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지스타 2007의 최고 화제작으로 떠오른 <마비노기 영웅전>의 체험기를 어떻게 써야 할까 하고요. 기자들에게 따로 공개된 자료도 없으니, 저도 시연대에서 플레이해 본 것 외에는 아는 것이 없습니다. 그리고 줄 서서 플레이했으니 플레잉 타임도 똑같죠.
쉽게 말해서 TIG 회원 ‘밥사줘’ 님의 체험기보다 나은 글을 쓰기가 어려워서 고민이 됐다는 말입니다. (^^;) 그래서 기본 플레이와 느낀 점을 위주로 체험기를 적어봤습니다. 상당히 주관적인 글이 될 것 같네요. 미리 양해 부탁드립니다. /디스이즈게임 김재권 기자
시연 버전에서 공개된 캐릭터는 2종류로 쌍검을 사용하는 ‘블레이드 마스터’ 리시타, 검과 방패를 양손에 나눠 든 ‘홀리 디펜더’ 피오나입니다.
블레이드 마스터는 이름 그대로 근거리 공격에 초점이 맞춰진 캐릭터로 쌍검을 이용해 상당히 넓은 범위까지 공격할 수 있습니다. <삼국무쌍> 시리즈를 해보신 분은 알겠지만, 이런 액션게임은 공격범위가 상당히 중요하죠. 리시타는 좌우의 공격범위가 피오나보다 넓어서 진행하기가 매우 편리했습니다.
홀리 디펜더는 은색의 갑옷과 방패로 중무장을 했습니다. 클래스명으로 미루어볼 때 방패를 사용하는 ‘탱커’와 신성계열의 마법을 쓰는 ‘힐러’를 합쳐놓은 캐릭터로 예상됩니다. 이은석 실장의 인터뷰에서 나머지 캐릭터는 궁수와 마법사 계열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으니, 블레이드 마스터와 홀리 디펜더는 말 그대로 공격형과 밸런스형(혹은 다재다능)이 되겠죠.
조작은 매우 간단합니다. 캐릭터의 등 뒤에서 카메라를 비추는 3인칭 시점에서, 방향키로 캐릭터를 조종합니다. A 키는 바닥을 구르는 회피, S키는 일반공격, D키는 강공격, S+D는 발로 걷어차기, W는 특수무기, Q와 E는 시점조절, 쉬프트키는 시점 자동조절, 숫자키 1~3은 회복물약으로 되어 있었습니다. 좀더 빠르게 이동하고 싶으면 방향키를 두번 연타하면 됩니다.
콤보는 일반공격와 강공격을 조합하는 식으로 사용합니다. S-D, SS-D, SSS-D에서 모두 다른 콤보공격이 나가요. 당연히 S키를 여러 번 누를수록 마지막 마무리타가 강력해지지만, 그만큼 딜레이 시간도 길어집니다. 콤보를 캔슬할 수가 없어서, 딜레이가 길면 옆이나 뒤에서 공격이 들어올 때 무방비가 되죠. 콤보 캔슬도 스킬로 나오면 재밌을 것 같네요.
W키를 누르면 화면이 줌인되면서 조준점(크로스헤어)이 생깁니다. 다시 한번 W를 누르면 무기를 던지게 되죠. 그런데 던지는 모션이 상당히 커서 타이밍을 맞추기가 쉽지 않습니다. 빠른 몸집의 적에게 창을 맞추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 보여요.
하지만 일단 맞추기만 하면 큰 대미지를 줄 수 있습니다. 창에 맞은 몬스터는 뒤로 쭉 밀려나면서 체력이 거의 모두 닳아버립니다(보스 몬스터에게도 큰 대미지를 줍니다). 타이밍을 잘 맞추면 창을 던져서 몬스터를 벽이나 바닥에 꽂아버릴 수도 있습니다.
