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볼링’을 소재로 한 게임 중 히트한 것이 없다. 이유야 많겠지만 일단 볼링의 재미를 게임으로 전달한다는 것이 무척이나 어렵다. 왜냐하면 볼링은 구기종목이면서도 육상종목과 같이 철저하게 자신과의 싸움이라는 점에서 게임으로서의 대전이 성립되기 어렵다는 난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모든 난점들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당당히 온라인으로 등장한 볼링 게임이 있다. 케이피케이 엔터테인먼트가 개발하고 게임램프에서 제공하는 <16파운즈>다. 지난 16일부터 20일까지 5일간 진행되었던 <16파운즈>의 프리오픈베타테스트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디스이즈게임 필진 Machine
아기자기한 핀액션이 있는 게임
<16파운즈>는 3가지의 구질과 아이템으로 대전을 펼치는 게임이다. 그래픽은 퀄리티가 높다기 보다 아기자기하고 재미있게 구성되어 있어 가볍게 플레이하기 좋다.
스트라이크를 2연속으로 친 후의 모습. 그야말로 세상을 다 얻은 표정이다.
방법은 간단, 하지만 타이밍이 장난 아니다!
게임방식은 간단하다. 자신이 설 자리와 던지는 방향을 조절하면 공의 진행방향이 레인 위에 자동으로 표시된다. 하지만 표시되는 루트는 캐릭터가 의도하는 루트일 뿐이고, 오일컨디션과 버튼 타이밍에 의해 방향의 오차가 생기게 된다.
오일컨디션은 레인 위에 오일이 얼마나 적당히 발려있느냐의 조건이다. 화면 우측상단에 표시되는데, 오일이 너무 많으면 스핀이 먹질 않아서 공이 오른쪽으로 쏠리게 되고 오일이 너무 적으면 스핀이 너무 잘 먹어서 공이 왼쪽으로 쏠리게 된다. 공의 구질에 따라 오일의 영향을 적게 받거나 크게 받을 수 있다.
오일이 너무 적기 때문에 오른쪽으로 경로를 크게 꺾은 모습.
방향을 선택한 다음에는 버튼의 타이밍이다. 일반적인 골프게임의 타이밍 바와 큰 차이는 없다. 총 3번을 누르게 되는데, 첫번째는 타이밍 바를 시작하기 위해 누르고 두번째는 파워를 결정하고 세번째는 방향의 정확도를 결정한다.
캐릭터가 컨트롤할 수 있는 파워의 상한선을 넘겨서 타이밍을 잡으면 커서의 움직임이 갑자기 빨라져서 정확한 샷을 하기 어렵게 되어 있다.
<16파운즈>의 버튼타이밍은 약간 어려운 감이 있다. 하지만 이런 게임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이 던질 때마다 쉽게 같은 결과가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이 정도의 난이도가 적절한 것으로 보인다. 한 게임이 시작되고 끝날 때까지 오일컨디션이 변하지 않아서 볼의 경로를 설정하는 것 자체에는 큰 부담이 없다.
저스트미트!!! 파워와 정확도가 완벽하게 들어간 샷이다.
3가지 구질, 3가지 캐릭터 스타일
<16파운즈>에는 스트레이트, 훅, 커브 등 3가지의 볼링 구질이 구현되어 있다. 그리고 구질마다의 스페셜리스트인 각각의 캐릭터들이 게임에 참여하게 된다. 캐릭터들은 저마다 자신의 특기 구질로 필살기를 사용할 수 있어서 다양한 스타일로 게임을 할 수 있게 한다.
현재는 아래의 세 가지 스타일을 지닌 캐릭터들이 있지만 앞으로 모든 샷을 평균이상의 위력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발란스형이나 그 외의 캐릭터 스타일도 업데이트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스트레이트: 파워형 캐릭터들이 주 무기로 사용하는 구질이다. 볼의 예상경로가 일직선이다. 애초부터 스핀이 없으니 오일컨디션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지만, 그만큼 버튼타이밍에 의해 매우 민감하게 볼의 경로가 변화한다. 파워형의 스킬들은 파워가 높아지고 공의 크기가 커져서 그야말로 “스쳐도 스트라이크”라는 느낌이 들게 한다. 다만 문제는 버튼 타이밍의 난이도가 가장 힘들다는 것이다. 타이밍에 강한 사람들에게 추천할 수 있는 스타일이다.
