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툼레이더>의 리부트 최신작, <섀도우 오브 더 툼레이더>가 드디어 출시됐다. 3부작의 대미를 장식하는 게임이자 <툼레이더> 1편과 연결되는 등 여러모로 중요한 위치에 놓여 있는 게임이라 출시 전부터 많은 기대를 받아 왔다.
기자가 중3 시절 처음 접했던 <툼레이더>는 그래픽과 액션 어드벤처 장르에 있어 뛰어난 모습을 선보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후 다양한 시리즈가 출시됐고, 그 감동은 17년 뒤, 2013년 첫 리부트 타이틀에서 다시 이어졌다.
3부작으로 기획된 <툼레이더> 리부트는 라라 크로프트의 어릴적 모습을 담고 있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강인한 모습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심도있는 액션과 어드벤처로 담아냈다. 그 결과, 시리즈 최고 판매량 달성을 이루기도 했다.
리부트의 마지막 스토리를 장식하는 게임인 만큼 관심 속에 출시된 <섀도우 오브 더 툼레이더>. 시리즈와 리부트 시리즈를 꾸준히 즐겨온 팬으로서, 출시 되자마자 게임을 해봤다. 그러나, 게임을 하면 할 수록 고개를 갸우뚱 거리게 됐다. 마지막치고는 뭔가 제대로 끝내지 못한 느낌 때문이다. / 디스이즈게임 정혁진 기자
게임은 1996년 출시된 <툼레이더>의 이전 이야기를 담는 <툼레이더> 리부트의 3부작 마지막 이야기를 담고 있다. 2년 전 출시된 <라이즈 오브 더 툼레이더>의 후속작으로, 이전 두 작품을 맡던 크리스탈 다이너믹스가 아닌 에이도스 몬트리올이 메인 개발을 맡았다. 전작의 부진에 따른 결과로 보인다.
이를 의식해서인지, <섀도우 오브 더 툼레이더>는 경험적인 부분에서 개선을 시도했다. 시리즈에서 선보였던 뛰어난 연출력, 그래픽은 유지한 채 잠입과 암살의 빈도를 높여, 상황에 대한 전략을 고민하게 만들었다. 진행을 통해 얻는 스킬 포인트는 대부분 잠입, 암살을 보다 효과적으로 하게 하기 위해 설계되어 있다.
2013년 <툼레이더> 리부트 1편이 출시되고, 2년 뒤 <라이즈 오브 툼레이더>가 출시됐는데, 두 타이틀 모두 어드벤처보다는 액션 성격이 강한 게임이었다. 꼭 암살, 잠입이 아니어도 1 대 다 전투가 가능했고. 물론 효율 적인 방법은 아니나, 상황에 대한 고민을 덜 하게 만들었다는 단점이 꾸준히 지적되어 왔다.
<섀도우 오브 더 툼레이더>는 몸에 진흙을 발라 보호색을 만들거나, 적의 시체에 유인 함정을 놓기도 하고 독가스가 방출되는 유인 화살 제작 등 다양한 기술이 도입됐다. 나무 위에서 적에게 로프 화살을 사용해 적을 처치 후 묶는 것도 가능하다.
또, 퍼즐의 빈도가 꽤 높아졌다. 유적 내 다양한 요소를 풀기 위해서는 많은 시도가 필요하다. 그렇다고 해서 난이도가 대폭 올라간 것은 아니다. 과거 리부트 시리즈에서 사용됐던 유적물을 밀거나 문양을 맞추는 것, 로프로 연결하는 등 시리즈를 즐겼다면 시도할 수 있는 방법은 여전히 적용된다.
그래도 어려울 수 있는 유저를 위해, 옵션에서 난이도 별로 퍼즐의 힌트를 다르게 보여주는 기능을 도입해 유저 숙련도를 배려하는 모습도 보이기는 했다. 그만큼, 올라간 난이도를 위한 배려로 보인다. 보통 지형을 이동하는 힌트는 흰색이 칠해진 것을 활용하면 되는데, 어려움 난이도로 갈 수록 색이 점점 옅어져 아예 보이지 않기도 한다.
여러 개선 외에 콘텐츠 추가도 이루어져 즐길 거리를 더했다. '보조 임무'를 선보였는데, 게임 속 각종 미션을 부여 받아 클리어하면 장비나 아이템을 주거나 특정 NPC가 나타나기도 한다. 강제 요소가 아니므로 놓쳤더라도 언제든지 이용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는 게임의 난이도를 대폭 낮추는데 어느 정도 기여했다. <섀도우 오브 더 툼레이더>는 기본적으로 자원의 수급이 꽤 원활한 편이며, 업그레이드를 통해 요구되는 자원도 막대한 양이 아니다. 가방을 늘리면서 꾸준히 자원만 채집해 주면 어렵지 않게 장비를 강화할 수 있다.
