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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은 초반부터 협동 게임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오픈월드 생존 장르인 <팰월드>와 <인슈라오디드>에 이어, 이번에는 협동 SF 슈터 <헬다이버스 2>가 화제의 중심입니다.
<헬다이버스 2>는 ‘속편’ 타이틀이고 더 나아가 청소년 이용 불가 등급 작품이기 때문에 흥행에 불리한 점이 있습니다. 게다가 접속 장애 이슈로 초반에는 스팀 플랫폼에서 ‘복합적’ 평가에 머물기도 했습니다. 그런데도 유저 수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출시일인 지난 8일 6만 4,000명이었던 스팀 최대 동시접속자는 13일 기준 3배 이상 늘어난 19만 명을 돌파 중입니다.
그 인기의 비결은 <메지카>, <헬다이버스> 등 과거 작품들을 통해 애로우헤드 스튜디오 제작진이 축적해 온 협동 게임 기획 노하우, 그리고 많은 최신 게임들을 뛰어넘는 몰입적 미학인 듯합니다. 자세히 알아보기에 앞서, 게임의 기본 특징부터 살펴봅시다.
(출처: 헬다이버스 2 공식 트레일러)
잘 알려진 것처럼, <헬다이버스2>는 탑다운 시점이었던 전편과는 달리 TPS로 메카닉을 크게 변경했습니다. 그러나 게임의 특징적 요소 대부분은 전편에서 그대로 가져왔기 때문에 두 작품 공통의 시스템을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선 코믹한 세계관을 공유합니다. 영화판 <스타십 트루퍼스>의 톤&매너를 이어받은 <헬다이버스> 시리즈는 ‘슈퍼 지구’라는 먼 미래의 통합정부가 펼치는 우주 정복 활동을 소재 삼습니다. 민주주의의 탈을 쓴 확장·전체주의 정권의 선봉 ‘헬다이버’들은 애국자보다는 차라리 광신도에 가깝게 행동하며, 아무 의심 없이 외계 생명체와 반란군을 학살합니다.
이들 헬다이버는 우주전함을 타고 외계인들이 살고 있는 다른 항성계로 찾아가, 각 행성에 착륙한 뒤 현지 생물들의 저항 속에서 여러 종류의 임무를 수행합니다. 한정된 작전지역 내에서 시설물 폭파 등 임무를 전부 완료하고 나면, 수송선을 호출한 뒤 다시 우주 공간으로 탈출하면 됩니다.
로딩 화면에 등장하는 '팁'
다소 평범해 보이는 기본 콘텐츠를 흥미롭게 만드는 것은 ‘스트라타젬’이라고 불리는 특유의 메카닉입니다.
설정상 헬다이버들은 대기에 떠 있는 개인용(!) 우주전함이나 궤도 위의 모함으로부터 여러 가지 장비, 무기, 화력을 지원받는데, 이걸 호출할 때 사용하는 공 모양의 신호 발생기를 ‘스트라타젬’이라고 부릅니다. 예를 들어, ‘궤도 포격’ 스트라타젬을 적들 사이에 던지면, 일정 시간 후 해당 위치에 궤도 포격이 떨어지는 식입니다.
개발사의 인기작 <메지카>의 마법 시스템과 유사하게, 각각의 스트라타젬은 정해진 방향키 커맨드를 입력해야만 작동시킬 수 있습니다. 스트라타젬의 위력이 클수록 커맨드는 어렵고 길어지며, 재호출에 필요한 쿨타임도 대체로 더 긴 편입니다.
스트라타젬은 최대 4개를 장비한 채 임무에 돌입할 수 있으며, 이를 어떻게 구성하느냐에 따라 각자의 플레이스타일은 크게 달라집니다. 스트라타젬은 중화기 호출, 특수 장비 호출, 항공기 폭격 유도, 궤도 포격 유도 등으로 분류되는데, 각각의 분류 안에서도 다시 역할, 범위, 위력 등을 달리하는 항목들이 많습니다.
좌상단에 나타난 것과 같은 방향키 커맨드를 입력하면 스트라타젬을 활성화할 수 있다. 스트라타젬은 미션 전용으로 주어지는 것과 개인이 소지하는 것으로 나뉜다.
