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창세기전>을 비롯해 <EZ2DJ>, 넥슨의 <바람의나라>와 <어둠의 전설>, 그리고 엔씨소프트의 <아이온>을 거쳐 현재 넷게임즈에서 <오버히트>의 사운드 작업을 하고 있는 황주은 사운드 디렉터가 NDC 마지막 날 강연을 가졌다.
황주은 사운드 디렉터는 <오버히트>의 사운드 디렉션에 대해 강연했다. 개발 초기, 내부에서 요구한 'JRPG 스러운 음악'에 대한 고민과 이를 풀어내기 위한 과정과 방법에 대해 소개했다. 또, 그러한 음악을 <오버히트>에 담기 위해 구축한 환경도 설명했다. 그의 강연을 1인칭 시점에서 정리했다.
<아스가르드> 이후 14년 만에 넥슨 이름을 건 타이틀 <오버히트>를 작업하게 됐다. 개발에 합류하게 됐을, 때 중요하게 다뤄졌던 키워드가 바로 'JRPG' 였다. 내부에서 "JRPG 스타일로 음악을 만들어 주세요"라고 주문을 한 것.
'JRPG 음악'은 무엇일까? 여러 해석이 나올 것 같다. 개념적인 접근으로 하면 일본식 RPG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이 되겠지만. 다양한 스타일의 JRPG 음악이 있을 텐데, 어떤 것들이 있을까? 예시를 통해 몇 개를 들어보도록 하자.
위 예시를 보면, 게임마다 뚜렷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고 작업한 작곡가도 독자적인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간혹 "유명한 JRPG 음악과 비슷하다면 JRPG 음악 스타일이고 봐도 되지 않을까?" 하는 의견도 있는데, 그것은 그 음악과 유사한 것일 뿐 온전한 JRPG 음악이라고 보기에는 힘들 것 같다.
음악 작업 과정에서, 위 주문에 따른 음악을 만들고자 신인 작곡가를 기용해 작업하기도 했다. 물론 <오버히트> 세계관에 잘 맞는 음악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고 판단돼 결정을 내렸으며 결과물도 만족스러웠다. 개발기간도 짧았고 기간 대비 많은 곡을 만들어야 했기에 쉽지는 않았지만 전체적으로 좋은 음악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오버히트>의 음악은 게임명에서 주는 느낌이나 게임 세계를 조금 더 명확히 보여주려고 노력했다. 다른 게임과 구분할 수 있는 뚜렷한 개성이 있다. '멋짐'과 '질주'라는 두 이미지를 합친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오버히트>에서 느낀 이미지이기도 하고.
사운드 디자인 관점에서 JPRG 음악을 조금 더 살펴보자. 2016년 출시된 <테일즈 오브 베르세리아>가 생각나는데, 개인적으로 JRPG 음악의 특징을 가장 잘 확인할 수 있는 게임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소리가 양보 없이 각자의 역할에 충실하고 있고, 그것이 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게임 외 일본 밴드 음악도 보컬을 비롯해 각 파트의 음악이 매우 선명하게 들린다. 마치 각 파트에서 최선을 다해 연주하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이런 접근방식이 과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특유의 매력으로 볼 수도 있다. 이처럼 <오버히트>에서도 '오버'에서 오는 조화를 표현하고 싶었다.
과거 JRPG 음악을 보면 이런 특징이 좀 더 잘 드러난다. 그래픽뿐 아니라 음악로도 게임을 설명하려는 경향이 있다. 패미컴 시대부터 이어진 감각으로, 당시 전반적으로 스펙이 부족했음에도 거의 모든 상황에서 BGM이 나올 정도로 많이 노력했다. 효과음만 들어도 게임을 알 수 있을 정도로 굉장히 특징 있게 음악을 작업했다.
