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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리뷰

재미와 불편함의 이중성, 몬스터헌터 온라인

‘몬스터헌터 프론티어 온라인’ 오픈 베타테스트 체험기

현남일(깨쓰통) 2008-08-13 17:36:02

일본 캡콤이 만들고 NHN이 국내에 서비스하는 온라인 수렵 액션 RPG <몬스터 헌터 프론티어 온라인>(Monster Hunter Frontier Online, 이하 몬헌 온라인)이 지난 87 대망의 오픈 베타 테스트를 시작했다.

 

제목 그대로 몬스터 수렵 액션을 표방하는 이 게임은 PS2 PSP로 나온 유명 콘솔용 타이틀을 원작으로 두고 있으며, 그런 만큼 여러 가지 면에서 기존의 국산 온라인 게임과는 차별화된 면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면 지금부터 한글화를 거친 <몬헌 온라인>을 살펴보자. /디스이즈게임 현남일 기자 


 
콘솔 게임, 온라인의 껍데기를 뒤집어 쓰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몬헌 온라인>은 2006 PS2로 발매된 <몬스터 헌터> 시리즈의 2 <몬스터 헌터 2(DOS)>를 기반으로 개발됐다. 사실상 컨버팅이라고 해도 상관 없을 정도로 컨텐츠나 시스템, 밸런스 측면에서 <DOS>를 많이 계승하고 있다.

 

이 때문인지 <몬헌 온라인>은 찬찬히 살펴보면 확실히 온라인 게임 보다는 콘솔 게임에 더욱 더 가까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당장 조작 시스템만 하더라도 조이패드가 표준으로 잡혀 있다. 키보드나 마우스를 전혀 지원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지만, 키보드-마우스 조작체계는 기존 온라인 게임과 너무나도 다르고 사용해야 하는 키 또한 많기 때문에 초보자라면 어쩔 수 없이 초반 적응에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다.

 

조작 키가 워낙 많아서 채팅 키가 Ins에 배정되었을 정도이니 더 이상의 설명은 생략해도 될 정도.

 

채팅에 Ins 키를 사용하는 온라인 게임은 진짜 처음. 

 

게임의 본질이라고도 할 수 있는 몬스터 수렵 액션도 기존 온라인 게임의 트렌드를 정면에서 부정하고 있다.

 

최근의 온라인 게임들은 너도나도 짧은 시간에 간단하고 단순한 조작으로 최대한 많은 수의 몬스터를 쓸어 담는다 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몬헌 온라인>은 다르다. 유저들은 거대 몬스터 한 마리를 두고 최대 50분 가까이 말 그대로 낑낑대면서 처절하게 전투를 치르게 된다.

 

그것도 그냥 단순하게 무기를 들어 몬스터를 클릭하면 된다는 차원의 이야기가 아니다. 다리만 집중적으로 공격해서 자세를 무너뜨린 다음 머리를 공격해서 대미지를 준다거나, 마비함정이나 독이든 고기 같은 각종 함정을 설치해 몬스터를 유인하고, 몬스터의 패턴을 파악해 무방비로 노출되는 순간을 집중적으로 노린다는 식이다. 지극히 복잡하고도 전략과 전술이 필요한 '사냥'을 해야만 하는 것이다.

 

몬스터를 제대로 공략하려면 패턴을 철저하게 분석해야만 한다. 

 

게다가 몬스터들은 그냥 단순하게 두들겨 맞는 샌드백이 아니다저마다 개성적인 행동 패턴을 보여주며, 그 공격력 또한 굉장히 강력하다. 아무리 좋은 장비로 무장하고 있다고 해도 특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면 가장 쉬운 거대 몬스터에게 힘 한 번 제대로 못 쓰고 당할 수 있다.

 

지금까지 숱한 온라인 게임들이 콘솔 액션 게임 같은 타격감과 전투를 강조해왔지만 <몬헌 온라인>은 말 그대로 콘솔 게임의 액션, 그 자체다. 정말이지 한 손에 커피 들고 마우스 클릭 몇 번으로 간단하게 수많은 몬스터를 학살하는 것에 익숙한 유저라면 심각하게 고생할 것이다.

 

아무리 좋은 장비를 갖추고 있더라도 방심하면 HP 0이 되어 바로 수레에 탄다.

 

 

온라인의 껍질을 그냥 뒤집어 썼다는 것이 문제

 

<몬헌 온라인>레벨 개념이 없기 때문에 게임 속 캐릭터가 아닌 유저 스스로가 실력을 쌓고 레벨업(?)해야 한다. 또, 개인 공간인 마이 하우스’ 같은 잔재미가 넘쳐난다는 점 등에서 콘솔 게임의 요소들을 굉장히 많이 보여준다.

