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발전국(Game Dev Story)>이라는 게임으로 국내 잘 알려진 카이로소프트가 신작 <대자연 이야기(영문명: Fish Pond Park)>를 출시했다. 게임은 <코다와리 라면관>과 <꿈 부흥 상점가> 등과 함께 최근 선보인 게임이다. 회사 또는 가게를 경영하는 게임을 주로 개발해 온 카이로소프트에서 오랜만에 도시 경영 시뮬레이션 게임을 내놓았다.
늘 그랬듯이 카이로소프트의 게임은 겉으로 보기에는 매우 단조롭고 쉬워 보이지만, 막상 파고들면 묘한 중독성과 깊이를 발견하게 된다. <대자연 이야기> 역시 카이로소프트 특유의 마니아 성향이 엿보이는 게임이다. 분석과 공략 또한 필요하다. 때문에 한 번 게임을 잡게 되면 수 시간이 흐르는 것은 기본이다. / 디스이즈게임 정혁진 기자
■ 개척이라 쓰고 돈벌이라 읽는다
게임은 총 100개의 타일 안에서 시골마을을 개척하게 된다. 사실 개척의 목적도 어디까지나 돈을 벌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테마만 바뀌었을 뿐이지 회사가 출시한 기존 게임들과 같은 목적을 내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어떤 구조물을 건설하더라도 관광객은 유치된다. 다만 더 많은 유치와 수익을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고민(?)이 필요하다.
여관부터 산, 논, 연못, 꽃밭 등 다양한 구조물, 자연물을 타일에 짓기 위해서는 ‘카드’가 필요하다. <대자연 이야기>는 타일에 지을 수 있는 모든 것들을 카드화했다. 카드는 다양한 수단을 통해 획득 가능하도록 해놨다. 관광객을 통해 벌은 돈으로 카드 딜러를 통해 구입하거나, 혹은 낚시를 통해 낚을 수도(?) 있다. 자신이 건설한 지형에 무작위로 등장하는 선물을 통해 얻는 방법도 있다.
다만, 딜러를 통해 타일을 구입하는 것은 어느 정도 규모를 갖춰진 단계에서 가능하다. 여관이나 농장 타일의 경우에는 수 만 달러나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연결 타일이나 제거 타일 등 일부 자주 쓰이는 타일을 주로 구입하고, 기타 고비용 타일은 개발이나 낚시를 통해 얻는 방법으로 노리는 것이 좋다. 후반부가 되면 투어나 유명 마을 선정, 관광 명물 등을 통해 충분히 자금이 확보된다.
<대자연 이야기>에는 시리즈 최초로 ‘낚시’라는 요소를 넣었다. 일종의 수익을 내는 수단이다. 타일을 통해 얻은 먹이를 연못 타일에 주면 물고기가 생겨나고, 이를 낚시해서 팔아 돈을 버는 방식이다. 낚시만 해서 돈을 버는 것도 생각할 수 있겠지만, 안타깝게도 먹이의 수량도 한계가 있고 물고기를 키우기 위해 먹이를 주거나 낚시를 위한 떡밥 사용 등 사용해야 할 곳이 많다. 타일 건설을 뒷전으로 하고 강태공의 삶으로 사는 것은 불가능하겠다.
물고기마다 원하는 미끼의 수가 다르므로 적절한 분배가 중요하다.
■ 연결과 합성, 알게 되면 진정한 게임이 시작된다
물론 이만 놓고 보면 타일에 높은 수익을 내는 카드만 건설해서 돈을 벌면 되겠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카이로소프트는 이를 약간 꼬아놓아 유저가 조금 더 수익에 대한 고민을 하게끔 해놨다. 바로 ‘연결’과 ‘합성’을 통해서다. <대자연 이야기>의 맵을 타일로 구성해 놓은 이유를 알 수 있다. 이를 파악하고 건설해 놓은 타일을 보면 슬슬 머리가 복잡해진다.
