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닛들이 까마득하게 화면을 채운 스크린샷. “정말 저렇게 실행될까?” 하는 의문은 독일 게임컨벤션(GC) 2008 세가 비즈니스 센터에 마련된 <엠파이어: 토탈워> 데모룸에서 말끔하게 해소됐다.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플레이가 담긴 최신 트레일러부터 감상해 보자.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전장’을 만들기 위해 외길을 달려온 크리에이티브 어셈블리(Creative Assembly).
GC 2008 현장에서 만난 전략시뮬레이션 <엠파이어: 토탈워>의 개발자 ‘키에란 브리고엔’(왼쪽 사진)은 “토탈워의 궁극적인 목표”를 묻는 질문에 다음과 같이 답했다.
“우리는 가장 거대한 전쟁을 만들고 있습니다.”
한국이 <스타크래프트>에 빠져 있는 동안 <토탈워>의 스케일과 전쟁은 성장을 거듭해왔다. 2000년 <쇼군: 토탈워> 이후 <메디블: 토탈워> <로마: 토탈워> <메디블2: 토탈워>까지. ‘이제 무엇을 더 보여줄까?’라고 생각하기 무섭게 발표된 신작이 바로 <엠파이어: 토탈워>였다.
더욱 큰 전장에서 장엄한 전쟁을 펼쳐 보이고 싶어 선택한 것이 열강들이 격돌했던 18세기였고, 전세계를 전장으로 만들기 위해서 시리즈 최초로 ‘해전’(Naval Battle)을 넣었다.
하지만 고통 없이 얻어지는 것은 없는 법. 게임의 골격도 바닥부터 송두리째 바꿔야 했다.
“그래픽 엔진, 특히 지상(Ground) 엔진도 바꿨어요. 한 마디로 알파단계부터 모두 다시 만들었습니다. 고생도 많이 했지만, 해상과 육상에서 실시간으로 펼쳐지는 전투를 감상할 수 있게 됐죠. 한 화면에 최대 1만 개의 유닛을 동시에 표현하면서요.”
<엠파이어: 토탈워>의 스크린샷. 시리즈 최초로 해상전을 도입했다.
개발자 시연을 구경하고(아쉽게도 촬영은 불가능했다) 나누는 인터뷰 도중 탄성이 절로 나왔다. 그야말로 ‘마이웨이’를 가는 시리즈, 꿋꿋하게 엄청난 작업을 해내는 개발진이었다.
“해상전이 처음 도입됐기 때문에 바다를 표현하는 데 중점을 두었습니다. 바다를 제대로 구현하기까지 1년 정도 걸린 것 같아요. 특히 물리효과의 디테일을 살리려고 했습니다.”
엄청난 디테일로 구현된 해상전의 스크린샷.
덕분에 <엠파이어: 토탈워>는 완전히 다른 게임으로 거듭나 있었다. 개발진은 게임 플레이 도중 발사되는 모든 총알과 대포에 일일이 물리효과를 적용했다. 1만 개의 유닛이 한 화면에 표현되면서 그들이 발사하는 ‘탄환’이 모두 독립적인 물리값을 가지는 것이다.
날씨 시스템도 새롭게 도입했다. 전세계를 무대로 하는 만큼 가능한 모든 기상효과를 구현했다는 개발진, 날씨 효과의 설명은 다시 한번 기자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날씨가 게임에 영향을 주냐고요? 당연하죠. 날씨가 추워지면 총이 얼어서 미스샷이 나고, 너무 더우면 이동속도에 영향을 줍니다. 비가 오면 어떻게 될까요? 화약이 젖으니까 미스샷이 훨씬 많이 나옵니다. 날씨는 전략에 엄청난 변수가 될 것입니다.”
지상전은 해상전과 또 다른 의미로 웅장한 매력을 선사한다. 날씨가 변수.
입이 딱 벌어지는 설명을 듣고 있자니 슬그머니 ‘PC 요구사양’이 걱정됐다. <토탈워> 시리즈는 자체적으로 개발한 엔진을 사용하기 때문에 최적화는 좀더 낫겠지만, 그 엄청난 스케일을 구현하려면 CPU의 부하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개발진은 최대한 그래픽카드의 GPU에서 많은 역할을 하도록 노력하고 있었다.
