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나온 모바일 게임 중 이토록 독특한 방식의 작품이 있었을까? 루프물, 멀티엔딩 RPG를 표방한 모바일 게임 <영원한 7일의 도시>가 25일, 한국 CBT를 끝마쳤다.
※ 루프물: 주인공이 특정 시간대에 갖혀, 혹은 특정 목적을 이루기 위해 자의로 반복되는 시간을 겪는 장르. 영화 '이프 온리'와 '어바웃 타임', 소설 '시간을 달리는 소녀'와 'Re: 제로부터 시작하는 이세계 생활' 등이 대표적이다.
<영원한 7일의 도시>는 여러모로 한국에서 흔히 보이는 여러 모바일 RPG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게임은 일직선 진행을 보여주는 다른 게임과 달리, 루프물이라는 테마를 십분 활용해 유저의 선택에 따라 이야기 전개와 게임의 흐름이 달라진다. 또한 캐릭터의 전투력만이 클리어에 영향을 주는 대부분의 RPG와 달리, 유저가 어떤 선택을 했느냐에 따라 이벤트 클리어 여부가 달라지는 것도 특징.
그리고 '멀티엔딩 RPG'라는 캐치프레이즈에 걸맞게, 이런 유저의 행동과 선택이 매 회차 '엔딩'을 결정하는 것도 특기할 만한 요소다. 여러모로 국내 다른 게임과는 차별화된 작품. 중국에서 넘어온 파격적인 모바일 게임 <영원한 7일의 도시>의 주요 특징을 정리했다. /디스이즈게임 김승현 기자
<영원한 7일의 도시>는 멸망이 임박한 가상의 도시에서 반복되는 시간을 살아가며 멸망을 막고 사람들을 구해야 하는 '루프물'이다.
유저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 7일. 유저는 이 제한된 시간(= 행동 기회)를 최대한 활용해 세계의 멸망을 막고, 캐릭터들과의 인연을 만들어 가야 한다.
시간은 한정돼 있는데, 해결해야 할 일은 많다. 때로는 동시에 모든 것을 처리할 수 없을 정도로. 유저가 어떤 곳에 먼저 가느냐에 따라 캐릭터가 죽기도 하고, 누구와 어떤 관계를 맺었느냐에 따라 동료가 파티에서 이탈하기도 한다. (전투에선 정상적으로 나오지만, 해당 회차에서 그 캐릭터와 관련된 이벤트는 볼 수 없다)
스테이지에 진입하거나 사건을 해결하는데도 유저에게 선택지가 주어진다. 어떤 스테이지를 원활히 진입하기 위해서는 '환력'이라는 보호막 수치가 일정 이상이어야 하고, 적의 어떤 행동을 막기 위해서는 '정보력'이 일정치 이상 필요하다. 그리고 이 두 수치는 각각 건물을 건설해 올려야 하는데, 건물을 지을 공간은 한정돼 있고 건물을 짓는 것 또한 시간이 소비된다.
이처럼 <영원한 7일의 도시>는 유저에게 끊임없이 선택지를 제시하고 유저에게 선택을 강요한다. 유저는 이러한 수많은 선택지 속에서 최선의 선택지를 골라야 한다. 그리고 7일간 쌓인 유저의 선택은 마지막 날 '엔딩'으로 주어진다.
때로는 그 선택이 예상치 못한 진실을 드러낼 수도 있고, 의도치 않은 불행을 불러올 수도 있다. 설사 나름 최선의 선택을 했어도, 다른 무언가를 포기했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다시 한 번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된다.
이런 루프물이라는 테마와 시스템 덕에 <영원한 7일의 도시>는 일직선 진행을 보여주는 대부분의 모바일 RPG와 달리, 유저의 선택에 따라 이야기 전개가 달라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유저가 한 회차를 끝내고 엔딩을 보면, 게임은 1일차로 시간이 거슬러 올라가고 그동안 유저가 한 행동은 모두 초기화된다. 이 때 남는 것은 2개뿐이다. 유저의 계정 레벨(= 캐릭터 레벨)이나 캐릭터들의 보구(장비) 같은 캐릭터 성장 관련 요소들, 그리고 유저의 해결한 사건과 이벤트에 대한 보상(캐시 등 다양한 자원과 교환할 수 있는 재화).
때문에 유저는 한 회차가 끝나면 자연히 다음 회차에서 더 나은 점수를 받으려고 하고, 이를 위해 더 많은 사건을 해결하고 더 많은 캐릭터들과 인연을 맺으려고 노력하게 된다.
