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각도 이런 지각이 있을까 싶네요. '쿵푸팬더 3'가 개봉한 지 언제인데, 이제서야 <쿵푸팬더 3 for kakao>(이하 '쿵푸팬더')라니. 타이밍 좋게 '쿵푸팬더' 새 애니메이션 발표라도 있으면 좋겠지만, 여하간 10월 18일 출시한 <쿵푸팬더>는 별다른 아군 없이 스스로를 증명해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카카오는 자신감을 감추지 않습니다. 이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요? 연령을 가리지 않는 천만 관객 브랜드에 대한 믿음? 아니면 CBT 유저 잔존율 60%라는 수치? 그것도 중요하지만 우선 게임을 살펴보는 것이 먼저겠지요. 중국 넷이즈게임즈가 개발하고 카카오가 퍼블리싱하는 <쿵푸팬더 3 for kakao>를 체험해봤습니다. / 디스이즈게임 장이슬 기자
# 용의 전사는 자동 전투 따윈 안 한다네
게임의 줄거리는 영화와 비슷하게 흘러갑니다. 도입부가 조금 다르지만, 어쨌거나 아둔한 팬더 '포'는 로켓 의자를 타고 제이드 궁전에 떨어져 용의 전사로 뽑힙니다. 평화를 위협하는 악당을 물리치고, 최종적으로는 쿵푸의 멋짐을 널리 알려야 할 책임을 갖게 된 거죠, 팬더가.
유저는 포, '타이그리스', '시푸'를 조작해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며 '쿵푸팬더' 1편부터 3편까지 인상 깊은 장면을 직접 체험하게 됩니다. 스테이지의 목표는 단순히 적을 물리치는 것도 있지만 장애물을 피하거나 잠입하기, 마을 주민 구하기 등 다양한 목표가 주어집니다. 자동 전투 기능이 있긴 하지만, 미션을 완벽하게 클리어하려면 자동 전투는 오히려 걸림돌이 됩니다.
전투 진행은 터치 이동, 슬라이드 회피, 스킬 아이콘 클릭으로 이루어집니다. 이동과 스킬 사용은 자동 전투에게 맡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미션 도전과제나 맵의 구성, 필살기 커맨드라는 요소가 있어 자동 전투보다 직접 조작하는 것이 더 좋은 결과를 냅니다. 최근 출시되는 모바일게임이 반자동이나 수동 조작이 더 유리하게 만들듯, <쿵푸팬더> 역시 이 흐름을 충실하게 따라갑니다.
▲ 자동 전투가 있지만 기(필살기), 태그, 회피 등은 직접 해줘야 합니다.
▲ 리듬 게임 같은 시푸의 필살기 커맨드
스테이지에 진입하면 세 가지 도전 과제가 제시됩니다. 별 하나는 단순 클리어만 하면 받지만 다른 두 가지는 특정 조건을 만족해야 받을 수 있습니다. 타이그리스로 클리어하기, 40초 내로 보스 무찌르기처럼 평범한 과제도 있지만 바나나 밟지 않기, 특정 스킬로 피해 입지 않기 등 조작이 필요한 과제도 등장합니다.
스토리상 중요하거나 특별한 조작이 필요한 스테이지는 자동 전투를 아예 하지 못합니다. VIP 유저라면 소탕권을 사용할 수 있지만 한 번은 클리어해야 하고, 별 세 개를 받으면 더 좋은 보상이 나올 확률이 올라갑니다. 거기에 더해 특별한 필살기 커맨드는 직접 입력해야 하므로, 사실상 게임이 수동 조작을 권장하는 형태입니다.
미션 구성과 맵도 스토리에 맞게 잘 배치되어 있어서, 다 아는 '쿵푸팬더' 이야기인데도 몰입해서 플레이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PvP가 아쉬웠습니다. <쿵푸팬더>는 1:1 대전, 3:3 대전, 영혼대전, 비급쟁탈전 등 다양한 PvP를 지원하지만 대부분은 자동 전투로 진행되거든요. 당연히 회피, 필살기는 사용할 수 없고 전투력만으로 승부가 결정됩니다. 친구와 함께 만두 쟁탈전을 할 수 있다면 좋았을텐데, 스토리 미션 구성에 비해 단조로운 PvP는 무척 아쉽습니다.
