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스킷소프트에서 만들고 삼성전자가 서비스하는 <아스트로레인저>는 클로즈 베타 초창기 때부터 그 독특함으로 관심을 받았던 게임이다. 온라인게임이라고 생각하기 힘든 개성적인 그래픽부터, ‘일본식 전대물’이라는 독특한 소재, 그리고 게임 플레이 조작까지.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톡톡 튀는 요소들로 중무장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튀어도 너무 튀었다고 할까? <아스트로레인저>는 내·외적으로 여러 가지 아쉬운 모습을 많이 보여주고 있다. /디스이즈게임 필진 모다모다
너무나 강렬하고 낯선 첫인상
일본식 전대물을 좋아하는 유저들에게는 다른 식으로 느껴질지도 모르지만, 일단 필자 같이 전대물에 큰 애정이 없는 사람이 봤을 때 <아스트로레인저>의 첫 인상은 다소 당황스럽게 다가오는 것이 사실이다.
게임의 그래픽도 그래픽이지만 일단 공지사항부터가 경어가 아닌 반말. 심지어 게임 속 튜토리얼마저도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반말이 쓰이고 있다는 점에서 특히 그렇게 느껴진다. 무언가 ‘ 개성적이다’라는 느낌보다 ‘분위기에 적응하기 힘들다’로 다가온다고나 할까?
※ 전대물(戰隊物): 싸울 전, 떼 대, 만물 물이라는 한자 조합의 의미처럼 전사들이 집단으로 나오는 영상 컨텐츠를 뜻한다. 1970년대 일본에서 방영되기 시작해 지금까지도 다양한 시리즈가 나오고 있으며 <프래쉬맨> <마스크맨> <바이오맨> <파워레인저> 등이 인기를 얻었다.
특별한 소재 때문인지 공지사항 부터 튜토리얼 등 거의 반말이다.
좋게 말하면 개성적인 거고, 나쁘게 말하면 건방진 거고….
물론 이렇게 강한 개성은 유저들에게 약간의 오기를 갖게 만들 수도 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반말투의 어조로 도배된 것은 조금 지나치지 않았나 생각된다. 유저에 대한 배려와 게임의 개성, 두 가지의 장/단점을 적절하게 섞었다면 좋으련만, 지금의 <아스트로레인저>는 너무 한 쪽에 치우쳤다는 느낌이 강하다.
<아스트로레인저>는 음악 게임인데요?
왜 그랬는지는 알 수 없지만, <아스트로레인저>는 오픈베타 초기 마케팅 때부터 한 가지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본질이 엄연한 음악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제대로 부각시키지 못한 것이다.
오히려 유저들에게 “음악적인 요소가 가미된 액션 게임”이라는 잘못된 정보만 알려줘서 일대 혼란(?)을 불러일으키고 말았다.
홈페이지 상단을 살펴보자. 분명 ‘뮤지컬 특공대 아스트로레인저’라고 써있을 것이다.
여기서 “아, 이 게임은 음악 게임이구나”라고 연상하기는 힘들다.
이 자리를 통해 분명하게 집고 넘어갔으면 한다. <아스트로레인저>는 전대물을 소재로 하고 있지만, 액션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게임이다. 액션의 A자도 찾아볼 수 없는 철저한 음악 게임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초기 마케팅 실수로 인해 게임의 본질은 전혀 부각되지 못했다. 당장 국내 최대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아스트로레인저’ 라는 검색어를 입력해 보자. 결과가 어떻게 나오는가? 게임 소개에 ‘장르: 액션’ 이라는 두 글자가 박혀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금문교 위를 달리는 트럭 위에서 가위차기를 하는 캐릭터.
위기에 처한 키보드
음악 게임 마니아라면 누구나 예측할 수 있는 사실이지만, <아스트로레인저>의 아이디어가 된 게임은 아마도 반다이남코의 ‘북치기 게임’ <태고의 달인>일 것이다. 실제로 연타모드부터 시작해서 최대한 단순하게 설정된 키 구성. 그리고 박자를 잘 알아야 공략할 수 있는 게임 시스템 등은 여로 모로 <태고의 달인>의 게임성과 많이 닮아있다.
요즘은 국내 아케이드 센터에서도 자주 볼 수 있는 반다이남코의 <태고의 달인>.
방금 언급한 사실이 나쁘다는 의미는 아니다. 하지만 <아스트로레인저>는 아케이드 게임에만 어울리는, PC용 온라인게임에는 어울리지 않는 몇 가지 요소들을 그대로 갖고 왔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남긴다.
대표적으로 ‘연타노트’를 들 수 있다. 아케이드 같은 경우에는 수많은 연타노트가 나와도 컨트롤러를 신나게 두드릴 수 있지만, PC의 키보드에서는 그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인식률이 좋지 못한 키보드의 경우는 정도가 더 심하다)
여기에 키보드 파손 염려까지 겹치면 게이머들은 차마 무서워서(?) 제대로 연타노트를 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이런 연타 노트가 나오면 “어이구 내 키보드~” 소리가 절로 나온다.
온라인의 장점을 살리지 못했다
<아스트로레인저>는 다른 음악 게임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함께 즐기는’ 온라인 게임의 장점을 살리는 데 소홀히 한 것으로 보여진다.
