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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조이

[인터뷰] 중국 인디게임 중 ‘글로벌 히트’ 적은 이유는?

중국 인디게임연합 창립자 인터뷰

에 유통된 기사입니다.
방승언(톤톤) 2023-08-02 11:52:20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 게임은 이제 부정할 수 없는 메인스트림 중 하나다. 특히 <원신>으로 대표되는 모바일 시장에서의 영향력은 여타 국가들이 따라가기 힘든 수준이 됐다.

 

다만 인디 게임 씬으로 눈길을 돌리면 중국 게임의 위상은 조금 달라진다. 잘 알려진 작품이 전무한 것은 아니지만 세계를 호령하고 있는 모바일 씬에 비교하면 아직은 잠재력을 완전히 꽃피우지는 못한 모습이다.


중국 인디 게임 개발은 현재 어떤 상황에 놓여 있고, 해결해야 할 과제는 무엇일까? 중국 내에서 가장 활발하고 다양하게 인디 게임 행사들을 주최하고 있는 ‘중국 인디게임 연합’(CIGA)의 창립자 사이먼(Simon·朱利)을 차이나조이 2023 현장에서 만나, 중국 인디씬의 현재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다.

 

사이먼 CIGA 창립자 (출처: 위플레이 공식 홈페이지)

 
# CIGA는 어떤 조직?

Q. 디스이즈게임: 자기소개부터 부탁드린다.

 

A. 사이먼 CIGA 창립자(이하 사이먼): 내 이름은 사이먼(Simon)이고, 중국 인디게임 연합(CIGA)의 창립자다. CIGA는 2015년 설립되었으니, 올해로 벌써 9년이 된 단체다.

 

CIGA는 1년 동안 많은 이벤트를 개최한다. 우선 1년에 게임잼을 두 번 연다. 하나는 1월에 열리는 전 세계 대상의 게임잼이고, 다른 하나는 7월에 열리는 ‘CIGA 게임잼’으로, 중국 내 최대 규모다. 이번 달에도 ‘CIGA 게임잼’을 진행했는데, 14개 도시, 19개 장소에서 오프라인으로 열렸다.

 

게임잼은 한 번 열리면 2,000명 이상의 개발자가 참여한다. 이번에는 주말을 포함한 48시간 동안 500개의 게임 데모가 만들어졌다.

 

그 외 진행하는 행사로는 ‘인디플레이’라는 글로벌 인디 게임 시상식이 있다, 지난주에 참여 신청을 마감했다. 올해 참여 게임은 500개 정도 된다. 중국 외 국가의 게임 참여율이 점점 올라가고 있으며, 그중에는 아주 흥미로운 국가들도 있다. 이를테면 올해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만든 게임도 참여했다.

 

CIGA가 주최하는 다양한 이벤트(출처: CIGA 공식 홈페이지)

또 다른 행사로는 11월 열리는 인디게임 전시회 ‘위플레이’, 그리고 위플레이와 동시에 진행되는 개발자 컨퍼런스가 있다. ‘위플레이’는 중국 버전의 PAX(미국 게임쇼)라고 생각하면 된다. 대부분의 참여작은 인디 게임이며, PC, 콘솔, 모바일 플랫폼은 물론 보드게임도 만날 수 있다.

 

위플레이는 2017년 시작했으므로 올해 7년 정도 된 행사다. 매해 유명한 인디게임 프로듀서 등 유명인을 특별 손님으로 초청하며, 관련 콘텐츠도 준비하고 있다. 예를 들어 예전에는 <동방 프로젝트> 개발자가 참여한 적 있다.

 

CIGA는 또한 해외 여러 국가 및 조직과 협업하고 있다. 예를 들면 한국의 BIC와 인디크래프트, 일본의 비트서밋, 폴란드의 ‘인디 게임즈 폴란드’, 그 외 브라질, 뉴질랜드 등지의 기업 및 정부와 협력한다. 우리의 목표는 인디 개발자들이 국경을 넘어 소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또한 협력 중인 해외 쇼에 공동관(pavilion)을 만들어 참여하고 있다. BIC에도 부스를 만들었었고, 2주 전에는 일본에서 열린 행사에 6개 게임사들과 함께 방문했다. 2019년에는 폴란드 정부와 함께 인디게임 콘서트를 열기도 했다. 폴란드와 중국 게임의 게임 음악 등을 연주하는 행사였고, 일종의 ‘게임 문화 콘서트’로 생각하면 된다.


