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되지만 걱정된다.’
어떤 작품이 다른 미디어 플랫폼으로 출시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모든 팬들이 하게 되는 생각입니다.
최근 출시된 <2016갓오브하이스쿨 with 네이버웹툰>(이하 <2016갓오하>)를 기다리던 ‘갓 오브 하이스쿨’(이하 ‘갓오하’) 웹툰의 팬들도 마찬가지였죠. ‘갓오하’와 어울리는 액션 RPG라고 하니 기대가 됐지만, ‘갓오하’의 흥미진진한 스토리와 매력적인 캐릭터를 모바일 게임으로 잘 구현해낼지 걱정도 됐습니다.
그리고 정식출시 된 지 일주일이 지난 현재, 구글플레이 매출 순위 6위까지 올라간 <2016갓오하>를 보면 팬들을 기대 이상으로 만족시켜 주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치열한 모바일 게임 시장을 뚫고 매출 6위에 오른 <2016갓오하>의 저력은 과연 어디서 나오는 건지, 그리고 ‘갓오하’이라는 인기 웹툰의 명성을 걷어내고 보면 어떤지 디스이즈게임에서 체험해봤습니다. /디스이즈게임 권용필 기자
# 내가 바로 ‘갓오하’ 게임! 완성도 높은 원작 재현
’갓오하’하면 떠오르는 것은 무엇일까요? 개인적으로는 늘씬하고 매력적인 캐릭터, 그리고 화려하고 멋진 액션씬이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이 기준에서 3D 횡스크롤 액션을 선택한 <2016갓오하>는 원작을 아주 완성도 높게 재현하고 있습니다.
우선 <2016갓오하>는 캐릭터의 비율과 모습을 최대한 원작에 가깝게 3D로 옮겼습니다. 일부 여자 캐릭터를 제외하면 대부분 캐릭터는 특유의 개성을 잘 표현하고 있어 팬들을 만족시키기에 충분하죠. 원작에서 비중이 작은 캐릭터도 있고, 캐릭터가 등급에 따라 입고 있는 옷이 다른 점 등 소소하게 찾는 즐거움도 있습니다.
또한, 웹툰에서 막 튀어나온 듯한 스킬 연출도 인상적입니다. 스토리 1부에서 주인공 진모리의 필살기였던 ‘청룡의 각’의 경우, 진모리의 발차기와 함께 청룡이 날아가는 모습이 웹툰 원작 그대로 재현됐죠. 연출뿐만 아니라 스킬의 부가효과 등도 원작 기술 콘셉트를 그대로 따라갑니다.
연출을 아무리 잘 살려도 유저가 제대로 느끼지 못한다면 아무 소용 없겠죠? <2016갓오하>가 선택한 횡스크롤 액션은 스킬을 적중시키거나 감상하기에 적절한 편이라, 적들을 쓸어버리는 시원시원한 액션과 재현율 높은 스킬 연출을 모두 즐길 수 있습니다.
그리고 원작의 스토리는 일반 던전인 모험 모드에 거의 그대로 재현했습니다. 원작에 비해 시간 순서가 일부 바뀐 점이 있지만, 큰 흐름을 벗어날 정도는 아니라 크게 신경 쓰이진 않습니다. 게다가 스토리 상 중요한 스테이지에서는 웹툰의 컷씬을 역동적인 영상으로 보여주는데, 이게 꽤 퀄리티가 좋아 원작 팬들에게 상당히 인상적이죠.
# 쉽게 그리고 더 쉽게
원작을 얼마나 잘 재현했는지를 봤으니, 이제 본격적으로 게임성에 관해 이야기해보죠. <2016갓오하>를 플레이하면서 전반적으로 느낀 점을 요약하자면, “쉽다”는 한 마디로 정리됩니다.
플레이하면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는 전투부터 볼까요? <2016갓오하>의 전투는 횡스크롤 액션답게 눈앞의 적을 무찌르면 되는 간단한 구성입니다. 앞뒤로 움직이며 적을 공격하고, 스킬을 쓸 수 있을 땐 쓰고, 체력이 떨어지면 다른 캐릭과 태그로 교체하면 되죠. 보통은 자동전투를 켜놓고 스킬 버튼이나 태그 버튼만 타이밍 맞춰 누르거나, 아예 완전히 자동전투에 맡겨버립니다. 특별히 어려울 것이 없죠.
물론 일반 던전인 모험 모드를 진행하다 보면 무투/차력 저항력이 높은 적이 나오거나, 특수한 버프를 가진 보스가 나오는 등 난이도가 점점 높아지긴 합니다. 하지만 스테이지 설명에 “차력 저항력이 높은 캐릭터를 데려가세요.” 또는 “원거리 공격 캐릭터를 데려가세요.” 등 공략법이 친절히 적혀있어 유저는 따로 고민할 필요가 없죠.
캐릭터에 대한 요소도 단순합니다. 일단 다른 모바일 RPG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치명타/회복/회피/관통 같은 능력치는 없고, 생명력/방어력/공격력/저항력만 있죠. 이렇다 보니 어떤 캐릭터를 봤을 때 강한지 약한지 구분이 쉬우며, 육성의 방향을 잡기도 쉽습니다.