특히 시연버전의 보스 몬스터인 거대거미는 다리에 창을 맞추면, 다리가 바닥에 고정되어서 한동안 움직이지 못합니다. 이때 다양한 콤보로 괴롭혀 줄 수 있죠.
이은석 실장의 말에 따르면 W키로는 창뿐만 아니라 아주 다양한 특수무기들이 제공될 예정입니다. 이미 홍보영상에서 공개된 갈고리가 달린 사슬뿐만 아니라 폭탄, 단검 등 여러가지 무기들이 선보일 수 있겠죠.
<마비노기 영웅전>의 또 다른 특징은 ‘주변의 사물’을 주워서 공격할 수 있다는 겁니다. 물통이나 상자, 벽돌 같은 것들은 다가가면 ‘W’ 표시가 나오고, 이때 W키를 누르면 머리 위로 높게 들어올립니다. 이때 S는 약하고 빠른 공격, D는 강력한 공격, W는 물체를 집어 던집니다.
사물을 이용한 공격은 대미지가 매우 커서 D키로 발동하는 공격은 한방으로 적을 물리칠 수도 있습니다. 풀콤보를 먹여도 안 쓰러지던 녀석이 상자에 한방 맞고 고꾸라지는 것을 보니까 시원하기도 하고 섭섭(?)하기도 하더군요.
기둥이나 벽 같은 물체는 부술 수 있는데, 부수면 파편들이 일정한 방향으로 '우수수~' 떨어집니다. 이때 피하지 못하면 대미지를 입게 되죠. 파편들은 다시 주워서 무기로 사용할 수도 있고요. 시연버전에서는 들 수 있는 물체의 종류가 적었지만, 앞으로 개발이 진행되면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생길 것 같습니다.
나무를 잘라서 창으로 쓰거나, 열매를 딸 수도 있겠죠. 이은석 실장의 말로는, ‘채집’을 할 수 있는 도구도 W키를 이용해 사용할 수 있다고 합니다. 여러가지를 추측해볼 수 있는 말이죠?
<마비노기 영웅전>의 커다란 특징이라면 ‘스태미너 게이지’를 꼽을 수 있습니다. 화면 상단에 푸른색 바 형태로 표시되는 ‘스태미너’는 공격동작을 하거나, 회피, 빠르게 이동할 때마다 줄어듭니다.
특히 회피동작에서 엄청나게 줄어드는데, 7번 정도 회피를 하면 스태미너 게이지가 모두 소진될 정도입니다. 스태미너가 모두 소모되면 이동이나 공격을 할 수가 없습니다. 자리에 서서 헉헉대는 등의 동작이 자동으로 발동되고 이때 공격을 맞으면 다운되죠.
물약을 마실 때도 굉장히 긴 딜레이가 발생합니다. 다른 게임처럼 빠르게 체력만 회복하는 것이 아니라, 검을 칼집에 집어넣고는 조심스럽게 물약의 뚜껑을 따서 꿀꺽꿀꺽 마시는 모션이 나옵니다. 당연히 전투중에 사용할 수는 없겠죠?
시연버전에서 나오는 졸개 몬스터들은 인공지능(AI)이 별로 뛰어난 편은 아니었어요. 그저 숫자가 많고, 다른 게임보다 체력이 세서 귀찮을 뿐이지 뭔가 위협적이라고 느낄만한 움직임은 전혀 없었습니다. 하지만 워낙 체력이 세기 때문에 포위당하는 경우가 종종 생기는데, 이때는 회피를 이용하면 간단하게 빠져나올 수 있습니다.
S키와 D키를 함께 누르면 아래에서부터 걷어차는 ‘발차기’ 동작이 나가는데, 개인적으로 가장 아찔(?)했던 공격이었습니다. 모션이 딱, 여자들이 남자의 급소(낭심)를 걷어차는 그 모습과 똑같았거든요!
이 발차기는 다운되어 있는 적에게 대미지를 주는 용도 같은데, 별로 쓰임새는 없습니다. 다운되어 있는 적에게도 일반 공격이 맞거든요. 딜레이가 크고 대미지도 어중간한 발차기보다는 일반 콤보를 넣는 편이 낳더군요.
