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의 기다림.’ ‘인간 세상과 가장 닮은 게임.’
<아틀란티카>를 접하고 나면 이 선전문구를 볼 때마다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유저들에 의해 살아 움직이는 경제시스템을 선보인<거상>, 그 위에 인간관계와 정치시스템을 더한 <군주>. 그리고 그 피는 15년의 세월을 타고 <아틀란티카>로 이어졌다.
유저의 편의를 고려한 게임시스템. 유저에 의한 경제구조와 도시운영. 유저를 위한 방대한 세계관과 컨텐츠. 한국 온라인 게임의 현재, 그리고 나아갈 길을 제시한 <아틀란티카>의 오픈베타를 직접 체험했다. /
거대하고 치밀하게 꾸며진 세계,
개성을 표현할 수 있는 요소의 부족은 아쉽다.
방대한 세계관을 다루고 있는 게임일수록 다양한 종류의 몬스터와 아이템을 선보여야 하고, 그것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창작과 노력이 수반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자주 사용되는 기술이 하나 있다. 기존에 있던 디자인을 색상을 변경하는 정도로 재활용하는 '리폼 컨텐츠'다.
<아틀란티카>는 리폼 컨텐츠의 사용을 최대한 자제하고, 던전과 몬스터에 대한 명확한 컨셉트와 디자인의 완성을 보여준다
현실세계에 존재하는 다양한 장소를 판타지 느낌으로 구현했다.
장비 역시 습득할 수 있는 지역의 분위기를 잘 살리고 있지만, 특정 레벨대에 통일된 장비만을 요구함으로 개인의 개성을 제한하고 있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특정 레벨마다 정해진 장비만을 착용해 자신만의 개성을 표현하기 어렵다.
패키지 게임을 연상시키는 퀘스트 진행방식
<아틀란티카>의 퀘스트는 해당 지역의 적을 차근차근 물리치고 보스까지 제압한 뒤에 새로운 지역으로 넘어가는 패키지 게임의 스테이지 방식과 닮았다. 잘 짜여진 퀘스트가 가장 큰 이유겠지만 클로즈 베타 단계부터 호평을 받았던 자동이동 기능 역시 이런 특징을 뒷받침하고 있다.
흥미를 유발하는 이벤트가 이어지면서 이동과정에서 발생하는 지루함을 최소화했다.
단계적인 레벨구성은 개발자 입장에서 손쉽게 유저의 성장을 통제할 수 있고, 유저는 게임진행에 대한 고민을 덜 수 있다.
장점도 있지만 반대로 단점도 존재할 수 있다. 여러 선택지에 대한 고민이 사라지면서 어떤 결정을 내릴지 고민하고, 그 결과로 퀘스트를 해결했을 때 얻는 성취나 재미가 줄어든다.
긴박감이 느껴지는 턴 방식 전투
패키지 롤플레잉 게임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턴 방식의 전투. <아틀란티카>는 MMORPG 장르에서 매우 생소한 턴 방식 전투를 선보이고 있다.
지정된 시간 안에 다음 행동을 결정하는 방식은 낯설지 않다. <파이널 판타지>시리즈의 ATB(Active Time Battle) 시스템에서 이미 경험한 바 있다.
긴장감을 유지시키는 '끈'은 제한시간 외에도 존재한다. 자폭하는 적부터 공중에 떠있는 적, 스킬을 써야만 피해를 줄 수 있는 적까지, 다양한 패턴에 대한 상성관계가 존재하는 점도 긴장감을 불어넣는 요소다.
전투중에 몬스터가 난입해 들어오는 부분은 그 중에서도 으뜸으로, 전투를 마치는 순간까지 긴장을 하게 만든다.
몬스터가 한 마리 남았다고 안심하는 순간 들이닥치는 몬스터 그룹. 갑자기 방문을 열고 들어오시는 어머니 못지 않게 무섭다.
물론 단점도 있다. 파티를 맺고 전투에 임하는 유저가 어떤 몬스터를 공격할지 명확한 표시구분이 없어 불편하다. 차라리 파티마다 고유한 색을 지정해주고, 파티원이 공격을 선택한 몬스터 위에 같은 색을 표시해주는 방법은 어떨까?
파티원이 공격하는 몬스터를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의 전략적인 차이는 크다.
