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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리뷰

협동의 재미가 살아있는 전략 카드배틀, 괴리성 밀리언아서 체험기

턴제 RPG와 CCG, 그리고 멀티 플레이의 멋진 조합

김승현(다미롱) 2015-06-18 16:43:05


 

<괴리성 밀리언아서>가 한국 서비스를 시작한 지 2주가 지났다. 게임은 한국에서 카드배틀 붐을 일으킨 <확산성 밀리언아서>의 후속작이다. 허나 후속작임에도 두 게임이 유사한 모습을 띄진 않는다. 

 

<괴리성 밀리언아서>는 전형적인 카드배틀 게임이었던 <확산성 밀리언아서>와 달리, 전략과 협동이라는 다른 게임성을 내세웠다. 과연 <괴리성 밀리언아서>의 이런 도전은 어땠을까? 2주 간의 감상을 정리했다. /디스이즈게임 김승현 기자



 확밀아와는 다르다, 확밀아와는! 다른 이야기, 다른 시스템

 

<괴리성 밀리언아서>는 <확산성 밀리언아서>와 다른 게임이다. ‘갤러헤드’나 ‘비스크라브레드’ 등 익숙한 조연이 반기긴 하지만, 게임의 주요 테마나 시스템은 전작과 다소 거리가 있다. 

 

일단 스토리만 하더라도 전작이 3명의 아서가 서로 경쟁하며 '브리튼 전역'을 누볐다면, 이번 작품의 배경은 브리튼 북부의 작은 훈련성. 4명의 주인공 또한 전작의 아서들과 달리 초보티가 난다. 그래서 그럴까? 주인공들이 서로 경쟁하고 경계했던 전작과 달리, <괴리성 밀리언아서>는 4명의 아서가 같은 이야기 안에서 함께 부대끼며 서로를 돕는다. 

 

<확산성 밀리언아서>와 달리, 주인공들의 관계는 경쟁자보다는 동료에 가깝다.

 

이야기만 경쟁에서 협동으로 바뀐 것이 아니다. 일단 캐릭터부터 전작과 달리 각기 다른 특성을 가진 아서를 언제든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어 친구들과 합을 맞추기 편해졌다.

 

이는 게임의 주요 시스템도 마찬가지다. <괴리성 밀리언아서>는 전투부터 주요 시스템 모두 협동에 초점을 맞추었다. 전투는 유저들이 실시간으로 같이 파티플레이를 하도록 바뀌었고, 이러한 콘텐츠에 소모되는 퀘스트 포인트(≒ 스테미너)는 아예 파티장 하나만 소모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물론 보상 자체는 참여한 파티원 모두에게 동일하게 주어진다.

 

그리고 이러한 적극적인 협동 유도는 <괴리성 밀리언아서>의 고민해야 하는, 그리고 다른 이들과 함께 할수록 재미있는 전투 시스템과 결합되며 꽃을 피웠다.

 

 

 

■ TCG식 전투가 만드는 전략, 드로우가 만드는 변수

 

전투는 전작과 <괴리성 밀리언아서>를 구분 짓는 가장 큰 차이점이다. 전작의 ‘숫자 싸움’과 달리, <괴리성 밀리언아서>의 전투는 고전적인 TCG의 전투 방식과 실시간 파티플레이 요소를 더했다. 최근 게임에 빗대어 설명하자면 <하스스톤: 워크래프트의 영웅들>과 같은 전투가 <큐라레: 마법도서관>과 같은 파티플레이 방식으로 진행된다고 생각하면 편하다.

 

유저는 사전에 총 10장의 카드로 덱을 만든다. 카드는 일종의 장비이자 스킬이다. 카드마다 물리공격력이나 체력 등 보너스 능력치가 붙어있고 덱 내 카드들의 능력치 합이 주인공의 능력치가 된다. 이와 함께 각 카드는 저마다 피해, 강화, 약화, 회복, 드로우 등의 특수 능력을 가지고 있다. 바로 자신이 덱에 넣은 카드의 특수 능력이 전투에서 스킬이 되는 방식이다.

 

전투는 4인의 아서가 몬스터에 맞서 턴마다 명령을 내리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전투가 시작되면 턴마다 자동으로 사용할 수 있는 마나량이 증가하고, 유저는 이를 고려해 손패의 카드를 사용해야 한다. 카드는 마나만 충분하면 여럿 사용할 수 있지만, 패 보충은 기본적으로 한 장씩만 되기 때문에 드로우 능력이 없다면 신중히 사용해야 한다. 때문에 덱 구성부터 전투까지 마나나 몬스터 특성 등 고려해야 할 것이 많다.

