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에 <픗볼매니저>(FM)가 있다면 야구에는 <OOTP>가 있다.
'아웃 오브 더 파크 베이스볼'(OOTP)은 1999년부터 개발되어 온 야구 시뮬레이션 게임으로 높은 선수 스탯 구성과 구단 경영 요소로 <FM>과 함께 스포츠 매니지먼트 게임의 양대산맥을 차지하고 있다. 독일 소재 개발사 OOTP 디벨로먼트가 2020년 한국의 컴투스에 인수되었고, 이후 이 게임은 한국어를 지원하고 있다.
<OOTP> 시리즈는 야구를 좋아하는 게이머라면 해보지는 않았다고 하더라도 들어본 적은 있는 게임으로 꼽힌다. <FM>처럼 진입장벽이 높은 게임이지만, 한 번 빠지면 가상의 몇 시즌을 돌리다가 현실 시간에서 며칠은 그냥 보내버릴 수 있는 강력한 흡입력을 가진 게임이다. 컴투스는 지난달 18일 <OOTP 25>를 정식 출시했다.
마침 미국과 한국에 야구가 개막했고, 지난해 골드글러브의 영예를 안은 김하성과 자이언츠에 새로 합류한 이정후는 시즌 초부터 맹활약 중이다. <OOTP> 시리즈는 야구 팬이라면 <OOTP 25>를 즐기기 가장 좋은 시간이다. (주어진 시간만 많다면 말이다...)
사실 게임 자체는 여타 스포츠게임과 마찬가지로 매년 로스터패치와 함께 몇 가지 신규 기능을 추가하는 정도의 출시가 이루어지므로 시리즈 자체에 대한 설명은 이전 기사들을 참조하면 좋을 것이다.
요약하자면, <OOTP 25>는 현존하는 가장 정확한 야구 시뮬레이션 게임으로 팀 리빌딩, 왕조 구축, 특이 플레이(ex. 전원 한국인 선수으로 구성된 MLB 팀)를 즐길 수 있다. 게임은 시즌 최신 로스터를 실시간으로 업데이트한다. 자신을 게임을 시작하는 시점이 가장 최신 로스터가 되는 것이다.
[참고 기사]
'OOTP 22', 야구계의 풋볼매니저 되기 충분하다 (바로가기)
"스토브리그의 기적" 꿈만 같은 야구 경영 게임 (바로가기)
일본리그와 대만리그가 어서 돌아오길 바란다. 프로리그가 존재하는 국가가 많지 않은 스포츠이기 때문에 이들의 부재가 상당히 크게 다가온다.
이번 작에는 특별히 선수의 육성 기능이 대폭 강화됐다. 플레이어는 에디터 모드 없이 주어진 잠재 능력치 안에서 타자의 컨택트, 주루, 번트 능력 등 원하는 성장 요소를 보다 세세하게 골라서 부여할 수 있다. 기존에는 코치의 실력과 선수의 자체 성장에 맡기는 부분이 컸다면, 이제는 육성 캠프에서 선수를 감독이 원하는대로 성장시킬 수 있다.
구작에서는 '우리 구단에서 쓰기에는 파워가 충분히 성장해서 컨택트 위주로 키우고 싶다'거나 '선발투수로 보직 변경을 위해서 체력을 늘리고 싶다'는 의지가 반영되려면 에디터 같은 꼼수를 쓰거나, 1군에서 계투로 쓰던 유망주를 다른 리그로 보내 선발로 쓰면서 자발적인 성장을 기대하는 수밖에 없었다.
전자가 게임 자체의 재미를 크게 감소했다면, 후자는 어느 정도 요행을 바라는 수밖에 없었는데 플레이어는 자신의 입맛에 맞지 않게 자란 유망주를 과감하게 내쳐야만 했다.
<OOTP 25>의 육성
유망주 키우기야말로 스포츠 시뮬레이션 게임의 백미라고 할 수 있는데, 이 부분에서 플레이어의 의도대로 변수가 창출되면서 색다른 재미가 생겼다.
