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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리뷰

추억도 그대로일까? 모바일게임으로 돌아온 종이 인형, 아이러브니키

장이슬(토망) 2016-07-12 11:47:00


좋아하는 장난감일수록 꼭꼭 숨겨두었다가 친구가 왔을 때만 보여준다. 많은 아이에게 종이 인형 상자가 그랬다. 수북하게 쌓인 종이 인형과 옷, 소품에는 그 아이의 취향 뿐 아니라 추억도 깃들어 있었다.

컴퓨터와 인터넷, 스마트폰이 대중화면서 종이 인형 상자도 변신을 거듭했다. 코디네이트 게임은 어느 플랫폼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지만, 계속 게임을 플레이할 이유도 찾지 못해 설치와 제거를 반복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 와중에 중국에서 크게 성공했다는 이 게임의 등장은 반갑기까지 했다.

오랜 시간을 거쳐 <아이러브니키>라는 이름으로 손에 들어온 새 종이 인형 상자. 과연 옛 추억 그대로일까? 코디네이트 게임에는 나름 잔뼈가 굵다고 자부하는 기자가 직접 플레이해봤다. // 디스이즈게임 장이슬 기자


# 미라클 대륙을 여행하며 패션 승부를 하자

한 극단에 도둑이 든다. 목적은 주연 배우의 아름다운 드레스. 도둑을 뒤쫓는 용감한 주인공 니키. 막다른 곳에 몰린 도둑은 니키에게 선전 포고를 한다. "괴도 패션으로 승부다!" 뭐? 괴도 패션이라니 그거 뭐야? 

미라클 대륙에서는 딱히 놀랄 일이 아니다. 다른 세상에서 검과 마법으로 싸운다면 이곳에서는 패션으로 싸우는 것 뿐이니까. 최고의 스타일리스트가 되기 위해 미라클 대륙을 여행하는 니키의 스토리를 따라가면, 별별 이유로 패션 승부가 벌어지고 거부권 따윈 없다.


사건과 승부를 부르는 그 이름, 니키. 탐정도 아닌데.

패션 승부 스테이지에 들어가면 이벤트에 어울리는 미션이 나온다. 괴도와 마주쳤으니 괴도 스타일, 면접에 늦을 것 같으니 우아하고 성숙한 직장인 스타일 등 주제도 각양각색이다. 이제 니키의 옷장을 열어서 주제에 맞는 코디네이트를 하면 본격적으로 패션 승부가 시작된다. 듀얼!

승부는 속성 점수, 테마 점수, 스킬에 의한 점수 증감을 합산해 나온 '코디 점수'가 더 높은 쪽이 이긴다. 이벤트 대사에서 심사 대상이 되는 속성, 테마, 난이도를 추리해 코디네이트하는 것이 핵심.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서는 미션이 요구하는 다섯 속성과 테마가 전부 맞아야 하고, 적절한 타이밍에 스킬을 사용해 상대의 점수를 낮추기도 해야 한다.

얼마나 큰 점수 차이로 이겼는가에 따라 S~C등급으로 나뉜다. 승리 보상으로 새 의상을 받고 스테이지 클리어. S등급으로 이기면 추가 보상을 주는 스테이지도 있다. 이제 니키를 따라 다음 스토리를 봐도 되고, 승부에 대비해 아이템을 더 모아 새 의상을 만들거나 리폼을 해도 된다. 

일반적인 모바일 RPG에서 험상궂은 무기와 갑옷 대신 우아하고 발랄한 옷을 입고 승부를 벌인다고 생각하자. 그래서 걸플레잉이다.


미션 주제에 맞는 옷을 입고, 적절한 스킬을 사용해서 NPC와 점수 차를 벌리자.


# 눈이 마주치면 ㅍ... 패션 승부! 그런데 어떤 식으로?

그럼 어떻게 싸우냐고? 의상에는 10개의 속성 중 5개가 부여되고, 등급과 테마가 있다. '심플/화려'처럼 서로 점수를 깎는 반대 속성이 있으니 같이 코디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그리고 같은 속성이라도 '청순 C' 아이템보다 '청순 S' 아이템이 더 높은 점수를 받는다. 미션에서 특별히 언급한 테마 아이템으로 코디를 구성하면 추가 점수를 받을 수도 있다.