 


 

이 시스템 중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것은 ‘드로우’였다. 일반적으로 턴제 전투는 유저 스펙이 일정 궤도에 오르면 게임이 단조로워지기 쉽다. 특히나 <괴리성 밀리언아서>처럼 보스 몬스터의 패턴이 거의 변하지 않는 게임은 더더욱 그러기 쉽다. 턴제라는 방식이 줄수 있는 변수는 한정되어 있고, 여기에 유저의 스펙까지 높아지면 전투는 그저 무미건조한 파밍이 되기 쉽기 때문이다.

 

<괴리성 밀리언아서>는 이 위험을 드로우의 의외성을 통해 낮췄다. 게임의 전투는 덱에 있는 10개 카드 중 5개의 카드를 손패로 사용한다. 전투 시작 시 어떤 카드가 손에 들어올지 모르고, 카드를 사용했더라도 그 카드가 또 보충되는 경우도 있어 다음 패를 예측하기 힘들다. 때문에 낮은 비용 카드가 많더라도 초반에 잡히지 않는 경우도 있고, 상대가 마법을 준비하는데 손에는 물리 방어 카드밖에 없는 등의 상황도 벌어진다.

 


 

실제로 얼마 전 ‘아이스드래곤’ 특급 난이도를 돌다가 그런 일이 벌어졌다. 내 주 캐릭터인 ‘부호는 방어와 드로우를 담당하는 캐릭터다. 전투 진행 상 2턴 뒤 적의 마법 전체 공격이 예정된 상황. 아군의 체력은 골고루 낮은 상황이었고 치료 역할인 ‘가희’는 패가 꼬였는지 단일 회복 카드 하나만 내놓은 상태. 그리고 내 손에는 마법 방어 카드 대신 수많은 낮은 비용의 공격 카드와 드로우 효과가 있는 물리 공격 디버프 뿐이었다.

 

여러 선택지가 머리에 맴돌았다. 파티원들의 공격력을 믿고 2턴 내 부위파괴라도 해 피해를 줄이느냐, 아니면 드로우 효과가 있는 카드와 다른 공격 카드를 함께 써 다음 턴 마법 방어 카드가 나올 확률을 높이느냐. (드로우 카드 덕에 카드가 2장 보충되니까) 정답은 없다. 하지만 실패하면 운이 없다고 생각하면 그만이고 성공하면 나의 빼어난(…) 판단력, 혹은 아군의 멋진 도움 덕이라 생각하기 딱 좋은 구조다

 

게임은 이처럼 패턴이 정해진 턴제 전투임에도, 손패와 드로우를 통해 변수를 만들고 수시로 유저의 실력(≒ 판단력)을 시험한다. 여기에 나 이외에 파티원들이 만드는 변수까지 더하면 턴제 전투임에도 수시로 발생하는 의외의 상황 덕분에 긴장이 끊이지 않는다. 그리고 이를 나의 판단, 혹은 파티원들의 도움으로 돌파했을 때 느끼는 짜릿함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역할과 센스가 만들어 내는 전략 협동 전투

 

이러한 재미는 파티원과의 협력이 필수인 고난이도 스페셜 퀘스트(전작의 강적, 타 게임의 레이드 개념)에서 잘 드러난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괴리성 밀리언아서>는 주인공 4명이 각기 다른 역할에 특화되어 있다. 예를 들어 용병 아서는 전용 카드 대부분이 피해를 주는데 특화되어 있고, 가희 아서는 회복에, 도적 아서는 마법 공격과 약화에 특화된 식이다. 이러한 역할 구분을 보면 알겠지만, 게임의 상위 콘텐츠는 4인의 아서가 자신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공략 실패로 끝나기 딱 좋은 구조다.

 


 

예를 들어 지난 시즌 한국 <괴리성 밀리언아서> 최고 난이도 몬스터라고 할 수 있는 특급 난이도 ‘바반시’는 별다른 버프나 디버프가 없다면 첫 턴에 최고 10,000 점 넘는 피해가, 두 번째 턴에는 1만 7천 점에 달하는 피해가 쏟아진다.

 

어지간히 게임을 하지 않고서야 체력이 1만 5천 점을 넘기 힘들다는 것을 고려하면, 사실상 버프나 디버프, 힐 등의 역할 분담이 철저히 이뤄져야만 온전히 공략을 마칠 수 있는 구조다. 이 때문에 고난이도 퀘스트에 도전할수록 행동에 허점이 가득한 AI 파티원보다는 실제 유저들과 게임을 함께하게 된다.

