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디스이즈게임 기자 스라블입니다.
유료게임을 그림의 떡이라고만 생각하고 있는 분들이 많으실 겁니다. 직접 플레이해봐야만 재미있는지 아닌지 알 수 있으니, 플레이해보지 않은 유료게임을 섣불리 결제하기는 힘들죠.
그래서 여러분 대신에 제가 유료게임 중에 재미있어 보이는 게임을 직접 플레이해보고, 느낀 점을 각색해서 가상 인터뷰 형식의 리뷰를 진행하게 됐습니다. 여러분의 유료게임 선택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네요.
첫 번째로 다뤄볼 유료게임은 구글플레이와 앱스토어에 작년 출시된 스마트폰 게임, <모뉴먼트 밸리(USTWO Games 개발)> 입니다.
※ 본 가상 인터뷰에 등장하는 '모뉴먼트 밸리'는, 게임을 설명하고 대변하기 위해 기자가 창조해낸 가상 인격임을 다시 한번 알려드립니다.
스라블)
<모뉴먼트 밸리>.... 이름만 들어서는 솔직히 무슨 게임인지 감이 안 잡히는데, 정확히 어떤 게임이야?
모뉴먼트 밸리)
백 번 말로 하는 것보다 한 번 보는 게 낫겠지? 내 모티브는 아래 그림을 보면 바로 알 수 있어.
스라블)
어? 나 이거 알아. 착시효과잖아.
모뉴먼트 밸리)
맞아. 나는 위에 나온 그림같은 착시 구조물을 이용한 퍼즐 탈출 게임이야.
착시가 난무하는 맵에 주인공이 놓여있고, 유저는 주인공과 맵을 조작해서 목적지에 도달시키는 거지. 아래에 이어지는 플레이 화면을 보면 이해하기 쉬울 거야.
스라블)
나는 엔딩까지 봤으니까 잘 알지. 중간중간 나도 모르게 감탄사가 나올 정도로 착시 효과를 진짜 잘 썼더라. 개인적으로 시각적인 연출은 대만족.
모뉴먼트 밸리)
사실 착시구조물이라는게 무한대로 창작할 수 있는 게 아니라서, 사용된 착시효과 종류 자체는 많지 않거든. 확장팩까지 총 18개 스테이지를 준비했는데, 제한된 착시효과 내에서 재탕 느낌이 나지 않도록 다양한 퍼즐기믹에 적절히 녹여내느라 애를 좀 썼지.
스라블)
개인적으로 확장팩 엔딩을 볼 때까지 지루하거나 식상한 느낌을 받지 못했으니, 애쓴 보람은 있었다고 생각해.
그리고 그래픽은 동화적+몽환적인 콘셉트여서 좋더라. 사실적인 그래픽이었으면 오히려 어색했을 거 같은데 말이야.
모뉴먼트 밸리)
착시구조물은 현실에 절대 존재할 수 없잖아? 꿈에서나 나오면 나왔지. 그래서 자연스럽게 그런 콘셉트가 된건데, 결과적으로 잘됐다고 봐.
스라블)
이번엔 배경음악 얘기를 해보자. 배경음악도 몽환적이고 신비로운 분위기라 그래픽하고 잘 어우러졌던 건 그렇다 치더라도, 내가 놀란 부분은 퍼즐 기믹을 조작하면 나오는 효과음. 처음엔 별거 아닌 줄 알았는데 나중엔 어느새 진행은 안 하고 그 효과음 가지고 놀게 되더라니까.
모뉴먼트 밸리)
착시효과로 시선을 끌 수는 있지만, 사실 그것만으로는 심심한 측면이 있더라고. 게임 내에서 뭔가 역동적이라고 할만한 건 퍼즐 기믹을 조작할 때 뿐인데, 이 부분마저 효과음 없이 그냥 움직이면 더 심심해질거 같은거야.
그래서 배경음과 잘 어우러지는 현악기 음과 피아노 음을 효과음으로 넣으면서, 구조물이 높아지면 높은 음이나고 낮아지면 낮은음이 나도록 해봤어.
스라블)
덕분에 시각적인 변화와 효과음이 한 몸처럼 움직이면서, 퍼즐 기믹을 조작하는 즐거움이 커지는 거 같더라. 개인적으로 너는 꼭 이어폰이나 헤드폰을 끼고 플레이해야 하는 게임이라고 생각해.
스라블)
가장 중요한 게임성에 대해 얘기해보자. 개인적으로 퍼즐 장르에서는 퍼즐의 난이도가 흥행을 가르는 핵심이라고 생각하거든? 퍼즐이 쉬우면 쉬운 대로 욕먹고, 퍼즐이 어려우면 어려운 대로 욕먹기 딱 좋잖아.
결국 이 사이에서 어떻게 절묘한 줄타기를 하느냐가 관건인 건데, 난 네가 이 줄타기를 잘했다고 생각해. 내가 확장팩 엔딩까지 플레이하면서 한 번도 욕이 나온 적 없었고, 오히려 플레이를 중간에 못 끊을 정도로 몰입됐었거든. 어떻게 한 거야?
모뉴먼트 밸리)
음... 일단 퍼즐 난이도는 낮게 잡았어. 후반부에는 머리를 좀 써야 하는 퍼즐도 있지만, 평균적으로는 술술 풀릴 정도의 난이도인 거지. 주인공이 중간에 죽는다거나 하는 일도 없어서, 중간에 스테이지를 재시작해야 할 필요도 없게 했어. 어쨌든 퍼즐에 대한 스트레스는 대부분 없앤 셈이지.
