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을 방불케 만드는 뛰어난 그래픽 하나만으로도 게이머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고 있는 FPS 게임 <크라이시스>. 국내 게이머들의 관심 또한 상당한데요, 열대 섬을 배경으로 미군과 북한군이 외계인에 맞서 함께 싸운다는 설정이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최근 발매사인 EA에서 게이머들에게 멀티 플레이의 베타 체험 기회를 제공했는데요, 제한적인 체험이었지만 <크라이시스>의 그래픽과 멀티플레이를 경험하기에는 충분했습니다./디스이즈게임
■ 말이 필요 없는 최상급 그래픽
<크라이시스>의 그래픽은 이미 많은 게이머들이 알고 있듯이 말이 필요 없는 수준입니다. 크라이텍이 직접 개발한 '크라이엔진2'의 환경 표현력은 정말 굉장한 수준이었는데요, 말보다는 일단 눈으로 한번 보시기 바랍니다.
나뭇잎과 풀잎이 바람에 펄럭입니다. 햇볕은 쨍쨍 내려 쬐고, 모래알은 반짝반짝 빛이 나더군요. 물 표현도 상당히 좋았습니다. 바닷물에 총을 쏠 때 물이 튀어 오르는 효과는 물론 보트가 달릴 때 하얗게 일어나는 포말까지 잘 표현되고 있었습니다.
멀리 희뿌연 안개에 가려진 산부터 총탄에 물이 튀는 효과까지 일품입니다.
모래사장에 새겨진 자동차 바퀴 자국과 캐릭터 그림자, 상당히 현실적입니다.
나무와 풀, 바위의 묘사가 매우 현실적입니다.
차량이 폭파될 때의 파편과 화염도 상당히 잘 표현되어 있었습니다.
게임 속의 각종 기물들이 파괴될 때의 시각적인 효과도 상당히 뛰어난 수준이었습니다. 차량이 폭파될 때 주변에 일렁이는 충격파도 일품이었고, 캐릭터의 시야가 뒤흔들리는 효과도 상당히 현실적이었습니다. 체험에 사용한 PC의 한계를 탓해야 할 정도로 업그레이드에 대한 욕망이 무럭무럭 자라나더군요. <크라이시스>를 보고 하드웨어 업체들이 흐뭇해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체험에 사용한 운영체제가 윈도우 비스타가 아니기 때문에 최고 옵션을 활성화 할 수는 없었지만 '높음(High)'에만 맞춰놓아도 상당히 훌륭한 그래픽이 나오더군요.
■ 각종 FPS의 장점을 혼합한 멀티플레이
<크라이시스>의 멀티 플레이는 여러 FPS게임들의 특징을 섞어 놓은 듯한 모습이었습니다.
기본적인 플레이는 거점의 점령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플레이어들이 입고 있는 나노수트는 벙커나 공장, 에너지 지점 등에 가까이 접근하면 그곳을 통제하고 있는 컴퓨터에 자동으로 연결되어 거점을 점령하게 됩니다. 이렇게 써놓고 보니 뭐가 좀 있어 보이긴 하는데요, 그냥 간단히 말하면 전형적인 <배틀필드>식의 '땅따먹기'입니다.
맵의 각 거점을 점령하여 제한시간 내에 많은 점수를 얻는 것이 목표입니다.
멀티플레이 베타에서는 ‘동력 투쟁(Power Struggle)’이라는 맵 하나만이 제공되었는데요, 말 그대로 외계인 추락 지점을 점령하여 그것으로부터 누가 더 많이 동력을 뽑아내는가를 다투는 방식의 맵입니다.
동력 투쟁 맵에는 모두 3개의 외계인 추락 지점이 있습니다. 가까이 가보면 외계인이 만든 탈것에 커다란 전선을 연결해서 동력을 뽑아내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이 지점을 점령하게 되면 화면에 보이는 동력 게이지가 상승하게 되는데, 더 많이 점령할수록 그 상승 속도가 빨라집니다.
맵 여러 군데에 있는 외계인 추락 지점.
이 동력 게이지가 100%에 도달하면 아주 강력한 무기들을 ‘프로토 타입 공장’에서 생산할 수 있습니다. 바로 소형 전술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죠. 이 무기는 상당히 강력해서 멀리 있어도 그 진동이 느껴질 정도이며, 조금 떨어져 있더라도 부상을 입게 됩니다. 적이 몰려있는 곳에 사용한다면 그야말로 ‘대박’이 되겠죠.