파워형의 몸집과 경로설정이란 이런 것이다. 공이 작아 보인다 -_-;; 2.훅: 리드미컬 캐릭터들이 주 무기로 사용하는 구질이다. 하지만 파워형이나 테크니션들도 스페어 처리를 할 경우엔 종종 사용하는 구질이기도 하다. 타이밍 바가 가장 길어서 공을 가장 안정적으로 던질 수 있고, 조금 타이밍이 어긋나도 대체로 원하는 방향으로 간다. 다만 파워도 약하고 여러모로 스트라이크를 내기가 어려운 스타일이라는 것이 단점이다. 리드미컬의 스킬은 평소보다 조금 더 파워풀한 공을 던지거나 작은 공을 2개로 분리하여 던지는 것이다. 큰 것 한방을 노리지 않고 꾸준한 스페어 처리와 간간히 나오는 스트라이크로 안정적인 승리를 원한다면 추천할 수 있는 스타일이다.
필살 볼링공 분신술!! 공이 두개로 분리되어 날아간다!!! 사실 스트라이크를 노리는 기술이라기 보다는 난해한 스페어 처리에 적합한 기술이다. 3.커브: 테크니션 캐릭터들이 주 무기로 사용하는 구질이다. 오일컨디션의 영향을 매우 크게 받아서 여러모로 사용하기에 까다롭지만 공이 핀에 맞는 면적이 넓기 때문에 잘만 사용하면 스트라이크를 낼 수 있는 확률이 가장 높은 스타일이다. 테크니션의 스킬은 커브각을 조금 더 높이면서 파워풀한 공을 던지거나 공의 주변에 회오리를 일으키는 것이다. 머리를 써서 경로를 계산하는 것에 자신 있거나 연속 스트라이크로 폼나는 승리를 얻고 싶다면 추천할 수 있는 스타일이다.
스핀으로 회오리를 넣어서 모두 쓰러뜨린다!
볼링은 자신과의 싸움,16파운즈는 적과의 싸움이다.
캐릭터의 상태 중에는 컨디션이라는 항목이 존재한다. 처음에는 서로 45%로 같게 시작했다가 서로의 샷에 따라 상승하거나 하락하게 된다. 결국 적이 잘 하면 그만큼 나의 컨디션이 떨어지는 것이다. 컨디션이 떨어지면 타이밍 바가 빠르게 움직이는 등의 불이익으로 정확한 샷을 하기가 힘들어진다.
상대방 진영에서 볼에 고성능 폭탄을 달았다. 던지면 핀의 바로 앞에서 공이 그냥 폭파해버려서 핀을 하나도 못 쓰러뜨리게 하는 무시무시한 아이템이다.
아이템은 10프레임 경기 기준으로 서로 2번의 사용기회가 주어진다. 자신이 아이템을 사용하면 상대방도 아이템을 사용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며, 적이 아이템으로 자신을 공격하면 자신도 그에 상응하는 대응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적의 컨디션을 떨어뜨리거나 핀을 납으로 만들어 버릴 수도 있고 볼의 무게를 맘대로 바꿔버리는 등의 온갖 방해수단들이 존재한다.
별 이상한 아이템들이 다 있다. 이거 정말 볼링에 사용하는게 맞는겨?
캐주얼화된 볼링, 과연 유저들의 반응은?
<16파운즈>는 분명히 볼링게임이다. 하지만 천천히 뜯어보면 이건 이미 볼링의 범주를 벗어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실제로 볼링장에 가면 오일컨디션이라는 것은 무척 미세한 것으로, 이렇게까지 극단적으로 끈적한 기름칠을 하거나 메마른 마루바닥을 만드는 경우는 무척 드물다.
게다가 경로설정 부분에서도 볼링을 자주 하던 사람들이 이 게임에서 오히려 더 많이 헤매는 모습을 보였다. MP를 쓰는 필살기에다 볼링공에 폭탄을 설치하는 모습을 봐도 이쯤 되면 볼링이라 하기엔 좀 무리가 아닌가 싶은 상황이다.
에…에네X기파를 준비하고 있는건가!? 모두 조심해!!!
하지만 현실과 동떨어졌다고 해서 무턱대고 비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게임은 게임일 뿐, 재미있으면 그만이다. 오히려 무턱대고 현실감만을 강조하다가 아무런 재미 없는 게임이 되는 것을 더욱 경계해야 한다.
물론 <16파운즈>가 아직도 필살기의 효율이나 게임모드의 정비 등 다듬어야 할 부분이 있다. 하지만 충분히 가능성을 지니고 있는 게임이라는 점에서 오픈베타테스트가 기대된다. 남은 일은 하나다. <16파운즈>가 얼만큼 초반에 유저들이 재미있다고 판단할 수 있도록 먹음직스럽게 포장하는 일 말이다.
이게 대체 인간의 인체비율인지 어떤지를 생각하기 전에 재미있는지 없는지가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