숱한 온라인 FPS게임들이 등장하고, 또 잊혀져 가고 있는 2007년. '차세대 FPS 전쟁'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습니다. 2007년 1 라운드의 생존자가 <아바>라면, 10월부터 시작된 2라운드에서는 <울프팀>이 선두를 유지하는 가운데 <컴뱃암즈>도 탁월한 조작감과 치밀한 맵 구성으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개발을 맡은 두빅은 전작 <히트 프로젝트>에서 주피터 엔진을 사용한 적이 있기 때문에 두 번째로 사용한 <컴뱃암즈>에서 더욱 발전된 그래픽과 효과 구현을 보여줍니다. 그렇지만 여러가지 불안한 측면도 함께 보이고 있는데요, 오픈베타 4주차를 맞은 <컴뱃암즈>의 현주소를 짚어봤습니다. /디스이즈게임 필진 술트라제
■ 섬세한 구현이 돋보이는 그래픽
PC게임의 그래픽은 좋을 수록 좋은 '다다익선'의 요소이지만, 동시에 유저의 PC 사양 대비 퀄리티라는 '비용 대비 효과'라는 측면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아바>의 그래픽이 온라인 FPS 최강 수준이지만, 높은 PC 사양이 필요한 언리언 엔진 3를 선택해서 얻은 결과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됩니다.
<컴뱃암즈>는 <서든어택> <테이크다운: 퍼스트 미션> <크로스 파이어> <울프팀> 등에 사용된 주피터 엔진의 성능을 최대한 끌어낸 느낌의 비주얼을 보여줍니다. 그래픽 소스가 풍부해서 맵의 구성이 알찬 느낌이며, 캐릭터의 커스터마이징이나 총기 개조 이후의 그래픽 표현이 괜찮습니다. 무기의 표현도 매우 섬세하죠. 개발팀이 전작 FPS게임 <히트 프로젝트>에서 주피터 엔진을 한 차례 사용해 봤기 때문에 얻은 결과일 것입니다.
이펙트와 총기, 맵의 세부적인 묘사는 훌륭한 수준.
무엇보다 <컴뱃암즈>의 가장 큰 장점은 최적화가 잘되어 있어, 게임 플레이가 매우 쾌적하다는 점입니다. 최적화가 만족스럽지 못하다면 아무리 뛰어난 그래픽이라 할지라도 무용지물이 되겠죠. <컴뱃암즈> 그래픽의 '비용 대비 효과'는 매우 만족스러운 수준입니다.
■ 실제 총소리가 꼭 최선이었을까?
FPS게임의 타격감, 이른바 '샷감'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바로 '사운드'입니다.
<컴뱃암즈>의 개발진은 보다 나은 타격감을 확보하기 위해 미국 할리우드로 건너가 사운드 전문가들과 함께 게임에 등장하는 무기와 유사한 총기들의 사운드를 녹음해왔습니다. 2차 클로즈 베타부터 후반 작업을 거친 '실제 총기 사운드'가 적용되었죠.
그런데 유저들은 <컴뱃암즈>의 총기 사운드에 높은 점수를 주고 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긴박감을 떨어트리고, 샷감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실제로 타 FPS와 비교할 때 <컴뱃암즈>의 총기 발사음은 박력이 떨어집니다.
유저들이 바라는 것은 진짜 총기 발사음이 아닌, 박진감 넘치는 효과음이 아닐까요? 총기 소리를 듣고 이게 진짜인지 아닌지 알 수 있는 이들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물론 소음기를 장착한 돌격 소총의 소리는 색다른 맛이 느껴져서 좋았습니다만, 들인 노력에 비해 좋은 평가를 받고 있지 못해 안타깝습니다.
돌격소총을 엄청나게 쏘는 것에 비해 소리는 빈약하다.
■ 그래픽으로 표현되는 타격감은 수준급
<컴뱃암즈>에서 그래픽으로 표현되는 타격감은 뛰어납니다. 총탄의 궤적이 이펙트로 표현되는데, 정말 '빗발치는 총탄'이라는 문구가 실감나게 느껴지는 부분이었습니다. 또한 총에 맞은 상대편의 휘청거리는 모습이 과장되게 표현되어 실감나게 해줍니다.
