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리아 연대기>가 대중에 공개된 지도 벌써 5년이 지났다. 2011년 넥슨이 띵소프트를 인수하기 전 <프로젝트 NT>라는 이름으로 처음 공개된 <페리아 연대기>는 2014년 지스타에서 첫 플레이영상을 선보였다. 그리고 다시 2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2016년 넥슨은 지스타에서 <페리아 연대기>의 '진짜 플레이'를 처음으로 공개했다. 전투와 지형제작, 두 가지 파츠로 나뉜 체험버전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5년의 기다림은 가치가 있었다. 최적화도, 친절한 설명도, 콘텐츠 구성이나 조작감도 한참 부족한 '프로토타입'이었지만, 게임의 목표만큼은 확실히 보여줬다.
어떤 목표냐고? 이런 거 저런 걸 다 떠나 '세상에 없는 MMORPG'다. /디스이즈게임 안정빈 기자
※ 미리 한 가지를 말하고 넘어가자. <페리아 연대기>의 지스타 체험버전은 '프로토타입' 수준의 모습만 보여줬다. 최적화는 당연히 엉망이었고, 조작은 빗나가기 일쑤인데다가 인터페이스도 심하게 불친절했다.
다만 아직 테스트도 거치지 않은 체험버전임을 감안해 완성도에 대한 부분은 체험기에서 전혀 다루지 않았다. 새롭게 보여준 콘텐츠의 재미와 앞으로의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를 위주로 콘텐츠를 작성했으니 이점 양해 바란다.
# 플레이어는 계약자. 카드게임처럼 소환수를 이용한 전투
<페리아 연대기>의 지스타 체험버전은 자신의 수호키나라인 마리엘에게 이것저것 간단한 교육을 받은 후 시작된다. 기본적인 조작법 배우기가 끝나면 유저는 바크람이라는 의문의 적에게 습격당해 수호키라나를 빼앗기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수호키라나인 토미니아와 계약하게 된다.
수호키라나는 자신과 직접 계약한 키라나로, 어떤 수호키라나를 장착하느냐에 따라 마나의 속성이나 절망기(궁극기) 등이 달라진다. 일종의 '직업'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빠를 듯하다. 새로 계약한 토미니아를 장착(?)하고 나면 본격적인 전투 튜토리얼이 시작된다.
<페리아 연대기>의 전투는 카드게임과 액션을 조합했다. 유저는 기본적으로 자신과 계약한 다양한 '키라나'를 소환해 전투를 이끌어 나가야 한다. 카드게임으로 따지면 유저가 본체, 소환키라나가 직업카드, 키라나가 기본카드가 되는 셈이다.
전투가 시작되면 자신이 가진 라이브러리(덱)에서 키라나(카드)를 뽑는다. 이렇게 뽑은 키라나는 카드에 적혀 있는 영기(마나)를 소모해 소환한다. 키라나는 영기와 카드만 있으면 무제한으로 소환할 수 있으며, 자신의 목적을 다하거나 보호막(체력)을 모두 소모할 때까지 전투를 돕는다.
영기가 부족할 때는 자신이 가진 다른 키라나를 양보(버리기)하면 해당 속성의 영기를 얻을 수 있다. 소환할 키라나가 부족할 때는 라이브러리를 클릭하면 일정 시간마다 1장씩 추가로 키라나를 얻을 수 있다.
소환과 별개로 플레이어 캐릭터가 직접 적을 공격할 수도 있다. 마우스 버튼을 누르면 자신이 현재 보유한 '견제술'로 적을 공격한다. 견제술은 영기를 소모하지 않으며 카드가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 손에 남아있기 때문에 무제한으로 사용이 가능하다.
결국 덱에서 카드를 뽑고, 쓰지 않을 카드를 버려서 마나를 얻고, 이렇게 얻은 마나로 원하는 유닛을 소환한 후 본체로 함께 싸우는 방식이 <페리아 연대기>의 기본이다.
# 적은 실시간인데, 나는 턴제. 빠른 판단을 요구하는 전투
그럼 그냥 필드에서 즐기는 <하스스톤> 아니냐고? 다르다. <페리아 연대기>는 '모든 게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MMORPG'다. 적은 나를 실시간으로 공격하고, 내 모든 고민과 행동도 최대한 빠르게 이뤄져야 한다. 그래야 한대라도 덜 맞을 테니까.