스라블)
맞아맞아. 특히 재시작 안 해도 되는 건 진짜 좋았어. 그런데 퍼즐 난이도가 낮으면 지루해지기 마련인데, 너를 플레이하면서 지루하다는 느낌을 거의 못 받았거든? 이건 또 어떻게 된 거야?
모뉴먼트 밸리)
후후. 그게 바로 내 비장의 카드인데, 바로 퍼즐 기믹 조작하는 맛을 극대화 한거지. 퍼즐 자체는 단순하지만, 퍼즐을 맞췄을 때 맵이 뒤집어지거나, 없어지거나, 생기는 등 눈에 보이는 변화를 굉장히 극적이게 만들었어. 착시 구조물의 특성상 유저가 그 변화를 전혀 예측할 수 없으니, 효과는 더욱더 커지는 거고. 참고로 아까 얘기한 퍼즐 기믹 효과음도 맛을 더해주는 양념 중 하나라는 사실.
스라블)
아하, 그렇게 해서 난이도 낮은 퍼즐의 지루함을 상쇄시킨 거구나! 어쩐지 퍼즐 풀고 감탄하기를 반복하다가 정신 차려보면 스테이지가 끝나있더라니...
스라블)
확장팩 얘기를 안 할 수가 없는데, 본편보다 확장팩인 FORGOTTEN SHORES가 훨씬 재밌더라? 추가 결제해야 돼서 확장팩 안 하려다가 속는 셈 치고 결제했는데, 안 해봤으면 후회할 뻔했다니까.
모뉴먼트 밸리)
본편을 만들면서 노하우가 생겼으니, 당연히 확장팩을 더 재밌게 만들어야 하는 거 아닌가? 근데 내가 봐도 본편이 확장팩 튜토리얼로 전락해버린 느낌이 있긴 해;;
스라블)
어쩌다 보니 칭찬만 계속하게 됐네. 내가 계속 칭찬만 해줬으니까, 양심이 있으면 네 단점이 뭔지 네가 직접 얘기해봐.
모뉴먼트 밸리)
단점을 본인 입으로 얘기하라니 이게 무슨;; 어쨌든 쭉 칭찬해준게 고마우니까 얘기해보지 뭐.
확실한 건, 나는 자유도가 높은 게임은 아니라는거야. 모든 스테이지의 풀이 방법이 하나로 고정돼있어서, 플레이하는 사람은 제작진이 만들어놓은 길을 그대로 따라갈 수밖에 없거든. 이런 게임을 극도로 싫어하는 사람한테는 단점이 되겠지.
그리고 또 하나 단점이라면 분량이 너무 짧다고 욕 많이 먹는 거....
스라블)
자유도 낮은 건 사람에 따라 싫어할 수도 있는 부분이긴 하네. 그런데 내가 자유도 낮은 게임을 싫어하는 편인데도 별다른 거부감없이 확장팩 엔딩까지 본 걸 보면, 사람마다 또 다를지도. 분량이 짧게 느껴지는 부분은 어쩔 수 있나, 그냥 욕먹어야지.
어쨌든 마무리를 위해 나의 최종 감상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만질 수 있는 그림책 한 권 읽은 느낌'. 최소한 결제한 금액이 아깝진 않았어.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있으면 딱 한마디만 시원하게 하고 가도록.
모뉴먼트 밸리)
분량 짧다고 욕하시기보다는 확장팩을 결제해주세요 여러분! 플리즈!
<모뉴먼트 밸리> 제작자가 이 게임을 만들 때, 인간은 환상과 속임수에 본능적으로 매력을 느낀다고 믿었다고 합니다. 솔직히 저는 플레이하기 전엔 별생각 없었는데, 플레이해보고 나니까 어쩔 수 없이 동의하게 되더군요. 환상도 매력 있고 속임수도 매력 있고, 그리고 두 가지 모두 담고 있는 <모뉴먼트 밸리>도 분명 매력이 있습니다. 각종 해외 매체에서도 극찬을 한걸 보면, 저만 그렇게 느낀건 아닌가봅니다.
"가치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멋진 게임" - Kotaku
"환상적으로 디자인된, 영원히 기억하고픈 꿈속을 거니는 경험... 9/10" - Polygon
"충격적으로 다가오는 평온한 느낌... Monument Valley의 장면 하나하나가 곧 예술 작품" - Huffington Post
"불가능할 정도로 훌륭한... 감각이 누릴 수 있는 최고의 향연... 5/5" - Touch Arcade
“Monument Valley는 내가 즐긴 게임 중 최고로 우아한 작품이다.” - Tim Schafer
이런 매력을 만끽하는 데 필요한 돈은 만원도 안 됩니다. <모뉴먼트 밸리>는 현재 구글플레이에서 4,000원(+확장팩 2,543원), 앱스토어에서 3.99달러(+확장팩 1.99달러)를 결제하면 즐길 수 있죠. 물론 이 돈조차 아깝다고 생각하면 결제할 수 없겠지만, 개인적으로 커피 몇 잔 마시는 돈 아끼고 살만한 가치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환상적인 분위기의 만질 수 있는 그림책을 읽어보고 싶은 사람, 착시 구조물의 매력을 느끼고 싶은 사람, 어려운 퍼즐게임에 지친 사람, 결제를 아무리 해도 허무해지는 부분 유료 게임에 지친 사람에게 추천합니다.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고 하던데... 날씨가 선선해지며 완연히 가을로 접어들고 있는 요즘, 삶에 지치고 딱히 읽을 책도 없다면 '만질 수 있는 그림책'인 <모뉴먼트 밸리>를 읽어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