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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리뷰

갓겜을 넘어 또 다른 현실을 만든 작품, '레드 데드 리뎀션 2' 체험해봤더니

26일 발매된 '레드 데드 리뎀션' 시리즈 최신작, 디테일이 만든 현실감 돋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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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영(백야차) 2018-10-31 18:32:11

<GTA> 시리즈로 유명한 락스타게임즈의 기대작 <레드 데드 리뎀션 2>가 지난 26일, PS4와 Xbox One용으로 발매됐다. 이번 작품은 락스타게임즈가 지난 2010년 선보인 '미국 서부 무법시대' 배경 오픈 월드 어드벤처 <레드 데드 리뎀션>의 후속작으로, 발매 전부터 수많은 해외 매체로부터 “현 시대 최고 게임이고, 미국 서부 시대를 잘 구현했다”라는 평을 받아 화제가 되었다. 

 

‘현시대 최고 게임’, 과연 <레드 데드 리뎀션 2>는 어떤 시스템을 담고 있고, 서부 시대를 어떻게 살렸기에 이런 극찬을 받았던 걸까? 이번 작품이 어디까지 서부 시대를 게임 속에 그리고 있을지 그 ‘디테일’에 주목하며 작품을 체험해봤다. /디스이즈게임 박준영 기자


 

 

# 오늘은 내가 베어 그릴스! 디테일한 콘텐츠 구현, 그 속에서 빛난 '사냥'

<레드 데드 리뎀션 2>(이하 레데리2)는 시민들과 커뮤니케이션하거나, 타고 다니는 말과 교감하고, 진흙탕에 들어가면 몸과 얼굴이 더러워지며, 시간이 지날 때마다 수염과 머리가 자라 관리해줘야 하는 등 하나씩 설명하다가는 하루가 부족할 정도로 많은 콘텐츠가 수록된 작품이다. 대부분 콘텐츠가 현실과 비교해 크게 다를 것 없다고 느껴질 정도로 세밀하게 구성되어 있는데, 특히나 ‘사냥’은 마치 이 게임의 장르가 사실은 '사냥 시뮬레이터' 게임이었나? 하는 착각이 들 정도로 방대하고 섬세한 구성을 자랑한다.

 

우선, 이번 작품에서 ‘사냥’은 당장 눈에 보이는 야생 동물을 총이나 활로 쏘는 행위로도 단순하게 할 수 있지만, 사람들 눈에 잘 띄지 않는 동물이나 곰, 악어 등 포식자를 잡기 위해서는 흔적을 '추적'하는 것부터 시작해 장대한(?) 사냥 여행을 떠날 수도 있다. 

 

흔적을 찾기 위해서는 일종의 특수능력인 ‘이글 아이’를 사용하면 되는데, 이는 야생동물 냄새나 흔적뿐 아니라 각종 풀과 열매 등 식재료나 공예 재료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기도 한다. 능력만 잘 활용하면, 베어 그릴스 부럽지 않은 추적꾼이자 프로 사냥꾼이 될 수 있다.

 

물론, 이런 특별한 능력이 있다 하더라도 사냥이 마냥 쉬운 건 아니다. 계곡을 건너고 산을 넘어 어렵게 찾아가도 원하는 사냥감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고, 사냥감을 찾았다고 하더라도 품질 등급 (3 단계 별 등급)이 낮으면 잡아봐야 좋은 아이템을 획득하지 못하기 때문에 허탕 치는 경우도 있다. 

 

'이글 아이'를 사용하면 야생동물 냄새나 흔적, 그리고 각종 식재료나 공예 재료를 찾을 수 있게 된다
사냥에서 얻은 식재료나 공예 재료는 바로 먹을 수도 있지만, 갱단 캠프에 가져다 줄 수도 있다

 

더구나 사냥 시 ‘상품 훼손’도 주의해야 하는데, 다람쥐나 토끼 등 작은 동물들을 샷건 같은 무지막지한 무기로 잡았다간 사체가 엉망이 되는 건 물론, 등급과 가죽, 고기 품질이 떨어진다. 동물을 어렵게 찾는 건 기본이고, 상품 등급을 유지하기 위해 동물 별 사냥에 적합한 무기를 사용해야 한다.

 

이런식으로 높은 품질의 곰 가죽을 얻기 위해 밤낮으로 고생하고 이리저리 탐방하고 있으면, 메인 퀘스트를 못하는 건 물론이고 마치 ‘사냥 시뮬레이터’를 하는 듯 사냥만 하다가 “오늘 게임 다 했네!”하고 게임을 종료하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레데리2>는 진짜 사냥을 하는 듯한 숨 막히는 상황을 잘 재현했으며, 또 높은 디테일을 자랑한다.

