁에 뛰어드는 방식입니다.
느리게 성장하며 얻을 수 있는 유일한 이득. 도감을 채우면 능력치가 팍팍 오릅니다.
참고로 중국에서는 1,000 서버를 넘었습니다. 게임구조 자체가 새로운 서버를 늘릴수록 좋은 구조입니다. 게임 내의 경쟁도 승리자도 그만큼 늘어나니까요.
■ 부정하기엔 어려운 편의성
게임의 재미보다는 성장의 재미를 겨냥한 만큼 편의성은 좋습니다. <뮤 온라인>의 초반 콘텐츠는 미궁에 가깝습니다. 초반에는 물약상인 하나 찾겠다고 드넓은(?) 필드를 헤매는 건 예사고, 좁은 화면에서 워낙 많은 정보를 뿌려주다 보니 뭐가 뭔가 익히는데만 꼬박 2~3일은 걸렸을 정도입니다. 환생을 할 때마다 콘텐츠가 추가된다는 문제 아닌 문제도 있고요.
대신 조금만 플레이하고 나면 생각보다 편의성에 집중했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필수과제'라는 이름으로 그날 할 수 있는 '특수 던전'을 한 곳에 모아서 보여주고, 빼먹은 콘텐츠도 정리해줍니다. 필수과제 창을 통해 곧바로 입장도 가능하고, 남은 횟수와 얻을 수 있는 보상까지 체크가 가능합니다.
가장 놀란 점은 '즉시달성' 기능인데요. 전날 미처 플레이하지 못 한 필수과제가 있다면 골드나 캐시만 내고 즉시 보상을 받는 게 가능합니다. 빠르게 클리어한 던전은 아예 소탕버튼을 눌러서 보상만 확인할 수 있죠. 게임을 편하게 만들기 위해 거의 모든 수단을 집중한 셈입니다.
■ ‘선’을 넘은 <뮤 오리진>의 성공. 앞으로는?
지금까지 모바일게임에서 밸런스를 무너트리는 과도한 캐시아이템이나 콘텐츠를 아무렇지 않게 넣을 수 있는 것은 ‘MMORPG와 달리 유저간의 교류와 경쟁이 거의 없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수 천 만원을 결제한 유저든, 1원 한 푼 쓰지 않은 유저든 같이 게임할 일이 없으니 결국은 ‘남의 일’이란 거죠. 에디팅을 크게 개의치 않는 싱글플레이 게임과 비슷한 논리인데요.
<뮤 오리진>은 발상을 뒤집어서 유저간의 교류와 경쟁을 유지한 채, 모바일게임의 과도한 캐시아이템과 콘텐츠를 붙이면 어떻게 되는 지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것도 노골적일만큼요. 그리고 그 결과는 매출순위 2위가 증명했습니다. 좋은 말로는 발상의 전환, 나쁜 말로는 선을 넘은 방식입니다.
본문에서는 굳이 추가하지 않았지만 능력치를 사고 파는 건 물론이고 매일 일정금액을 결제한 유저에게 보너스를 주는 ‘일일결제 보너스’시스템까지 있을 정도입니다. 게임이 재미있어서 돈을 쓰는 게 아니라 돈을 쓰는 게 재미있도록 게임을 기획하는 구조입니다. "of the 매출, by the 매출, for the 매출"이라고나 할까요?
<뮤 오리진>의 콘텐츠는 (편의성과 콘텐츠가 더해진 것만 빼면) 초창기 MMORPG들을 닮아있습니다. 과격한 경쟁도, 독점도, 노골적인 약육강식과 끝없는 성장도요. 그런 점에서는 <뮤 온라인>의 IP를 활용한 개발사의 전략도 잘 맞아 떨어졌다고 생각합니다. 경쟁과 반복사냥에 <뮤 온라인>처럼 어울리는 IP는 없으니까요. 과거 <뮤 오리진>의 추억을 되살리겠다던 웹젠의 이야기도 마냥 틀리지는 않았죠.
만약 리뷰를 끝낸 시점에서 누군가 필자에게 '<뮤 오리진>을 계속 할 거야?'라는 질문을 던진다면 대답은 NO입니다. 세상에는 <뮤 오리진>과 달리 플레이하는 그 자체로 즐거움을 주는 게임이 숱하게 있으니까요. 필자가 다른 유저와 결제력을 겨룰 만큼 부자가 아닌 탓도 있습니다.
대신 게임에 돈을 쓸 준비가 되어있고, 자신이 쓴 만큼의 보상과 혜택을 얻기를 원한다면 다른 고민 없이 <뮤 오리진>을 택할 겁니다. 굳이 확률싸움을 할 필요가 없이 돈을 낸 만큼 비례해서 강해지는 캐릭터를 볼 수 있으니까요. 경쟁이 심하다는 건 이겼을 때의 보상이나 과실도 그만큼 달다는 뜻입니다.
리뷰의 특성상 점수를 매겨야 하지만 <뮤 오리진>에는 따로 점수를 매기지 않겠습니다. 악평만 잔뜩 늘어놨지만 초창기의 <리니지>나 <뮤 온라인> 등의 게임을 기억하고, 그때의 치열한 경쟁을 재미로 받아들이던 유저에게는 지금의 <뮤 오리진>이 오히려 추억을 되살려주는 게임이 될 수도 있다는 판단에서입니다.
필자의 관점으로는 <뮤 오리진> 성공 이후의 게임들이 더 걱정됩니다. 결제를 할수록 강해지는 게임방식에 유저 간의 경쟁을 끼얹으면 국내에서도 ‘대박’을 기록할 수 있다는 사실을 <뮤 오리진>이 증명했으니까요.
이러니 저러니 해도 <뮤 오리진>이 지금까지 국내 모바일게임들이 ‘미처 내딛지 못 한 한걸음’을 내디딘 셈입니다. 그 한걸음 끝에 무엇이 기다릴 지는 앞으로를 두고 봐야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