2022년 인디플레이 현장 (출처: CIGA 공식 홈페이지)

 

 

# '글로벌 타게팅' 약한 중국 인디, 이유는?

 

Q. 한국 유저들이 중국 인디 게임을 많이 알지는 못하는 것 같다. 특정 게임에 대해서는 알고 있더라도, 그 작품이 중국산이라는 사실을 모르기도 한다. 세계적으로 성공한 중국 인디 게임을 몇 개 소개해 줄 수 있나?

 

A. 중요한 질문이다. 왜냐하면 국제적으로 성공한 중국 인디 게임이 매우 드물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내가 해결하고자 노력 중인 중국 인디 게임씬의 문제이기도 하다.

 

사실 최근 몇 년 동안 스팀에서 성공을 거둔 중국 인디 게임들은 꽤 있다. 그중 일부는 100만, 200만 장에 달하는 판매량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이러한 판매량의 대부분이 중국 내부에서 발생했다는 것이다.

 

중국 밖에서 성공을 거둔 게임은 적은 편이다. 예를 들자면 <마이 타임 앳 포샤>, <로스트 캐슬> 등이 있다. 특히 <로스트 캐슬>은 2016년에 출시한 작품인데, 중국 인디게임 역사상 최초로 100만 장 넘게 팔린 타이틀이다.

 

이렇듯 중국의 인디 게임이 주로 중국 내에서만 잘 팔리는 이유는 게임의 지역색(local)이 강하기 때문이다. 중국 문화나 전통에 기반한 테마를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중국 부모>(Chinese Parents)라는 타이틀이 있다. 이 또한 스팀에서 100만 장 이상 팔렸지만, 중국의 가족 문화를 다루고 있다. 그래서 중국 외 유저가 이 게임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중국의 가족 문화를 소재로 한 <중국 부모>

 

 

Q. 중국 인디 개발자들이 그렇게 중국 내부적 주제에 더 집중하고 있는 이유는 뭘까?

 

A. 일단 중국의 인디 개발자들은 자신들이 자라온 환경에서 익숙한 요소들에 착안해 작품들을 만들고는 한다. 이런 (지역색 강한) 게임들은 중국 내에서 좋은 유저 베이스를 가지게 되는 이점이 있다. 적어도 게임의 문화적 배경을 이해하고, 구매해 줄 만한 일정 유저층을 확보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다시 해외 얘기를 해보자면, 많은 중국 인디 개발자들이 해외 시장에 대한 이해가 충분치 않은 것 같다. 설령 해외용 게임을 만들더라도, 게임을 현지에서 프로모션 하는 방법, 좋은 퍼블리셔를 찾는 방법 등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또 다른 이유는, 중국의 게임 개발 역사가 그렇게 길지 않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중국에서 콘솔 게임기가 합법화된 것은 매우 최근의 일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게임 개발자와 게이머들은 MMO나 온라인게임으로 게임 인생을 시작했다. 게임 디자인 업계의 역사 자체가 짧은 것이다.

 

그러다 보니 해외 시장을 위한 게임 디자인에서 어려움을 겪는 듯하다. 이를 보완할 만한 지원 프로그램이 중국 내에 있기는 하다. 예를 들어 SIE 차이나의 ‘차이나 히어로 프로젝트’는 콘솔을 통해 중국 게임을 글로벌 런칭하는 것이 목표다. 그런데 이런 프로젝트에 선정된 게임들조차도 그 테마를 살펴보면, 지역적 테마를 가질 때가 많다. 이런 작품들의 경우 해외 유저들의 이해가 제한되기 때문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SIE 차이나가 진행하는 '차이나 히어로 프로젝트'