때문에 게임을 진행할수록 수집이 절실해진다. 고난도 스테이지가 열리면 NPC가 양말이나 신발을 벗기는 스킬까지 사용한다. 제외가 불가능한 부분에 최대한 고등급 아이템을 사용해야 점수 손실이 적다.

다만 그러다보면 등급만 높은 아이템을 사용한 코디네이트로 최고 평가를 받는 일이 속출한다. 사실 이 문제는 속성 조합과 점수제를 채용한 코디네이트 게임 대부분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아이러브니키>만의 잘못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코디네이트 게임 팬으로서는 늘 아쉬운 부분.


미라클 대륙에서는 순위가 옷을 정합니다!


# 소탕권, 파밍, PvP, 장비 승급... 안심하세요, 코디네이트 게임입니다

처음 게임을 시작하면 업적으로 얻는 루비(현금)도 많고 스테이지도 쉽다. 하지만 고난도 '공주급' 스테이지가 열리면 끝이다. 이 시점부터 보통 '소녀급' 스테이지도 퍽 어려워지고, 할 일은 많은데 자원이 부족함을 깨닫는 고비가 오기 때문.

챕터3의 두 번째 서브 스테이지가 좋은 예이다. 초반에 무과금으로 장만하기 힘든 속성인 '화려'와 '우아' 심사 기준이 매우 높다. 어떻게든 클리어한다고 해도 공주급은 '웨딩판타지' 컬렉션이 아니면 S등급이 불가능한데, 이 컬렉션을 손에 넣으려면 리폼, 도안 제작, 분해가공, 스타일 대회 등 모든 콘텐츠를 깊이, 오래 플레이해야 가능하다. 클리어하지 못해도 문제 없는 서브 스테이지라지만, 챕터4부터 본격적으로 컬렉션이나 고등급 아이템을 요구하니 아무리 늦어도 이 시점부터는 수집을 시작하게 된다.

상점에서 골드 혹은 루비로 아이템을 사거나 가챠로 뽑는 것도 수집 방법이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제작'이다. 상점에서 재료 살 돈을 모으기 위해, 혹은 스테이지 클리어 보상으로 주는 재료를 모으기 위해 지난 스테이지를 다시 돌아야 한다. 여기서 자동클리어, 즉 소탕권이 등장한다. 그리고 랜덤 드랍도.


S보다 빛나는 F. 웨딩판타지 컬렉션이 없으면 S 올클리어가 어려운 3챕터. 

상점과 스테이지 클리어 랜덤 보상 재료로 제작을 할 수 있다면 쉬운 편이다. 아이템의 속성과 색깔을 바꾸는 '리폼'을 요구할 때도 있는데, 리폼하려면 PvP 콘텐츠인 스타일 대회 보상 '스타 코인'으로 염료를 사야 한다. 그렇게 리폼을 해서 제작을... 잠깐, 제작 도안 얻는 것도 조건이 있다는 말을 안 했다. 스테이지 클리어로 얻거나 스타 코인을 지불해 도안을 사야 한다.

리폼이나 스타 코인 도안도 어렵지만 진화 아이템을 요구할 때는 더욱 난감하다. 같은 아이템을 여러 벌 모아 더 예쁜 아이템으로 바꾸는 것이 '의상 진화'다. 적게는 여섯 벌, 많게는 열 벌까지 요구한다. 간단하다. 스테이지를 반복해서 클리어하고 재료를 모으면 된다. 공주급 스테이지를, 하루에 세 번만. 더군다나 공주급 스테이지는 보상 드랍율도 매우 낮고, 하트(스테이지 입장료)도 더 많이 필요하다. 