1, 2편의 또 다른 공통점은 ‘아군 사격’(friendly fire·오사) 시스템입니다. 이것 역시 <매지카> 시절부터 이어져 온 개발사의 전통으로, 유저가 구사하는 모든 공격은 동료에게 대미지를 입힐 수 있습니다. 쏟아지는 적들을 상대하는 와중에 아군의 사격이나 포격, 장비 등에 사망하는 상황이 빈번히 발생하면서 웃음과 긴장감이 동시에 유발되는 효과가 있습니다.
대다수 게임에서 죽음은 불쾌한 요소지만, <헬다이버스>에서는 다양한 사망사고가 곧 즐거움의 핵심입니다. 이것은 너그러운 부활 시스템 덕분이기도 합니다. ‘증원’ 스트라타젬을 던지면, 짧은 대기 시간 뒤 새로운 헬다이버가 탑승한 ‘헬포드’(일회용 강하장치)가 공중에서 낙하하기 때문에, 바로 싸움을 이어나갈 수 있습니다.
1편의 경우 4인이 모두 사망하지만 않았다면 무한정 병력 지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2편에선 참가 인원에 비례하여 임무 시작 시점에 ‘증원 횟수’ 상한이 정해집니다. 기본적으로 1인당 5회씩인데, 설령 소진되어도 부활이 아예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횟수가 0일 때는 2분간 대기하면 1회가 충전됩니다. 물론 이 경우 작전 수행은 훨씬 어려워집니다.
죽어도 금방 재투입된다. 그렇다고 막 죽어도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여기까지 살펴보면 개발사가 추구하고 있는 게임의 방향성이 뚜렷하게 다가옵니다. <헬다이버스 2>는 유저들을 다양한 방법으로 위기에 빠뜨린 뒤 그러한 혼란 속에서 서로 ‘우당탕’ 협조할 수밖에 없도록 유도하는 게임입니다.
이런 기획의 핵심은 유저들이 ‘분노에 찬 고함’이 아니라 ‘즐거운 비명’을 지르도록 하는 데 있습니다. 그러려면 가해지는 고통은 합당하면서도 공감 가는 것이어야만 합니다. 시스템적 불합리에 의해 억울한 죽임을 당했다고 느낀다면 제아무리 부활 시스템이 너그럽다고 하더라도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으니까요.
<헬다이버스 2>는 그 방법으로서 ‘부분적 리얼리티’를 선택하고 있습니다. 유저는 위에 언급한 아군 사격 외에도 온갖 리얼한 요소에 의해 엉뚱하게 죽음을 맞게 됩니다. 예를 들어 대전차포 후폭풍에 휘말려 날아가다가 벽면에 부딪혀 죽거나, 탈출용 수송선에 깔려 죽거나, 심지어 동료가 죽인 거대 몬스터의 시신에 짓눌려 죽을 수도 있습니다.
이런 상황들은 현실적 법칙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에, 비교적 공정하게 느껴지고 공감을 줍니다. 이런 공감대에 의한 웃음을 우리는 익히 알고 있습니다. ‘슬랩스틱’이라는 개그 장르가 여기에 기대어 있으니까요. 게임 중에서 예시를 찾자면 흐물거리는 캐릭터로 온갖 물리 퍼즐을 돌파해야 하는 <휴먼 폴 플랫>과 같은 사례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나의 잘못이든, 남의 잘못이든, 아군에 의해 죽는 일은 흔하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면, 게임의 난관들이 현실적 법칙을 따른다고 해서 늘 ‘합리적’ 즐거움을 유발하는 건 아닙니다. 플랫포머 게임 <게팅 오버 잇> (일명 ‘항아리 게임’)처럼 중력만을 가지고도 극도의 분노를 유발하는 건 얼마든 가능하니까요.
그러나 ‘항아리 게임’이 유발하는 분노는 중력보다는 노력과 결과 사이의 언어도단적 불균형에 기인합니다. 한 번의 실수로 수 시간의 노력이 물거품으로 돌아가는 그 악질적 농담 같은 설계는 중력과는 별개로 충분히 화가 날 만합니다.
반대로 적당한 위험을 안기는 현실적 난관들은 오히려 카타르시스를 최대화하기에 적합합니다. 그만큼 유저들의 무의식적 몰입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헬다이버스 2>는 바로 그러한 유형의 어려움을 많은 곳에 배치해 두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헬다이버스 2>는 1편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독특한 에임 시스템을 가지고 있습니다. 상당수 슈터 게임에서 총기는 마우스 에임을 그대로 따라갑니다. LMG, 저격총 등의 중화기라 하더라도 정조준 속도 등에서 페널티를 줄지언정 에임 자체에 제약을 주지는 않습니다.