 

이러한 까다로움 덕분에(?) 자신이 맡은 역할을 적재적소에 해냈을 때의 성취감도 높다. 버프와 디버프라는 눈에 띄지 않는 역할을 담당하는 부호와 도적도 자신의 카드 덕에 적의 공격에 눈에 띄게 위력이 줄어든 것을 확인하면 뿌듯함이 절로 든다. 만약 이전에 이것을 몰라 쓴맛을 봤던 사람이면 더더욱 그렇다. 여기에 당장 눈에 보이는 수치(피해량이나 회복량)가 보이는 용병과 가희는 말할 것도 없다.

 


 

그렇다면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필요한 키 카드가 제때 손에 들어오지 않는다면 어떻게 할까? 협동이고 뭐고 다 때려 치고 얌전히 빠른 전멸이나 재도전을 바라야 할까? 파티원의 존재는 이에 대해 다른 답을 준다.

 

사실 파티원 자체가 또 다른 변수다. 자신이 선택한 아서만큼 특화되어 있진 않더라도 다른 아서들도 부족하게나마 자신의 전공(?) 외의 기능을 가지고 있어 아군을 보조한다. 굳이 아군의 기능을 대체하지 않더라도 강력한 공격력 버프 등으로 부위파괴 타이밍을 빨리 가져와 위기를 극복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는 데는 파티원들이 선택한 카드가 사전에 표시되는 기능이 컸다. 예를 들어 상대가 강력한 공격을 준비 중인데 부호가 방어 카드 대신 공격 카드를 냈다면, 센스있는 파티원은 자신이 가진 버프나 디버프로 부호의 빈자리를 메우려 할 것이다. 가희의 회복이 필요한 상황에서 회복 카드가 없다면 반대로 공격력 버프카드를 먼저 세팅하고 이모티콘으로 파티원들에게 '극딜'을 요구할 수도 있다.

 


AI와의 파티플레이든, 실제 유저와의 파티 플레이든 간에, 파티원의 카드 세팅이 끝났으면 초상화 옆에 선택한 카드가 표시된다.

 

체인콤보 시스템은 이렇게 서로의 수를 읽고 보조하는 것을 장려하는 장치였다. 체인콤보란 아서들이 같은 속성 카드를 여럿 냈을 때 해당 속성 카드의 효율이 올라가는 시스템이다. 

 

피해나 회복 스킬의 효율은 % 단위로 올라가 부위파괴를 한 턴 앞당기거나 저코스토 카드로도 빈사 상태를 회복시키는 등의 효과를 보인다. 강화나 약화 스킬은 절대량 상승 방식이라 효율이 다소 떨어지지만, 한끗 차이로 재도전 여부가 결정되는 레이드에서는 이 덕에 가까스로 사는 경우도 많았다.

 


 

이런 효능도 효능이지만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것은 체인콤보라는 선택지 자체였다. 내 손패가 아무리 꼬였더라도, 무작정 아군을 믿거나 운에 기대기 보다는, 아군을 체인콤보로 돕는다는 능동적인 선택지가 하나 더 주어진다.

 

덕분에 손에 필요한 카드가 없더라도 파티원이 세팅한 카드를 보고 어떻게든 콤보를 만드려 고민하게 되었다. 이것이 마냥 좋은 결과만 낳았던 것은 아니지만 애초에 운이 없었던 것이라 마음에 걸리진 않았다. 반대로 이런 노력 덕에 가까스로 적의 공격에 살아남거나, 부위파괴를 앞당기는 등의 사례가 더 기억에 남았다. 

 

드로우가 줄 수 있는 부정적인 변수를 파티원이라는 변수, 그리고 체인콤보라는 또 다른 선택지를 통해 긍정적으로 바꾼 셈이었다. AI 파티원과 함께 할 때는 맛보기 힘든 경험이었다.

 


 

 

 결국 남은 것은 명성 작업뿐? 부족한 콘텐츠

 

다만 한가지 아쉬운 것은 이러한 전투를 계속 즐길 수 있는 콘텐츠다. 이미 일본에서 수개월 서비스된 게임에 이런 걱정을 하는 것이 우습긴 하지만, 2주간 체험한 <괴리성 밀리언아서>는 콘텐츠가 풍부한 게임은 아니었다.