도안 제작이나 의상 진화를 서너 벌 요구하는 고난도 컬렉션도 상당수. 처음부터 뽑기로만 가능한 컬렉션이라면 아예 꿈도 꾸지 않겠지만, 조금 더 수고하면 얻을 수 있겠다 싶은 컬렉션이 다수다. "며칠 바짝 하면 만들 수 있겠는데?", "조금만 더 하면 되는데, 루비로 하트나 스타일대회 입장권을 살까?" 어디서 많이 느껴본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 점에서 <니키>는 매우 절묘하다.


아이템을 손에 넣기 위해서는 많은 공을 들여야 한다. 모두가 갈망하는 스타 코인.


# 상자 안에 든 것은 파밍, 루비, 그리고...

코디네이트 장르란 코어 게이머를 위한 양념이거나 비게이머를 위한 캐주얼 게임이라는 인상이 강하다. <니키>의 도입부 역시 그렇다. 하지만 조금 해보면 게이머에게 친숙한 시스템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이 게임을 계속할지 말지, 고민하는 부분은 두 가지다.

첫 번째는 과금. <니키>의 과금은 이기기 위한 과금이라기보다 플레이를 계속하기 위한 과금에 가깝다. 하트를 비롯해 스타일대회와 공주급 스테이지 입장 횟수 제한이 늘 아쉬워진다. 하트는 친구끼리 주고받는 것으로 최대 50개까지 더 받을 수 있지만 역시 부족하다. "조금만 더 하면 되는데" 아쉬워할 때, 고작 25루비로 횟수를 늘릴 수 있다는 팝업이 뜨면?  

루비를 사려고 상점을 열면? 10대를 주요 타겟으로 한 만큼 타 모바일게임에 비하면 저렴하다. 거기에 '지른' 만큼 하트 최대 제한이나 횟수 상한 등을 풀어주고, 예쁜 옷 세트까지 주는 VIP 시스템까지. 유혹적이다. 


"스타 코인 좀 더 벌어야 하는데...", "메이드복 한 벌만 더 있으면 되는데..."

무과금 플레이가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일일 미션, 업적, 출석 이벤트 등으로 루비를 얻을 수 있는 방법도 많기 때문이다. 결국 퍼즐을 풀어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는 것은 모두가 똑같다. 그리고 <니키>의 퍼즐은 게임에 익숙하지 않고 보유한 아이템이 적다면 쉽게 풀 수 없다. 

파밍 과정이 길고 험난한 만큼, 원하는 의상 혹은 컬렉션을 손에 넣었을 때 자랑할 수 있는 '무대'도 충실하다. 오로지 유저 투표로 승부를 내는 PvP 콘텐츠인 오디션, 메신저 공유, 친구 간 순위 싸움 등이 그것이다. 결국 과금 여부와는 관계 없이 <니키>를 즐길 수 있는 사람은 기나긴 파밍의 여정을 재미로 이해하고 인내를 발휘하는 사람이다. 


수집욕을 자극하는 컬렉션.​ 아이템을 모을수록 회색이었던 컬렉션이 점점 화려해진다.

<니키>는 코디네이트 게임이다. 스토리 중 메타 발언이 나오긴 하지만, 그렇다고 코디네이트 게임이 지금까지 쌓아온 틀을 무너뜨리거나 비트는 것은 없다. 아이템 파밍과 수집 과정에서 다른 장르의 시스템을 더해 게임의 볼륨을 극적으로 늘리는 것에 성공했다는 점에서, 전통적인 종이 인형 놀이가 모바일게임 시대에 맞게 새로운 옷을 입었다고 평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 게임을 하게 만드는 마지막 요소는, 뭐 뻔하지 않나. 퀴퀴하고 좁은 문구점을 구석구석 들춰보면서 종이 인형을 고르던 그 옛날의 아이에게 물어보면 될 일이다. 이 인형이 마음에 드니? 인형에게 이런 옷을 입히고 싶니? 만약 그 아이가 "응!" 이라고 대답한다면 <아이러브니키>는 그리 나쁜 경험을 주는 게임은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