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X: 신 세기의 전쟁>(이하 DX)은 중국의 <용족환상>을 한국으로 옮겨온 모바일 MMORPG입니다. 현지에서는 주롱 엔터테인먼트(Zulong Entertainment)가 개발하고 텐센트가 유통하는 게임으로 지난 여름 모바일 마켓의 상위권에 올랐죠. 한국에서는 지난달 말일부터 이펀컴퍼니가 서비스 중입니다. 아, 트와이스가 선전하는 그 게임 맞습니다.
기자는 <DX>가 처음 나왔을 때 직업병처럼 다운로드 버튼을 눌렀다가 지금까지 게임을 하고 있습니다. 묘한 매력이 있달까요? 생각보다 할 만합니다. 최근 모바일 MMORPG에서 느끼지 못했던 '테마파크'를 탐험하는 재미와 스토리 보는 맛을 느꼈거든요. 한국어 현지화는 기대 이하였습니다만, 꽤 독특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신작이기에 여러분께 소개합니다.
<DX>는 에픽게임즈의 '언리얼엔진 4'로 제작됐습니다. 그래서인지 월드 디자인도 꽤나 수준이 높습니다. 컷신 연출도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제가 <DX>를 하면서 좋았던 점은 전투 액션시원하면서도 화려했다는 것입니다.
검객, 거너, 집행자, 영술사 등 4개의 직업들이 독자적인 스킬 콤보를 가지고 있으며 액션성이 출중합니다. 4종 직업은 각각 고유의 무기를 갖고 불속성의 탱커, 바람속성 원거리 딜러, 땅속성 근원거리 마법형 암살자, 물속성 힐러형 마법사 역할을 수행하죠.
대시와 점프를 활용해가며 각종 스킬을 쓰는 재미가 쏠쏠하고 쿨타임도 짧은 편입니다. 그래서 이 스킬,, 저 스킬 막 눌러가면서 내 눈앞에 나타나는 화려한 스킬의 향연을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각성에 해당하는 폭혈 상태에서 '무쌍'을 찍는 것도 할 만합니다. 몰입도도 높은 편이고요.
일반 스킬 사용과 연계해서 사용하는 공중 액션과 높은 지형이나 건물을 오르는 클라이밍, 자유 비행 등이 마련되어있는데 뒤이어 말씀드릴 '테마파크' 탐험에 재미를 더합니다.
<DX>는 거대한 스케일의 오픈필드를 자랑합니다. 그리고 이곳에서 다양한 부가 콘텐츠를 즐길 수 있습니다. <DX>에는 최근 모바일 MMORPG에서는 보기 드물 정도로 다양한 인터랙티브 요소가 있는데 몇 가지만 소개해보겠습니다.
'요리의 길'은 플레이어가 음식점 아르바이트부터 시작해 일류 쉐프로 거듭날 수 있는 프로그램입니다. '아이돌 스타'는 인터넷 방송, 메이크 업 공부, 안무 연습 등을 거쳐 아이돌로 성장하는 부가 콘텐츠죠. 나름의 줄거리를 갖춘 보조 퀘스트 성격의 콘텐츠는 앞으로도 추가될 계획이라고 합니다.
공의 방향과 세기를 직접 조정해 골대 안에 골을 넣을 수 있는 자유투를 할 수 있고 30레벨부터 다른 플레이어들과 카레이싱을 할 수도 있습니다. 집게를 원하는 위치로 이동시켜 인형을 뽑는 인형 뽑기 미니게임과 피아노, 기타를 비롯한 악기 연주도 준비되어있죠.
캐릭터의 피로를 풀 수 있는 온천과 지식을 쌓을 수 있는 독서까지 그야말로 테마파크가 따로 없습니다. 아 월드맵에 실제로 있는 테마파크에서는 놀이기구 탑승도 가능합니다. 뿐만 아니라 자동차, 오토바이 등 각종 탈것은 모두 탑승이 가능하죠. 게임 속 곳곳에서 직접 사진을 찍어서 보관할 수도 있습니다.
게임을 진행하면 다수의 등장인물과 대화 선택지가 나오기도 합니다. 이것이 큰 틀에서 스토리 방향에 영향을 주는지는 게임 속에서 조금 더 확인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인형을 뽑을 수 있고
<DX>의 원작은 중국의 인기 판타지소설 <용족환상>입니다. 평범한 고등학생이 신비한 소명을 수행하기 위해 슬레이어가 된다는 6부작 이세계물인데요. 판타지 소설가 쟝난(江南)이 집필했으며 중국에서는 200만 부 이상의 판매고를 올렸습니다. 소설 <삼체>로 2015년 휴고상을 거머쥔 중국의 SF 소설가 류츠신(刘慈欣)도 이 작품을 읽고 "오래된 마력과 선진 과학기술이 어우러진 참신한 작품"이라고 극찬했습니다.
<DX>는 플레이어에게 충실하게 원작 줄거리를 보여주려 노력합니다. 50분 가까이 진행되는 튜토리얼 구간부터 그 이후 '아카데미'에서 펼쳐지는 주인공의 분투기까지 스토리 라인은 모바일 MMORPG 치곤 깊이가 있습니다. 고아들이 모여있는 고아원이 너무 화려하고 모두가 중국형 선남선녀라서 부담스럽긴 합니다. 그렇지만 내러티브를 강하게 녹여낸 하이퀄리티 모바일 MMORPG는 요새 흔치 않죠.
<DX>의 강화나 뽑기 요소는 '들어있을 만큼' 들어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던만큼 게임에는 많은 콘텐츠가 준비되어있는데, 그래도 스토리를 보기 위해서 돈을 쓰지는 않아도 되는 수준입니다. 단련, 한정, 경기, 도전, 계급 등의 일일 도전과제가 주어지는데 엔드 콘텐츠 영역에 가면 숙제처럼 피곤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DX>의 핵심적인 문제는 바로 번역이 수준 이하라는 것입니다. 이해가 아주 안 되는 정도는 아니지만 스토리 몰입에 방해가 됩니다. <DX>는 여러모로 즐길 거리도 많고 그래픽과 액션도 훌륭하지만 중국어를 한국어로 옮기는 과정이 섬세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이용신, 김장, 정재헌, 박성태 등 훌륭한 성우진이 더빙을 맡았는데, 화면 하단의 자막 글자가 짤려서 집중이 안 됐습니다.
언어를 옮기는 게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스토리가 중요한 게임이니만큼 아쉬움이 큽니다. 앞으로라도 개선이 되길 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