소형 전술핵무기의 실제 사용 모습, 견착 발사기나 전차를 통해 쏠 수 있습니다.
플레이어가 사망한 후 리스폰은 오직 벙커에서만 이루어집니다. 벙커에서는 <카운터 스트라이크> 같이 무기를 구입할 수 있는데요, 이 때는 적을 쓰러뜨리거나 거점을 점령하여 벌 수 있는 '명성 점수(Prestige Points)'를 돈처럼 사용하게 됩니다.
재미있는 점은 <크라이시스>에도 계급이 있다는 점입니다. 한 서버에서 진득하게 게임을 즐기면서 이것저것 하다 보면 경험치가 쌓여서 계급이 점점 오르게 되는데요, 당연히 계급이 올라갈 때마다 좋아지는 점이 있습니다.
하사관에서 장교급으로 계급을 올리는 중입니다.
현재 리스폰시 기본적으로 300의 명성 점수를 갖고 시작합니다.
이등병(Private)일 때는 캐릭터가 사망하고 나서 부활할 때 100점의 명성 점수밖에 얻지 못합니다. 이 돈으로는 샷건 또는 위력이 약한 자동소총을 사고 총알 몇 번 사고 나면 바닥이 나버리죠. 만약 한 단계 진급하면 200점으로, 한번 더 진급하면 300점과 같은 식으로 더 많은 명성 점수를 갖고 시작하게 됩니다. 명성 점수가 많으면 당연히 더 강력한 무기를 살 수 있게 되죠.
벙커나 기지에서 무기를 구입하고 여러가지 장치를 부착할 수 있습니다.
명성 점수는 무기의 커스터마이징에도 쓰입니다. 빨간 빛 줄기가 뻗어나가는 레이저 포인터는 물론 유탄 발사기도 총에 붙일 수 있죠. 소음기를 장착하고 몰래 풀숲에 숨어서 총을 쏠 수도 있으며, 맞으면 불이 붙는 화염탄을 사서 쓸 수도 있습니다. 선택의 폭이 넓은 편입니다.
프로토타입 공장에서는 전술핵무기와 비롯해 여러가지 강력한 무기를 살 수 있습니다.
명성 점수를 무기를 구입하고 개조하는 데만 사용하는 것은 아닙니다. 앞에서도 말했듯 ‘프로토 타입 공장’에서 강력한 무기들을 구입하는 것 뿐만 아니라, 군대에서 많이 보던 트럭이나 험비, 탱크, 대공무기등을 살 수도 있습니다. 강력한 화력을 보유한 이들 차량을 몰고 우르르 몰려 다니면 전세가 상당히 유리한 쪽으로 기울게 되죠.
■ 상황에 따라 기능을 바꿀 수 있는 나노 수트
<크라이시스>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는 바로 나노 수트입니다. 북한과 미국 양 진영의 플레이어들은 모두 나노 수트를 입고 있는데요, 전투의 상황에 따라 나노 수트의 설정을 달리해서 보다 유리한 플레이를 펼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투명화 모드로 슬금슬금 적의 등뒤로 다가가 뒤통수를 칠 수도 있고, 주먹의 파괴력을 강하게 만들어서 자동차 뒤에 적이 숨어있다면 차량을 공격해 깔아 뭉갤 수도 있습니다. 게임에 익숙해진다면 여러 가지 꼼수들을 사용할 수 있겠더군요.
바위 뒤에서 나노 수트의 투명화 모드를 사용하여 숨어있는 상태입니다.
지나가는 적을 여럿 잡았습니다.
나노 수트는 기본적으로 보다 높은 방어력을 제공하도록 설정되어 있습니다. 공격을 받을 때는 마치 실드(Shield)와도 같이 에너지가 깎이게 되며 모든 에너지가 소모되면 캐릭터의 체력이 깎이게 되는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이 에너지는 다른 활동을 할 때도 요긴하게 쓰입니다. 빨리 달리기를 할 때는 물론, 투명화, 화력 증강 등의 모드를 사용할 때도 에너지가 필요하죠. 에너지를 다 쓰고 나면 자동적으로 방어 모드가 설정됩니다.
