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르마 온라인> <스페셜포스>의 드래곤플라이에서 오래간만에 자체 개발 신작을 선보였습니다. 그 신작은 놀랍게도(?) FPS가 아닌 스포츠, 그것도 국내에서는 인기를 끌지 못했던 온라인 테니스 게임이었습니다.
■ 카툰이 아닌 ‘리얼’ 그래픽
공개된 스크린샷을 보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사실이지만 <골드슬램>은 지금까지 선보인 국산 테니스 게임과 그래픽에서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2D나 카툰풍이 아닌 현실과 비슷한 느낌의 ‘리얼 테니스’를 표방하는 것입니다. 단순하게 그래픽만 놓고 보자면 일본 세가의 <버추어 테니스>와 비슷한 느낌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멋진 코트들. 실제로 존재하는 코트들을 참고했다고 합니다.
국내 시장에서 테니스 게임은 비주류 장르지만, 그래도 <버추어 테니스> 같은 경우에는 오락실에 굉장히 많이 보급됐기 때문에 인지도가 높은 편입니다.
겉모습 만큼이나 <골드슬램>은 게임성 측면에서도 기존의 국산 테니스 게임과 많은 차이점을 보여줍니다.
일례로 유저의 조작에 대한 캐릭터들의 반응(리액션)이 굉장히 느립니다. 캐릭터들의 동작 모션도 현실적이고 경직 시간도 깁니다. 여기에 물리법칙에 위배되는 각종 다이나믹한 동작들 역시 구경하기가 힘듭니다.
이 때문에 게임 속도가 굉장히 빨랐던 기존의 국산 테니스 게임에 익숙해져 있는 유저라면 “게임이 왜 이렇게 느려? 캐릭터들은 또 왜 이렇게 뻣뻣해?”라는 소리가 절로 나오게 됩니다.
■ 가볍게 즐기기에 알맞은 플레이 시간 |
앞서 말한 것만 정리하면 <탑스핀> 시리즈 같이 굉장히 마니악한 게임으로 들릴 수도 있지만, 꼭 그렇다는 것은 아니니 안심해도 됩니다.
현실성을 강조하고 있다는 것은 어디까지나 다른 국산 온라인 게임과 비교할 때 그렇다는 뜻이고, <골드슬램>은 ‘가볍게 즐길 수 있다’는 캐주얼 게임의 본분에 충실하고 있습니다.
게임의 조작 키. 화살표 키와 <A> <S> <D> <W> 4개로 끝입니다.
우선 조작 키만 해도 위에 보이는 것처럼 화살표 키를 제외하고는 단 4개만을 사용할 정도로 간단하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보통 온라인 테니스 게임들은 저 4개의 키를 조합하는 것으로 각종 스킬샷이나 특수샷을 구사할 수 있지만, <골드슬램>은 특수샷이라고 해봐야 ‘드롭’([↓]+[D]) 하나만 있을 정도로 기본 샷 자체도 간단하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플레이 시간도 굉장히 짧은 편입니다. 3세트 1게임이 평균 10분 이내에 끝난다고 보면 좋은데요, 만약 일방적인 경기가 펼쳐진다면 5분 내에 끝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나옵니다.
한 게임에 평균 10분도 안 걸립니다. 가볍게 즐기기에는 딱~!
■ 테니스에 충실, 전략이 살아있다 |
<골드슬램>은 비현실적인 스킬, 필살기 등을 지원하지 않습니다. 그 대신 테니스라는 스포츠에서 느낄 수 있는 재미의 본질. 즉, 상대방과 벌이는 치열한 심리전을 최대한 살리고 있습니다.
상대가 네트로 붙으려고 하면 재빨리 로브를 시도해서 이를 견제하고, 반대로 베이스 라인 근처에서만 머문다면 드롭을 통해 이를 견제하며, 상대가 샷 방향을 예측하면, 오히려 그 허를 찔러 빈 공간으로 공을 찔러 넣는 식의 전략적인 플레이가 살아있다는 뜻입니다.
게임의 진행 스피드가 빠른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전략은 무엇보다 중요하게 다가옵니다.
상점에서는 다양한 라켓을 구입할 수 있으며, RPG처럼 내구도가 있습니다.
<골드슬램>은 이번 테스트에서 ‘단식’과 ‘복식’의 두 가지 모드를 제공했습니다. 특히 복식은 단순히 개인의 실력만 좋다고 해서 이길 수 없으며, 팀원 사이의 호흡과 전략이 잘 맞아 떨어져야만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는 점에서 단식과는 또 다른 재미를 선사했습니다.
일례로 복식에서는 단식에서 (생각보다) 보기 힘든 강한 스매시나 스트로크 같은 구질을 굉장히 많이 구경할 수 있습니다. 팀원 사이의 호흡이 맞아 떨어지면 한 명은 앞에서 막아주고 다른 한 명은 그 뒤에서 자세를 잡아 강한 샷을 때려 넣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두 명의 캐릭터가 제공되지만 아쉽게도 개성은 거의 전무했습니다. 육성 시스템 또한 제대로 구현되지 않았기 때문에 캐릭터를 키우는 재미는 아직 느낄 수 없었습니다.
■ 밋밋한 플레이, 미묘하게 어긋난 밸런스
<골드슬램>은 ‘프리 베타테스트’를 진행했지만, 사실상 ‘1차 클로즈 베타’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아직은 아쉬움 점들이 많았습니다. 버그와 운영 등은 제외하더라도, 문제점이 적지 않았던 것입니다.
특히 뻣뻣한 조작감은 차후 반드시 개선되어야 할 부분입니다. 앞에서 캐릭터들의 반응 동작이 느리다고 했는데 지난 테스트에서는 렉까지 심해서 좋지 않은 조작감을 선보인 것입니다.
분명히 대각선으로 뛰라고 화살표 키를 눌렀는데 캐릭터의 반응은 늦고, 렉까지 겹치면서 공보다 훨씬 늦게 뛰어간다면? 정말 키보드를 집어 던지고 싶은 충동을 느낀 적이 한 두 번이 아닙니다.
게다가 샷을 할 때 자신이 원하는 만큼 공의 방향을 마음대로 꺾을 수도 없습니다. (즉, 원하는 곳으로 마음대로 공을 보낼 수 없다는 뜻) 꺾을 수 있는 방향은 ‘좌’, ‘우’, ‘가운데’ 3개로 끝. 공을 치기 전에 사전에 게이지를 모은다고 해도 급격하게 꺾기란 쉽지 않습니다.
밸런스 역시 미묘하게 아쉬운 부분들이 많았습니다. 특히 ‘서브권이 주어지면 일단 40%는 이겼다고 봐도 된다’라는 점은 반드시 조절이 필요할 것으로 보여집니다. (게임은 리시브를 받은 직후의 공격 성공률이 지나치게 높습니다)
3세트 게임에서는 방장에게 1세트와 3세트의 서브권이 주어집니다. 즉, 방장만 지나치게 유리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테니스 공을 치는 것인지 배드민턴 공을 치는 것인지 헷갈릴 정도로 밋밋한 타격감과 단조로운 배경 사운드 역시 개선되어야 할 것입니다.
정리하자면, 드래곤플라이의 ‘리얼 테니스 게임’ <골드슬램>은 기존의 국산 테니스 게임들과는 확실히 차별화되는, 테니스의 본질을 살린 게임으로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아직은 많이 부족해 보입니다. 가능성을 보여줬으니 이제는 부족한 점들을 개선하고, 유저들이 즐길 수 있는 컨텐츠를 추가해야 할 것입니다. 테니스 게임의 성공 사례가 탄생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체험기를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