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탄생부터 지금까지 수많은 사회 체제가 존재해 왔습니다.
역사를 돌이켜 볼 때 아무리 이상적인 체제라도 반드시 인간의 행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깨닫게 됩니다. 만인의 행복이란 결코 존재하지 않으며, 오히려 소수의 행복을 위해 다수가 희생하는 체제가 인류 역사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추축국이라는 뚜렷한 악이 존재했던 제 2차 세계 대전이 끝난 후, 세계는 무한 체제 경쟁에 돌입합니다.
그러나 어떤 체제가 인류에게 더 많은 행복을 가져다 줄 수 있는가, 그것이 목표가 되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는 어떤 체제가 더 많은 힘을 갖고 있는가를 겨루는 각축장이 되었죠.
세계의 지식인들은 이런 현실에 염증을 느꼈습니다. 조지 오웰은 <동물 농장>에서 동물들이 인간을 몰아내고 스스로 구성한 체제가 내부의 권력 다툼으로 변질되는 과정을 실감나게 그려내며 이를 통해 인간 사회의 모순을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지금부터 소개해 드릴 <바이오쇼크>(BioShock)라는 게임은 이런 흐름의 연장선상에 있습니다. 대부분의 FPS 게임들이 지극히 단순한 배경 이야기를 펼쳐두는데 반해 <바이오쇼크>는 플레이어에게 상당히 철학적인 메시지를 던집니다.
게임의 메시지를 염두에 두건, 두지 않건 플레이에 큰 지장은 없습니다. 다만, 플레이어에게 계속해서 던져주는 메시지와 화면 곳곳에서 느껴지는 암울한 분위기는 이 게임의 독특한 매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서론이 좀 길었습니다. 여기저기서 아우성이 들려오는군요. 그렇지 않아도 전세계 게임매체들이 극찬을 아끼지 않았던 게임이라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실 텐데요, 10월 초 PC용 영문판의 국내 발매를 앞두고 있는 <바이오쇼크>. 충격과 공포의 세계로 안내하겠습니다. /디스이즈게임
■ 방대하면서도 몰입감이 뛰어난 스토리
<바이오쇼크>의 주무대는 랩쳐(Rapture)라는 가상의 수중도시입니다. 제 2차 세계 대전 후 현실 세계에 환멸을 느꼈던 앤드류 라이언(Andrew Ryan)이라는 기업가는 대서양 한 가운데에 신(God)도 필요 없고 왕도 필요치 않는, 오직 인간만을 위한 도시 랩쳐를 세우게 됩니다. 1946년에 세워진 이 도시는 지열발전으로 거의 모든 것을 자급자족하도록 설계되었습니다. 1950년대 초에는 거주 인구 수가 수천 명 이상을 기록하게 됩니다.
그러나 인간을 위한 도시를 표방했던 랩쳐도 사회의 기본적인 구성요소라고 할 수 있는 계급을 탈피하지는 못합니다. 소수의 지식인들이 안락한 삶을 누리는데 반해 하위 계급은 도시의 유지를 위한 힘든 노동에 뛰어들 수 밖에 없게 된 것입니다. 특히 도시의 인구가 늘어나면서 상위 계급의 수도 증가하게 되어 계급간의 갈등이 점차 표면화됩니다. 한편, 랩쳐의 과학자인 브리짓 테넨바움(Bridgette Tenenbaum)은 바다 달팽이로부터 아담(Adam)이라는 물질을 추출하는데 성공합니다. 아담은 천연적인 줄기세포였으며 이를 통해 랩쳐에서는 유전자 공학 산업이 꽃을 피우게 됩니다. 이른바 플라스미드(Plasmid)라고 하는 특수한 능력은 상품으로 포장되어 도시 곳곳에서 판매되었습니다. 그러나 손에서 불이나 얼음을 만들어내고 염력으로 사물을 움직이는 등의 초인적인 능력을 누구나 사용할 수 있게 되자 문제가 생기기 시작합니다. 밀수업자인 프랭크 파운테인(Frank Fountaine)은 테넨바움과 교류를 할 수 있는 인물이었습니다. 그는 테넨바움을 통해 아담을 획득하고, 한편으로는 자신의 영향력을 이용해 도시의 하층민들을 끌어 모아 조직으로 만듭니다. 도시의 체제를 전복시키고 설립자인 라이언으로부터 권력을 빼앗고자 했던 프랭크 파운테인은 1959년의 마지막 날 저녁, 드디어 사건을 일으킵니다. 그 날, 파운테인의 조직에 속해 있던 하층민들은 모든 아담을 사용함으로써 스스로 생체 병기가 되어 랩쳐의 체제에 도전합니다. 그러나 인간성을 상실해버린 이들은 많은 시민들을 살해하는 만행을 저지릅니다. 살인의 광기 속에서 파괴된 도시를 배회하는 이들은 스플라이서(Splicers)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됩니다. 그로부터 얼마 후인 1960년, 주인공인 잭(Jack)이 탄 비행기가 랩쳐의 상공을 지나가다가 추락합니다. 잭은 가까스로 살아남아 수천 명의 시민이 권력의 아귀다툼에서 살해된 죽음의 도시, 랩쳐의 문을 두드리게 됩니다.