실제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가장 먼저 느낀 것은 사물의 ‘묘사’가 아주 훌륭하다는 것입니다. 특히 배경, 그 중에서도 ‘벽’과 ‘바닥’의 타일이 아주 예뻐요. 적당한 균열과 적당한 그을림(?)이 눈을 즐겁게 해줍니다. 물론 나무나 햇빛의 묘사도 훌륭하고요.
시연대의 비디오카드가 라데온 HD 2600이었는데, 덕분에 멋진 그래픽을 볼 수 있었습니다. 캐릭터도 멋지고, 너무 번쩍거리는 감이 없지 않지만, 갑옷과 칼의 묘사가 아주 사실적이면서도 묘한 기품이 있었습니다.
아마도 개발자들이 중세 기사나 전사들의 차림새에 대해서 꽤나 공부를 한 것 같더군요. 사실 저는 고증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습니다만, 무조건 예쁘게만 묘사해놓은 다른 게임들과 달리 <마비노기 영웅전>의 장비들은 전장에서 쓰이는 물건 특유의 묵직함이 느껴집니다.
그 다음으로 느낀 것은 ‘호쾌함’이었어요. 말 그대로 시원시원합니다. 적을 칼로 벨 때의 타격감이 아주 뛰어나고, 무기를 놓치면서 쓰러지거나 뒤로 밀려나는 몬스터의 리액션도 훌륭합니다.
쓰러져 있는 적을 칼로 다지거나(?), 발로 차거나 밟아버리는 쾌감도 무시 못하죠. 이런 게임은 기본적으로 여러 명의 적을 동시에 공격할 수 있는데, <마비노기 영웅전> 역시 칼의 범위 안에 있는 것은 모두 베어버립니다.
또 한 가지 마음에 드는 것은 모션이 아주 크다는 점이에요. 액션게임에서는 자기보다 몇 배나 무거운 상대에게 칼을 휘두를 때에도 마치 잡초에다가 낫질을 하듯이 설렁설렁하는 모션을 보일 때가 많죠. <마비노기 영웅전>도 게임인 만큼 실제와는 다르지만, 그래도 다른 게임보다는 훨씬 사실적인 모션을 보여줍니다.
전체적으로 이 게임은 그래픽과 모션이 아주 훌륭합니다. 뭔가를 벤다는 느낌, 뭔가를 던진다는 느낌이 아주 사실적으로 묘사되어 있어요. 하복 물리엔진이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소스’ 엔진을 이용한 만큼 물체의 묘사와 움직임은 만족스러운 수준입니다.
그러나 ‘시연’을 위해 만든 버전인 만큼, 재미라는 면에서는 아직 부족했습니다. 지루해요. <삼국무쌍> 류의 게임은 대체로 아주 넓은 전장에서 대규모의 병력과 싸울 때 그 진가가 드러나죠.
그러나 <마비노기 영웅전>은 MO 게임으로 그리 넓지 않은 ‘폐쇄된 공간’이 반복되는 형태입니다. 아무리 랜덤 생성 던전이라지만, 이처럼 폐쇄된 공간이 반복되다 보면 계속 같은 장소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죠.
<헬게이트: 런던>에서도 같은 문제점이 지적됐는데요, ‘랜덤 생성 던전’은 실내나 좁은 장소를 묘사할 때는 오히려 약점이 되는 것 같습니다. 짜임새가 부족해요. 길과 장애물이 있을 뿐, 위치나 주변사물을 이용한 연출은 불가능하니까요.
이런 방식의 게임이라면 차라리 개발자들이 던전을 하나하나 직접 편집하는 편이 좋지 않을까요? 마찬가지로 아직 ‘시연’ 버전인 만큼 등장하는 몬스터의 종류도 적어서, 패턴을 외워버리면 너무 시시해집니다. 인공지능(AI)이 특별한 것도 아니고 그 적은 숫자에서 몬스터의 개성을 느끼기도 어렵죠. ‘베는 맛’은 훌륭하지만, 몬스터가 위협적이라던가 하는 느낌은 없습니다.