 

하지만 문제는 이런 콘솔 게임 다운 요소는 충실하게 갖춘 반면, 온라인 게임으로서 갖춰야 할 기본은 제대로 갖추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돈을 모아 자신의 개인 공간인 마이 하우스를 업그레이드 할 수 있다. 

 

<몬헌 온라인>은 기본적으로 유저 4명이 파티를 이뤄야 원활하게 즐길 수 있는 파티 플레이 기반의 게임이다. 다시 말해 커뮤니티 시스템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정말 아쉽게도 게임은 이와 관련된 시스템은 부족하다.

 

대표적으로 채널 시스템을 들 수 있다. <몬헌 온라인>유저가 퀘스트를 받고 파티원을 모집한 후 사냥을 나가고 보상을 받는다 라는 게임 흐름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다른 무엇보다도 원하는 퀘스트 파티를 빠르고 손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배려했어야만 했다.

 

그런데 문제는 100명이 들어갈 수 있는 하나의 채널에, 파티원을 모집할 수 있는 돈도르마 거리에는 고작 30명 밖에 들어갈 수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게임에서는 다음과 같은 채팅 상황을 심심찮게 구경할 수 있다. 

 

1번 광장, 기자미 잡으러 갈 파티원 모집합니다

 

1번 광장, 30명 꽉 찼어요. 못 들어가요 (T_T)

 

하나의 채널은 100명만 들어갈 수 있지만, 퀘스트를 하려면 30명만 들어갈 수 있는 

별도의 세부 채널로 다시 들어가야만 한다. 

 

일종의 길드 시스템 이라고 할 수 있는 수렵단 시스템을 지원하기는 하지만 이 역시 유저와 유저가 직접 만나야만 가입할 수 있다. 그리고 별도의 수렵단원 모집 게시판이 게임 속에 따로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만약 신규 수렵단원을 모집하고 싶다면 어쩔 수 없이 홈페이지나 카페, 커뮤니티 사이트 등을 이용해야만 한다.

 

물론 공개 채널을 통해 광고를 해도 되기는 하지만 이 게임은 하나의 채널에 ‘겨우 100명만 들어가기 때문에 광고효과(?)가 심각하게 떨어진다는 한계가 있다. 

 

또한 게임에 접속하지 않은 유저는 검색할 수 없으며, '캐릭터명 중복'이 허용되기 때문에 같은 이름의 캐릭터들이 한 공간에서 사이 좋게 뛰어노는(?) 모습을 구경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결국 유저들은 캐릭터명이 아닌 숫자와 영어 혼합 6글자로 이뤄진 '캐릭터 고유 ID'로 서로를 구별해야 하는 불편을 감수해야만 한다.

 

 

일본에서 1년 넘게 서비스를 진행했는데, 왜?

 

이 밖에도 <몬헌 온라인>은 조금만 그 속을 뜯어 보면 사소하지만 불편한 점들을 굉장히 많이 발견할 수 있다.

 

퀘스트를 플레이 하면, 성공했든 실패했든 반드시 파티가 해산 되어 버리기 때문에 같은 파티원들끼리 계속해서 퀘스트를 즐기기가 힘들다. 퀘스트 플레이 중 맵을 이동하면 이전의 채팅 기록이 싹 날아가 버리기 때문에 이전 채팅 내용을 확인할 수도 없다.

 

게다가 퀘스트를 받거나 파티에 참여하면 장비교체가 안 되기 때문에 사전에 조심할 수 밖에 없다. 다른 유저의 마이 하우스에 방문하고 싶다면 반드시 그 캐릭터 명을 대소문자 구분해서 확실하게 입력해야 한다. 장비 아이템 구입이나 생산 전에 미리 착용 디자인을 확인할 수 없다.

 

장비 착용 모습을 미리 확인할 수 없다.  

 

물론 이런 것들은 게임의 재미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는 문제점이라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게임을 즐기는 데 있어 불편함으로 다가오는 것은 분명하고, 어떠한 관점으로 봐도 수정해야 할 사항임에 틀림 없다.

 

그런데 걱정스러운 점은 이러한 문제들이 일본에서는 이미 이전부터 꾸준하게 제기되었다는 것이고, 일본에서 서비스를 하는 캡콤은 CBT와 OBT 기간 합쳐 1년 6개월이 넘도록 이를 고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못했는지, 안 했는지 진실은 알 수 없지만…)

 

다시 말해 국내에서는 일단 서비스 주체가 NHN이라고는 해도, 이와 같은 문제들. 그리고 앞으로 계속해서 나올 문제들이 제대로 수정될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는 것이다.

 

다른 유저의 집에 방문하고 싶으면 별도의 캐릭터 ID를 입력하거나,

캐릭터 명을 대소문자 확실하게 구분해서 입력해야만 한다. 