진한 흰색 점이 크로스헤어, 반투명한 원이 실제 총구의 겨냥 방향이다. 1인칭 정조준 시에도 조준경 이동이 즉각적이지 않다.
한편 <헬다이버스 2>에서는 1편과 마찬가지로, 총구를 움직이는 속도가 화기의 크기나 무게에 영향을 받습니다. 마우스를 빠르게 움직여도 실제 총구가 해당 방향을 제대로 지시하기까지 약간의 시간이 소요된다는 뜻입니다. 강력한 총기일수록 반동 컨트롤이 더 어려워지는 일반적 메커니즘도 있습니다.
이런 사소한 디테일이 짜증이 아닌 재미를 주는 이유는 여러 가지입니다. 우선 앞서 알아본 것처럼 현실에 기반한 어려움이기 때문에 억울함이 덜합니다. 둘째로, ‘리스크’와 ‘리턴’의 밸런스가 적절합니다. 중화기의 컨트롤이 어려운 이유는 그만큼 좋은 성능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또한 리스크를 실력 및 전략으로 감소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무력감보다는 도전 의식과 낭만을 더해줍니다. 예를 들어 중화기는 (어울리게도) 엎드리거나 앉아서 쏘면 더 잘 제어할 수 있습니다. 그게 아니라면 좀 더 가벼운 총기로 적을 정확히 사격하는 플레이스타일을 추구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게임의 아이덴티티와 반발하지 않고 시너지를 일으킵니다. 동료가 벌레떼에 둘러싸여 도망가는 긴박한 상황에서도 유저들은 최대한 신중하게 사격해야 합니다. 그러다가 친구를 혹시나 죽이더라도 그 또한 게임이 추구하는 재미의 일부이기 때문에 큰 스트레스가 없습니다. 신중히 사격할 수 있는 동료에게 사수 역할을 맡긴 뒤 자기는 미끼가 되는 재미를 느낄 수도 있습니다.
아군을 지원할 때, 조준경이 마음처럼 빨리 움직이지 않아도 당황해선 안 된다.
이렇듯 게임의 코어 메카닉에 질감과 두께를 더하는 ‘몰입 상승’ 장치는 그 외에도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맵 곳곳에는 걸음을 느려지게 하거나 폭발하는 위협요소(지뢰, 외계식물 등)가 깔려 있기 때문에 유사시엔 슬라이딩 점프로 빠르게 벗어나야 합니다.
내 근처에 떨어진 수류탄은 터지기 전에 다시 던질 수 있고, 늦었다면 점프 후 엎드린 채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스트라타젬 투척에서도 물리 시스템이 당황스러운 상황을 만들어냅니다. 스트라타젬은 바위나 건물 등의 단단한 표면에 맞으면 튕겨서 아군 바로 옆에 떨어질 수도 있어 언제나 주의가 필요합니다.
미션 난도가 높게 설정하면 실질적 어려움을 더하는 메커닉들이 새롭게 등장하는데, 여기에서도 역시 리얼한 상호작용을 항상 염두에 두고 있다는 점을 특기할 만합니다. 예를 들어 안개를 뿜는 나무를 파괴해 시야를 확보하거나, 폭격기 지원을 막는 적 시설을 파괴하는 등의 콘텐츠를 만날 수 있습니다.
몰입감 극대화의 철학은 비주얼적 디테일에서도 드러납니다. 인게임에서 호출하는 모든 화력지원은 지면에서의 임팩트가 강렬할 뿐만 아니라, 실제로 상공에 떠 있는 우주전함 혹은 궤도상에서 발사되어 내려오는 모습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ICBM을 발사하는 미션에서는 미사일이 상공으로 날아가는 장면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지평선 너머로 날아가 핵폭발을 일으키는 모습까지 관찰할 수 있습니다.
공중 지원을 요청하면 전함이나 궤도에서 날아오는 모습을 실제로 볼 수 있다.
또한 게임의 ‘위기 조장’ 메커닉은 임무 난도와 몰입감을 높이고 슬랩스틱의 재미를 끌어올리는 데 그치지 않으며, 자연스럽고 만족감 높은 협동 게임플레이를 유도해 내는 역할까지 해냅니다.