꽤 드라마틱한 <바이오쇼크>의 스토리는 미국의 소설가이자 철학가인 아인 랜드(Ayn Rand, 1905~1982)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습니다.
러시아계 유태인이었던 그는 러시아의 공산혁명 과정에 환멸을 느끼고 미국으로 건너갑니다. 인민에 의해, 인민을 위해 구성된 체제가 권력욕에 의해 어떻게 변질되어가는지를 직접 몸으로 경험했던 아인 랜드는 이후 <아틀라스>(Atlas Shrugged)와 <원천>(the Fountainhead) 등의 소설을 통해 자신의 사상을 직간접적으로 드러냅니다.
랩쳐의 가치는 신도 아니고 왕도 아닌 오직 인간만을 위한 도시였습니다.
아인 랜드의 소설 <아틀라스>의 유명한 구절인 “내 목숨과 내 사랑을 걸고 절대로 내가 타인을 위해 살거나, 타인에게 나를 위해 살아달라고 부탁하지도 않을 것임을 맹세한다.(I swear by my life and my love of it that I will never live for the sake of another man , nor ask another man to live for mine.)”는 <바이오쇼크>의 전체 스토리를 관통하고 있는 메시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흥미롭게도 게임에서 등장하는 아틀라스와 파운테인이라는 이름은 아인 랜드의 소설 제목과 일치하기도 합니다.
<바이오쇼크>는 방대한 스토리를 한꺼번에 모두 드러내 보이지는 않습니다. 다만 플레이 도중 얻을 수 있는 여러 편린들을 통해 조금씩 알려줄 뿐입니다. 여러 사람들의 입을 통해서 전해지는 랩쳐의 단편은 제한적이기 때문에 플레이는 지속적인 플레이를 통해 퍼즐 조각을 맞추듯이 진행해야 합니다. 물론 이 과정은 느리게 진행되지만 꽤 재미있습니다. 마치 잘 짜여진 영화를 보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모든 것은 베일에 가려져 있으며 직접 플레이를 통해 궁금증을 풀어야 합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 게임을 즐기는데 있어 가장 큰 난관은 바로 언어입니다. 게임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말은 무슨 수필가나 소설가가 만들어 놓았는지 해석하기가 만만치 않았습니다.
예를 들어 스타워즈의 다쓰 베이더가 ‘내가 니 애비다’ 라고 말하면 될 것을 ‘내가 예전에 누구와 정을 통했는데 너를 보니 옛 생각이 절로 나는구나’라고 애둘러 표현하는 식입니다. 다행히 다시 듣기와 자막 보기가 가능해서 어느 정도 이해는 가능했습니다만, 영어에 익숙하지 않을 경우 재미가 대폭 감소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한글 자막이라도 제공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아쉽게도 10월 초에 나올 PC 버전은 영문판입니다.
■ 현실과 게임의 경계를 허무는 그래픽과 사운드
아무리 게임의 스토리가 좋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바로 재미를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이런 점에서 그래픽도 훌륭한 <바이오쇼크>의 비주얼은 거의 만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플레이어가 탄 비행기가 추락하여 바닷물 속을 ‘어푸어푸~’ 나오는 순간의 그 느낌을 비롯하여 게임의 곳곳에서 보여주는 시각적인 묘사는 그야말로 예술이라고 할 만합니다. 특히 게임의 배경인 수중도시를 보다 실감나게 표현하기 위하여 개발사는 물 효과 관련 그래픽 전문가를 고용할 정도로 공을 들였습니다.