 

 

# 중국의 인디 개발자들

 

Q. 대부분의 중국 개발자들이 해외용 게임 개발 경력이 적고, MMORPG나 온라인게임임만 만들어봤다는 의미인가?

 

A. 조금 오해가 있는 것 같다. 정확히 말하면 중국의 게임 개발자들은 크게 두 그룹으로 나뉜다. 그중 주류를 차지하는 것은 MMORPG로 개발 경력을 시작해 요즘 집중하고 있는 그룹이다. 그 결과 대부분의 신작 게임이 F2P, 그리고 P2W일 때가 많다.

 

한편 인디 게임 개발자 그룹은 전혀 다른 집단이다. 초기 인디 개발자들은 유비소프트, 2K, EA 등 글로벌 대형 게임사에서 일하면서 개발을 배우고 돌아온 사람들이 많았다. 이런 개발자들은 콘솔, PC 등 여러 플랫폼에서 트리플A를 개발해 본 경력이 있으며, 게임 디자인, 게임플레이, 콘솔 환경 등에 대한 지식을 지닌 사람들이다.

 

(CIGA가 활동해 온) 9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도, 이런 개발자(해외 대기업 출신) 집단은 그렇게 크지 않다. 하지만 중국의 인디 게임 씬을 지탱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아무튼 산업과 커뮤니티 양쪽 측면에서 MMORPG/모바일 개발자와 인디 개발자 그룹은 서로 완전히 다르다.

 

 

Q. 중국 인디 개발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게임 플랫폼은 무엇일까?

 

A. 중국 인디는 항상 PC로 시작한다. 모바일게임을 만들고 싶다면, 판호를 받아야 하므로 작은 인디 팀에게는 쉽지 않다. 더 나아가 PC에서는 스팀을 통해 해외 시장을 노리기에도 좋다.

 

콘솔의 경우 중국에서 합법화된 지가 얼마되지 않았다. 관련하여 (기업의) 정책 변경도 잦은 편이다. 예를 들어 지난 2019년에는 중국 내 개발자들은 닌텐도 스위치용 게임을 개발하고 싶어도, 개발자 킷을 받을 수 없었다.

 

그래서 2019년 내가 직접 중국 개발자들을 데리고 일본에 가서 닌텐도를 만났는데, 다음 해인 2020년부터 닌텐도의 정책이 바뀌어서 이제 중국 개발자들도 개발자 킷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이렇듯, 중국에서 콘솔의 역사는 매우 짧기 때문에 콘솔 게임 개발이나 콘솔로의 포팅 지식이 부족하다. 그렇다 보니 PC로 대부분 개발을 시작하게 된다.

 

스팀에서 '압도적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는 <다이슨 스피어 프로젝트>는 차이나조이가 열린 상해 소재 게임사 타이틀이다. 

 

 

# 중국 게이머가 인디를 만나는 법

 

Q. 중국 내에서 인디게임의 인기는 어느 정도인가? 중국 게임 씬에서 인디게임의 비중이 어느 정도인지 궁금하다.

 

A. 통계에 따르면 중국 내 스팀 유저 규모가 미국에 이어 전 세계 2위에 달한다. 약 2014년 정도부터 중국에서 스팀의 인기가 많아지기 시작한 것 같다.

 

중국 내 인디게임의 성장도 그때쯤부터다. 2015년부터 2017년 사이에 인디 개발자들이 많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들이 만든 중국 인디게임들이 괜찮은 수익을 내기 시작한 것은 2019년~2021년 사이이며, 게임의 종류도 다양해졌다.

 

그런데 지난해부터는 스팀 유저들의 성향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점점 더 ‘참을성’이 적어지고, 어려운 게임을 하지 못하고 있다. 도전을 싫어하고, 캐주얼한 게임을 원한다.

 

한 가지 원인으로는 유저들이 스팀으로 유입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캐주얼하고 쉬운 게임에 익숙한 이들 유저가 스팀에서도 같은 유형의 게임을 찾는 것 같다.

