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이지 이 게임만큼 리뷰하기 힘든 게임은 없었다.
4월 19일 출시된 신작 <노 레스트 포 더 위키드>(이하 NRFW)는 '오리'(Ori) 시리즈를 만든 문 스튜디오의 4년 만의 신작이다. 그리고 <NRFW>는 여러모로 문제작이 되었다. 2022년에는 문 스튜디오의 강압적 개발 문화에 대한 폭로가 나왔고, 19일 출시 직후 부족한 최적화와 탓에 스팀 평가가 '복합적'이 나기도 했다.
문 스튜디오는 게임을 정가에 판매하면서 '얼리억세스'라는 방패 뒤에 숨었다라는 '선출시 후패치' 비판을 받았다. 출시 이전에 유저들은 특정 구간까지의 플레이를 지원하는 '얼엑' <NRFW>을 기대했을 것이다. 게임의 뼈대를 살펴본 뒤, 이후 업데이트를 통해 멀티플레이나 하드모드를 해금하는 모델 말이다. 그러나 정작 출시된 게임은 정상적인 플레이가 불가능할 수준으로 최적화 및 버그 문제가 많았다.
기자 또한 4월 19일 <NRFW> 출시와 함께 재빨리 게임의 체험 소감을 남기려 했지만, 정상적인 플레이가 안 될 수준의 게임이었다. 때문에 몇 번의 핫픽스를 기다린 끝에 열흘 뒤(29일)에야 글을 남기게 되었다. 게임이 수준 미달이었다고 판단했다면, 사용한 시간에 대한 손실을 감수하고 <NRFW> 플레이를 그만 둘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NRFW>는 너무 재밌어서 멈출 수 없었다. 목이 따끔거릴 정도로 가시가 너무 많은 생선을 발라 먹는 기분이랄까?
<NRFW>는 역병을 물리치려는 성전사 세림이 되어 무서운 적들을 물리치고 다니며 성장하는 게임이다. 클래스가 정해져 있지는 않고, 레벨업 스탯 찍기와 무기 강화에 따라서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캐릭터를 성장시킬 수 있다. 게임은 '던전 탐험의 랜덤성'이라는 재미 요소에 대해 오랜 기간 탐구한 느낌이 물씬 풍겨나는데, 게임을 시작할 때 들게 하는 무기마저 랜덤으로 만들었다.
기괴한 느낌마저 드는 커스터마이즈 기본 세팅
액션RPG 구력이 오래지 않은 게이머라도 양손검은 공격 속도가 느린 대신에 딜이 많이 들어가고, 단검은 공격 속도가 빠른 대신 대미지가 적다는 설계 쯤은 기본적으로 알고 있을 것이다. <NRFW>는 (이런 장르의 게임에서 최고 스트레스로 꼽히는) 최대 무게를 레벨업 때마다 올릴 수 있도록 만들었다. 근력이나 체력을 올리면서 동시에 최대 무게의 한계치를 올릴 수 있도록 설계해야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무거움' 상태면 이동에 제약이 생기고, 가벼운 장비로는 방어력을 챙길 수 없다.
룬을 부여하고 보석을 붙여서 무기를 강화하는 재미가 있다.
게임은 쿼터뷰 액션 RPG로 이 분야의 전설이라고 부를 수 있는 <디아블로>가 생각나는 룩앤필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잡몹에도 목숨을 잃을 수 있을 만큼 어려운 레벨 디자인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소울라이크의 범주에 게임을 놔도 좋을 듯하다. (출시 초기에는 버그 때문에 도저히 맞출 수 없었던) 패링과 무적 구르기의 존재가 게임의 액션성을 입증한다.
공격과 방어 옵션을 쓰기 위해서는 결국 상대 몬스터의 패턴을 읽어야만 한다. 그러나 플레이어가 선택한 옵션에 따라서 게임 플레이를 얼마든지 쉽게 만들 수 있는 구조를 띄고 있어서 '이것만 먹으면 저 자식 끔살인데' 할 수 있는 게임이었다. 이는 곧 <디아블로>식 파밍의 재미와 연결된다. 예를 들어, <NRFW>에는 딜량이 꽤 괜찮은 폭탄이 있는데 골드를 모아서 폭탄을 구한 뒤 보스에게 폭탄만 날리는 식으로 클리어를 할 수도 있다.
잡몹이라도 2마리를 한꺼번에 상대하다가는 쉽사리 죽을 수 있다.
무제한적으로 막고 구르고 때릴 수는 없고, 집중력 게이지를 사용한다. 때문에 한정된 기간에 더 많은 대미지를 넣기 위해서는 집중력의 관리가 필수적이다. 게임의 후반부에서는 집중력을 회복할 수 있는 옵션이나 방어에 성공했다는 것 자체만으로 상대방에게 역으로 대미지를 먹일 수 있는 옵션을 찾아서 파밍을 계속하게 된다. 각각의 장비에는 4개의 등급이 있고, 피흡(체력 흡수), 무게 감소 등의 옵션을 맞출 수 있다.