게임 초반부부터 물 그래픽의 뛰어난 퀄리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 결과, 게임 속에서 끊임없이 보게 되는 물 그래픽은 상당히 뛰어난 시각적 효과를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통로가 붕괴되어 물이 쏟아져 들어오는 모습을 비롯해서 카메라에 물방울이 맺히는 효과까지 상당히 세세한 부분까지 많은 신경을 썼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바이오쇼크>는 1950년대 전후의 느낌을 내기 위해서 세세한 물건 하나하나까지 상당히 많은 공을 들였습니다. 마치 누군가가 개발자들을 모두 불러다 모아놓고 게임의 컨셉에 대해서 일장연설을 한 것처럼 여겨질 정도입니다. 건물 곳곳에서 볼 수 있는 포스터는 한번 보고도 대충 어떤 시대인지 파악이 가능할 정도였습니다. 플라스미드를 설명하는 이미지는 과거 인기를 끌었던 만화 <블론디>의 느낌과 비슷했습니다.
작은 포스터 한 장을 통해서도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무조건 튀어 보이기 위해 전체적인 조화를 깨는 것이 아니라 게임의 스토리와 융합된 음울한 화면은 이 게임이 왜 명품이라고 불릴 수 있는지를 알려주는 척도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여기에 또 하나, <바이오쇼크>의 사운드에 대해서도 칭찬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만약 좋은 사운드 장비를 가지고 있는 독자라면 불을 끈 어두컴컴한 방에서 <바이오쇼크>를 플레이 해보기 바랍니다. 스플라이서들이 건물 곳곳에서 중얼거리는 소리를 비롯하여 어디선가 들려오는 빅 대디의 낮은 신음소리, 금이 간 벽에서 새어 나오는 물 흐름 소리까지, 여러 가지 음향 효과가 어울려 게임의 디스토피아적 분위기가 실감나게 느껴질 것입니다.
필자는 게임 플레이 도중에 가끔씩 흘러나오는 옛 노래들이 좋았습니다. ‘Beyond the Sea’나 ‘Papa Loves Mambo’와 같이 국내에도 잘 알려진 노래들이 게임의 몰입도를 더욱 높여주더군요.
이렇듯 탄탄한 스토리와 이를 잘 표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된 그래픽과 사운드는 서로 잘 융합되어 마치 한 편의 웰메이드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플레이어에게 전달합니다. 정말 잘 만든 게임이라는 생각이 절로 날 정도였습니다.
■ 똑똑한 적을 상대하는 개성만점의 전투
훌륭한 스토리와 그래픽, 사운드. 하지만 이 세 가지 만으로 잘 만든 게임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영화와 달리 게임은 무엇보다도 체험이라는 요소가 강하기 때문입니다. FPS 게임인 <바이오쇼크>도 예외가 아닙니다. 총을 쐈는데 ‘뭔가 아니다’라는 느낌이 들어서는 잘 만든 게임이라고 할 수 없으니까요.
다행스럽게도 <바이오쇼크>의 게임 플레이는 상당히 재미있습니다. 게임에는 다양한 종류의 적들이 등장하며 각각 서로 다른 공격 패턴과 인공지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들을 상대하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게다가 이 녀석들은 꽤 똑똑합니다. 예를 들어 몸에 불을 붙일 경우 물가로 가서 불을 끄려고 하며 체력이 떨어질 경우 근처의 구급 장치로 달려가기도 합니다.
게임 플레이 도중 전기 쇼크를 당하고 있는 모습.
<바이오쇼크>에서는 다양한 무기와 특수 능력(플라스미드)를 활용한 공격 조합이 가능합니다. 얼리고 때려주거나, 감전시켜서 ‘쇼크’를 먹이고 때려주거는 등의 조합으로 보다 쉽고 재미있게 게임을 풀어나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물이 고여 있는 곳에 적들이 모여있을 때는 그곳에 전기를 한방 쏴 주면 됩니다. 바닥에 기름이 고여 있으면, 불을 지르면 되는 식이죠.
