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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게임도 살리는 마법의 주문 ‘Free2Play’

GDC 2012: 무료게임으로 변신한 APB의 이야기

정우철(음마교주) 2012-03-08 23:07:07

‘GTA 온라인’으로 불리며 기대를 모았던 <APB>는 론칭 후 혹평을 받으며 3개월 만에 서비스를 중단했다. 750억 원을 쏟아 부었지만 잦은 버그와 부족한 콘텐츠, 무너진 밸런스로 기대했던 성과를 못냈고, 개발사인 리얼타임월드는 심각한 경영난에 빠졌다.

 

대작을 표방하면서 정액제를 도입한 <APB>는 유저가 감소할수록 매출이 급격히 줄어드는 구조를 갖고 있었다. 유저들이 문제가 많은 게임에 발길을 끊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고, <APB>는 그렇게 짧은 생을 마감하고 역사 속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APB> K2네트워크의 게임포털 게이머스퍼스트로 넘어가(IP 매각) 부분유료(Free2Play) 모델로 재구성된 이후 부활했다. 어떤 일이 벌어진 걸까? 게이머스퍼스트의 본 북 라슨 CEO의 이야기를 들어 보자. /샌프란시스코(미국)=디스이즈게임 정우철 기자


 

게이머스퍼스트 본 북 라슨(Bjorn Book-Larsson) CEO.

 

 

■ 재미로 보는 온라인게임 과금의 역사

 

부분유료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온라인게임 과금의 역사를 알아야 한다. 어떻게 보면 최초의 부분유료화는 전화 과금, 예를 들어 1분당 얼마의 돈을 지불해야 하는 모델이었다. 국내에서도 원클릭 등의 서비스가 있었던 모델이다.

 

이 모델은 당시 물가로 따지면 시간당 12 달러를 지불하는 정도였고, 200시간을 플레이한다고 하면 오늘날의 5,000 달러에 가까운 돈을 지불하는 셈이었다. 우리는 이를 과금 버전 1.0으로 규정했다.

 

그리고 <울티마 온라인>으로 시작해 <에버퀘스트> <WoW> 등이 사용한 (해외에서) 50 달러 정도에 패키지를 판매하고, 매달 9,95 달러에서 19.95 달러 정도를 월정액으로 받는 방식을 버전 2.0으로 볼 수 있다.

 

서양권 과금체계의 변화는 크게 세 단계로 구분된다.

 

최근에 큰 인기를 모으고 있는 모델이 바로 부분유료화다. 2000년대 초반부터 도입된 이 방식은 한국에서 처음 적용되면서 성공적인 과금 모델로 자리 잡았다. 재미있는 것은 월정액 방식을 적용한 게임들이 부분유료로 바꾸면서 인기를 회복한 경우가 종종 있었다는 점이다.

 

이후 서양에서 부분유료화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2004년부터 2012년까지 주요 게임들은 그동안 고수하던 월정액 방식을 부분유료로 바꿨다. 이유는 간단했다. 인기가 시들했던 게임들이 과금체계를 바꾸면서 다시 돈을 벌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서양권 온라인게임들은 대부분 부분유료로 전환하는 추세다.

 

 

■ <APB>에서 <APB: 리로디드>가 되기까지

 

<APB>의 가장 큰 유저 불만은 게임에 들어가자마자 죽는다는 것이다.

 

오래 플레이할수록 이런 짜증은 심각해져 갔다. 게임에 쓰인 기술은 훌륭했으나 의문스런 게임 디자인이 유저의 선택을 없애버렸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새로운 맵과 모드를 만들어 유저들에게 선택을 주는 것이었다. 하지만, 완전히 새로운 모드를 만드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부분유료화 모델이라면 <APB>는 좋은 게임이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가장 중점적으로 수정을 가한 부분은 스킬 레이팅 시스템이었다. 이 시스템은 자동으로 비슷한 수준의 실력을 가진 플레이어들을 매칭시켜주는 것으로, 기존의 시스템은 굉장히 실망스런 수준이었다.

