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퍼유니버스>가 횡스크롤액션과 AOS의 조합으로 '쉬운 AOS'에 도전한다. 횡스크롤액션 게임이 가진 액션과 직관성을 AOS게임이 가진 규칙의 재미에 섞겠다는 목표다. 이론은 그럴 듯한데 실제로도 가능한 이야기일까? 디스이즈게임에서 <하이퍼유니버스>를 체험해봤다. /디스이즈게임 이영록 기자
# 피지컬보다는 '눈치', 컨트롤보다는 '팀워크'
<하이퍼유니버스>는 X, Y, Z축의 세 가지 방향이 있는 <던전앤파이터>와 달리 X,Y 축만 존재하는 횡스크롤 액션게임이다. '깊이'의 개념이 없는 만큼 플레이어는 캐릭터의 앞과 뒤 두 방향만 신경쓰면 된다. 대각선 우측 아래에서 지그재그로 움직이며 거리를 좁히는 적도 없고, 10시와 3시에 동시에 적이 출현할 일도 없다.
그만큼 플레이어가 신경 쓸 부분은 줄어들고 조작도 단순해진다. 다가오는 적을 보고 공격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플레이어의 정교한 조작 능력을 일컫는 '피지컬'도 <하이퍼유니버스>에서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방향만 맞추고 공격하면 일단 기본적인 역할은 가능하고, 일정수준만 벗어나면 컨트롤(조작)을 잘한다고 해서 전투 승리에 엄청난 영향을 끼치는 것도 아니다. 좌, 우만 구분할 줄 안다면 10대 게이머와 30대 게이머가 맞붙어도 양측이 똑같은 만큼의 공격을 주고 받을 수 밖에 없는 구조다.
<하이퍼유니버스>는 하이퍼 특성에 따라 고유의 추가 능력이 부여된다.
결국 1:1전투는 테크니션/스트라이커/탱커/브루저/서포터/스토커로 나뉜 하이퍼별 특성에 따라 유불리가 갈리게 된다. 이러다보니 스토커계열 하이퍼가 암살이라도 노리지 않는 이상 1:1 전투는 거의 일어나지 않고 자연스럽게 팀대 팀이 맞붙는 '한타' 위주로 전투가 이어진다.
유저 입장에서도 '피지컬'이 좋아야 한다는 압박감이 한층 덜하고, 상대방에게 패배 했을 때도 '내가 못해서'졌다기 보다는 팀워크가 부족해서 졌다고 느끼게 된다. 플레이어가 느끼는 부담과 패배의 스트레스를 최소화한 셈이다.
하지만 잘리면 내 잘못 맞다.
# 전투는 횡으로, 전략은 종으로
전략 없이 전투만 반복하냐면 그건 또 아니다. <하이퍼유니버스>에서 각 캐릭터는 전투에서 잠시만 이탈해도 체력이 빠르게 차오른다. 때문에 적의 체력을 많이 깎았더라도 도망치는데 성공하면 금세 가득 찬 체력으로 전투에 재합류한다.
문제는 전투에서 지겠다 싶을 때 도주도 그만큼 쉽다는 것이다. 그저 본진 쪽으로 달리기만 하면 되니까. 왼쪽과 오른쪽 두 방향만 가진 횡스크롤게임의 한계다.
이러다보면 한타는 계속 진행되는데 적은 죽지를 않고, 전투에서 이기더라도 타워를 부수지 못하는 지루한 싸움이 이어지기 십상이다. 결국 적을 확실하게 처치하기 위해서는 적의 후방에 침투해 퇴로를 막고 싸워야 한다.
적의 후방에 침투하는 건 다른 효과도 보여준다. <하이퍼 유니버스>에서는 일반 공격과 스킬 공격 대부분이 오른쪽 또는 왼쪽 중 한 방향으로만 나간다. 그러니 적을 양쪽에서 포위하고 싸우면 양쪽 중 하나는 적의 공격을 피할 수 있다.
그래서 <하이퍼 유니버스>에서는 어느 팀이 적의 후방을 차지하느냐가 주요 전략이 된다. 한타에서는 게임의 좌우, 그러니까 '횡'을 최대한 유리하게 이용해야 이기는 셈이다.
후방을 잡히면 전투에서 이기기 힘들다.
하지만 적에게 들키지 않고 후방을 잡기 위해서는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어렵다. 그래서 <하이퍼 유니버스>는 '세로 이동'을 할 수 있는 다양한 장치를 마련해놨다.
<하이퍼유니버스>에는 <리그오브레전드> 처럼 덤불은 없지만 대신 각 층을 순식간에 뛰어 오를 수 있는 점프대와 아래로 순식간에 떨어질 수 있는 투명발판이 있다. 그리고 층이 다른 적은 사다리 등을 통해 가까이 접근해도 화면에 노출되지 않는다.
이를 이용해 시야 밖에서 횡으로만 이동하는 상대의 후방을 잡을 수 있다. '횡'을 유리하게 가져가기 위해 '종'을 점령하는 셈이다.
실제로 사전 오픈베타테스트에서 유저들이 구사한대부분의 전략은 브루저, 스토커 계열 하이퍼가 시야가 확보되지 않은 라인으로 적에게 접근한 후, 세로로 이동해 적의 후방에 침투, 정면의 딜러와 함께 적을 '포위하는' 방식이었다. 전투는 횡에서 진행되지만 그 전투의 승리는 종을 잘 이용하는 팀이 가져간다. 가로와 세로를 이용하는 <하이퍼 유니버스>의 독특한 구조다.
