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즈러너>, <1분 RPG>, <드래곤 플라이트>등 모바일에 최적화 된 아기자기한 게임을 만들었던 넥스트플로어의 김석현 디렉터가 신작을 내놨습니다. <1분 RPG>의 게임성을 이어받은 신작, <브레이브 존>이죠.
짧은 스테이지 속에서 간결한 조작으로 아기자기한 재미를 줬던 <1분 RPG>의 후속작답게, 모바일에 맞춘 간결한 조작과 몇 가지 스킬 조합에서 나오는 쫄깃함이 살아있습니다. 스토리 요소가 대거 추가되면서 게임 전체를 아우르는 이야기로 유저를 엔딩까지 이끄는 힘도 생겼습니다. /디스이즈게임 김진수 기자
■ 간결한 조작 속 긴장감 놓을 수 없는 쫄깃한 재미
<브레이브 존>은 서문에서 소개했듯, <1분 RPG>의 계보를 잇는 게임입니다. 이 게임에는 좌우 이동만 있을 뿐 3차원 개념이나 파티원도 없이 유저가 조작하는 캐릭터 하나만 있습니다. 좌우로 이동하다 적을 만나면 자동으로 공격하고, 최대 4개의 스킬을 배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렇듯 게임의 조작이나 구성은 꽤나 간결하지만, 재미만큼은 간결하지 않습니다. 간결한 방식 안에서 ‘쫄깃함’을 살렸기 때문이죠. 먼저 각 스테이지의 초반부는 공통적으로 포션을 구입하고, 다른 NPC들과 대화하는 공간입니다. 여기서 일정 지역 이상 벗어나면 본격적으로 전투가 시작되고, 맵의 오른쪽 끝에 다다르면 해당 스테이지가 클리어됩니다.
플레이가 ‘쫄깃’해지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포션의 제약이고, 다른 하나는 ‘스킬’의 존재입니다.
<브레이브 존>은 물약을 최대 3개까지만 소지할 수 있습니다. 시작지점으로 돌아가면 다시 포션을 구입할 수 있지만, 몬스터가 리스폰되기 때문에 맵 끝에 도달하려면 다시 전투를 벌여야 하죠. 무조건 뒤로 돌아가는 게 능사는 아닙니다. 또 포션은 캐릭터 레벨이 오를 때마다 가격이 오르기 때문에 최대한 아끼는 게 좋습니다. 돈을 아껴 장비 아이템이나 스킬을 구입하기 위해서죠.
게임이 점차 진행되며 난이도가 올라가고, 몬스터들은 하나 둘 스킬을 사용하기 시작합니다. 이때 몬스터들은 얼마간의 집중 이후 스킬을 사용하는데, 큰 대미지를 입히거나 주변 몬스터 강화 등 골치 아픈 마법을 사용합니다. 몬스터가 주문을 외우기 시작하면 스턴 스킬로 끊거나, 뒤로 이동해 피해줘야 하죠.
다만, 스킬의 쿨타임도 있고 몬스터마다 고정된 스킬 하나만 쓰는 게 아니라서 몬스터의 모든 스킬을 무마할 수는 없습니다. 어느 정도는 대미지를 받게 되고, 포션 3개라는 제약은 유저를 고민하게 만듭니다. 최대한 포션을 아껴 돈낭비를 줄이기 위함이기도 하고, 일부 스테이지는 꽤 어려워서 포션 3개를 알뜰살뜰 활용하지 않으면 클리어하기 어렵거든요.
따라서 최대한 적은 HP에서 포션을 사용하거나, 한 대라도 덜 맞기 위해 앞뒤로 이동하며 공격하는 형태로 게임을 진행하게 됩니다. 이 때문에 몬스터의 행동 하나하나에 반응하게 되죠. 레벨디자인 역시 잘 되어 있어서 일부러 같은 스테이지를 엄청나게 반복하지만 않는다면 계속해서 긴장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일반적인 스테이지 진행 외에도 NPC를 호위하는 미션, 몰려오는 적을 막아내는 디펜스, <팔라독>이나 <카툰워즈>처럼 양 진영으로 나누어 싸우는 ‘듀얼 스테이지’, 보스전 등 나름대로 다양한 모드를 담고 있어서 쉬이 질리지 않는다는 점도 장점입니다.
포션의 제약 때문에 한 대라도 덜 맞기 위한 컨트롤을 하게 됩니다. 몬스터의 움직임에 집중하게 되고, 긴장감이 이어집니다.
■ 긴장과 이완의 반복, 길지 않은 스테이지와 게임을 이끄는 이야기
스토리에 대해 말하기에 앞서, 개인적인 성향을 조금 밝혀야 할 것 같은데요. 저는 개인적으로 게임에 스토리는 ‘있으면 좋지만 꼭 필요하지는 않은 양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어드벤처처럼 스토리의 힘으로 이끌어가는 장르도 있는가 하면, 게임의 핵심 메카닉이 재미있다면 스토리가 없어도 충분히 재미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이런 이야기를 먼저 꺼낸 이유는, <브레이브 존>의 스토리 요소 때문입니다. <브레이브 존>은 선택받은 누군가가 의욕적으로 마왕을 때려잡는 전형적인 ‘용자물’을 살짝 비튼 스토리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브레이브 존>은 ‘스토리’가 가진 힘을 잘 활용해 유저를 엔딩까지 끌고 갑니다.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지게 만들어서 계속 진행하게 만들고, 나름대로 상황에 몰입하게 만들어줍니다. 살짝 삐딱한 시선으로 본다면 나름 전형적인 이야기이고 많은 분량도 아닙니다만, 다음 스테이지를 진행하게 만드는 동기를 스토리로 부여해주고 있죠.
