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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리뷰

미워도 다시 한 번, 문명 온라인이 걸어온 길

문명 온라인에서 발생되어온 몇 가지 지적 사항과 개선 내역

아키타이프 2016-02-12 10:46:43

안녕하세요, <문명 온라인> 때문에 현실세션에 지장이 생기고 있는 아키타이프입니다. 여러분 모두 설 연휴는 잘 보내셨나요? 이번 기사에서는 연휴도 지난 김에 쉬어가는 시간으로 <문명 온라인> OBT 이후 지금까지의 변화에 대해 소개하고자 합니다.

 

이제 4개월차를 맞는 <문명 온라인>에서는 지금까지 무려 38개의 세션이 진행, 종료되었습니다. 안타깝게도 그 사이에 이탈한 유저도 많지만, 아직까지 즐겁게 플레이하고 있는 유저 또한 많죠. 필자 역시 현재 판게아 2주 세션에서 즐겁게 플레이 중입니다.

 

이번 기사의 취지는 여태껏 문제점으로 지적된 부분 중 패치 혹은 메타변화를 통해 해결된 부분과, 아직까지 보완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함으로써 <문명 온라인>이 가야 할 길에 대해 필자 나름의 의견을 제시함과 동시에, 연휴가 끝나 출근으로 고통받는 분들에게 <문명 온라인>을 권유하는 데에 있습니다. 술친구 vs 문명친구 누가 더 나쁜가

 

 

■ 탈것 온라인 : 해결됨

 

▲ 엄청난 수의 탱크 웨이브는 무상성의 강력한 수단으로 여겨졌습니다.

 

<문명 온라인>의 탈것은 지나치게 강합니다. 중세 후기의 충차부터 탈것 만능주의의 조짐이 보이며, 산업시대부터는 오로지 탱크의 숫자로 승패가 갈리는 것처럼 보였죠.

 

이후 ‘헬기 온라인’이라는 말 또한 등장합니다. 현대시대의 헬기는 같은 헬기가 아니면 처리하기 곤란했으며, 수십 대의 헬기가 시청을 공격, 점령해버리는 모습은 흡사 메뚜기떼가 모든 것을 휩쓸고 지나간 벌판을 보는 듯했습니다...만.

 

현재 ‘탈것 온라인’이라는 말은 누명에 가깝습니다. 물론 탈것은 여전히 중요하지만, 탈것이 모든 것을 결정짓지는 않습니다. 가장 큰 요인은 바로 비행형 탈것의 약화입니다.

 

한때 체펠린과 헬기는 탑승자를 안전하게 보호해주면서 도시를 기습 점령하는 데에 막강한 위력을 발휘했습니다. 공군을 상대하기 위해서 따로 존재하는 지대공 탈것이 존재하기 않기 때문에 보병으로 이들을 상대해야 하는데, 이 역시 쉽지 않았죠. 때문에 상성유닛이 없는 공군은 산업시대부터 전장의 개념을 삭제하고 백도어&철거메타의 극대화를 낳았습니다.

 

하지만 비행형 탈것의 극적인 약화와 더불어 감시탑, 대공포, 포탑의 상향으로 말미암아 비행형 탈것은 그야말로 다빈치 탱크, 산업 탱크, 현대 주력탱크에 대한 상성유닛의 의미만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기동성은 여전히 강점으로 남았지만, 이제 단독으로 요새를 파괴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게 되었습니다.

 

▲ 헬기만으로 대공포탑을 상대할 경우 병력교환비가 썩 좋지 못합니다.

 

결국 보병 < 탱크 < 헬기 < 보병의 상성구도가 성립된 현재, 단일 병과 탈것만으로 찍어누르는 플레이는 그다지 효율적이지 못한 것이 현재의 <문명 온라인>의 상황입니다.

 

보병 역시 상향된 바주카포를 통해 적의 탱크와 헬기를 상대할 수 있게 되었으며, 제작직이 소환하는 대전차 지뢰의 효율성이 알려진 현재 안일한 탈것 웨이브는 정답이 아닙니다. 적절한 타이밍, 적절한 구성비가 필요하게 되었죠. 근데 시뮬레이션 게임에선 당연한 거 아닌가

 

 

■ 철거 온라인 : 해결됨

 

<문명 온라인>에서 공방전 중 점령된 도시는 일시적으로 무적도시가 됩니다. 그래서 “어차피 수비할 수 없는 도시라면, 철거하는 것이 이득이 아닌가?” 라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발상이 이루어졌으며, 그 결과 2015년 12월 경, 철거메타가 대 유행하게 됩니다.

 

▲ 12월 경에 흔히 볼 수 있었던 풍경. 중요도시를 제외하곤 모두 철거해버립니다.

 

그 결과 종국에는 공방전 중임에도 공격을 할 도시가 남아나지 않았으며, 오히려 공방전 종료 후 도시를 짓기 위해 공방전 중임에도 빈 땅에 타워를 건설하는 무의미한 진행이 이루어지곤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이탈한 유저도 많으며, 필자 또한 많은 실망을 했었습니다.

 

이에 대해 한 유저는 일침을 놓기도 했습니다.