사람과 사람의 만남을 주선하는 시스템
인간 세상에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만큼 중요한 것이 또 어디에 있을까? <아틀란티카>는 '인간 세상을 닮은 게임'이라는 홍보문구처럼 사람과 사람이 관계를 맺도록 유도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관계를 촉진시키는 핵심에는 '스승과 제자' 시스템이 자리하고 있다. 30 레벨 이상의 유저가 초보자를 제자로 받아들여 레벨을 30까지 달성시키면 스승이 20만 골드의 게임머니를 보상으로 받는 제도다.
스승은 금전적인 보상을 위해서라도 레벨이 낮은 유저들을 적극적으로 찾아서 돕게 되고, 초보자는 스승의 도움을 받아 빠른 성장을 할 수 있다.
전문기술도 비슷한 규칙이 적용되어 있다. 전문기술 수치가 11 이상인 유저들은 기술이 낮은 유저에게 기술을 전수함으로써 기술 포인트를 얻을 수 있다. 반대로 기술 수치가 낮은 유저는 무료로 기술을 배울 수 있다.
눈에 보이는 이익을 보상으로 걸고 유저 사이의 연결고리를 만들어냈다.
파티플레이의 경우 굳이 함께 싸우지 않아도 파티원 중에 전투에 승리한 유저가 있다면 떨어진 거리에 상관없이 모든 파티원이 동일한 보너스 경험치를 습득한다.
이때 추가 경험치를 받을 수 있는 경험치 책을 얻게 되는데, 이를 이용해 빠른 레벨업이 필요한 캐릭터에게 추가 경험치를 몰아줄 수 있다
하지만 반대로 유저의 연결고리가 서로의 이득에만 집중되면서 사람 사이에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정보다 실리 중심의 인간관계가 앞서기 쉬운 것은 단점이 될 수도 있다.
곳곳에 보이는 유료 아이템의 포석,
하지만 무료 플레이도 충분히 할만하다.
<아틀란티카>의 대표적인 편의 시스템인 자동이동, 순간이동, 자동전투 등은 유료 아이템인 주문서를 구입해서 사용할 수 있다. 진행을 도와주는 소모성 주문서도 오픈베타 이벤트나 퀘스트 등을 통해서 얻을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유료 아이템이다.
게임을 하다보면 곳곳에서 유료 아이템에 대한 갈증을 느끼게 된다. 수만 종의 아이템은 확장가방 주문서의 구입을 고민하게 만든다. 다양한 종류의 용병과 PvP와 PvE에 유리한 전술구조의 뚜렷한 차이는 용병보관소의 구입을 부추긴다.
하지만 유료 아이템이 없어도 게임을 즐기는데 큰 지장은 없다. 편리한 기능들을 일단 맛보게 한 다음에 유료 구입에 대한 의사를 유저에게 묻는 과금방식은 매우 똑똑하다.
라이트 유저는 약간의 불편을 감수하면 되는 사항이고, 추후에 필요하면 구입하면 된다. 잠재적인 유료 고객을 확보하면서 게임성에 큰 타격을 입지 않아도 되는 구조다.
깊이 파고들수록 자연스럽게 유료 아이템에 대한 욕구가 생겨난다.
현재의 완성, 그리고 발전하는 미래
15년간 꾸준히 하나의 색체를 갖고 게임을 개발하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만큼 김태곤 개발이사가 만든 게임에는 몇 가지 공통적인 코드가 있다.
바로 현실세계와 동일한 지명과 형태를 갖고 있는 세계관, 그리고 유저들에 의해 만들어지는 경제와 정치다.
<아틀란티카>도 예외없이 이런 코드를 포함하고 있지만, 단순히 유저들의 손에 모든 것을 맡기는 것이 아니라 퀘스트와 자동이동 기능을 묶어 하나의 서사성을 가진 진행을 덧붙였다.
서사적인 게임진행은 최고 레벨에 도달한 유저가 늘어나면서 자신이 만든 장비로 돈을 벌고, 마을을 꾸리는 등 유저에 의한 자율성이 영향을 미치는 게임세계로 변화할 것이다.
<아틀란티카>는 취향이 크게 어긋나지 않는다면 특별히 단점을 꼬집기 힘든 게임이다. 그만큼 턴 방식 MMORPG로서 기본적인 완성도는 충실하다. 온라인게임의 새로운 시대를 연 <아틀란티카>가 미래에 어떻게 발전하고 바뀔지 흥미롭게 지켜볼 일이다.
15년간 꿈꿔온 <아틀란티카>는 유저들과 함께 성장하고 있다.
그 성장은 오랜 시간 계속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