 

모든 야생 동물에는 '품질 등급'이 있으며, 등급이 낮으면 잡아봐야 좋은 아이템을 획득하지 못한다


# 황야의 무법자보다는 모범 시민, 강력한 보안관에 준법의식 강해져

<레데리> 시리즈 콘텐츠 중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범죄’다. 게임에서 플레이어는 마을을 털거나, 마차를 훔치고, 행인을 상대로 강도질을 할 수 있는 등. 각종 강력 범죄를 저질러 서부 일대 모든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파렴치한 악당이 될 수 있다. 

 

심지어, 범죄를 저지르는 동안 정체를 숨겨주는 아이템 ‘복면’도 있다. 전작 <레데리>에서 복면을 쓰고 있으면, 아무리 많은 범죄를 저질러도 ‘정체불명 복면강도’에게 현상금이 붙지 주인공 본인에게는 현상금이 붙지 않았다. 즉, 들키지만 않는다면 복면 쓰고 마을을 신나게 털고 난 뒤 수사망을 빠져나와 복면을 벗고 선량한 시민인 척하는 게 가능했던 것.

 

<레드 데드 리뎀션 2>에는 여러 종류 복면이 있으며, 그중 뭔가 계획대로 되고 있을 것 같은 복면도 있다

 

그런데, 전작에서는 치트 수준 성능을 자랑했던 복면이 이번 작품에서는 쓰고 있어도 아무 의미 없는 무용지물 아이템이 되어버렸다. 얼굴을 가려도 현상금이 쌓이는 건 물론, 정체까지 탄로 나 지명 수배 명단에 ‘아서 모건’이라고 떡하니 실명이 적힌다. 이는 보안관 때문인데, 보안관이 범죄 현장에 도착하면 주인공을 금세 알아보고 지명 수배하기 때문이다.

 

보안관은 이외에도 이번 작품에서 공포의 존재(?)로 느껴질 만큼 막강한 능력을 자랑한다. 주인공을 체포하기 위해 무리 지어 몰려오는 건 기본, 체포를 위해 포위하고 포위망을 조금씩 좁혀온다. 공격력 역시 막강해 정면 돌파하겠다고 덤볐다간 순식간에 벌집이 되고 만다.

 

돌파구를 찾아 어찌어찌 도망쳤다 하더라도, 현상금이 100 달러 단위가 넘어가면 주인공을 노리는 ‘현상금 사냥꾼’들이 등장한다. 이들은 숲이나 평야에 숨어있다 주인공이 등장하면 가차 없이 공격한다. 습격 인원도 많아 철저하게 이들을 대항할 준비가 되어 있다 하더라도 힘든 싸움을 경험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이번 작품은 이런 요인들로 인해 ‘악당’으로 살아가는 게 어려워진 느낌이다. 그렇지 않아도 적 갱단이나 야생 동물이 호시탐탐 주인공 목숨을 노리는데, 여기에 적을 더 늘렸다간 살아남기는 커녕 게임 진행 자체가 어려워진다. 이런 과정에서 새삼 느낀 교훈은 ‘역시 착하게 사는 게 최고’였다. 괜한 범죄로 짧은 명을 더 빨리 재촉하느니, 착하게 살며 오래오래 행복하게 사는 게 확실히 낫달까? 

 

물론, 혹시나 게임이 너무 평화로워 지루하다고 생각하는 유저가 있다면, 마음껏 범죄를 저질러 적도 만들고 현상금을 올려도 무방할 것이다. 단 그 댓가로 생각지도 못한 추격전을 플레이 내내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현상금 300 달러. 주인공은 언제든 현상금 사냥꾼들의 공격을 받게 된다
착하게 사는 게 최고. 괜한 범죄는 고된 인생을 부를 뿐이다


# 디테일로 살린 현실감, 게임을 넘어 '현실'을 구현한 작품

선택, 선택, 그리고 또 선택. <레데리2>에서 유저는 미션과 랜덤 이벤트, 그리고 일상에서 수많은 '선택'을 마주하게 된다. 여기서 내린 결정들은 주인공 평판이나 향후 등장하는 이벤트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무작정 고르기보다 잠시 고민하게 된다. 게다가, 유저 선택을 요구하는 이벤트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등장함에도 내용이 디테일하게 구성되어 있어, “랜덤 이벤트니까 별거 아니겠지, 금방 끝날 거야”라는 가벼운 마음으로 접근했다가 뜻밖의 내용이나 결과에 당황하는 경우도 생긴다.

