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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리뷰

캐주얼 슈팅 이상의 묘미, 버블파이터

‘버블파이터’ 1차 클로즈 베타테스트 체험기

크발칸 2008-08-05 21:58:26

<크레이지 아케이드 비엔비>와 <카트라이더>를 만든 넥슨 로두마니 스튜디오의 신작 <버블파이터>가 첫 번째 클로즈 베타테스트를 진행했습니다. 지스타 2007에서 처음으로 일반에 공개 되어 많은 호응을 얻었던 <버블파이터>는 과연 어떤 게임성을 보여주었을까요. 직접 확인해봤습니다. /디스이즈게임 이재진 기자, 필진 크발칸


 

■ <비엔비>와 3인칭 슈팅의 멋진 만남


<버블파이터>의 게임방식은 간단명료합니다. 상대방의 체력(HP)을 모두 닳게 만들어 물방울에 가두는 것을 ‘버블’이라고 하고, 그 물방울을 터트리는 것을 ‘팡’이라고 합니다. 버블만으로는 상대방을 완전히 제압할 수 없고, 팡으로 마무리를 해야 하죠.

 

버블에 갇힌 유저는 같은 편이 터치를 해주면 버블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이것을 ‘헬프’라고 합니다. 버블에 갇혀도 느리지만 열심히 헤엄쳐서 도망갈 수 있고, 같은 편이 헬프를 해주면 체력을 어느 정도 회복한 채 풀립니다. 일정 시간이 지날 때까지 팡을 당하지 않아도 물방울이 터지면서 버블 상태가 풀리죠. ‘얼음땡’ 놀이와 유사한 방식입니다.

 

이렇게 보면 어디서 많이 본 방식이 아닌가요? <크레이지 아케이드 비엔비>를 해본 유저라면 물방울을 총으로 쏜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완전히 같은 방식이라는 것을 눈치챘을 것입니다.

 


버블 상태에서도 느리지만 움직일 수 있습니다. 사실 헤엄치는 거죠.

 

규칙을 이해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습니다. 하지만 실제 플레이는 그리 만만치 않았습니다. 버블이라는 시스템 때문에 같은 편 유저들의 협동이 상당히 중요한데요, 상대팀이 버블 상태가 되면 팡으로 터트려서 제압하기 위해 상대편을 뚫고 전진해야 하고, 같은 팀 유저가 버블 상태가 되면 헬프를 하기 위해 달려가야 됩니다.

 

그러다 보니 항상 팀원의 위치와 상태를 확인해야 됩니다(TAB 키로 항상 확인 가능). 독불장군처럼 혼자 움직이면 아무리 잘 쏘고 피해도 팀은 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여기에 뒤에 설명한 여러 변수들까지 더해지면 <버블파이터>는 더 이상 만만한 캐주얼 슈팅’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혼자 놀던 유저의 최후….

 

 

■ 무기에 따라 달라지는 전략의 묘미

 

<버블파이터>의 1차 테스트에서는 주력 무기로 라이플과 샷건, 스나이퍼 건이 제공됐습니다. 슈팅 게임에서 아주 기본적인 종류지만, 무기에 따라 행동 전략과 게임의 전개가 완연히 달라지는 묘미가 있었습니다.

 

라이플의 경우 유도 기능이 있어 커다란 크로스헤어에 적을 넣어놓고 쏘면 거의 다 맞습니다. 샷건은 근거리에서, 스나이퍼 건은 원거리에서 한방에 버블 상태로 만들어버릴 수 있죠. 그렇다고 모든 팀원이 스나이퍼만 하면 되느냐? 팡을 해야 마무리가 되기 때문에 그렇지도 않습니다. 버블→팡으로 이어져야 공격이 완성되는 시스템 덕분에 일반적인 FPS나 TPS와는 또 다른 재미가 있습니다.

 


라이플의 조준점은 상당히 큼직합니다.

 

팀대전 모드에서는 최대 4명이 한팀을 구성하게 되는데요, 스나이퍼 건 2명에 샷건 2명이면 슈팅과 조작 실력이 좋을 경우 막강한 위력을 발휘합니다. 샷건이나 스나이퍼 건 대신 라이플을 1명 정도 섞기도 하는데요, 최전방 전투와 팡을 책임지는 ‘돌격조’와 후방에서 버블을 만들어주는 ‘지원사격조’를 나누어 분담하는 전략입니다.

 

일주일 동안 테스트가 진행되면서 유저들의 전략과 플레이 패턴도 점차 발전했습니다. 테스트 초기에는 원활한 헬프와 화력 집중을 위해서 뭉쳐다니는 양상이 짙었지만, 후기에 접어들면서 엄폐물과 무기의 조합을 활용하는 발전상이 눈에 띄었습니다.

 

테스트 마지막 날에 경험을 충분히 쌓은 팀과 대결할 기회가 있었는데요, 완벽한 팀워크와 무기 조합, 전략에 속수무책으로 밀리더군요. 2:45 스코어 차이로 진 적도 있었습니다.