 

“문명 온라인 유저들 참 착하다. 동탁은 낙양 하나 철거하고 전국에서 극딜당했는데, 여기는 수십 개씩 철거해도 아무도 뭐라고 하지를 않네.”

 

다행히 이에 대해 발빠른 패치가 있었습니다. 현재 도시를 철거하기 위해서는 10만 명성포인트가 소모되며, 이로써 무분별한 철거메타는 그 막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아직도 반드시 전략적으로 철거해야 할 도시는 이따금 철거를 하지만, 예전처럼 공방전 때마다 수십개씩 철거할 수는 없게 되었습니다.

 

 

■ 트롤 온라인 : 해결 중

 

▲ 항구를 지어야 하는데 마차 한 대 때문에 항구를 못 짓고 있는 광경.

 

<문명 온라인>은 RvR게임으로서는 이례적으로 개개인의 자유도가 상당히 높은 게임입니다. 반면 길드장 등 일부 베테랑 유저의 권한은 낮은 게임이죠. 유저가 다른 유저를 제재할 수단이 전혀 없으며, 모든 유저는 누구의 통제도 받지 않고 자유롭게 게임할 수 있는 것이 <문명 온라인> 기저에 깔려있는 운영철학인 듯합니다.

 

그러나 그 역효과로 인해, 1명의 트롤러가 수백명의 플레이, 한 세션의 흥망을 좌지우지해버릴 수 있는 문제가 발생했으며 결국 2016년 1월, 대 트롤시대가 열립니다.

 

▲ 심지어 예고트롤까지 등장했습니다.

 

트롤의 수단은 무궁무진합니다. 결전병기를 소환해 산이나 들로 산책나가버리는 방법, 우주선 설계도를 산에 설치하는 방법, 핵미사일 장전에 필요한 우라늄을 바다에 던지는 방법 등 기상천외한 모든 방법이 동원되었죠.

 

유명 트롤러들의 명단이 작성되고, 유저들의 성토가 이어졌지만, <문명 온라인> 운영팀은 약 2주간 침묵했습니다. ‘조속히 해결책을 강구하겠다’는 한 마디를 남기구요. 결국 화난 유저들은 자유게시판에서 시위를 시작했고, 많은 유저들이 떠나게 됩니다.

 

사실 이 부분은 해결하기가 까다로운 부분입니다. 유저의 트롤링에 대해 게임사측에서 취할 수 있는 방법은 대략 다음의 것들이 있겠죠.

 

1) 트롤러를 일일이 제재하고, 세션을 모니터링해 최대한 즉각적으로 조치한다.

2) 트롤링의 원천 봉쇄를 위해 시스템을 보완한다.

3) 유저가 유저를 제재할 수 있게끔 시스템을 변경한다.

 

일단 XLGames는 1번과 3번 수단은 쓰지 않았습니다. 사실 <문명 온라인>에서 트롤링의 경계가 애매한 부분이 있기도 합니다. 위의 ‘항구 마차 사건’만 해도, 마차를 놓으면 항구를 짓지 못한다는 것을 아는 트롤러의 악의적인 범행일 수도 있지만, 아무 것도 모르는 초보가 마차를 놔두고 허둥댄 것일 수도 있습니다.

 

만약 후자라면, 이를 제재할 시에 피해자가 발생하는 것이겠죠. 마차 하나 놔뒀다고 항구를 못 짓고 그로 인해 세션이 터질 수도 있는 게임인 것이 오히려 이상한 부분입니다.

 

▲ 게임 이용 제재라는 건, 감정적으로 아무렇게나 휘두를 수 있는 권력이 아닙니다.

 

또한 3번 수단의 경우도, 그렇게 된다면 길드장과 베테랑 유저의 권한이 강해질 수밖에 없는데 그렇다면 자유도를 중시한 기존의 <문명 온라인>의 컨셉과 어긋난다고 보았을 것입니다. XLGames가 심사숙고하는 사이에 많은 유저가 떠난 점은 정말 안타깝습니다.

 

하지만 1월 말, 이에 대한 보완 패치가 등장했으며, 현재 트롤링 문제는 상당 부분 해결되었습니다. 그 방법은 길드 시스템의 보완을 통해서였으며, 섬세한 수치계산을 통해서 1~2명의 트롤러가 세션을 좌지우지하는 것은 막으면서도, 길드에 대한 진입장벽은 최대한 낮추게끔 노력한 부분이 돋보였습니다.

 

그 내용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1) 길드 레벨업을 하기 위해 도시 숫자와 인원수가 필요함.

2) 도시를 건설하기 위해 길드인원이 5명 이상 필요함

3) 우주선, 결전병기, 불가사의는 4레벨 이상 길드만 건설가능 (= 20명 이상 인원 길드)

 

더불어 <문명 온라인>의 길드장에게 쏠리는 지나친 부담을 줄이고자 ‘부길드장’ 직책을 신설, 길드시스템을 보완하는 조치 역시 있었습니다.