 

원래 시스템은 유저에게 선택권한을 주지 않고 강제로 미션을 하게 했으며, 미션을 잘 수행하지 못하거나, 미션을 포기하면 불이익을 주는 시스템이었다. 가장 먼저 ‘제대로 작동하는 스킬 레이팅 시스템’을 만들어야 했다.

 

스킬 레이팅 시스템을 뜯어고쳐야만 했다.

 

다음은 리얼타임월드의 유작인 ‘RW 테크 지도 편집기’였다. 이 편집기는 맵을 크게 수정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예를 들어 지도에서 약 7미터 높이의 물체를 이동하려면 맵 전체를 다시 만들어야 했다. 이는 지도상에서 유저들의 불만이 쏟아지는 지역이 있을 경우 수정이 힘들다는 문제를 일으켰다.

 

다행히 지도 툴 자체가 수정이 힘들뿐, 엉망인 툴은 아니었기에 가능한 툴 자체의 물체를 활용하지 않고 새롭게 맵을 제작해 문제를 해결했다. <APB>의 또 다른 문제점은 유저 인터페이스(UI)에 있었다. 캐릭터가 레벨 10이 된 후에 그만두는 유저가 너무 많았다.

 

 

<APB>에서 레벨 10은 튜토리얼을 마치고 실제 미션에 들어가기 직전의 레벨인데, 많은 수가 이 과정에서 게임을 그만두고 있었다. 이는 튜토리얼이 끝난 후 유저들에게 다음 진행을 알려주는 적절한 UI가 없었기 때문으로 밝혀져 이 부분을 수정했다.

 

 

■ <APB>를 살려낸 부분유료화

 

애초에 <APB>는 부분유료화를 생각하고 만든 게임이 아니었다. 그래서 부분유료화로 전환을 결심했을 때 고려할 사항이 있었다. 첫째로 아이템을 구입해야 플레이할 수 있는 방식을 없앴다. 둘째는 전체적인 게임 디자인의 변경이다. 즉 부분유료화를 고려한 디자인으로 만들어야 했다.

 

마지막으로 만약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고 순항한다면 오랫동안 유지시키고 차기작을 개발할 수 있을 정도는 될 것이라고 믿었다. 문제는 성공의 시점이었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도입해 보자! 그 전에 할일이 있지만….

 

북 라슨 대표는 “<APB>는 정액제에 패키지 판매 방식을 통해 배포됐기 때문에 최고 매출 기록은 발매 첫날이었지만, <APB: 리로디드>는 부분유료게임이다. 부분유료게임의 최고 매출은 1,000일 정도 지나야 된다”고 언급하며 장기적인 안목으로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APB: 리로디드>의 콘텐츠 중 80~90%는 무료로 모든 플레이어가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가장 큰 궁금증은 “승리를 위해 무기를 사야만 하는가?”일 것이다. 북 라슨 대표는 “그렇지 않다”고 이야기한다.

 

부분유료화는 성공을 위한 오랜 기다림이 필요하다. 

 

“팀 전체가 유료 구매 총이 압도적으로 좋지 않도록 신경을 쓰고 있으며, 밸런스를 맞추는 데 엄청난 시간을 들이고 있다”고 밝힌 북 라슨 대표는 “전체 아이템 판매량 중 총기류가 차지하는 비중은 44%다. 편의성을 위한 아이템 판매가 35%, 탈것이 16%, 장갑류는 2%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부분유료화로 다시 태어난 <APB: 리로디드>는 적어도 건강한 모습을 되찾았다고 볼 수 있다. 오리지널 <APB>가 론칭된 후 50일 동안의 지표와 비교해 보면 알 수 있다.

 

처음 50일 동안 548,017 명의 유저가 <APB: 리로디드>를 찾아왔고(<APB>는 14만 개의 계정 생성), 254,080 명이 페이스북에서 <APB: 리로디드>에 호감을 나타냈다(<APB>는 2만 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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