물론 실제로 플레이를 하다 보면 선수가 부상을 당해서 정체기가 오거나, 갑자기 은퇴를 선언하거나, 키우고 싶은 선수의 포텐셜이 너무 낮게 제시되어서 키울 맛이 안 나거나, 각종 옵션을 선언하면서 대들기 일쑤였지만 감독의 의도 아래에 육성 프로그램 전체를 그려나갈 수 있다는 점은 분명 긍정적 변화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작에도 드래프트 하위픽의 스탯이 일률적으로 낮게 제시되어 애매한 선수에게 육성 프로그램을 운영할 흥미가 생기지는 않았다는 안타까움은 있다. 사실 애초에 <OOTP 25>는 메이저리그를 중심으로 발전해온 게임이기 때문에 육성선수 신화를 그려나가는 쪽이 아니다.
드래프트에 끼지 못한 선수는 철저하게 외면되며, 내셔널 리그와 아메리칸 리그 30개 구단의 관심 또한 미국(과 카리브해 연안)에 집중된다. 그렇기 때문에 '보석을 발굴하는 재미'가 세계구급 스카우트 플레이를 요구하는 <FM>과는 비교하기 어려울 만큼 낮다.
드래프트에 끼지 못한 선수는 철저하게 외면되며, 내셔널 리그와 아메리칸 리그 30개 구단의 관심 또한 미국(과 카리브해 연안)에 집중된다. 그렇기 때문에 '보석을 발굴하는 재미'가 세계구급 스카우트 플레이를 요구하는 <FM>과는 비교하기 어려울 만큼 낮다.
좋은 선수를 뺏긴 이후의 드래프트는 요식행위에 가깝다
그렇지만 부족한 부분을 골라서 키우면서 B급, C급 선수들을 마이너리그에서 쓰면서 트레이드 카드로 쓸 수 있게 하도록 낮은 선수들의 스탯을 조금씩 끌어올리는 기획을 해보면 어떨까라는 생각도 든다. 물론 이 경우, 개발진에서 스탯 인플레이션에 대한 걱정 또한 감안해야 할 것이다. 애매한 스탯의 마이너리거들이 대거 은퇴하지 않고 연봉을 가져가는 모습은 지금의 <OOTP> 플레이어에게도 골칫거리다. (개발진은 고연령 마이너리거들을 빨리 방출할 수 있게끔 하겠다고 밝혔다.)
육성 캠프에서 선수의 육성 방향을 결정할 수 있다. 이번 작의 가장 큰 업데이트 요소라고 할 수 있다
MLB에서 시즌 시작과 함께 나란히 홈런을 날린 이정후와 김하성의 게임 속 스탯은 어떨까?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 소속된 김하성 선수는 컨택트 50, 파워 45, 선구안 55, 수비 60을 받았다. 실제와 같이 2루, 3루, 유격수를 모두 소화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김하성은 17홈런에 38도루를 기록했는데, 도루 스킬은 70을 받았지만 파워 쪽 스탯은 지난해보다 줄어들었다.
지난해 준수한 활약을 보인 김하성의 레이팅. 역시 리그 정상급 수비 스탯이다.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이정후 선수는 컨택트 65, 파워 40, 선구안 50, 수비 60의 준수한 성적을 받았다. 컨택트 포텐셜은 70까지 오를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도루 스킬은 65, 주루 스킬은 75으로 "바람의 손자"라는 별명다운 능력치를 받았다. 처음 입성하는 선수에 대단히 후한 점수를 주었는데, 본작 어빌리티에서 컨택트 70을 기록한 선수는 마이애미 마린스의 루이스 아라에즈가 유일하다.
대단히 후한 레이팅을 받은 이정후. 컨택 어빌/포텐이 리그 정상급이다
한편, 이번 작부터는 게임 안에서 명예의 전당 박물관이 구현된다.
물론 이전부터 '명예의 전당' 기능은 존재했고, 자신이 키운 선수를 명예의 전당에 헌액하는 쾌감을 느끼는 플레이도 있었다. 이번 <OOTP 25>부터는 미국 '명예의 전당 박물관'과 협업해 명예의 전당 동판에 새겨진 헌액자들의 공식 문구와 전시품을 볼 수 있다. 다만 이 기능은 현재 버전에서는 추가되지 않았다.
글자가 제대로 표기되지 않는 버그는 이번 작에서도 반복된다. 배정대 등 배씨 선수는 여전히 bae로 표기된다.
감독 이름은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 제발...
매치엔진 그래픽에서는 특별한 발전을 느끼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