전투의 지루함은 아마 ‘스킬’과 ‘보스 몬스터’에서 해결될 것 같습니다. 기본조작에 없는 조작법이나, 전투에서 빈 자리가 참 많은데 스킬이 이런 빈 자리를 메워주겠죠.
지금 당장 생각해도 대쉬, 점프, 백스텝, 강력한 공격, 넓은 범위 공격, 난타, 힐링, 부활, 소환, 공격마법, 방어마법, 오라, 먼 거리의 물체를 조종할 수 있는 염력 등 아주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떠오릅니다.
<마비노기>의 다양한 스킬을 만들어낸 데브캣이라면 훨씬 더 다채로운 스킬들을 보여주겠죠. 게다가 그런 스킬들은 몬스터들도 사용하게 될 테니, 어쩌면 <마비노기 영웅전>의 진정한 재미는 스킬에서 나타날 지도 모르겠습니다.
보스 몬스터는 전형적인 '패턴' 방식이에요. 시연버전의 보스인 거대거미는 대쉬, 점프, 작은 거미 소환 등 3종류의 패턴공격을 해옵니다. 하나하나의 공격이 아주 강력해서 점프공격은 3번 정도만 맞아도 게임오버가 될 정도입니다.
아무래도 몬스터가 강하고 위협적이다보니 재미가 붙더군요. 대쉬 공격을 재빨리 회피로 피하고 다가가서 콤보를 넣거나, 창으로 다리를 고정시켜놓고 '마구 때리는' 재미가 쏠쏠했습니다. 패턴 방식이긴 하지만 장소에 따라서 여러가지 상황이 연출되어서 즐거웠어요. 하지만 3번째 플레이에서는 패턴을 거의 다 외워서 조금 심심해지더군요.
처음엔 정말 무서웠던 거대 거미. 하지만 패턴을 읽고 나니까 귀엽(?)더군요.
전체적으로 그래픽과 모션의 수준은 아주 높지만, 그야말로 맛보기 수준의 ‘시연버전’이었습니다. 40%의 완성도에서 급하게 지스타용 빌드를 만드느라 그렇겠지요. 아직 개발이 한참 남은 게임이니까요.
사실 이은석 실장은 저와의 인터뷰에서 몇번이나 “아직 개발이 많이 남은 게임인데, 지금 시연버전을 공개하게 되어서 부끄럽다. 어디 숨고 싶다”고 말하곤 했습니다. 철저하게 완벽주의를 추구하는 데브캣으로서는 아쉬움이 많이 남았겠죠.
그러나 액션게임에서 가장 기본인 그래픽과 모션이 이처럼 훌륭하다는 것은 고무적입니다. 오히려 ‘호쾌한’ 전투의 공방은 여느 콘솔게임의 그것보다 훨씬 뛰어났어요. 40%의 완성도에서 이 정도의 느낌이라면, 스킬과 연출이 강화될 완성버전은 그야말로 대단하겠죠. 직접 만나본 이은석 실장의 침착한 인상과 데브캣의 실력에 많은 기대를 걸어봅니다.
한 가지 데브캣에 부탁이 있다면, <마비노기>의 특징이었던 ‘아기자기함’을 좀더 추가해달라는 것입니다. 사실 플레잉타임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온라인게임에서, ‘액션’만으로는 지루함과 피로도를 감당할 길이 없습니다.
상대적으로 액션이 뛰어난 <워로드>보다, 국가전의 다양한 묘미를 살린 <창천>이 더욱 인기를 몰고 있다는 점은 한번쯤 참고해 볼만한 사례라고 생각해요. 내년 상반기에 진행될 <마비노기 영웅전>의 정식 클로즈 베타테스트를 기대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