 

<괴리성 밀리언아서>가 지난 시즌 공개한 고난이도 퀘스트는 6개. 퀘스트마다 보상이 다르긴 하지만, 보상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신규 카드는 던전마다 1 ~ 2개 존재한다. 재미있는 것은 이러한 보상을 얻는 속도다. 서비스가 막 시작돼 유저들의 덱이 늦게 완성되었던 지난 시즌에도 대부분의 유저는 1주일 만에 대부분의 보상을 얻은 상태였다.

 

기본적으로 대부분의 스페셜 퀘스트는 초∙중∙상∙특∙초특 5개 난이도 중 중급 난이도 이상이면 모든 보상을 얻을 수 있는 구조다. 물론 스페셜 퀘스트 중에는 높은 난이도에서 정말 희귀한 확률로 드롭되는 보상도 존재한다. 허나 이 보상은 보통 시즌마다 하나만 배정되어 있고, 4개 직업으로 나뉜 게임 특성 상 당연히(?) 특정 아서를 위한 카드로 설계되어 있다.

 

때문에 이러한 특수한 보상에 욕심이 없다면, 라이트 유저라도 조금만 반복작업을 하면 대부분의 시즌 보상을 얻을 수 있다. 전작처럼 ‘한계돌파’(같은 카드를 합성해 카드의 성장 한계를 높이는 시스템)도 없기 때문에 시즌 퀘스트에 목을 메어야 한다는 부담도 적다.

 


물론 특이형 시그룬처럼 특정 직업이 반드시(?) 얻어야 하고 획득 확률도 굉장히 낮은 카드도 존재하지만, 아직은 극소수다

 

문제는 이렇게 편히 보상을 얻은 후다. 메인 보상 카드를 얻은 후 던전에서 얻을 수 있는 의미있는 보상은 경험치 카드와 메달뿐. 경험치 카드는 이런 어려운 던전보다 특정 시간마다 열리는 전용 파밍 던전을 도는 것이 더 효과적이고, 메달 전용 보상카드를 얻는 것도 대부분 반복작업 중 필요한 메달을 확보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결국 유저에게 남은 것은 카드의 성장과 명성 작업뿐이다. 허나 카드 성장은 파밍 던전만 하루 이틀 빠듯하게 돌면 끝낼 수 있는 것이고 명성 작업은 소수의 주력카드만 해놓으면 큰 의미가 없어지는 콘텐츠(?). 실제로 나는 지난 시즌, 퀘스트 포인트 유료 회복 없이도 약 1주일 만에 해당 시즌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을 다 얻곤 자동진행만 돌리며 무료하게 명성 작업만 했다.

 

※ 명성: 같은 종류 카드를 반복 합성하면 오르는 수치. 명성이 높은 카드가 리더로 설정되어 있으면 퀘스트 완료 후 추가 보상을 확률이 높아진다.

 


 

걱정되는 것은 이번 시즌부터다. 첫 시즌이야 유저들의 덱도 완성되지 않아 비교적(?) 스페셜 퀘스트 보상을 얻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지만, 이번 시즌부터는 유저 대부분의 덱이 완성에 접어든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시즌과 유사한 볼륨의 새 시즌이 얼마나 유저들에게 오랫동안 즐길거리를 줄 수 있을지 모르겠다.

 

또한 <괴리성 밀리언아서>는 유저들의 멀티플레이를 핵심 재미로 내세우는 작품. 추후 새로운 스페셜 퀘스트가 계속 등장할수록 (이미 보상을 얻어서) 사람이 없는 구 퀘스트도 걱정이다. 일본에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솔로 던전을 추가했지만, Ai 문제 때문에 완벽한 답은 아니었다. 한국형 서비스를 천명한 액토즈게임즈에게 남겨진 숙제다. 

 

종합하면 <괴리성 밀리언아서>는 카드를 주요 소재로 한 RPG 중 근래에 보기 힘들정도로 재미있는 전투를 선보인 작품이었다. 전작의 단순한 게임성에서 벗어나 다양한 카드와 보스 패턴으로 고민하는 재미를 더했다. 턴제 멀티 플레이라는 자칫 지루해지기 쉬운 게임 방식은 드로우와 파티원이라는 변수, 그리고 직업 별 명확한 역할과 체인콤보라는 능동성으로 보충했다.

 

콘텐츠 볼륨이라는 측면에서 일부 걱정되는 면이 있긴 하지만, 아직 국내에 추가되지 않은 일본 콘텐츠나 액토즈게임즈가 사전에 약속한 한국형 서비스 등을 고려하면 아직은 지켜볼 단계라고 생각한다. 한 박자 늦게 시작된 국내 서비스인 만큼, 액토즈게임즈가 운영으로 이 흠을 메워 나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