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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리뷰

모바일 RPG의 뻔한 틀 속에서 시도한 차별화. 스펠나인

안정빈(한낮) 2016-06-16 18:15:53

"자동전투와 반복플레이 기반의 모바일RPG에서 차별화가 가능할까?"

 

많은 모바일게임 개발사가 한번쯤 스스로에게 던져봤을 질문이다. 모바일게임이 문자 그대로 '쏟아지는' 시대가 되면서 개발사들의 고민은 깊어졌다. 조작의 한계가 확실하고 이미 시스템이 어느 정도 고착화된 모바일게임, 특히 모바일 RPG에서 차별화를 꾀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흥행을 고려하면 유저에게 익숙한 자동전투와 난이도별 반복플레이를 무작정 빼놓을 수도 없다. 그래서 모바일RPG 개발사에게 자동전투는 언제나 양날의 검이다. 

 

<스펠나인>도 같은 고민에서 시작했다. 대신 <스펠나인>은 답을 찾았다. 전투와 스토리, 반복플레이까지 모두 '자신만의 길'을 찾으면서도 모바일RPG의 큰 틀을 벗어나진 않았다. /디스이즈게임 안정빈 기자


 


 

<스펠나인>의 기본구성은 스킬이다. <스펠나인>에서 캐릭터는 최대 6개의 액티브 스킬카드와 3개의 패시브 스킬카드를 장착할 수 있다. 캐릭터의 기본 스킬은 없으며 이렇게 장착한 스킬들로 스테이지를 진행하게 된다. 

 

스킬카드에는 공격력과 방어력, 체력 등의 능력치도 붙어있으며 모든 카드에 붙은 능력치의 총 합이 캐릭터의 능력이 된다. 즉, 스킬카드가 스킬이자, 장비이자, 능력치의 역할을 모두 맡는 셈이다.

 

스킬카드는 사용하는 무기에 총 6가지로 나뉘며 종류에 상관없이 편하게 장착할 수 있다. 총 스킬과 지팡이 스킬을 섞어서 장착하더라도 스킬을 쓸 때는 해당 무기를 소환하니 딱히 고민할 필요는 없다.

 

그리고 스킬이 아닌 일반적인 장비는 해당계열의 '스킬'을 강화해주는 역할을 맡는다. 예를 들어 5레벨 총과 2레벨 대검을 장착하고 있다면 대검보다 총 스킬이 한층 강력한 위력을 발휘한다.



 


 

 

■ '자동사냥을 직접 짜는' 전투의 재미

 

<스펠나인>의 전투는 '자동전투' 기반으로 진행된다. 다만 차이가 조금 있는데, 모든 스킬은 무조건 플레이어가 장착한 '첫 칸부터' 사용한다. 이야기만 들으면 큰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스펠나인>에서는 스킬의 종류와 장착위치를 직접 설정할 수 있다.

 

스킬의 종류가 원체 다양한데다 스킬에서 스킬로 연계도 이어진다. 예를 들어 적을 재우는 절멸의 파동 이후에는 수면 상태의 적에게 치명타 피해를 입히는 어둠의 손길을 사용하는 방식이다. 다만 자동전투에서 이렇게 스킬이 발동되려면 쿨타임이 딱딱 맞아떨어져야 하기 때문에 몇 차례에 걸쳐서 자동전투를 진행하며 자신이 구성한 스킬들이 '제대로 돌아가는 지'를 확인해봐야 한다.

 


 

그리고 이 부분이 예상보다 큰 재미를 준다. 일종의 '전략을 미리 짜두는 시뮬레이션 전투' 같은 방식이다. 적이 몰리는 타이밍에 맞춰서 광역스킬이 터질까? 연계기는 제대로 이어질까? 같은 고민을 계속하게 되고 원하던 대로 이어졌을 때는 일반적인 자동사냥 이상의 미묘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이걸 보고 있을 바에는 차라리 수동전투를 택할 것 같지만, 모바일게임의 조작방식상 일일이 조작하기보다는 구성된 스킬이 자동으로 발동되는 걸 보고 아니다 싶으면 스킬 순서나 종류를 바꿔서 배치하며 최적의 자동사냥을 갖춰나가게 된다.

 


 


 

 

​ 정답이 딱 정해지지 않은 성장구조

 

스킬카드의 배치에 따라 스킬이 바뀌고, 여기에 3장의 패시브스킬로 특정 계통이나 버프의 위력을 바꿀 수 있다 보니 유저가 갖출 수 있는 조합의 종류도 상당하다. 어떤 정답이 없이 유저가 원하는 방향으로 모든 건 설정하는 방식이다.

 

한 계통으로 스킬을 통일하고 무기와 패시브를 집중적으로 갖춰서 능력치를 극대화할 수도 있고, 반대로 다양한 계통에 투자하며 다양한 상황에 대응할 수도 있다.


쌍권총은 소규모의 적을 집중적으로 공격하는데 특화됐다. 반면 마법봉은 대미지가 다소 낮은 대신 거의 모든 스킬에 자신의 디버프를 푸는 부가효과가 붙어있다. 그만큼 특정 스테이지와 PVP에서 활용도가 높다.