하지만 어딘가 허전하게 느껴지는 총기 발사음이 타격감을 깎아먹고 있습니다. 극사실적인 전장의 구현을 고집하는 패키지 FPS라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컴뱃암즈>는 분명 대중성을 지향하는 온라인 FPS라는 점을 잊어선 안될 것입니다.
아머 포인트(AP)의 도입으로 인해 적을 명중시켜도 헤드샷이 아닌 이상 금방죽지 않는 점도 심리적으로 타격감을 저하시키는 요소입니다. 결국 타격감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사운드와 AP 시스템 등 여러가지 요소를 다각도로 검토하는 과정이 필요할 것입니다.
사운드가 보강된다면 타격감이 훨씬 더 좋아질 수 있을 것이다.
■ 골라쓰는 재미 '멀티웨폰' 시스템
<컴뱃암즈>에는 멀티웨폰이라는 재미있는 시스템이 있습니다. 여분의 장비를 들고 다니다가 언제든지 바꿔서 사용할 수 있는 이 시스템 덕분에 플레이의 다양성이 매우 높아졌습니다. 기존의 FPS에서도 여러가지 세팅은 가능했으나, 사망 이후 리스폰을 기다리면서 바꿀 수 있었죠. 하지만 <컴뱃암즈>에서는 자신이 설정해둔 여러 무기를 언제든 바꿔서 들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돌격 소총을 주장비로 설정하고, 백팩에 저격총을 장착해 두었다면 언제든지 돌격 소총으로 접전을 벌이다 상황에 따라 저격총을 들고 좋은 위치를 장악할 수 있는 식입니다. 백팩에는 주장비와 보조장비, 투척무기 및 특수장비를 가리지 않고 기본적으로 1개, 백팩을 업그레이드 하면 2개까지 넣고 다닐 수 있더군요.
백팩을 통해 다양한 추가 장비를 장착하여 다채로운 플레이가 가능하다.
개발진의 전작 <히트 프로젝트>에서도 멀티웨폰 같은 시스템이 있었습니디만, 당시에는 교체시 공격불능 딜레이 시간이 발생하고, 부장비의 추가 탄창이 제공되지 않아 한계가 있었죠.
교체 딜레이도 없고, 백팩 장비에도 탄창이 제공되는 <컴뱃암즈>의 멀티웨폰 시스템은 빠른 게임의 전개방식과 잘 맞아 떨어집니다. 또한 투척무기로 신경 가스탄이나 소이탄, 대인지뢰 등이 도입되어 다채로운 느낌을 줍니다.
LAW와 같은 중화기가 존재한다는 점도 흥미롭습니다. 필자의 경우, 실전에서 사용해 재미를 보지는 못했지만, 펑펑~ 시원하게 쏘는 맛에 킬수까지 올릴 수 있다면 일석이조겠죠. 유저들의 심장박동을 감지하는 '하트비트 센서'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실전 플레이에서 중화기나 하트비트 센서의 활용도가 떨어지고 있어 아쉽습니다. 이는 맵의 구조 디자인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을텐데요, 멀티웨폰 시스템과 특징있는 장비들이 보다 전략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어야 할 것입니다.
하트비트 센서를 사용한 모습. 레이더에 주황색이 적군이다.
■ 적응하면 충분히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컴뱃암즈>는 얼핏 보면 멀티웨폰 외에 기존의 FPS와 다른 점이 없어보이지만, 실제로 게임을 접해보면 색다른 부분들이 꽤 많습니다.
일단 멀티웨폰 시스템으로 인해 플레이 패턴이 다양해지는 것은 흥미로운 부분입니다. 특히 아머 포인트(AP) 도입으로 인해 적의 바디를 맞추는 것이 비효율적이 되면서 헤드샷을 잘 맞추는 유저들의 킬(kill) 수 또한 높아지게 됩니다.