캐릭터 성장은 유저들에게 익숙한 레벨/강화/등급/룬 시스템만 존재합니다. 심화 성장에 속하는 룬 시스템을 제외하고, 나머지 기본 성장인 레벨/강화/등급 시스템은 재료만 충분하면 하루 안에 모두 끝낼 수 있을 만큼 쉽죠.
이렇게 전반적으로 전투부터 캐릭터까지 복잡한 요소가 없다 보니, 팬들은 머리 아프게 고민할 필요 없이 쉽게 쉽게 좋아하는 캐릭터를 키우고 조작할 수 있습니다. 소위 말하는 ‘덕질’하기에 더할 나위 없는 게임인 셈이죠.
# 강한 것이 진리인 약육강식의 세계
동전에는 양면이 있듯이, 세상 모든 일에는 양면이 있는 법이죠. <2016갓오하>가 원작 팬이 즐기기 쉬운 게임이 된 대신, 상대적으로 전략성이 아쉬워졌습니다. 기본적으로 전략의 재미는 변수에서 오는데 <2016갓오하>는 플레이가 쉬워지면서 변수가 많이 줄어들었기 때문이죠.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캐릭터 능력치입니다. 능력치가 생명력/방어력/공격력/저항력만 있는 <2016갓오하>는 전투에서 공격력의 비중이 높을 수밖에 없죠. 게다가 회피나 막기의 비중이 작아서 맞추기만 하면 대미지가 거의 확정으로 들어가는 전투 시스템도 공격력의 비중을 높이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클리어를 위해 귀찮게 공략 조건을 맞추기보다 공격력을 극대화하는 게 더 쉽고 빠른 경우가 많죠.
그나마 제작진이 준비한 변수는 무투/차력 속성인데, 이마저도 전략의 변수가 되기엔 부족합니다. 무투/차력 속성은 다른 게임처럼 상성 관계가 아니기 때문이죠. 그저 서로 영향을 주지 않는 각기 다른 개념의 공격력일 뿐입니다. 더군다나 이 둘을 방어하기 위한 무투/차력 저항력은 특정 스킬이나 일정 이상 공격력 앞에서는 무력합니다. 결국, 무투든 차력이든 공격력만 높으면 장땡인 거죠.
이렇게 공격력이 많은 부분을 지배하는 게임은 마치 야생처럼 철저히 약육강식의 법칙을 따르게 됩니다. 먼저 몇 가지 강력한 특수효과 스킬을 가진 캐릭터를 제외하면, 대부분 캐릭터는 공격력을 기준으로 강함의 서열이 정해지죠. 서열 상위의 ‘강한 캐릭터’는 많은 상황에서 전략이 없어도 힘으로 찍어눌러 승리를 쟁취할 수 있습니다. 또한 “강함=공격력”이므로 각각의 캐릭터는 공격력 육성에 투자된 시간과 돈만큼 정직하게 강해지는 것도 특징입니다.
이 구조는 장단점이 명확합니다. 공격력에 투자한 만큼 캐릭터가 그대로 강해지므로 팬으로서 '최애캐'에 공을 들이는 보람이 확실합니다. 여기에 뽑기로 '강한 캐릭터'를 뽑으면 파티가 눈에 띄게 강해진 것이 보이죠. 팬인 유저든 팬이 아닌 유저든 투자한 보람은 확실합니다.
하지만 자신 '최애캐'가 ‘강한 캐릭터’가 아니면 강해지는데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하고, ‘강한 캐릭터’를 뽑기에서 뽑지 못하는 유저는 다른 유저와의 경쟁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으며, 게임을 즐기는 데 전략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흥미가 떨어지기 쉽기 때문이죠. 특히 원작 팬이 아닌 유저라면 스트레스로 다가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 팀 전체의 무투 공격력과 차력 공격력을 모두 높여줘 유저들에게 인기있는 '탐욕의 제갈택'
# 인기 웹툰을 잘 녹여낸 웰메이드 게임!
종합해보면 <2016갓오하>가 판타지 배틀 액션물인 ‘갓오하’를 모바일 게임으로 잘 녹여냈다는 것만은 확실합니다. 전략성이 부족하긴 하지만, 캐릭터에 집중하기 쉬운 특유의 게임성과 웹툰에서 튀어나온 듯한 연출 등을 본다면 팬들에게는 최고의 게임이죠. 게다가 전략성의 부족은 원작에 대한 애정이 있는 팬에게 아주 사소한 문제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팬의 입장에서는 가장 중요한 것이 캐릭터니까요.
하지만 원작을 모르는 유저에게도 재미있는 게임인지는 의문이 듭니다. 플레이하는 도중에 캐릭터에 애정이 생기지 않는 이상 다른 모바일 RPG와 크게 다르지 않은, 다소 지루하고 뻔한 게임으로 느껴질 수 있죠. 특히 게임에서 전략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유저일수록 더 심하게 느껴질 겁니다.
어쨌든 <2016갓오하>는 결과적으로 원작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만으로, 출시 일주일 만에 매출 6위까지 올라 순조로운 출발을 했습니다. 앞으로 스토리 추가와 콘텐츠 업데이트를 성공적으로 이어나가 성공한 웹툰 기반 모바일 게임의 대표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기대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