한편, 게임에서 리틀 시스터(Little Sister)를 보호하고 있는 빅 대디를 상대할 때는 무기와 플라스미드의 조합이 상당히 중요합니다. 게임 플레이 초반, 강력한 무기가 없을 때는 꽤 머리를 써야 빅 대디를 쓰러뜨릴 수 있습니다. 철갑탄을 쏘거나 기둥을 사이에 두고 빙빙 피해 다니면서 공격을 한다면 보다 쉽게 게임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하나 더 재미 있는 것이 바로 해킹입니다. 정말 재미있더군요. 게임에는 금고나 보안 카메라, 보안 로봇 등 다양한 장치들이 등장하는데, 이것들을 모두 해킹할 수 있습니다. 해킹을 통해 금고나 문을 열쇠가 없이도 열수 있으며, 나를 공격하는 보안 로봇들을 전기로 기절(?)시킨 후 해킹해서 내 편으로 부려먹을 수도 있습니다.
처음에는 쉬웠던 해킹에 점차 난관이 많아집니다.
항상 날아다니는 보안 로봇을 두 대씩 데리고 다녔습니다. 스플라이서들이 우글거릴 때 그 중에 하나를 골라서 공격하면 둘이서 벌처럼 윙윙 거리며 날아가더니 알아서 다 처리를 하더군요. 그 동안 팔짱 끼고 모니터를 바라보고만 있었습니다. 아주 흐뭇했습니다. : )
보안 로봇을 해킹하여 전투에 활용하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또, 플라스미드 가운데에는 빅 대디를 자기 편으로 만드는 기술도 있었는데, 이것도 꽤 재미있습니다. 빅 대디는 막강한 체력을 자랑하기 때문에 데리고 다니면 무척 듬직하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이렇게 여러 가지 요령을 터득한다면 <바이오쇼크>의 플레이는 상당히 수월하게 흘러갑니다. 나중에는 난이도를 더 올려볼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 RPG식 성장과 다양성의 묘미 자판기
어느 정도 게임을 진행하다 보면 맵 곳곳에서 우스꽝스러운 광고를 하고 있는 자판기들을 볼 수 있습니다. 플라스미드 자판기에서는 다양한 특수능력을 판매하고 있는데 이를 구입하려면 리틀 시스터로부터 얻을 수 있는 아담이 필요합니다.
또, 이외에도 총알 자판기, 체력회복 자판기를 비롯한 다양한 기기들이 있기 때문에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마리 롤플레잉 게임에서 돈을 벌어 장비를 맞추는 느낌과 비슷했습니다. 때문에 맵 구석구석을 뒤져 악착같이 돈을 모으는 것이 버릇이 되었습니다.
특수한 능력인 플라스미드를 판매하는 자판기로 아담을 돈처럼 사용합니다.
게임의 배경이 사람이 사는 도시이다 보니 여러 가지 오락 시설도 존재하는데요, 그곳에는 슬롯머신도 있었습니다. 승률은 그다지 좋지 않아서 몇 번 해보고 이내 자리를 떠야만 했습니다. 점치는 기계도 있었는데 추천은 하지 않습니다. 돈을 냈는데 말을 안 하더군요. ;;
게임을 플레이 하면서 돈을 모아 스킬을 배우고 총알이나 물약을 사는 행위가 <바이오쇼크>에서도 그대로 이어집니다. 플라스미드는 스킬이며 구급약과 이브는 빨간 물약, 파란 물약과 같은 역할을 합니다. 상당히 익숙한 느낌이죠.
그래서 <바이오쇼크>는 어떻게 보면 FPS 게임의 탈을 쓴 RPG 같기도 합니다. 다양한 자판기들은 자칫 전투 위주로 흘러갈 수 있는 게임에 색다른 묘미와 목표를 불어넣고 있습니다.
■ 호러영화에도 절대 뒤지지 않는 공포감
공포영화를 좋아하고 자주 보는 사람들은 보통 영화의 어느 장면에서 귀신이나 괴물이 튀어나올 것인지 대충 다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 않나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온다, 나온다’며 중얼거리고 있다가 정말로 귀신이 튀어나올 때 느껴지는 짜릿함을 즐기죠.
그런데 <바이오쇼크>에서는 어디에서 스플라이서가 튀어나올지 모르겠더군요.