동료도 여러모로 아까운 콘텐츠입니다. '쿵푸팬더'는 동물이 쿵푸를 합니다. 손발은 없어도 훌륭한 액션을 선보이는 뱀도 있지요. 공작도 있고. 하지만 개성적이고 멋진 캐릭터는 직접 조작할 수 없는 AI 동료로 등장합니다. PvP도 그렇지만, 더 나아갈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러 이유로 평범한 모바일RPG로 그친 점은 진한 아쉬움이 남습니다.
▲ 개성 강한 동료 캐릭터. 하지만 직접 플레이할 수는 없습니다.
# 쿵푸가 이렇게 아기자기한 거였어?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색이 강렬하면서도 아기자기한 배경이었습니다.
영화 '쿵푸팬더'의 특징 중 하나는 화려한 화면인데, 모바일 <쿵푸팬더> 역시 독특한 화면을 보여줍니다. 시끌벅적한 마을, 대사부가 명상하던 자리와 주홍빛이 일렁이는 저승 세계까지. 모바일 사양에 맞춰졌기에 영화의 정교함을 따라갈 수는 없는 대신, 단순하면서도 아기자기한 구성을 가미하여 <쿵푸팬더> 세상을 만들어냅니다.
▲ 원작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맛을 주는 그래픽
스테이지 배경 뿐 아니라 함정, 항아리, 캐릭터까지 이질감은 없었습니다. 꽃잎이 날리는 화면이나 대사부의 스킬은 화면과 부드럽게 어우러집니다. 게임 오리지널 캐릭터인 '사무라이 래트'나 '쉐도우 캣'도 이름만 조금 낯설 뿐, 모양 자체는 원작에 등장했다고 해도 무리가 없을 법합니다.
원작 캐릭터 재현도 합격점입니다. 메인 캐릭터 셋은 옷과 무기가 추가로 생겼지만 그런대로 어울리는 편입니다. 시푸는 작은 몸집인데도 수염까지 깔끔하게 구현되어 있습니다. 포도 둥글넓적하면서도 특유의 표정이 잘 살아있습니다.
<쿵푸팬더>는 여기에 더해 현지화에 많은 투자를 했습니다. 원작 애니메이션의 사운드 디렉터와 성우를 기용했습니다. 스토리 컷씬은 애니메이션처럼 더빙되었고, 캐릭터의 개별 대사도 위화감 없이 자연스럽습니다.
▲ 함정, 벽, 바닥, 우산 다리... 아기자기한 배경들
크레인의 학다리, 바이퍼의 유연한 몸놀림 등 '쿵푸팬더' 캐릭터가 위화감 없이 등장하고 캐릭터 특징에 잘 맞는 액션을 보여줍니다. 이펙트가 살짝 과한 느낌은 있지만, 애니메이션 원작이라고 한다면 나쁘지 않은 선택입니다.
세세한 면에서도 손길이 느껴지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로비 화면입니다. <쿵푸팬더>의 로비 화면은 작은 마을입니다. 포의 국수집과 광장, 상점, 제이드 궁전이 있는데, 마치 MMORPG처럼 서버에 있는 다른 유저들을 볼 수 있습니다. 시간대와 날씨도 바뀌어서, 정말로 '쿵푸팬더'의 마을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몇몇 동료 캐릭터의 진화 후 모습이나 휘황찬란한 효과까지 게임에 어울린다고는 하기 힘들겠네요. 그래도 전반적으로 '쿵푸팬더'에 어울리는 그래픽이라는 점에서 좋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 다른 유저가 돌아다니는 로비. 작은 마을 같습니다.
# 재미있는 미션, 아기자기한 그래픽, 평범한 모바일RPG
앞서 미션은 재미있지만 PvP와 동료가 평범해서 아쉽다고 했는데, 게임 전체에 대한 평이기도 합니다.
<쿵푸팬더>의 목표는 캐릭터를 키워 전투력을 올리는 것입니다. 스토리를 진행하든, 길드 콘텐츠를 하든 월드보스에 도전하든 PvP를 하든 전투력이 있어야 합니다. 전투력은 메인 캐릭터인 포, 타이그리스, 시푸 개별 전투력의 총합입니다. 그러면 전투력을 올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기본은 레벨과 장비, 스킬입니다. 경험치를 모아 레벨을 올리면 캐릭터의 능력치가 소폭 상승하지요. 그리고 장비. 캐릭터는 여섯 부위에 장비를 걸칠 수 있고, 장비는 일반부터 전설까지 등급이 있습니다. 높은 등급 장비가 더 좋은 추가 능력치를 주지만 구하기 어려우니 처음에는 일반 장비부터 입어야겠지요.