예를 들어 단단한 외피 혹은 장갑을 두른 적들은 소구경 탄환이나 레이저를 튕겨내는 판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대전차 무기나 기타 관통력 높은 무기로 상대하거나 약점을 공략해야 하는데 대부분은 협동을 요합니다.
초보자들을 자주 패닉에 빠뜨리는 중형 몬스터 ‘차저’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차저는 체력과 속도, 공격력이 높을 뿐만 아니라 정면에서 들어오는 대다수 공격을 도탄 시킵니다.
차저를 쓰러뜨리려면 한 사람이 차저를 유인하는 동안 후면의 약점을 맞추거나, 대전차포로 외피에 구멍을 낸 뒤 약점을 집중 사격하거나, 아니면 2인1조로 사용했을 때 사격속도가 급상승하는 ‘무반동포’로 쓰러뜨리는 등의 방법이 있습니다. 모두 협동하지 않으면 어려운 해법들입니다.
여기에 창의력을 더해 더 다양한 협동을 시도할 수도 있습니다. 일부러 강력한 적 방향으로 증원 스트라타젬을 던져 ‘헬포드’로 막대한 대미지를 주는 것은 흔한 방식입니다. 그 외에도 아군이 강력한 적 무리의 주변을 빙글빙글 돌면서 묶어두는 동안, 다른 유저들이 강한 범위 공격을 호출해 다함께 희생시키는 등의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약점 공략이 필요한 적은 많다
게임의 코어 메카닉이 신나는 것이어도, 어려운 만큼의 보상이 없다면 유저를 오래 묶어두기는 쉽지 않습니다. 다행히 현시점에서 게임은 전편의 육성 시스템을 상당수 가져오면서 이런 지점에서도 단단한 대비를 갖춘 상태입니다.
인게임에서 유저들은 미션의 성과 및 활동 내용에 따라 화폐와 메달, 샘플 등을 보상으로 얻을 수 있습니다. 각각은 새로운 무기, 스킨, 스트라타젬을 언락하는데 쓰이거나 함선 업그레이드를 통해 영구적 보너스를 얻는 데 사용됩니다.
이런 보상 시스템은 유저들로 하여금 최대한 맵을 자세히 탐방하고 숨겨진 아이템이나 미션을 찾아내도록 하는 유인이 되기도 합니다. 반대로 말하면 메인 임무만으로는 지루했을지 모르는 미션을 다채롭게 해주는 보너스 요소입니다.
네이팜 폭격 등 선택지가 늘어난다
미션 난도는 총 9단계로 구성되어 있고 각 단계가 상승할 때마다 확실히 체감이 될 정도로 어려워지기 때문에, 도전과 성장의 동기 역시 확실합니다. 스트라타젬은 상위 티어로 갈수록 단순히 그 위력이 강해지는 것이 아니고 새로운 전략적 선택지를 더해준다는 점에서 ‘콘텐츠 확장’으로서의 의의도 지닙니다. 예를 들어 화염, 마비, 독성 등의 속성 공격을 가할 수 있는 화력지원이 다양하게 추가되는 식입니다.
이렇듯 많은 장점과 잠재력을 지닌 게임이지만 물론 우려되는 지점도 많습니다. <헬다이버스 2>는 출시 초반 ‘복합적’ 평가를 받았는데, 이것은 매칭 시스템이 원활히 작동하지 않았고 접속이 끊기는 문제가 빈번했기 때문입니다. 유저들이 우회 방법을 찾고 개발진이 패치를 단행하면서 조금은 개선되었지만 아직도 완전히 고쳐지지 않아 불만을 사고 있습니다.
또한, 현재 마련된 콘텐츠의 분량이 전부 소진되기 전에 새로운 콘텐츠가 주기적으로 더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까지 적 종족은 2가지 유형으로 전편과 동일한 상태이지만 개발진은 앞으로 적을 더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한편 전편의 2족 보행 로봇이나 탱크 등 탈것 콘텐츠가 2편에는 등장하지 않는 상태인데, 이에 대한 향후 계획은 아직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근접 공격 위주의 곤충형 적 '테르미니드', 총기와 미사일을 사용하는 로봇형 적 '오토마톤' 등 두 가지 유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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