실제로 게임의 커뮤니티 시스템을 살펴봐도 단순한 채팅과 대전모드, 그리고 랭킹 정도만을 지원할 뿐, 길드 시스템과 같은 다양한 유저들이 서로 어울릴 수 있는 시스템은 찾아볼 수 없다.
아바타 꾸미기 시스템만 봐도 그렇다. 현재 게임 속에는 다양한 의류 아이템을 통해 아바타를 개성적으로 꾸밀 수 있지만, 이렇게 꾸민 아바타를 ‘과시할’ 채널과 기회가 부족하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그나마 팀전에서는 화면을 상·하로 나눠서 위쪽에 1등 캐릭터를 노출시키고 있다. 하지만 실제 게임에서 화면 위쪽을 볼 일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가뜩이나 좁은 화면이 절반으로 잘려서 귀찮게 느껴지는 점이 많다.
상하 화면 분리는 아바타 노출에서 큰 도움을 주지 못한다.
독특한 그래픽이 남긴 빛과 그림자
<아스트로레인저>는 <뷰티풀 죠>와 같은 게임에서 시도했던, 선 굵은 북미 카툰풍 그래픽을 보여주고 있다. 게임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마블 코믹스 같은 북미 카툰이 먼저 떠오를 정도.
일단 개성만점의 그래픽은 천편일률적인 캐릭터 위주의 다른 온라인게임에 비해 눈에 확 들어온다는 장점이 있다. 유저들에게 색다른 감각으로 다가온다는 점에서는 분명 긍정적인 특징이다.
하지만 배경처리까지 너무나 개성있게 한 것이 문제라면 문제다. 캐릭터와 배경이 제대로 구분이 되지 않는다고 할까. 실제로 일부 화려한 배경 스테이지의 경우에는 노트가 배경에 묻혀버리는 현상을 발견할 수 있다.
유저 인터페이스 역시 마찬가지로 게임 대기화면에서 초보자들은 난이도를 결정하는 버튼조차 찾지 못하고 헤매는 모습을 보여준다. 개성적인 것은 좋지만, 이런 부분은 수정을 거쳐야 하지 않을까?
붉은색으로 표시한 원이 ‘곡의 난이도’를 결정하는 버튼이다. 숨은그림찾기?
음악 게임으로서 완성도는 훌륭하지만…
지금까지 아쉬운 점들을 많이 언급했지만, <아스트로레인저>는 사실 ‘음악 게임’으로서의 본질만 놓고 보면 완성도가 굉장히 훌륭한 게임이다.
특히 <DJ MAX> 같은 건반 스타일 음악 게임의 경우, 오리지널 음악이 아닌 대중가요를 삽입하면 그 완성도가 현저하게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하지만, <아스트로레인저>에서는 그런 모습을 전혀 발견할 수 없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다.
음악 게임으로서 <아스트로레인저>의 완성도는 훌륭한 편이다.
하지만 난이도 조절 부분에서는 많은 아쉬움을 남긴다. <아스트로레인저>는 모두 3가지의 난이도를 지원하는데, 우선 ‘노멀’(레인저) 모드까지는 등장 노트의 박자와 패턴이 너무나도 무난하다. 중간 중간 반박자 노트 같은 요소를 넣어서 재미를 줘야 하는데, 너무나도 정박자 위주로만 구성되어 있어서 쉽게 식상해진다.
그렇다고 해서 노트가 재미있게 구성된 하드(마스터) 모드로 넘어가자니, 여기서부터는 난이도가 일반인들은 즐길 수 없는 안드로메다 저편으로 점프를 해버린다. 뭔가 재미를 느끼려고 하면 좌절하게 되는 상황이라고 할까?
지금까지 <아스트로레인저>는 지속적인 패치로 노멀 모드의 난이도를 하향조절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단순한 난이도의 하향에만 그쳐서는 안 될 것이다.
노멀 모드를 즐기다 하드로 넘어간 한 유저의 절규.
아직 가능성은 충분하다
결론적으로 <아스트로레인저>는 콘솔게임 감각의 독특함을 갖고 있지만, ‘온라인게임’으로서의 완성도와 밸런스 측면에서는 많은 아쉬움을 남긴다. 그리고 너무 강렬하게 튄 나머지 의외로 많은 호응을 얻지 못하는 게임이라고 총평할 수 있다. 게임성만 놓고 보면 차라리 PSP에 어울린다고 할까?
하지만 아직은 오픈베타라는 점, 그리고 온라인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방식의 음악 게임이라는 점에서 <아스트로레인저>의 발전 가능성은 아직 무궁무진하다.
보통 전대물에서 핀치에 몰린 주인공들은 언제나 마지막에 거대로봇을 불러와 괴수들을 쓰러뜨리는 법. <아스트로레인저>가 빠른 시일 내에 그런 모습을 보여주기를 기대해 본다.
역동적인 게임화면은 좋지만, 덕분에 고사양 문제가 뒤따라 발생했다.
참고로 유저들은 현재 끊김현상이 적은 ‘시청역’, ‘나고야’ 같은 맵만 플레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