재미있는 것은 이 과정이 모바일 RPG라기보단 시뮬레이션이나 비주얼노벨과 흡사하다는 점. <영원한 7일의 도시>의 이야기에서 '전투'는 말 그대로 이야기를 전개하기 위한 통과 의례에 가깝다. 전투를 한다고 해서 캐릭터 성장에 크게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고, 심지어 한 번 깬 스테이지는 반복 플레이할 수도 없다. 캐릭터의 전투력이 엔딩 점수에 추가 점수를 주지도 않는다.
오히려 엔딩을 판가름하고 평가받는 것은 그동안 유저가 한 행동, 그리고 캐릭터들과 인연을 맺으며 겪은 각종 이벤트. 그리고 앞서 얘기했듯이 <영원한 7일의 도시>는 회차마다 유저가 할 수 있는 행동 횟수가 제한된 게임이다. 더군다나 캐릭터들마다 피로도 개념까지 있어, 일부 좋은 캐릭터만 계속 돌릴 수도 없는 작품.
때문에 <영원한 7일의 도시>의 플레이는 자동전투를 켜놓고 파밍을 하는 모바일 RPG라기 보다는, 제한된 행동 기회를 최대한 활용해 앞으로 다가올 사건을 대비하는 일종의 시뮬레이션, 혹은 제한된 행동 횟수 내에 특정 캐릭터의 호감도를 최대한 끌어 올리는 비주얼노벨(혹은 연애 시뮬레이션)에 더 가깝다. (심지어 일부 캐릭터는 뽑기가 아니라, 호감도 조건을 만족 시켜야만 얻을 수 있을 정도)
두 장르와 다른 것이 있다면 캐릭터를 꾸준히 성장 시켜야 다회차 플레이에서 '전투'라는 허들을 넘을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캐릭터가 성장하면 특정 행동에 필요한 요구 조건을 맞추기 쉬워져 더 높은 점수를 얻기 쉽다는 점 정도.
<영원한 7일의 도시>의 전투는 최대 3명의 캐릭터가 한 팀이 돼 스테이지를 돌파하는 방식이다. 셋 중 유저가 한 명을 조종하고, 나머지 캐릭터들은 AI가 조종하는 방식. 직접 조종하는 캐릭터는 언제든지 바꿀 수 있으나, 바꿀 수 있는 횟수 자체는 제한돼 있다.
전투에서 인상적인 것은 모바일 액션 RPG라기 보단, <펜타스톰> 같은 MOBA 게임에 가까운 조작감이다.
스킬을 사용하면 바로 스킬이 나가는 대부분의 모바일 액션 RPG와 달리, <영원한 7일의 도시>는 스킬을 사용하면 MOBA 게임처럼 유저가 스킬 범위를 설정하고 그 이후 스킬이 발동되는 방식이다. 이 때문에 전투의 템포 자체는 액션성 강한 다른 게임에 비해 한 호흡 느린 편. 냉정히 말해 속도감뿐만 아니라, 보는 맛이나 때리는 맛 등도 다른 게임에 비할 바는 아니다.
대신 게임이 집중한 것은 '공략'이다. <영원한 7일의 도시>에 나오는 대부분의 몬스터는 캐릭터들의 일반 공격을 봉쇄하거나 공격마다 캐릭터를 띄워 무력화시키는 등 다른 RPG에 비해 까다로운 패턴을 보여준다. 때문에 유저는 전투를 할 때 다른 게임처럼 저돌적으로 달려들기 보단, 몬스터의 패턴을 봉쇄하거나 탱커를 미끼로 주고 아예 범위 밖에서 때리는 등 적절한 공략을 시도해야 한다.
이런 특징이 잘 드러나는 것은 2회차 플레이부터 해금되는 파밍·도전·협동형 스테이지다. 기본적으로 스토리 관련 스테이지보다 난이도도 높게 설정돼 있는 데다가, 추가로 일부 스테이지는 타임 어택이나 유리한 속성 캐릭터 쓰지 않기, 캐릭터 호위, 회복 수단 제한 등 까다로운 추가 미션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다른 모바일 RPG에 비해 전투 중 섬세한 조작이 더 중요한 편.
이 때문에 <영원한 7일의 도시>의 전투는 (일부 파밍형 콘텐츠를 제외하면) 다른 게임에 비해 허들의 이미지가 더 강한 편이다.
한편, <영원한 7일의 도시>는 오는 28일, 국내 정식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