바디만 맞추면 웬만해서는 적보다 먼저 쓰러지게 되죠. 개인적으로 헤드샷에 익숙하지 않아, 적응하기 힘들었던 부분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컴뱃암즈>의 개성적인 부분이라 생각하고, 기존 플레이 패턴을 고집하지 않는다면 신선한 재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맵도 넓거나 복잡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샛길도 많고 구석구석 활용할 지점들이 있어 익숙해지면 할만 하죠. 달리기(대쉬)와 빠른 이동속도 덕분에 순간적으로 전선을 밀고 올라가는 묘미도 느낄 수 있습니다. 맵만 어느정도 숙지하고 있으면 계속해서 적과 치고받는 공방전의 재미를 느낄 수 있게 됩니다.
온라인 FPS에서 일반적인 유저들이 원하는 것은 '치열한 교전'과 '섭섭치 않게 올릴 수 있는 킬수'입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컴뱃암즈>는 맵과 조작성, AP 포인트에 적응할 경우 시원시원한 전개와 어느 정도의 킬수를 보장해줍니다.
공식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라오는 게임평이 엇갈리는 것도 바로 '적응'의 유무에 따라 재미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게시물을 읽다보면 병장이나 하사 계급 이상의 유저들과 훈련병 단계 유저들의 설전이 심심치 않게 벌어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 가능성은 있지만, 시간이 많지는 않다
<컴뱃암즈>는 가능성이 많은 신작이지만, 풀어야할 숙제도 많고, 주어진 시간도 넉넉하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병장, 하사 계급 이상의 유저들은 총기 밸런스 문제를 지적하면서 신규 맵과 모드, 클랜 시스템 강화 등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초보 유저들은 사운드에서 기인하는 타격감의 부재와 무작위로 떨어지는 데스매치의 리스폰 지점 등의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총기 밸런스 문제는 오픈베타 시작 때부터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습니다. 대표적으로 MP5 등 SMG 총기류의 명중률과 위력이 라이플에 비해 너무 떨어지는 것과, 근거리-원거리를 가리지 않는 스카(SCAR)의 엄청난 파괴력을 들 수 있습니다.
스카의 경우 구매에 필요한 게임머니가 타 총기의 2배이고, 최근 패치로 원거리 파괴력이 다소 줄었지만, 여전히 많은 유저들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와는 반대로 SMG를 쓰는 유저들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다른 FPS를 경험한 유저라면 더욱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부가기능 추가 수준에 그치는 '총기 튜닝'도 아쉬운 부분인데요, 총기 체계의 전반적인 개선이 절실합니다.
<컴뱃암즈>는 전체적으로 밸런스 조정이 필요하다.
클랜 시스템이나 친구추가, 메신저 등의 커뮤니티 시스템 추가도 시급합니다. <컴뱃암즈>를 한달 정도 꾸준히 즐긴 유저들은 서서히 지루함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몇 가지 맵을 바꿔가면서 즐기는 데스매치가 즐길거리의 전부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폭파 미션' 모드는 게임머니 부족에 시달리는 <컴뱃암즈> 유저들에게 상대적으로 인기를 얻지 못하고 있습니다. 미션 모드는 빠른 전개와 풍성한 킬수를 추구하는 게임성에 맞춘 개편도 필요하고, 들인 시간 대비 확실한 보상을 제공해 유저들을 끌어들여야 합니다.
지금의 <컴뱃암즈>는 상당히 불안정한 상태입니다. 유저들이 없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확실히 늘어나는 것도 아니죠. 개선하고 고민해야 할 지점들은 곳곳에 드러나 있습니다. 그리고, 올해 오픈베타를 진행한 FPS들의 전개과정을 돌아볼 때 주어진 시간은 결코 넉넉하지 않습니다.
지금의 <컴뱃암즈>는 분명 즐길만 하지만, 짐을 싸서 이사를 와도 될 정도의 '확신'을 주고 있지는 못합니다. 이번 겨울시즌은 <컴뱃암즈>의 가능성이 '성공'으로 업그레이드 될 수 있을지 판정을 받는 무대가 될 것입니다.
미션 모드에서 폭탄을 설치하고 있는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