이런 점은 각 스테이지의 길이와 맞물려 조금 더 게임을 편안하게 플레이할 수 있도록 합니다. 각 스테이지는 앞서 설명한 것 처럼 ‘덜 맞기 위한’ 긴장감이 핵심이고 각 스테이지 길이는 1분에서 길어야 3분 내외면 끝납니다.
어떤 스테이지를 클리어 하고 다음 스테이지에 진입하면 포션을 구입하고, NPC들과 대화하면서 게임 속 스토리를 파악해나갑니다. NPC들과의 대사에는 ‘피식’하고 웃을 수 있는 개그센스를 첨가해 긴장을 살짝 풀어주고, 다시금 전투에 집중하게 합니다.
즉, ‘이야기’에 관련된 요소들을 활용해 적절한 긴장과 이완의 리듬을 유지시켜주고, 게임을 조금 더 편안하게 즐길 수 있게 합니다. 계속 집중해야 하는 게임이라면 피곤해지기 마련인데, 소소한 개그로 긴장을 풀어주니 조금 더 편안하게 즐길 수 있더군요.
<브레이브존>의 스토리 요소는 간단하게나마 스토리가 붙으면 게임이 더 강한 생명력을 가진다는 점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소소한 말장난이나 게임의 전형적인 클리셰를 살짝 비트는 대사를 좋아한다면, 대사 자체도 재미있게 즐길 수 있습니다.
'레벨=포션가격'이라는 게임 내 설정을 이용한 소소한 개그이지만, 이어지는 긴장을 잠깐씩 풀어주면서 편하게 몰입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 고전 RPG에 대한 오마쥬, 분량이 조금만 더 있었더라면…
<브레이브 존>을 플레이하며 느낀 소감은 ‘고전 게임의 오마쥬이자 모바일에 맞춰 재해석한 게임’이라는 겁니다. 일본식 고전 RPG식 스토리, 전형적인 아이템 및 전직 구조 등 패미컴 등 8비트 시절 게임들을 좋아한다면 추억을 떠올리며 재미있게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더불어 고전 게임의 요소를 모바일에 맞춰 재해석 하고 있죠. 마을에 들러 장비를 구입하고, 포션을 사고, 모험을 떠나 다음 마을에 도착하는 고전 RPG의 진행 과정들을 짧은 스테이지, 터치를 이용한 간단한 조작 등 스마트폰에 맞는 방식으로 풀어냈습니다. 앱스토어에 다양한 인디게임이 나오는 현 시대에 와서는 매우 특이할 것은 아닙니다만, 개발자 특유의 ‘클리셰를 비트는’ 개그 센스 등으로 ‘고전의 재해석’에 따른 아기자기한 재미를 주고 있죠.
이 게임의 평가에 앞서 기준은 가격이 될 것 같습니다. 구글 플레이 스토어 기준 3,900원인데, 총 60개 스테이지 분량입니다. 쭉 플레이한다면 3~4시간 정도면 엔딩까지 볼 수 있는 분량이라 긴 시간을 제공하지는 못합니다.
스테이지는 긴 분량이 아닙니다만, 엔딩 이후 제공되는 특전 콘텐츠도 있습니다. 기록에 도전하는 모드 2개가 생기고, 조금 더 파고든다면 엔딩을 보기 전에 구입할 수 없던 비싼 무기를 구입한다거나 다양한 전직 및 스킬을 경험해볼 수 있죠. 특히 전직이나 스킬이 바뀌면 플레이 패턴이 꽤나 바뀌기 때문에 한 번쯤 더 경험해볼 가치가 있습니다.
<브레이브 존>이 주는 가치를 먹거리와 비교하자면 프랜차이즈의 커피 한 잔과 비교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비슷한 가격에 커피 한 잔과 앉아서 쉴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주는 것 이상의 즐거움은 주고 있습니다. 3~4시간 이상 쫄깃한 공방에서 오는 재미, 여러 스킬과 전직을 경험하면서 조금씩 달라지는 플레이 경험을 생각한다면 최소한 돈이 아깝지는 않은 게임입니다.
12스테이지를 모두 즐기고 나면 개발자가 직접 구매하겠냐고 묻습니다. 개발자가 직접 구매를 '선택'하도록 배려하는 게 인상깊습니다.
점수로 평가한다면 10점 만점에 8점 정도를 줄 수 있겠습니다. 김석현 디렉터의 기존 게임들을 알고 있다면 흥미롭게 즐길 수 있고, <드래곤 플라이트>를 제외한다면 기존 게임 중 가장 즐길거리가 많습니다. 다만, 여전히 아쉽게 느껴지는 건 분량이죠. 가격에 비해 적은 것은 절대 아닙니다만, 60개의 스테이지는 많다고 말하긴 어렵습니다.
김석현 디렉터가 퇴근 후 집에서 만든 게임인 점을 감안해도 조금 더 즐길 콘텐츠가 있었다면 좋았을 것 같은 아쉬움이 남습니다. 이를 좀 더 긍정적으로 본다면 분량이 짧게 느껴지는 것도 ‘재미있어서 더 하고 싶다’라는 감정에서 기인한 만큼, <브레이브 존>이 주는 재미는 확실하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더불어 12개 스테이지를 무료로 진행해 보고 나서 결제하는 게임인 만큼, 한번 쯤 플레이해봐도 후회하지는 않겠죠. 그때까지의 경험이 만족스럽다면, <브레이브 존>은 분명 3,900원으로 얻을 수 있는 즐거움을 충분히 주고 있습니다.
엔딩 이후 즐길 수 있는 추가 콘텐츠도 있습니다. 점수를 내는 일종의 '무한모드'같은 콘텐츠인데, 게임센터 등과 연계해 랭킹 경쟁을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