장비 강화는 필수입니다. 다행스럽게도 <쿵푸팬더>는 장비를 바꿔도 강화 수치가 유지됩니다. 일반 +10강 신발을 신다가 희귀 등급 신발로 바꿔 신어도 +10강이라는 이야기. 신물이라는 고유한 장비도 있는데, 캐릭터에 따라 추가 대미지 등 다른 능력을 부여합니다. 하지만 현금인 '원보'가 필요한 것이 단점. 안 쓰는 장비로 장비나 신물을 강화시킬 수도 있지만 강화석을 이용한 강화가 더 효율이 좋고, 무엇보다도 돈이 들지 않습니다.
▲ 전투력을 올리는 기본적인 방법. 레벨, 스킬, 장비.
그러면 골드는 어디에 쓰냐? 스킬 레벨을 올리는 데 씁니다. 메인 캐릭터는 다섯 개의 스킬과 한 개의 기(필살기)를 갖고 있습니다. 미션에는 스킬 세 개와 기 하나를 가져가죠. "자주 쓰는 스킬 세 개만 올려야지." 그게 안됩니다.
어떤 스킬은 기본 공격력을 올려주고, 어떤 스킬은 생명력을 올려주는 식으로 캐릭터의 능력치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결국 골고루 올려줘야 합니다. 스킬 관리에는 PvP도 필수입니다. 비급 조각을 모아 스킬에 추가 효과를 덧붙일 수 있는데, 이 비급은 PvP를 통해 랜덤으로 획득합니다.
▲ 스킬 레벨을 올리면 관련된 능력치도 오릅니다. 안 쓰는 스킬이라도 레벨에 맞춰 올려줘야 하는 이유.
▲ PvP인 '비급쟁탈전'에서 비급을 모아 스킬을 강화할 수 있습니다.
전투력을 크게 올리려면 동료가 최고입니다. 메인 캐릭터 당 동료 한 명을 짝지을 수 있고, 동료의 전투력은 메인 캐릭터에 합해집니다. 최대 세 명의 전투력이 더해지는 셈입니다. 동료는 미션과 PvP에서 직접 도움을 주니, 메인 캐릭터 육성만큼이 동료도 중요합니다.
문제는 동료 들이기가 아주 어렵습니다. 스테이지나 PvP, 뽑기로 동료 조각을 얻어 동료를 얻거나 랭크를 올립니다. 스테이지도 일반이 아니라 하루 30회 제한이 걸린 엘리트 난이도에서 확률적으로 얻을 수 있습니다. 유료 구매를 한 VIP 1 유저는 횟수 제한이 없지만, 그래서야 뽑기를 하는 것과 다르지 않지요.
이쯤 되면 짐작하셨듯 캐릭터 육성은 <도탑전기>를 비롯한 기성 모바일RPG와 다르지 않습니다. 조작과 미션 진행은 참신하지만, 이를 진행하기 위해 캐릭터를 키우려면 다른 게임에서 했던 '노가다'를 똑같이 해야 한다는 거죠. 캐릭터의 육성에는 많은 자원과 시간이 듭니다. 지난한 성장 곡선과 단순 전투력 숫자 경쟁으로 가는 구도가 자칫 게임에 빨리 질리게 하진 않을지 걱정이 됩니다.
<쿵푸팬더>의 첫인상은 매력적입니다. 코믹한 캐릭터의 호쾌한 액션, 아기자기하고 예쁜 화면, 재미있는 미션과 흥미로운 진행 방식까지. 디즈니 <타잔> 등 애니메이션 PC게임의 모바일 버전을 보는 느낌입니다. 그 첫인상이 오래 이어질지 걱정된다는 것이 불안한 점이지만요.
만약 '쿵푸팬더'가 좋고, 호쾌한 액션과 조작, 그래픽이 마음에 든다면 한 번 해봐도 좋을 게임입니다.
세 줄 요약!
# 은근히 손도 바쁘고 눈도 즐겁습니다.
# 캐릭터 육성은 인내심이 많이 필요합니다.
# 타이그리스가 무척 귀엽습니다.
▲ # 타이그리스가 무척 귀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