 

앞서 말했던 조작 시스템도 그렇고, 이런 문제들은 사실 로컬라이징(현지화) 과정에서 충분히 논의되고 수정될 수 있는 사항이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의 <몬헌 온라인>과연 한글화 빼고 로컬라이징을 하긴 한 걸까? 라는 생각이 절로 드는 것이 사실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런 문제들이 게임의 재미를 손상시킬 정도의 심각한 에러는 아니라는 것이고, 아직 게임이 베타테스트 과정이라는 사실이다. 부디 앞으로 남은 베타테스트 기간에서 이런 문제점들에 대한 논의가 충분히 이뤄지기를 바란다.

 

한글화 퀄리티는 좋지만폰트 문제로 캐릭터 스탯에서 -가 겹쳐 보인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게임 자체는 재미있다

  

문제를 많이 않고 있는 게임임에는 틀림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몬헌 온라인>이 정말 무서운(?) 점은 아무리 이러니 저러니 해도 게임 자체는 분명 재미있다는 사실이다.

 

몬스터의 패턴을 100% 파악하고 있다고 해도 실수 한 번 하면 죽을 수 있기 때문에 사냥은 매번 긴장감이 넘치며연구하고 파고드는 재미가 살아있다.

 

몬스터를 잡고 얻은 소재를 활용해 각종 무기와 장비를 만드는 재미는 아이템 수집과 생산의 재미란 이런 것 이라는 사실을 몸소 보여주고 있으며, 대검, 태도, 해머, 쌍검 등의 무기가 보여주는 손맛은 콘솔 게임의 느낌 그대로다.

 

일본에서 괜히 200만 명 이상이 즐기는 게임 시리즈가 아니다. 

 

거꾸로 말하면 <몬헌 온라인>은 마니악하고 어려운 게임임에도 틀림이 없다.

 

제대로 플레이 하려면 화면 한 켠에 공략 사이트를 오픈하거나, 무릎에 공략집을 놓아야만 한다. 하나의 퀘스트는 파티원들 도합 3번 죽으면 무조건 실패이기 때문에, 만약 혼자서 3번 죽는 비극이 벌어지면 파티원들로 부터 욕이란 욕은 다 먹을 준비를 해야 한다..

 

그리고 패드가 있으면 좋지만, 만약 패드가 없다면 정말 최소 30분 이상은 머리 쥐어 뜯어가며 플레이 해봐야 조작의 감을 찾게 된다. 특히 활의 키보드 조작은 좀 심각하다고 할 만한 수준인데, 만약 만약 로빈훗이나 윌리엄텔을 꿈꾸며 키보드에 손을 얹었다면 당신의 손은 언제 흉기가 되어 키보드를 박살낼지 모르는 일이다.

 

이나 보우건의 키보드 조작은 말 그대로 ‘너무나 어렵다. 

 

이밖에도 하나 걸리는 것은 다름 아닌 PSP로 먼저 나와 말 그대로 초대박을 친 PSP <몬스터 헌터 포터블> 시리즈다.

 

일본에서 <몬스터 헌터>의 대중화에 가장 큰 역할을 담당했으며 국내에서도 엄청나게 많은 유저를 확보하고 있는 이 게임이야 말로 어찌 보면 <몬헌 온라인>이 넘어야 할 최대의 장벽일지도 모른다.

 

PSP <몬스터 헌터 포터블> <몬헌 온라인>은 기본적으로 그렇게 차이점이 많지 않다. PSP용이 1인 플레이 기존으로 밸런스가 짜인 데 반해 온라인 버전은 4인 파티 플레이 기준으로 짜여 있고, 동반자 아이루 등장 여부 같은 세부 시스템에서나 조금씩 차이가 있을까?

 

이렇다 보니 먼저 PSP를 즐기고, 최고급 장비와 각종 몬스터들을 모두 다 잡아본 유저들에게 있어 <몬헌 온라인>은 사실 그렇게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타이틀이 아닐 수도 있다.

 

지금 국내에서 서비스 되고 있는 <몬헌 온라인>은 컨텐츠 면에서 아직은 PSP용 게임에 비해 뒤쳐지는 게 사실인 만큼, 앞으로 이런 PSP 유저들을 잡을 수 있는 컨텐츠 및 커뮤니티 시스템의 활성화가 중요할 것이다.

 

PSP로 이미 즐길만큼 즐긴 유저들이 과연 온라인 버전을 할까? 

 

다행히도 최근 오픈베타를 시작한 <몬헌 온라인>은 초반 분위기가 굉장히 좋은 편이다. 첫 주말에 동시접속자수가 2만명에 육박했고, PC방 이용시간 순위 등의 외부로 드러난 지표들도 잘 나오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도 꾸준히 게임이 롱런을 하기 위해서는 서비스사와 개발사가 유저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사항을 꾸준하게 수정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게임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마니아적인 재미’와 대중적인 재미를 함께 구현해나가는 고민도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