‘연결’은 말 그대로 타일과 타일을 잇는 것을 말한다. 최대 4개까지 연결이 가능하며 형태는 직선부터 사각형 등 어떤 것을 해도 무방하다. 다만, 타일끼리 붙어 있어야 하며, 커넥션 카드로 각각의 타일을 이어줘야 한다. ‘물’ 타일을 4개 일직선으로 연결하면 ‘강’이 되며, 사각형으로 연결하면 ‘호수’가 된다. ‘산’ 타일을 4개 연결하면 이중 하나가 ‘단풍산’ 타일로 바뀌기도 한다. 조합이 매우 다양해 유저들끼리 블로그 또는 커뮤니티를 통해 조합법을 공유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합성’ 역시 마찬가지. 합성은 기존에 건설된 타일에 다른 카드를 넣으면 새로운 타일로 바뀌는 것을 말하며, 이 역시 다양한 조합법을 갖고 있다. 특정 타일을 몇 개 이상 넣어야 하는 것도 있다. ‘물’ 타일에 ‘폭포’ 타일을 넣으면 ‘설산’ 타일이 되거나, ‘산’ 타일에 ‘물’ 타일 3개를 넣으면 ‘폭포’ 타일이 되는 등 다양하다.
각각의 카드 타일은 연결과 합성을 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해당 타일의 역할에 따라서도 새로운 타일을 발견하거나 추가 수익 등을 발생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먹이나 자재, 자금의 상한치도 높일 수 있어 이 역시 공략이 필요하다. 맵에 등장하는 선물에서 무작위로 획득할 수 있는 아이템들이 한도를 높여주는데, 살필수록 점점 비용도 증가하므로 남발할 수는 없다.
위에서 언급한 낚시도 까다롭기는 마찬가지. 낚시를 하면 할수록 낚시 능력치가 올라 찌를 좀 더 멀리 던질 수 있으며, 처음 연못부터 호수, 강, 대하, 바다까지 타일의 발전을 거듭할수록 지역도 다양해진다. 물론 낚는 것들도 점점 많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잡은 횟수에 따라 숙소 내 메뉴가 추가되기도 한다.
공략이나 분석이 많다 보니 제한도 많을 수밖에 없다. 기본적으로 한 타일에 하나의 카드를 심게 되면 제거 카드를 넣기 전까지는 다른 카드로 대체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때문에 새로운 카드를 연구하거나 획득해도 이를 활용하기까지가 시간이 걸린다. 물론 제거 카드가 있기는 하지만 일정 횟수 제한을 두더라도 카드를 심은 타일의 이동 정도만 가능했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연결이나 합성법을 알고 나면 ‘아… 그냥 게임을 새로 할까’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다.
■ 대자연 이야기, 신작이지만 새로움을 찾기는 여전히 힘들다
위에서 설명했듯이 카이로소프트의 게임들은 전통적으로 분석, 공략이 필요해 왔으며 <대자연 이야기>도 이를 따르고 있다. 때문에 외형과 초반 시스템만 놓고 게임을 시작해서는 게임에 대한 재미를 바로 알기 힘들다.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조합에 대한 경우의 수를 일일이 시도해 가며 알아간다고 하면 시간은 정말 많이 필요하므로, 조합, 합성 방법 등에 대한 방법은 타 유저들이 공유한 것들을 참고하는 것을 권한다.
다만 우려되는 것은 카이로소프트 전통적으로 게임의 흐름이 동일해서 색다른 재미를 발견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시뮬레이션 자체에서 오는 몰입도는 상당하지만, 그 패턴 자체에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대자연 이야기>에서 처음으로 낚시라는 것을 넣었지만, 유저가 분석해야 하는 요소를 하나 늘렸을 뿐 게임 전체에 큰 변화는 없다.
반복 플레이가 어렵다는 점도 우려된다. 기본적으로 긴 시간을 두고 플레이 해야 하는 게임이기에 마을의 완성에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마을이 완성된 후에는 2회차 플레이를 하기에는 조합이나 합성 등 같은 요소를 다시 고민해야 하기에 되풀이할 동기가 낮다. <대자연 이야기>에서도 전통적인 재미는 고수하는데 성공했지만 달라진 점을 기대하기는 어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