 

그런데 스팀에서는 그러한 성향의 유저들이 게임에 부정적 평가를 남기기가 쉽다. 2~3년에 걸쳐서 게임을 개발해 온 개발자들에게는 안 좋은 일이다. 부정 평가가 쌓이다 보면 당연히 판매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더 나아가 이런 캐주얼 유저들은 게임플레이보다는 특별한 소재, 특이한 아트스타일 등을 게임 평가에서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기도 하다. 예를 들어 높은 난도의 메트로베니아 등 몇몇 장르들은 판매가 훨씬 어려워졌다.

 

이는 비단 중국만이 아닌,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본다. 다만 중국의 경우 이러한 변화가 지나치게 빨리 나타나고 있다.

 

 

Q. 중국 게이머들이 해외 인디게임을 발견하는 창구는 스팀이 유일한가?

 

A. 대부분은 스팀을 통하고 있다. 사실 에픽게임즈 역시 중국에 진출하기는 했다. 그러나 몇 년 동안은 엔진 사업에만 신경을 썼고, 에픽 스토어와 관련 사업을 벌이기 시작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이전에는 중국이 개발자들이 에픽 스토어에 게임을 낼 수 있는 좋은 수단이 없었으며 지난해부터는 가능해졌다.

 

다만 아직도 중국 유저들이 에픽 게임즈를 이용하는 것은 대부분 <포트나이트> 때문이다. 그 외에도 중국 내 게임 플랫폼 중에 일부 해외 게임을 서비스하는 사례가 있다. 하지만 중국 유저 입장에서 여전히 가장 효율적인 창구는 스팀이다.

 

중국에서도 에픽 스토어를 이용할 수 있지만, 스팀 만큼의 유저 확보는 이뤄지지 않았다.

 

 

# 중국 인디의 퀄리티가 낮아진다?

 

Q. 산업 규모를 생각할 때, 중국 인디 개발자들은 다른 국가 대비 강력한 내부 경쟁을 겪고 있을 것 같은데, 실제로는 어떤가?

 

A. 인디 씬의 경쟁 심화 현상 또한 스팀 중심으로 발생하고 있는 듯하다. 매해 스팀에 출시되는 중국 게임 통계를 집계 중인 지인에게서 들은 사실이다. 그에 따르면 지난해 스팀에 나온 중국 게임은 총 700개였는데, 올해는 상반기에만 600개에 달한다. 두 배로 많아진 거다.

 

그런데 내가 여기서 걱정하는 것은 (높은 경쟁률이 아닌) 이들 게임의 낮은 퀄리티다. 나는 게임 컨퍼런스를 운영하고 있지 않나? 그래서 출품하는 중국 작품들을 살펴보지만,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이 약해졌다고 생각한다.

 

 

Q. 중국 인디 게임들의 퀄리티가 낮아지는 이유가 뭘까?

 

A.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아까 언급한 게임 디자인 역량의 부족, 그리고 해외 시장에 대한 이해력 부족이 제일 중요한 원인 같다. 많은 개발사가 인디 게임에 대한 관심은 가지고 있지만 업계 경력이 모자라기도 하고, 개발 자체에만 관심이 있을 뿐 다른 것들은 볼 줄 모르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CIGA는 2021년부터 ‘중국 대학생 게임 개발 어워드’를 시작했다. 젊은 게임 개발자를 양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특히나 중국 대학교에는 좋은 게임 개발 교육이 이뤄지지 않는다. 프로그래밍, 아트, 비주얼 디자인 관련 교육이면 몰라도 게임 디자인 교육이 없다. 게다가 대부분의 교수들은 게임에 대해 모른다.

 

중국 게임들의 경쟁력이 높아지려면, 젊은 개발자들이 게임플레이, 게임 디자인에 관한 지식을 최대한 많이 쌓고 이에 기초하여 새로운 것들을 생각해 낼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요즘 중국의 젊은 개발자들은 어렸을 때부터 일부 스마트폰 게임만 경험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개발사들의 신입 선발에서도 문제가 되고 있다. 지원자에게 “게임 플레이 경험이 있냐”고 질문하면, 한두 개 , 혹은 서브컬쳐 게임만 플레이해 봤다고 답변한다는 거다. 하지만 이런 한정적 경험으로는 게임 디자인이 어렵다.