이는 문법화되어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음악 퀄리티도 좋아져 조금 더 꽉 찬 느낌이다. 음악이 나오지 않는 상황이 더 특이하기도 하고. 수록곡이 100곡 넘는 게임도 있어 기네스북에 오르기도 했다.
일부 서양권에서는 JRPG 음악의 이런 모습이 맥락에 어긋난다고 지적하기도 하지만, 나름 개성으로 인정하면 그만의 특징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JRPG 스타일의 음악'이라는 내부 방향처럼, <오버히트> 음악도 '게임의 특징을 음악으로도 강조한다'는 것을 담아내고 싶었다.
여러 특징을 담고 있지만, <오버히트>는 캐릭터 별 전용 컷신 스킬이 가장 매력적이라고 생각하고 그 점을 주목했다. 오버라고 생각될 정도로 꽤 화려한 연출을 담고 있으며, 12~13초를 넘는 연출도 꽤 있다. 음악 부분도 이를 강조하고 싶었으며 다양한 시도 끝에 스킬 전용 BGM을 도입했다.
풀 보이스도 특징 중 하나다. 'JRPG 스러운 음악' 요청을 받았을 때 가장 먼저 고려한 것이 '오버'가 있었다. 음성의 비중이 높았으면 좋겠다는 것이지. 그래서 이를 반영해 모든 스토리까지 다 풀 보이스로 진행했다. 스토리 작업에 있어 상당한 동기부여가 되기도 한 것 같고. 서비스 500일이 지난 지금까지도 대단한 작업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또, 모든 소리를 활용한 표현을 <오버히트>에 담고 싶었다. 효과음부터 음악 연출까지 가능하면 모든 상황을. <오버히트>가 턴 기반 전투여서, 예외 상황이 적은 규격화된 스타일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가능하면 소리를 입체적으로 넣어 재미를 주고 싶었다.
이를 위해서는 모든 상황을 소리로 표현할 수 있는 개발 환경을 구축할 필요가 있었고 이를 위해 언리얼 엔진4의 블루 프린트를 적극 활용했다. 게임 내 다양한 게임 디자인 데이터를 조합해 소리 연출에 활용했다.
소리 연출과 관련이 없을 수도 있는 게임 디자인 요소도 활용하고 싶어서 이를 활용 가능하도록 구조화하기도 했다. 언리얼 엔진 내 데이터 테이블을 활용해 연출도 다양하게 할 수 있게 했다. 게임 내 존재하는 모든 버튼마다 다른 소리를 넣거나 조건에 의해 같은 버튼도 다른 소리가 나오게 할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 분자요리를 좋아하는 편인데, 소재를 분자 단위로 분석해 창의적인 맛을 내는 것처럼 음악을 연출하는 세밀한 과정을 조금 더 다각도로 접근해보고 싶었다. '원하는 시점에 연출하기 위해 다양한 정보를 활용했다'고 보면 된다.
참고로 <오버히트>에 몇 가지 숨겨진 기능(?) 같은 것이 있기는 하다. 옵션 볼륨 설정에서 볼륨 수치를 특정 값으로 지정하면 로비 음악이 바뀐다.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웃음).
위에서 말한 일부 예시와 같이, 나는 가능한 모든 상황을 소리, 음악으로 표현하기 위한 개발 환경을 구축하려고 했다. 이는 팀원이 스스로 원하는 연출을 할 수 있는 구조이기도 하다.
'오버하는 음악'이 JRPG 음악의 특징이라고 얘기했지만, 모든 파트가 공통의 목표를 보여주기 위해 각 파트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도 특징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다른 파트에 대한 존중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에 나오는 태도라고 생각한다. 음악으로 즐기는 재미를 더 적극적으로 전해주려는 느낌이 강한 것 같다.
앞으로도 <오버히트>에서 음악, 효과음, 음성 등 여러 요소로 게임에 더 많은 재미를 담아내고 싶다. 때로는 그것들이 '오버'하는 것 처럼 느껴지더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