예를 들어 체인 라이트닝을 사용하면 유지되는 5초간의 수면면역 효과를 이용해서 앞서 말한 절멸의 파동 같은 수면스킬을 오히려 카운터칠 수도 있다. 그래서 기자가 주로 사용했던 플레이는 마법봉의 광역스킬을 앞에 배치해 몰려드는 적을 처치하고, 쌍권총의 점사로 남은 적을 하나씩 없애나가는 방식이었다. 스킬카드와 무기의 성장 역시 마법봉과 쌍권총에 집중된다. 

자동전투에서의 스킬구성을 위주로 설명했지만 유저가 직접 조작할 경우 스킬의 활용도는 더 높아진다. 시전 시간이 긴 스킬을 수면스킬과 섞어서 안전하게 활용할 수도 있고, 버프스킬로만 도배해서 일반공격 위주로 적을 처치할 수도 있다. 자신의 상태나 스테이지, 상황, 조작 등에 따른 정말 갖가지 조합이 가능하다.

스킬카드 위주로 게임이 돌아가다 보니 각 캐릭터의 차이도 외형에 불과하다. 언젠가는 정답에 가까운 조합들이 나올지도 모르겠지만 일단 지금까지 봤을 때 캐릭터 육성의 자유도도 최근의 모바일 RPG 중 상당이 높은 편이다.

 


 


 

 

반복에 따라 새로운 비밀이 밝혀지는 스토리전개

 

스토리 전개방식에도 차별을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스펠나인>은 모바일 RPG의 기본(?)구조인 난이도별 반복플레이를 택했다. 결국 같은 스테이지를 3번에 걸쳐서 깨야 한다는 건데, 재미난 점은 스토리라인이 미묘하게 어긋난다는 점이다.

쉬움 모드에서 모든 스테이지를 끝내면 유저는 시간을 역행하며 같은 일을 반복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이전에는 몰랐던 이야기가 조금씩 더 드러난다. 스테이지는 비슷해도 난이도에 따라 3번씩 클리어할 목적을 만들어 둔 셈이다.

 


 

<스펠나인>은 스토리 전개를 보여주기 위해 만화와 같은 연출을 택했다.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다 보면 중간중간 중요장면을 보여주는 만화가 나오는데, 난이도에 따라 같은 스테이지라도 나오는 만화가 다르다. 

 

예를 들어 쉬움 모드의 1지역에서 만화의 1, 4, 6화를 보여줬다면 보통 모드에서는 2, 5화를 보여줘서 중간에 숨겨진 반전을 더 알려주고, 어려움 모드에서는 3화와 7화를 보여줘서 그 후의 이야기를 알려주는 방식이다. 당연히 모든 이야기를 보고 나면 처음에 봤던 것과는 상당히 다른 이야기가 펼쳐진다. 

 

시간을 되돌려서 과거로 가더라도 캐릭터는 그 사실을 어느 정도 기억하고 있고, 반전과 뒷이야기도 매력적이어서 스토리만으로도 기본 모드를 끝까지 깰 만한 매력이 있다. 모처럼 뒷이야기가 궁금해서 스테이지를 깨는 모바일 RPG다.

 




 

 

​ 자동전투로 대표되는 모바일 RPG에 대한 고민. 그리고 찾아낸 해답

 

성장을 위한 방법도 다양하다. 능력치가 더 높은 스킬을 위주로 배치해도 되고, 연계효율이 더 좋은 스킬을 배치해도 된다. 패시브나 장비를 바꿔주는 것도 방법이다.

 

하지만 이렇게 다양한 요소가 캐릭터 하나에 엮이다 보니 정작 캐릭터가 어떻게 하면 강해지는 지가 명확하게 보이지 않는다는 건 단점이다. 새로운 스킬을 얻더라도 이 스킬이 내가 가진 다른 스킬과 어떤 효율이 나는 지, 내 장비와는 잘 맞는 지를 봐야 하고, 섣불리 스킬을 바꿨다가는 오히려 약해지는 경우도 생긴다.

 

일단 무기만해도 캐릭터의 스킬구성이 어느 정도 정해지는 시기까지는 6종류나 되는 무기 중 어떤 것부터 키워야 할 지조차 감이 오질 않는다. 9종류의 카드, 6종류의 무기, 3종류의 방어구, 4종류의 액세서리를 세트 별로 구성하고, 이걸 또 상황에 따라 바꿔주다 보니 아이템과 스킬 구성에 매번 많은 시간을 쏟아야 한다는 점도 흠이다.

 


 

<스펠나인>은 결국 '지금 모바일 RPG의 기본은 유지하면서 어떻게 차별화를 하느냐'에 대한 고민이 묻어나는 게임이다. 그리고 개발사는 그 해답을 스킬구성을 통해 자동전투를 직접 짜는 재미와 반복되는 이야기 속에 드러나는 반전에서 찾았다.

 

다만 성장과 선택의 다양성에 따라오지 못하는 직관적인 재미와 편의성은 다소 아쉽다. 기존 모바일 RPG의 틀을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 새로운 무언가를 원하는 유저들에게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