게임에는 레벨업 스탯 초기화 기능이 없다. 대신에 룬을 어떻게 붙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공격 옵션을 보여주고, 거기에 레벨업 스탯이 강화 역할을 한다. 레벨업 스탯을 초기화하기 위헤서는 새 월드를 생성해서 거기서 게임을 처음부터 새로 플레이해야 한다. <NRFW> 유저들은 지금 '월드 리세마라'를 통해 효과적인 빌드 찾기를 공유하고 있다.
갑툭튀하는 적이 많다.
무기마다 부여된 룬과 옵션이 다르기 때문에 <디아블로>처럼 꼼꼼하게 확인하는 맛이 있다.
튜토리얼 구간을 지나면 플레이어에게는 세크라멘트라는 이름의 마을이 해금된다. 바로 이곳에서 장비를 업그레이드하고, 필요한 아이템을 구매하고, 파밍했던 아이템을 판매해 골드를 벌 수 있다. 하지만 설정상 세크라멘트는 재건이 필요하기 때문에 플레이어가 마을의 여러 기능을 쓰기 위해서는 여러 자원을 모아다 바치며 이 마을의 재건을 도와야 한다.
얼리억세스 빌드에서는 이 업그레이드 부분이 굉장히 피곤한 일로 일정 부분 편리성을 획득하기까지 꽤 시간이 걸린다. 그때까지 플레이어는 도끼로 나무를 패고, 곡괭이로 광석을 캐며 마을에 자원을 모아다 바쳐야 한다. 이는 게임 플레이에서 필수적이 아닌 것처럼 제시되지만, 강해지기 위한 옵션을 구하기 위해서는 꼭 해야 한다.
빠른 이동 또한 '귀찮음'을 대놓고 의도한 기획을 보여주는데, 타 소울라이크에서 '화톳불'에 해당하는 세이브 포인트를 <NRTW>는 죽었을 때 리스폰되는 세이브 포인트와 마을로 텔레포트를 지원하는 수준의 '세림의 속삭임'과 HP 회복 아이템을 직접 만들어 쓰는 모닥불로 구분된다. 버섯수프나 클램차우더 같은 요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레시피를 획득해야 하며, 그 레시피에 따른 아이템 또한 직접 채집해야 한다. 세이브포인트를 찍는다고 해서 HP가 늘지도 않는다.
모닥불에서는 요리만 할 수 있다. 화톳불이 아니다.
그래서 지금의 <NRTW>에서는 자원을 캐고, 다음 구간으로 나아가기 위해 직접 맵을 돌아다녀야 하는 시간이 길다. 무게와 아이템 슬롯 역시 한정이 되기 때문에 때때로 집에 가서 아이템을 배분하거나, 땅바닥에 아이템을 그대로 버려야 한다. 인벤토리에 주렁주렁 장비를 가지고 다니는 플레이는 권장되지 않는다.
게임의 탐험에서는 미로 같은 공간을 헤매거나 문 열기, 허공에 뜬 사다리 발로 차서 내리기 같은 상호작용을 거쳐야 한다. 이쪽으로 들어왔는데, 딱 거기 적 NPC가 스폰되어 플레이어를 낙사시키는 <다크소울>식 맵 디자인도 들어있어 난도는 더 높아진다. 보물상자 등 파밍 아이템과 적 NPC는 주기적으로 초기화되기 때문에 다시 방문해서 파밍을 할 만하다.
잡몹에도 끔살될 수 있는데, 세이브포인트에서는 문자 그대로 '세이브'만 지원한다. 그래서 <NRTW> 플레이는 제법 피곤하게 다가올 수 있는데, 죽음에 대한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 이러한 스트레스 요인을 줄였다. <NRTW>에서 사망하면 무기와 장비의 내구도가 약간 깎일 뿐이다. 이마저도 게임 중 파밍하는 수리 아이템을 쓰거나 마을 대장장이 NPC에 요청해 100% 채울 수 있다. 죽음의 리스크가 거의 없는 편이다.
꽤 밀도있는 탐험의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이 외나무 다리 건너편에는 NPC가 기다리고 있다.
주기적으로 초기화되기 때문에 뭐가 있을까 기대하게 되는 상자
지금 <NRTW>의 얼리억세스는 도전형 던전 콘텐츠와 세크라멘트의 업데이트 수준에서 마무리를 볼 수 있다.
현재 핫픽스가 대단히 많이 반영됐기 때문에 게임이 플레이 불가능한 수준은 아니다. 쿼터뷰+ARPG+소울라이크 경험이 대체 불가능하는 재미를 선사했기 때문에 계속 플레이했지만, 돈과 시간을 들여 덜 만들어진 게임에 알파테스트에 참가했다는 씁쓸한 뒷맛 또한 가시지 않는다. 물론 그것이 얼리억세스의 취지라고 반문한다면 할 말은 없다.
모쪼록 기자가 이렇게 직접 당했으니, 나머지 분들은 정식 출시를 기다리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세상은 넓고 게임은 많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