 

워낙에 머리가 큰 가분수 캐릭터라서 조금만 헛점을 보이면 여지없이 스나이퍼 샷이 날아들고, 우물쭈물하고 있으면 샷건을 들고 들이닥치는 돌격조에게 버블과 팡을 당하게 되더군요. 전략적인 팀플레이의 묘미는 1차 테스트에서부터 충분히 살아나고 있었습니다만, 반대로 우려되는 지점이 수면 위로 드러나는 대목이기도 했습니다.

 


이 버블은 내꺼!

 

 

■ 쉬운 슈팅과 전략적 깊이, 걱정되는 실력차

 

<버블파이터>는 큼직한 크로스헤어와 3인칭의 편안한 시야 덕분에 부담없이 접근이 가능한 슈팅게임으로 다가왔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습니다. 유도 기능까지 더해진 쉬운 슈팅이 오히려 엄청난 실력차이를 만들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로두마니 스튜디오의 메가히트작 <카트라이더>는 ‘배우기 쉽지만, 마스터하기는 어려운’ 절묘한 게임성을 갖고 있었습니다. 덕분에 전성기에 동시접속자 20만 명을 기록했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죠. 여기에는 레이싱은 잘 못해도 묻어서 이길 수 있는 팀전, 특히 아이템 팀전의 역할이 컸다고 생각합니다.

 

역주행을 해도, 아이템을 맞아서 갑자기 꼴찌가 되어도, 팀원 중에 누군가 1등으로 골인하면 자신도 승리하게 되는 방식이었기 때문입니다. 아이템을 쓰는 타이밍과 중간 순위 팀원의 헌신적인 도움 등 전략성도 짙었지만, 어쨌든 ‘묻어서 이기는 재미’는 자신감과 더불어 게임을 계속 하고 싶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이렇게 서서히 게임에 적응하고 드리프트도 몸에 익숙해지면 자연스럽게 스피드 개인전이나 팀전에도 도전하게 되었죠. 여기서 예로 든 대상은 상위 10~20%의 상위 고수가 아니라, 심지어 방향치일 수도 있는 일반 유저들입니다.

 

<버블파이터>에는 <기어즈 오브 워> 처럼 엄폐물에 몸을 밀착시키고 사격할 수 있는 기능부터 덤블링까지 다양한 전략적 변수가 존재합니다. 방향을 잡고, 상대를 겨누고, 쏴서 명중시켜야 하는 슈팅 게임에 익숙치 않은 유저들에게는 분명 부담되는 요소들입니다.

 

1차 테스트가 끝나갈 무렵 만났던 고수급 팀(파티를 맺고 함께 다니더군요)은 엄폐물에 숨어있다가 잠시의 틈도 놓치지 않고 귀신같이 스나이핑을 성공시키고, 덤블링으로 순식간에 거리를 좁혀 샷건을 날리는 엄청난 실력을 보여주었습니다. 서로 처음 만나서, 전략도 의논하지 못한 유저들이 모여 이런 고수 팀을 상대로 이길 가능성은 0%에 가깝습니다.

 


상대방 리스폰 지역에서 엄페물을 이용해 공격하고 있습니다.

 

테스트 초기에는 팀에 잘하는 유저 한 명만 있어도 이길 가능성이 높았는데, <버블파이터>의 승리 변수들을 제대로 활용하는 유저들이 등장하고 보니 한두 명이 잘해서 이길 수 있는 상황이 좀처럼 연출되지 않았습니다.

 

역전의 실마리가 거의 보이지 않는 극명한 실력의 차이. 차별화된 슈팅을 맛깔나게 구현한 <버블파이터>에서 가장 우려되는 대목입니다. 이런 실력차이는 동시접속자가 늘어나서 대전 상대가 풍부해지면 어느 정도 해소되기는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게임을 지울 것인지, 계속 할 것인지’ 결정하게 되는 초기 몇 판의 경험이 들쑥날쑥해져 버린다는 데 있습니다. 막판까지 한두 점 차이로 아슬아슬하게 즐기는 짜릿한 판이 있는가 하면, 처음부터 압도적으로 밀려서 아예 희망이 보이지 않는 판도 있었으니까요.

 

<카트라이더>의 아이템 팀전에서 느꼈던, 못해도 아이템으로 상대방을 골탕먹이는 묘미나, 하다가 보니 같은 편이 1등으로 골인해서 묻어서 이기는 즐거움은 <버블파이터>에서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솔직히 게임에 익숙해진 유저들의 4대4 대전에서 한 유저만 헤매도 그 팀은 이길 가능성이 절반 이하로 줄어듭니다. 버블, 팡, 헬프가 어지럽게 교차하는 전장에서 1인분의 전력 누수는 결코 작지 않은 의미로 다가오기 때문입니다.

 


상대편의 이동 경로를 예측하고 기다린다면 샷건은 최고의 무기가 됩니다.