의상 역시 마찬가지. 또한, 의상은 상, 하의로 따로 장착할 수 있으며, 특정 의상은 능력치를 상승 시키는 역할도 해 선택지를 높였다. 물론 베이스캠프에서만 장착할 수 있지만, 캠프가 적지 않은 편이므로 불편함은 크지 않다. 룩을 신경 쓰지 않는 이라면 계속 착용하고 있어도 무방하지만.
또 <섀도우 오브 더 툼레이더>가 3부작 마지막 타이틀이라서 마치 모든 것을 보여주려는 듯, 디지털 디럭스 에디션부터는 과거 등장한 라라의 모습이 코스튬으로 등장하기도 한다. 어디까지나 팬들을 위한 배려 차원이라고 이해해두자.
그러나, <섀도우 오브 더 툼레이더>는 위에서 언급한 개선점 위주의 변경 사항 외에는 전반적으로는 매우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적어도 3부작 마지막 타이틀을 내놓는다면 조금 신중을 기했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 정도.
먼저, 스토리 부분에서 메시지를 전달하는 부분이 미흡했다. 이번 타이틀은 3부작의 마지막 타이틀이자 <툼레이더>와 이어지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구성이 빈약해 몰입과 공감을 얻는 데 실패했다. 등장 인물도 부족했고.
<섀도우 오브 더 툼레이더>는 그동안 갈등 요소로 있던 트리니티를 막는 여정의 마무리를 짓는 타이틀이다. 왜 그들이 세계의 재창조를 갈구하는 지에 대한 명확한 스토리라인이 부여돼야 했다.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서 구체적인 언급은 피하겠지만, '겨우 이것 때문인가' 싶을 정도로 생각보다 그 이유는 매우 단순했다.
특정 갈등 요소보다는 뭔가 의도하지 않은 듯한 사건들을 수습하려는 것에서 오는 혼란함에 가까웠다. 마치 좌충우돌 모험 여행기처럼. 스토리보다는 모험과 잠입을 즐기는 쪽이 나아보였다. 극 초반부터 트리니티의 수장을 등장시켰더라면, 그와 꾸준히 긴장감을 이어가는 감정선을 지켰어야 했지 않았나 싶다.
구성이 부족했던 것은 스토리 뿐만이 아니었다. 콘텐츠도 과거 시리즈의 그것들과 비교해서 크게 달라졌다거나 변화를 준 부분을 찾기 힘들었다.
1편이 큰 호응을 얻고 나서 출시된 2편 <라이즈 오브 툼레이더>는 그래픽과 스토리가 크게 향상됐으며, 과거 일직선형 구성에서 오픈월드 형태를 새롭게 시도했다. 물론 게임 흐름이 제법 늘어진다는 지적을 받기는 했지만, 후속작인 만큼 좋은 시도를 했다는 차원에서는 좋은 점수를 줄 법 했다.
그러나, <섀도우 오부 툼레이더>는 전작의 오픈월드 형태를 크게 바꾸지 않은 모습이다. 구성을 개선 혹은 발전시킨 형태로 선보였다면 모르겠지만, 늘어지는 모습은 여전해 똑같은 단점이 지적됐다. 그나마, 챌린지 무덤이 여러 진행방식을 보여줘서 다행이었다.
스토리의 배경이 되는 정글 역시 제 요소를 다하지 못했다. 탐험을 통한 모험, 예상치 못한 위험 요소 등 온갖 긴장 요소를 갖추고 있음에도 배경 역할 정도로만 치우쳤다. 자연 환경 요소를 이동하는 방법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으며, 게임 초반에 등장했던 재규어와의 대결도 초반 이벤트 정도로만 그쳤다.
그 밖에, 전투도 암살이나 잠입을 강조하기는 했으나 사실상 적의 AI가 크게 뛰어나지는 않아서 의하해 하기도 했다. '뭐야, 이게 안들켜?'라는 상황이 제법 벌어지기도 했고.
초반에 잠시 등장하는 라라의 어릴적 모습. 뭔가 언차티드에서 등장한 요소를 의식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섀도우 오브 툼레이다>는 시리즈에서 인기를 끌었던 요소는 꾸준히 가져온 탓에 누구나 게임을 어렵지 않게 즐길 수 있다. 퍼즐의 난이도도 선택에 따라 플레이를 할 수 있어 게임에 대한 난이도도 대폭 낮췄다.
하지만, 게임은 '툼레이더' 리부트 3부작 최종편에 대한 유저들에 대한 기대감은 충족시키지 못했다. <라이즈 오브 툼레이더>의 확장팩이라면 좋겠지만 시스템이나, 스토리나 여러모로 부족했던 것은 사실이다.
크리스탈 다이너믹스에서 깃발을 가져온 에이도스 몬트리올의 선택은 조금 더 신중했어야 했다. 첫 리부트를 시작한 지 벌써 5년의 시간이 지났다. 5년 전 <툼레이더> 리부트의 등장은 시리즈 팬들에게 큰 놀라움과 감동을 줬다. IP가 꾸준히 유지되는 만큼, 향후 또 다른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한 번 리부트 때와 같은 재미를 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