제니퍼는 사다리, 점프대 없이도 위 또는 아래 라인으로 이동할 수 있다.
# 간단하게, 하지만 단조롭지는 않게
AOS를 즐기며 흔히 하는 고민은 스킬 트리와 아이템 세팅이다. 그리고 이 두 가지는 게임의 진입장벽을 높이는 가장 큰 원인이기도 하다. <하이퍼유니버스>는 이 두 가지 고민을 하나로 합쳤다. '쉬운 AOS'를 만들기 위한 선택이다.
<하이퍼유니버스>에는 각 하이퍼(영웅)에 스킬 레벨이 없다. 미니언, 적 하이퍼를 처치해 경험치를 획득하고 레벨을 올리면 레벨에 맞춰 스킬 레벨이 자동으로 오른다. 궁극기는 6레벨에 자동으로 언락된다. 어떤 스킬을 먼저 찍을지 고민할 필요없이 열심히 레벨을 올리면 강해진다.
대신 이 고민을 아이템으로 옮겼다. 그것도 게임 중이 아닌 게임 밖에서 미리 고민하도록 만들었다. <하이퍼유니버스>의 아이템은 미리 세팅한 아이템 트리를 게임에서 선택한 후, 전투에서 얻는 골드로 '업그레이드'만 하는 방식이다. 아이템은 최대 6개 까지만 들고 갈 수 있는 만큼 전투 중 시간을 소비하며 어떤 아이템을 살 지 고민하거나 헤매는 일은 없어졌다.
대신 아이템마다 최대 단계 구매 시 하이퍼의 기본 능력치가 강화되거나 특정 스킬이 강화되기 때문에 플레이어는 유리한 상황에서 공격적인 고유 능력이 있는 아이템을 먼저 강화하거나 불리한 상황에서 수비적인 고유 능력이 있는 아이템을 먼저 강화하는 등 상황에 맞는 아이템을 선택해 유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이미 사이퍼즈에서 사용한 방법이지만) 플레이어의 고민을 줄이면서도 게임이 지나치게 단조다고 느껴지지는 않도록 조절한 방식이다.
아이템 최대 단계 구매 시 고유 능력이 활성화된다.
# 승리를 위해 가장 중요한 '팀워크'. 그런데...
적은 시야 밖에서 언제 튀어나올 지 모르고, 앞과 뒤만 둘러싸이면 전멸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그래서 <하이퍼 유니버스>는 상대방의 탱커, 브루저, 스토커 계열의 하이퍼가 시야에 보이지 않을 때마다 긴장감이 이어진다.
스토커 계열 하이퍼가 암살을 노리지 않는 이상 전투는 항상 팀원과 함께 시작해야 한다. 개인의 피지컬(조작능력)이 크게 반영되지 않는 만큼 팀워크의 중요성이 더 컸다. 그런데 적은 어디서 만나게 될 지 알 수 없었고, 전투는 언제 시작될 지 알 수 없다. 그만큼 팀원간의 의사소통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게임 내에서 설정할 수 있는 신호설정(스마트핑)은 너무 제한적이다. 적이 보였던 위치를 알려주거나, 집결, 공격 등의 의사소통은 필수지만 사용하기에는 불편했다.
그나마 클로즈 베타테스트에서는 마우스로만 이뤄졌던 스마트핑이 오픈베타에서는 도움 요청, 위험 경고 등 단축키로 사용 할 수 있게끔 개선됐지만, 특정 위치로의 집결, 특정 위치의 경고 등을 위해선 여전히 키보드에서 손을 떼고 마우스를 이용해야 한다. 그만큼 팀원 간의 의사소통도 쉽게 이어지지 않는다.
횡스크롤 액션과 키보드 조작에 어울리는 새로운 방법을 고민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다.
스마트핑을 미리 설정할 수 있다.
# 마냥 가볍다고 말할 수는 없는 '다른' 게임
<하이퍼유니버스>는 적어도 피지컬 측면에서는 '쉬운 AOS'를 만드는 데 성공한 것처럼 보인다. 액션은 쉽고, 진입은 간단하다. 집중만 하고 있으면 조작의 차이도 크지 않다. 그 와중에도 <리그오브레전드>만큼은 아니지만 운영의 묘미 또한 놓치지 않았다.
사전 오픈 베타테스트에서도 (사전조율을 통해) 원거리 딜러나 서포터가 없는 조합으로 중립 몬스터 지역의 적을 끊어내거나, 원거리 딜러와 원거리 테크니션을 3명 이상으로 구성해 2명씩 몰려다니며 각 조마다 거리를 두고 서로를 지켜주는 변칙적인 플레이도 등장했을 정도다. 조합, 그리고 플레이 스타일에 따라 다양한 운영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는 부분이다.
다만 기본기가 AOS게임인 만큼 마냥 액션게임처럼 즐기기에는 무리가 있다. 1:1은 컨트롤보다는 캐릭터의 상성이나 아이템 상태에 크게 의존하게 되고 <던전앤파이터>처럼 빠듯한 액션을 즐길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하이퍼 유니버스>가 자칫하면 이도저도 아닌 게임으로 보이기 쉬운 이유다.
<하이퍼유니버스>는 11월 22일 오후 2시부터 오픈 베타를 시작했다. 고도의 피지컬을 필요로 하지 않으면서도 운영의 묘미, 그리고 팀워크가 잘 맞는 한타를 통해 적에게 승리했을 때의 즐거움을 원하는 유저라면 한 번 쯤 플레이해보는 걸 추천한다. 무엇보다 가볍게 플레이할 수 있다는 건 이 게임 최고의 장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