 

 

■ 포인트 1점과 2점의 미묘한 차이

 

<버블파이터>의 팀대전 모드는 이긴 팀에 더 많은 경험치와 루찌(게임머니)가 주어집니다. 여기에 개인별 종합 포인트 양에 따라서도 보상이 달라집니다. 1차 테스트 기준으로 포인트는 버블이 1점, 팡과 헬프가 2점이었습니다.

 

바꾸어 말하면 스나이퍼 건을 들고 버블을 10개 만들어도 10점, 우리편 스나이퍼가 만든 버블을 다섯 번 팡으로 터트려도 10점이 됩니다. 한번 버블이 되었다가 헬프로 풀려난 상대편을 스나이퍼 건으로 명중시키면 ‘슈퍼 팡’이라는 완전제압 판정이 뜨지만, 그래도 스나이퍼들의 포인트에 대한 불만은 완전히 해소되기 힘듭니다.

 

스나이핑을 열심히 성공시켜서 팀 승리를 견인했다고 느끼는 스나이퍼 유저가 정작 종합 포인트에서는 팡을 많이 한 유저에게 뒤처지는 상황이 심심치 않게 연출됩니다. 이 대목에서 박탈감을 느끼는 테스터들도 있더군요. 아무리 팀의 승리가 중요한 모드라고 하더라도 개인적인 성취감을 무시할 수는 없으니까요.

 

헬프도 팡과 같은 포인트 2점이지만, 바로 옆에 버블에 갇힌 팀원이 있어도 눈앞의 팡을 향해 돌진하는 경우를 볼 수 있었습니다. 전략적인 선택일 수도 있지만, 버블 상태인 팀원의 입장에서는 참 야속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지요. 말다툼까지 벌어지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만 싸우고 우리 좀 구해줘!

 

무기에 따른 역할 분담의 묘미를 줄이자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버블파이터>의 최대 매력이기도 하니까요. 다만, 팀플레이가 중요한 게임이니 승리에 기여한 팀원들이 상대적으로 박탈감을 덜 느끼도록 만들어주는 배려는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선택한 무기에 따라서 다양한 개별 미션을 부여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버블 몇 번 이상 성공하기’나 ‘헬프 몇 번 이상 성공하기’ 등등 말이죠. 조금 더 다양한 팀플레이에 대해 신경을 쓰게 되지 않을까요. 그렇다고 종합 포인트나 팀 승리를 등한시 하는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또, 단순히 최다 포인트 유저만 선별하지 말고 ‘버블 왕’ ‘팡 왕’ ‘헬프 왕’ 같은 부문별 최고 플레이어를 선정해서 가산점을 주는 것도 방법이 될 것입니다. 세 영역을 모두 골고루 잘 했을 때 주는 특별상을 마련해도 좋겠죠. 농구의 트리플 더블처럼 예를 들어 7(버블)-7(팡)-7(도움)을 달성한 유저에게 보너스를 주는 방식으로 말이죠.

 

팀이 승리했을 때, 모든 구성원이 뿌듯함과 결실을 나누어 가질 수 있으면 더 없이 좋을 것입니다. <버블파이터>가 팀 대전 게임으로서 즐거움을 더하려면 재미와 더불어 보상에도 많은 신경을 써야 할 것입니다.

 

팀의 승패와 개인별 총점에 따라서 경험치와 루찌의 획득량이 달라집니다.


 

■ 로두마니 스튜디오의 저력을 기대하며

 

<버블파이터>의 1차 테스트는 물총 슈팅이라는 독특한 소재의 가능성과 재미를 확실히 보여주었습니다. 앞서 언급한 문제들에 대해서도 충분한 파악과 대비를 하고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천편일률적인 장단점을 갖고 있던 3인칭 슈팅 장르에서 <버블파이터>가 보여준, 대중화에 대한 잠재력은 강력한 느낌입니다.  <비엔비>와 <카트라이터>를 통해 익숙해진 캐릭터와 고민이 묻어나는 쉬운 장치들은 이 게임의 최대 장점이 될 것이고요.

 

관건은 레이싱이 아닌 슈팅 장르에서 배우기 쉽고 마스터하기 어려운 게임성을 어떻게 갖춰나갈 것인가 하는 부분입니다. 1차 테스트에서 나왔던 랙(lag) 등의 문제는 테스트가 거듭되고 최적화가 진행되면 차근차근 풀려나갈 것으로 보입니다.

 

국내 게임업계에서는 <버블파이터>과 <케로로팡팡>이 하반기 3인칭 슈팅 장르를 이끌어 갈 것으로 주목하고 있습니다. 두 게임은 어떠한 결과를 보여줄까요. <카트라이더>  못지 않은 흥행열풍을 3인칭 슈팅에서도 재현할 수 있을까요?

 


자, 여러분이라면 뭐부터 하시겠습니까?

 


제한시간 내에 돼지를 잡는 스토리 모드도 제공됐지만

단조로운 방식과 난이도 조절이 다양하지 못해서 많이 이용되지는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