필드가 있다 보니 '위치를 이용한 전략'도 생긴다. 예를 들어 체험버전 던전에서는 골짜리 맞은 편에서 공격하는 원거리 몬스터가 가득한 방이 있다. 이때 플레이어는 '3초 후 자신의 소환지점으로 플레이어와 주변 소환수를 옮기는' 순간이동 카드를 사용하거나, 장거리 공격이 가능한 소환수로 상황을 해결할 수도 있다.
일단 눈 앞의 적을 쓰러트리면 끝나는 카드게임과 달리 <페리아 연대기>에서는 전투도 계속 이어진다. 당장 모든 카드를 소환하며 공세를 가할지, 이후의 적에 대비해 카드를 아껴둘지를 고민해야 한다는 뜻이다.
결국 <페리아 연대기>에서는 상황에 맞는 소환수를 찾고, 소환을 위한 마나를 모으고, 전투 중에도 다시 다음 전투를 위해 남길 카드를 고민해야 한다. 그것도 플레이어 캐릭터로 적을 공격하고, 연속기를 넣고, 적의 공격을 피하는 와중에 말이다.
굳이 예를 들자면 적들은 FPS게임처럼 공격해 오는데 나는 하스스톤으로 대응하는 기분 정도가 되겠다. 그만큼 시시각각 밀려오는 압박 속에서 전략을 '생각해내야만 하는' 쫄깃함을 즐길 수 있다.
# 전략적인 응용이 예상되는 지형과 지물
지스타에서는 <페리아 연대기>의 지형 편집을 위한 별도 체험버전도 공개됐다. 지형편집 역시 키라나(소환수)를 이용해서 진행하게 되는데, 지형 연성 스킬을 갖고 있는 소환수를 불러내면 지형편집에 필요한 스킬들이 생긴다. 지형은 육면체, 구, 원기둥 등의 다양한 모습으로 만들거나 지울 수 있고, 색을 칠하거나 강제로 풍화시킬 수도 있다.
기사자 체험버전에서 경험한 건 '용암지대'의 지형편집이었는데, 암석을 쌓아서 벽처럼 만들어내거나 용암처럼 색을 입힐 수 있었다.
지형을 편집하는 능력이나 메뉴가 키리나에 따라 달라지는지, 실제 게임 내에서 얼마나 많은 지형을 편집할 수 있을 지는 아직 확인할 수 없다. 다만 캐릭터의 몇 배는 되는 벽까지 만들 수 있는 '파격적인 기능'을 생각해 보면 제한된 지역에서만 지형 편집이 가능하거나, 편집을 위한 키리나를 쿨타임은 매우 길지만 소환시간은 짧게 만드는 등의 제한이 가해질 것으로 보인다.
# 5년의 기다림. 가능성만큼은 확실히 보여준 <페리아 연대기>
이번 체험버전에는 <페리아 연대기>가 핵심으로 내세우던 시스템인 각종 기능성 오브젝트 제작은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체험버전에서 내세우는 콘텐츠로 미뤄볼 때 넥슨은 <페리아 연대기>가 제작이외에도 다양한 특징을 갖고 있음을 보여주고 싶었던 듯하다.
가능성은 충분해 보인다. 체험버전의 불안정한 완성도는 차치하더라도 실시간 액션에 카드게임 방식의 소환을 접목한 전투에서는 지금까지의 MMORPG에서는 보기 드문 방식의 재미를 느낄 수 있었고, 지형편집은... 누군가를 잘 할 거라 믿는다. 필자 같은 곰손으로는 무리였다.
전투가 소환기반으로 흘러가다 보니 버튼 위에 소환수를 불러내고 문이 열려있는 사이에 던전을 통과한다거나, 문 안쪽에 소환수를 불러내서 어그로를 끈 뒤에 캐릭터로 안전하게 지나가는 등 각종 지형지물을 이용한 전략도 가능하다. 치후 지형편집과 겹쳐진다면 다양한 활용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는 부분이다.
그래픽은 굳이 말할 필요도 없을 듯하다. 그냥 카툰렌더링의 정점을 찍었다. 예상컨대 지금의 모습대로 생활형 콘텐츠만 붙여서 나와도 (지금은 사라진) <마비노기2> 소리를 듣고 남는다. 기존 MMORPG나 카드게임이 '지루하다'고 생각한 유저, <마비노기>처럼 (외형적으로는) 잔잔한 판타지를 원하는 유저라면 기대해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