나노 수트가 특별한 또 한가지 이유는 저절로 캐릭터의 부상을 치료한다는 점입니다. 일단 체력이 얼마가 남았든 살아만 있다면 숨어서 체력을 보충하여 재기할 수 있습니다. 체력이 얼마 없으면 자포자기처럼 ‘에라 모르겠다. 돌격!’을 외치거나 ‘위생병!’을 애타게 부르지 않아도 됩니다.
이런 나노 수트의 여러 가지 특징들 때문에 대부분의 테스터들이 '외로운 늑대'처럼 혼자서 플레이를 즐기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맵도 넓은 터라 각 거점의 점령과 방어를 위해서는 병력이 분산될 수 밖에 없겠더군요. 우르르 몰려 다니다 보면 아무래도 점령 속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 상대적으로 관심도가 떨어지는 멀티플레이
<크라이시스>는 기본적으로 흥미로운 스토리와 뛰어난 그래픽이 강점으로 부각된 싱글플레이 기반의 게임입니다. 이 중에서 뛰어난 그래픽을 보여주기 위해서 필수적으로 따라오는 고사양의 문제는 멀티플레이 기반의 게임에서는 불이익으로 작용합니다.
이미 공개된 <크라이시스>의 권장사양은 상당히 높다 못해 경악스러운 수준인데요, 메모리와 CPU는 나중에 생각하더라도 지포스 8800GTS급의 그래픽 카드가 권장사양이라니 아마도 이정도 사양을 갖춘 게이머들의 수는 상당히 적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비교적 접속이 원활한 서버의 대부분이 텅텅 비어 있더군요.
그나마 사람이 많은 곳도 몇 되지 않았습니다.
실제로 멀티 플레이 베타 체험 티켓에 너무 많은 게이머들이 몰려 금새 매진 상황이 벌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게임에 접속해 있는 사람들은 많아야 매우 적었습니다. 반 이상 서버가 텅텅 비어 있었을 정도였으니까요.
높은 핑과 버벅임을 감수하고 제대로 된 싸움을 하기 위해서는 좁은 곳이 괜찮더군요.
게다가 멀티플레이에서는 조금만 컴퓨터에 부하가 걸려도 총이 잘 맞지 않는 문제가 있기 때문에 옵션을 최하로 낮춰놓고 플레이할 때가 많았는데요, 그렇게 되면 또 낮은 그래픽 품질 때문에 <크라이시스>를 한다는 느낌이 나질 않더군요.
결국 <크라이시스>에서 멀티플레이는 ‘울트라 초강력 안드로메다급 덜덜덜’ 컴퓨터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심심해서 ‘멀티플레이 한번 해보자’라는 식으로 접근할, 일종의 모드로 그치게 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사실 많은 FPS 게이머들의 관심이 이미 멀티플레이 전용 게임인 <팀포트리스 2>로 쏠려있는 상황에서 텅텅 빈 서버는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 멀티보다 싱글플레이를 해보고 싶다!
<크라이시스> 멀티플레이를 하면서 거듭 느끼게 되는 점이라면 바로 ‘싱글플레이를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일 겁니다. 버벅거려도 좋으니 풀 옵션으로 한번 맞춰놓고 게임 해보고 싶다는 생각, 게이머라면 누구나 할텐데요, 싱글플레이에서 느긋하게 <크라이시스>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한번 체험해 보고 싶어지더군요.
일단, <크라이시스>의 멀티플레이 자체는 괜찮은 수준입니다. 적어도 어디가서 재미없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크라이시스>의 장점은 멀티 플레이가 아니죠. 바로 다양한 무기와 전략을 시간에 쫓기지 않고 느긋하게 도전해 볼 싱글플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총을 잘 맞게 하느라고, 보다 높은 프레임을 유지하기 위해서, 보다 높은 점수를 얻기 위해서 희생했던 옵션들을 모두 제자리로 돌려놓고(가능하다면 더 좋은 그래픽 카드도 끼워놓고) 화려한 그래픽 효과를 감상하는 것 아마도 모든 게이머들의 낙이 아닐까요?
그렇기 때문에 북미 기준으로 11월 16일로 잡혀 있는 <크라이시스>의 정식 발매일이 무척이나 기다려지는 것 같습니다. 곧 싱글플레이 데모도 공개될 예정이니 그 때 다시 체험기로 돌아오겠습니다. 끝으로 최적의 사양에서 캡처된 최신 스크린샷을 감상해보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