 

유저는 미션과 랜덤 이벤트 그리고 일상에서 각종 선택을 마주하게 된다
여기서 내린 결정들은 주인공 평판이나 향후 등장하는 이벤트에 영향을 준다

 

예를 들어, 주인공은 길을 가던 중 랜덤으로 총상을 입은 남자를 발견할 수 있는데, 남자는 자신을 병원으로 이송해달라고 부탁한다. 이때 유저는 남자를 살릴지 말지 선택할 수 있고, 만약 ‘살린다’를 선택하면 남자를 병원까지 데려가야 한다. 병원 수술실에 도착한 후, 남자는 살려줘서 고맙다는 감사 인사와 함께 사례금을 건넨다. 여느 게임이라면 여기서 이벤트가 끝나고, 주인공은 수술실을 빠져나온다. 그런데, <레데리2>는 이후 장면까지도 매우 디테일하게 구현해뒀다.

 

수술실을 빠져나가지 않고 잠시 대기하면, 의사는 환자 상처가 심하게 감염되어 당장 절단 수술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주인공에게 수술 장면은 되도록 보지 않는 게 좋을 거라고 수술실을 나가기를 권유한다. 만약, 이후에도 나가지 않는다면 의사는 수술을 강행하고 환자 팔을 줄톱으로 절단한다. 수술이 끝날 때까지 옆에서 지켜볼 경우 의사로부터 “끝까지 걱정해주고 참 친절한 사람이다”는 평까지 들을 수 있다. 이 이벤트는 메인 퀘스트가 아닌 지나가던 중 갑자기 발생한 ‘랜덤 이벤트’다. 무작위 이벤트라는 걸 고려했을 때 어찌 보면 필요 이상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디테일하게 구성한 것이다.

  

게임 내 끝없이 등장하는 랜덤 이벤트들. 가벼운 마음으로 접근했다 뜻밖의 내용이나 결과를 마주하기도 한다
모든 선택은 평판에 영향을 준다. 평판이 좋으면 각종 상점에서 할인을 받는 등 혜택이 있다

 

이처럼 <레데리2>는 “게임인데 너무 디테일하게 표현된 거 아닌가? 이 부분은 너무 자세하게 표현되어 불편하다”라고 생각되는 부분들이 많다. 진흙에 넘어지면 더러워지고, 머리카락과 수염이 자라나며, 말과 교감하지 않으면 말이 쉽게 흥분해 탑승자를 떨구거나 공격하는 등 이번 작품은 ‘사실적인 부분을 살린 게임’을 넘어 ‘또 다른 지구’에서 일어나는 일을 보여주는 듯한 느낌을 준다. 작품 속 요소들이 현실과 다를 것 없을 정도로 너무 디테일하게 구성되어 있어 ‘게임’을 하고 있다는 느낌보다는, 또 다른 현실 속에 들어가 ‘체험’하고 있다는 느낌이 훨씬 강하다고 할까?

 

물론, 게임을 가벼운 마음으로 플레이하거나 ‘즐기기 위해’ 하려는 사람들에게 이런 디테일은 ‘불편한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게 느껴지기 마련이다. 현실과 다를 것 없을 정도로 세밀하게 구성된 콘텐츠, 한 번 죽으면 영원히 돌아오지 않는 사람들과 동물들, 그리고 선택에 따라 달라지는 이야기 구성 등은 가볍게 게임을 플레이하려는 사람들에게는 부담스러운 요소인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필자는 플레이 내내 이런 디테일을 ‘불편한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현실과 다를 것 없는, 아니 오히려 현실을 그대로 표현했기 때문에 디테일은 불편이 아닌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정리하자면, <레데리2>는 세밀하게 구성된 콘텐츠와 세계 덕분에, 앞으로 어떤 이야기가 전개되고 발견하게 될지 무한 궁금증을 유발하는 작품이었다. 오늘까지 했던 플레이보다 내일 할 플레이가 더 기대되는 작품, <레드 데드 리뎀션 2>였다.

 

작품 중 말과 교감하는 장면. 말과 교감하지 않으면 말이 쉽게 흥분해 탑승자를 떨구거나 공격하기도 한다

 

주인공 '아서 모건'이 어떤 삶을 살고, 어떤 선택을 할 지는 전적으로 유저의 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