 

물론 여전히 소소한 트롤링은 가능하지만, 그에 대해서도 게임내 ‘악성유저 신고’ 기능과 ‘차단’ 기능을 신설함으로써 트롤문제에 대처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 최근의 <문명 온라인>의 행보입니다. 아니, 신고/차단 기능이 이제 나왔다고?

 

 

■ 건설 너나해라 온라인 : 해결 중

 

<문명 온라인>에서 전투 이외에 행해지는 생산형 콘텐츠에는 채집, 제작, 건설이 있습니다. 채집은 주로 제작을 하기 위한 재료수집이 그 목적이며, 제작은 즐거운 공방전을 위한 장비보급이 목적이죠.

 

그에 비해 건설은 말 그대로, 도시를 건설하고 심시티를 통해 적의 공격을 효과적으로 방어하고 자국 영토를 수호하는 것에 그 목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에 대한 보상이 너무도 미미했고, 건축물 자체의 위력도 미미해 한동안 ‘건축 너나해라 온라인’의 상황이 이어집니다.

 

▲ 이런 도시를 지을려면 밤샘은 예사입니다. 하지만 파괴되는 것은 5분밖에 걸리지 않았죠.

 

결국 건축에 흥미를 느낀 많은 유저들은 밤새도록 건축한 자신의 도시가 5분만에 파괴되는 것을 보며 ‘현자 타임’을 느끼게 되고, 일부는 플레이를 위한 동기를 잃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현재는 도시 방위대장과 성벽 NPC의 상향, 무의미한 오브젝트에 불과했던 성루의 투석용 바위와 발리스타의 대폭적인 상향, 그리고 감시탑과 전초기지의 상향으로 인해 건축이 전략적 플레이를 위한 필수 요소로 떠올랐습니다. 수많은 공성길드 역시 건축에 힘을 쏟고 있죠.

 

그 내용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1) 감시탑의 대폭적 상향, 인식거리 상향, 감시탑 NPC가 무적스킬 등을 사용

2) 전초기지에 시대별로 4기의 투석용 돌, 발리스타 혹은 기관총 설치

3) 전초기지 근처, 아군 영토의 건물만 성장시킬 수 있으며 적 영토에서는 건물성장 불가

 

특히 무의미하기만 했던 전초기지에 역할을 부여한 것이 돋보이는 부분이었으며, 전초기지 건설 거리제한 등을 통해 현재 전초기지는 전략적으로 건설, 수호하는 것이 당연한 건물이 되었습니다. 접경지대에서의 전초기지, 감시탑을 건설하고 적의 전초기지를 부수기 위한 라인전과 소규모 전투가 빈번하게 발생하게 된 것 또한 긍정적인 부분입니다.

 

물론 아직까지 도시 내 건축에 있어 그 모습이 지나치게 단조로운 것은 단점으로 지적됩니다. 수십가지 종류의 건축물이 존재했던 기존의 문명 시리즈와 달리, 아직까지 <문명 온라인>의 건축물은 종류가 제한적이죠. 이에 대해서는 앞으로의 패치를 기대하는 바입니다.

 

▲ 그래도 건물 짓는 보람이 예전보다는 많이 생겼습니다.

 

 

■ 결론 : 문명하시겠습니까?

 

한국 온라인게임 사상 전무후무한 시스템을 선보인 <문명 온라인>은 그만큼 실험적이었으며, 게임 생태계 또한 쉽사리 흔들릴 수 있는 태생적 문제점을 안고 출발했습니다. 그 결과 위와 같은 많은 문제점들이 발생했고, <문명 온라인> 운영팀은 이에 대해 발빠르게 대처하고 있다고 필자는 생각합니다.

 

대처가 1~2주만 늦어져도 치명적인 것이 이 게임의 문제점이죠. 하지만 바꿔 생각해 보았을 때, 게임사 입장에서 매주마다 기민한 패치로 대응하는 것 또한 쉽지 않은 일이죠. 적어도 저는 어느정도 만족하고 플레이 중입니다. 앞으로의 패치를 기대하면서요.

 

필자가 대략적으로 소개한 문제점 말고도 ‘미늘화방 온라인’, ‘인구수 온라인’, ‘대기열 온라인’, ‘숟가락 온라인’, ‘유희왕 온라인’(?) 등 많은 문제점들이 있었죠. 직업간 특화 밸런스 문제는 어느정도 해결되고 있으며, 인구수 문제에 있어서는 일단 주력 길드장들이 자발적으로 각기 다른 문명으로 흩어짐으로써 해결을 보고 있습니다.

 

결국 필자는 4개월 째 즐겁게 <문명 온라인>을 하고 있습니다. 직업상 많은 게임을 깊게 플레이하게 되는 입장에서, 하루 10시간 이상 플레이하면서도 이렇듯 지속적으로 즐겁게 한 게임에 몰두할 수 있는 것은 즐겁고도 고마운 일입니다.

 

필자뿐만 아니라 많은 유저들이 오늘도 자신의 소속 국가를 위해, 혹은 본인의 즐거움을 위해 달리고 있죠. 중간중간 많은 문제점도 있었지만, 그만큼 많은 패치가 이루어졌고 <문명 온라인>은 점점 더 할만한 게임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자, 어떠신가요. 여러분도 문명하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