“그래픽카드 제조사들과 아주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습니다. 그래픽카드와 다양한 하드웨어의 조합해서 테스와 연구를 거듭하고 있어요. 혹시 오해할 지도 모르겠지만, <엠파이어: 토탈워>는 DirectX 9에 최적화된 게임입니다. 영상이나 스크린샷을 보면 DirectX 10 버전이 아니냐고 물어보는데요, 아닙니다. 엄청나게 상세한 옵션을 제공할 예정이므로 자신의 사양에 맞춰서 무난하게 즐길 수 있을 겁니다.”
거대한 전장과 유닛의 디테일만으로는 제대로 된 전쟁이 구현될 수 없다. 가장 중요한 ‘상대방’, 즉 인공지능(AI)의 발전도 반드시 따라주어야 한다. 알파단계부터 다시 만들었다는 <엠파이어: 토탈워>는 인공지능 부분에서도 비약적인 향상이 시도됐다.
“이전까지 <토탈워>에는 1개의 인공지능이 사용됐습니다. 그 1개의 인공지능이 캠페인과 전투를 모두 진행했죠. 그러다 보니 ‘단순해지는 측면’이 존재했습니다. 그래서 <엠파이어: 토탈워>에선 2개의 인공지능을 넣었습니다.”
한 개의 인공지능은 거대한 전장에서 어느 지역을 방어하고 어느 방향으로 공격할 것인지 ‘캠페인 전략’을 맡는다. 나머지 인공지능은 오로지 전투에만 집중한다. 제대로 구현된다면 싱글플레이의 완성도가 급상승하는 시도가 될 것이다.
“이제는 인공지능이 궁극적인 캠페인의 목표를 알고 그것을 위해서 어떤 것을 해야 하는 지 최적의 방법을 고안하게 됩니다. 만일 ‘1차 목표’의 달성이 어렵다고 판단되면 무리하게 그것을 밀어붙이지 않습니다. ‘2차 목표’를 설정하고 그것을 위해 새롭게 전략을 바꾸게 되죠. 계속해서 목표와 전략을 저울질 하듯 반응하게 될 것입니다.”
개발진은 인공지능끼리 끊임없이 전쟁을 붙여가면서 ‘훈련’을 시켜왔다고 한다. 이렇게 완성된 2개의 인공지능은 게임에 한층 긴장감을 불어넣을 것이다.
<엠파이어: 토탈워>의 ‘캠페인 인공지능’은 굵직한 동선과 전술을 짠다. 그리고 장군들(전투 인공지능)에게 싸워야 한다고 명령을 내린다. 중요한 것은 전투 인공지능이 세부적인 전황과 캠페인 인공지능이 내린 명령의 ‘큰 그림’을 이해하고 싸운다는 사실이다. 즉, 캠페인 인공지능과 전투 인공지능이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토탈워> 시리즈는 <스타크래프트>처럼 현란한 마린 컨트롤을 하는 전략시뮬레이션이 아니다. 수십, 수백 명 단위의 군대조직을 하나의 유닛처럼 움직이면서 수천 명의 병력에게 명령을 내리게 된다. 때문에 인공지능의 발전은 너무나 중요한 요소다.
그렇다고 멀티플레이를 소흘히 할 수는 없다. 키에란 브리고엔은 멀티플레이의 특징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일단 1:1로 유저끼리 대결하는 배틀 모드가 제공됩니다. 육지전, 해상전 등 다양하게 펼쳐지죠. 그 외에도 팬들이 오랫동안 기다려온 다양한 멀티플레이 모드가 제공될 예정이지만, 아직은 밝힐 수가 없네요.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크리에이티브 어셈블리의 개발진은 항상 무엇인가를 더하고, 고치고, 접근성을 높이고, 완벽하게 만들기 위해서 노력해왔다. 그 결과 <토탈워>는 전략시뮬레이션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가장 거대한 전장을 갖게 됐다.
유저들은 수평선을 가득 매운 함대가 파도를 가르는 것을 볼 때 살아 숨쉬는 정복의 시대와 국가들이 온전히 구현됐음을 알게 될 것이다. <엠파이어: 토탈워>는 2009년 2월3일 북미에서, 2월6일 유럽 지역에서 발매된다. 국내에서는 세가 퍼블리싱 코리아를 통해 출시된다.
GC 2008 세가 비즈니스 센터에 마련된 <엠파이어: 토탈워>의 시연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