한 예로 어두컴컴한 지하실의 책상 위에 재미있는 물건이 있길래 그걸 살펴보고 있었습니다. 신나게 살펴보고 난 후 뒤를 돌아봤는데 무언가 새까만 물체가 가만히 저를 보고 서있는 것이었습니다. 바로 스플라이서였습니다. 아무도 없는 사무실에서 게임을 하고 있어서 그랬는지 오싹해졌습니다. 너무 놀란 나머지 렌치로 신나게 타작해주고 말았지만요.
흠흠… 어쨌든 <바이오쇼크>에는 이것 외에도 중간중간마다 플레이어를 놀라게 만드는 여러 가지 장치들이 숨어있습니다. 직접 경험해 볼 때는 방의 불을 꼭 끄고 플레이 하는 것을 권장합니다.
■ 네비게이션 수준의 친절한 유저 편의 시스템
<바이오쇼크>는 어려운 게임으로 느껴질 수도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여러 가지 시스템을 갖추어 플레이어를 세심하게 배려하고 있습니다. 인터페이스 및 시스템을 통해 난이도를 조절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먼저, 게임의 시작부터 끝까지 계속해서 무엇을 해야 할 지를 알려주고 있습니다. 무조건 다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장비의 사용법이나 길을 잃었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등 게임 플레이에 도움이 되는 팁을 조금씩 화면에 표시하고 있었습니다.
게임을 진행하면서 입수한 아이템들의 사용법도 알려주고 있습니다.
여러 층에 걸친 상당히 복잡한 맵이라도 지도를 보고 길을 찾기가 꽤 쉬운 편입니다.
뛰어난 길찾기 엔진도 빼놓을 수 없죠. 게임의 각 단계마다 존재하는 미션을 완수하기 위해서는 넓은 맵의 이곳 저곳을 누벼야 합니다. 수중 도시라는 장소의 특성상 수많은 복도와 문들 사이를 지나다니다 보면 길을 잃기가 쉽습니다. 그러나 <바이오쇼크>는 미션의 목적지까지 화살표로 친절히 안내합니다. 마음 편하게 화살표만 따라가면 되는 것입니다.
여기에 덧붙여 전체 맵 보기 기능도 제공하고 있으며 지나간 대화 지문을 살펴볼 수도 있습니다. 여러 가지 장치들을 통해 <바이오쇼크>는 게임 플레이에 대한 이해를 충실하게 돕고 있었습니다.
■ 총평 - 마무리까지 확실한 명품
실생활에서 명품과 짝퉁을 구별하는 방법 중의 하나는 끝마무리가 잘 되어 있는가를 살펴보는 것이라고 합니다. 실밥이 튀어나와 있거나 접착제가 흘러나온다면 대부분 짝퉁이라고 보게 됩니다. 이 말에 빗대어 볼 때 <바이오쇼크>는 분명히 명품의 대열에 들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엔딩까지 플레이하면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점은 세밀한 부분까지 모두 신경을 썼다는 것이었습니다. 건물 구석에 있는 작은 물건 하나까지도 게임의 분위기를 잘 따르고 있었습니다. 이것은 개발팀이 컨셉에 대한 이해가 매우 높았다는 것으로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비단 시각적인 요소들 뿐만 아니라 수중 도시 랩쳐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매력적이면서도 암울한 스토리, 거기에 뛰어난 음향 효과에 이르기까지 모든 부분들이 모여서 손을 잡고 하나의 노래를 부르는 듯 느껴졌습니다. 바로 ‘재미’라는 합창곡이었죠.
게임의 엔딩을 보면서 뿌듯한 기분을 느껴보셨나요?
게임의 끝부분까지 플레이를 하면서 허술하다거나 마무리가 잘 안되었다는 생각은 거의 들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미스터리한 게임의 세계관에 자꾸만 빠져들게 되더군요. 엔딩을 본 순간 무언가 뿌듯하다는 기분이 든 게임은 정말 오랜만이었습니다.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명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요즘 전세계 게이머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는 호러 FPS <바이오쇼크>. 만약 여러분이 올 가을에 정말 진득하게 해 볼 게임을 찾고 있다면 이 게임을 추천하겠습니다.
언어의 장벽이 도사리고 있지만 그것을 뛰어넘어 즐길만한 자신이 있다면 지중해 깊은 곳의 수중 도시 랩쳐를 한번 방문해 보시기 바랍니다. 피를 뒤집어쓴 스플라이서들이 쌍수를 들고 환영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