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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DC

[NDC 19] 시니어 콘셉트 아티스트가 '독일 게임사'에서 느낀 효과적 프로세스

비행 슈팅게임 '에버스페이스' 원화 제작 프로세스를 중심으로

오시영(하이쌤) 2019-04-25 22:26:12

'독일 게임사'에서 콘셉트 아티스트(원화가)는 어떻게 일할까? 일반적으로 해외 게임사의 사정은 알기 쉽지 않아서 막연하게 한국과는 다른 모습일 것이라고 떠올리는게 전부다.

 

다행히 이를 생생하게 전해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 바로 로그라이크 비행 슈팅게임 <에버스페이스>를 개발한 락피쉬 게임즈에서 지난 2016년부터 시니어 콘셉트 아티스트로 일하고 있는 박종원 원화가다. 그에게 직접 <에버스페이스>의 비행 기체를 디자인하면서 효율적이라고 느꼈던 독일 게임사의 원화 제작 프로세스에 대해 들어보자. / 디스이즈게임 오시영 기자

 

박종원 락피쉬 게임즈 시니어 콘셉트 아티스트

# <에버 스페이스>는 어떤 게임?

 

본격적인 이야기에 들어가기에 앞서, <에버스페이스>가 어떤 게임인지 알아두는 것이 좋다. 에버스페이스는 로그라이크류 비행 슈팅게임이며, PC, PS4, 스위치 등 다양한 플랫폼을 지원하는 싱글 플레이 게임이다.

 

비행 슈팅 게임이라는 장르에 맞게 당연하게도 비행 기체가 주인공이므로 원화가는 비행 기체를 디자인할 때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에버스페이스>의 비행 기체는 ▲ 주요무기 ▲ ​보조무기 ▲ ​엔진 ​ 날개, 부스터 ​ 센서의 5가지 필수요소를 가지고 있다. 실제 디자인을 할 때 이 5개의 구성 요소 위치를 가장 초기 단계에서 정할 정도로 중요하다.

 

또한 기체는 실루엣만 봐도 서로 구분이 갈 정도로 개성이 있게 만들어야 한다. 게임 특성상 멀리 있는 기체를 유저가 식별할 수 있어야하기 때문이다. 기체가 빛을 뿜는 부분을 아군은 푸른색 계열로, 적군은 붉은색 계열로 설정하는 것도 비슷한 이유 때문이다.

 

비행 기체의 다섯가지 필수 구성 요소
멀리서도 기체를 식별할 수 있게 그려야한다

 

 

# 비행 기체 '테크 파이터' 제작 프로세스

 

'어떤 기체를 추가할까?'를 주제로 진행된 회의 끝에  '테크 파이터'라는 비행 기체의 대략적 설정이 결정되면, 그 설정을 바탕으로 콘셉트 아티스트는 떠오르는 기체의 모습을 여러개 담은 '러프 콘셉트'를 작성한다. 이 '러프 콘셉트'를 그린 후 그것을 확인 받고 피드백을 주고 받는다는 사실 자체는 한국이든 독일이든 같다. 작업자가 작업물을 AD, 디렉터, 기획자에게 전달해야 하는 것이다.

 

'러프 콘셉트'의 모습, 원화가가 제시한 여러 모습 중에서 최종적으로 C가 선택됐다.

 

보통 한국 게임사의 경우 작업자가 AD, 디렉터, 기획자를 따로 만나 확인을 받아야 한다. 이와 달리 독일 락피쉬 게임즈에서는 AD, 디렉터, 기획자가 하나의 작업물을 함께 보고 회의를 거쳐 피드백을 정리해 작업자에게 한 번에 전달한다.

 

이렇게 한 번에 정리된 피드백을 주고 받으면, 작업자가 여러 파트에서 이중, 삼중으로 피드백을 받을 필요가 없어 혼란스러울 일이 없다. 또한 당연하게도 작업 시간이 단축되고, 불필요한 작업을 최대한 줄일 수 있다. 작업물을 확인하는 사람들마다 말이 다른 경우를 방지할 수 있어 '어떤 사람 이야기를 따라야 하지?'하는 오해와 불협화음이 줄어들게 된다는 장점도 있다.

 

원화가는 AD, 디렉터, 기획자에게 피드백을 받아 수정한다
독일의 초기 원화 단계 피드백 프로세스

 

이후 작업자는 확인 받은 '러프 콘셉트'를 피드백에 따라 수정하고 구체화 하는 작업을 하게 된다. 이렇게 수정된 도안은 다시 3D 모델러에게 전달돼 간단한 3D 모델을 만든다. 이때 제작하는 모델은 디테일을 살리지 않고, 대략적인 형태를 잡는다. 색도 큼지막한 부분만 칠한다. 이런 과정은 2D인 원화에서는 원래 좋다고 생각했던 부분이 3D로 구현했을 때 비율과 형태가 알맞지 않은 부분을 다듬기 위해 이뤄진다.

 

이렇게 만든 간단한 3D 모델을 다시 원화가가 받아 채색하고, 디테일한 부분을 추가한다. 레벨에 따라 성장하는 비행 기체의 모습을 각각 그리기까지 하면 최종 디자인이 완성된다. 이 최종 디자인은 처음의 '러프 콘셉트'와는 상당히 다른 모습일 수도 있다. 3D 환경에 더 적합한 모습을 찾는 과정을 거쳤기 때문이다.

 

3D 모델러는 원화를 구현하는 과정에서 어색한 부분을 수정한다
원화가가 간단한 3D 모델을 다시 받아 작업한다

 

이와 다르게 3D 모델러와 원화가가 소통하는 과정이 한국 게임사에서는 보통 한 번만 이뤄진다. 다시 말해서 원화가는 '완성 버전'의 원화를 3D 모델러에게 전달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만들게 되는 것이다. 박종원 원화가는 이 방법이 얼핏 보기에는 더 간단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소통이 부족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더 나은 결과물을 얻기 위해 독일 게임사의 방법을 참고하는 것도 좋다고 덧붙였다.

 

정리하면, 독일 회사 락피쉬 게임즈의 원화 제작 프로세스에서는 두 가지 특별한 점을 찾을 수 있었다. 우선, 원화 확인 과정에서 확인해주는 AD, 디렉터, 기획자가 의견을 모으면 작업이 원활해지는 효과가 있으며, 3D 모델러가 유기적으로 소통하면 더 좋은 결과물을 얻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완성된 '테크 파이터'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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