 

따라서 이제는 중국 게임업계가 조금 진정(calm down)하고, 산업의 토대를 닦는데 조금 더 신경을 쓸 때가 된 것 같다. 여기에는 장기적 관점이 필요하다. CIGA는 5년~10년에 걸친 변화를 바라보고 있다. 곧장 시장을 바꿀 수는 없다.

 

대학생 개발자 어워드 역시 그런 목적을 위해 시작했다. 더 나아가 일부 대학에 게임 개발 교육과정을 신설하고, 대기업 개발자 출신의 좋은 교수들을 찾아나가고 있다.

 

위플레이를 진행하는 목적 중 하나도 이 문제와 연관되어 있다. 400여 개 참여작들을 받아서 공식 위플레이 사이트 등을 통해 최대한 홍보한다. 이를 통해 중국 소비자들이 게임이란 것이 얼마나 다양할 수 있는지 깨닫기를 바란다.


위플레이 영문 홈페이지 갈무리



# 중국 게임 업계가 장점을 살리려면?

 

Q. 지금까지는 주로 중국 게임 개발 업계의 약점에 관해 이야기한 것 같다. 그렇다면 반대로 해외 업계와 비교했을 때의 장점이 있다면?

 

A. 하나 분명한 장점은 저렴한 개발비다. 유럽이나 미국 시장과 비교하면 아직 중국의 개발비는 낮은 편이다. 또 하나는 개발자들이 훨씬 ‘효율적’으로 일한다는 점이다. 밤낮없이 매우 열심히 일한다. 그러므로 이런 효율성과 노동력을 좋은 방향으로 사용할 수만 있다면 많은 이점이 발생할 것 같다.

 

 

Q. 중국 인디게임 업계가 필요로 하는 것은 더 많은 경험을 가진 리더라는 뜻인가?

 

A. 게임 상품은 항상 ‘프로듀서’의 역량에 달려있다고 본다. 다만 여기서 한 가지 언급하고 넘어갈 것은, 중국 산업에서 말하는 게임 프로듀서는 해외와는 개념상 조금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한국에서는 요즘 어떤지 모르겠는데, 미국의 경우 게임 프로듀서라고 하면 영화 프로듀서처럼 제작에 직접 관여하지는 않는 직책이다. 반면 중국에서 말하는 프로듀서는 대부분 직접 개발하는 사람들이다.

 

 

Q. 중국의 게임 프로듀서들은 구체적으로 어떤 사람들인가? 어떤 능력, 혹은 경험이 필요한가?

 

A. 기본적으로는 코딩 지식을 가진 프로그래머가 맡을 때가 많지만, 때로는 키 아티스트가 프로듀서를 맡기도 하는 등 팀마다 조금씩 다르다.

 

다만 공통적으로는 프로젝트의 다양한 측면을 살필 줄 알아야 하며, 스스로 해야 하는 업무량도 많다. 예를 들어 100만~200만 장을 판매한 어떤 히트 게임의 개발팀을 개인적으로 알고 있는데, 이들은 프로듀서를 포함해 총인원이 3명뿐이다. 그래서 프로듀서도 같이 일을 많이 해야만 했다.

 

더 나아가 프로듀서들은 시장 상황도 볼 줄 알고, 대외적인 비즈니스 대화도 진행할 줄 알아야 한다.


중국 대학생 개발인력 양성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 "데이브 더 다이버 초청하고 싶어"

 

Q. 한국 인디게임 씬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

 

A. 지난 2년 동안 특히 빠르게 성장한 것 같다. 지스타 외 BIC, 인디크래프트, 플레이X4 등 모든 게임쇼가 인디 씬을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물론 그중 BIC가 가장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고.

 

개인적으로 봤을 때 한국 인디 게임들의 특징은 인상적인 비주얼 퀄리티다. 다른 나라의 인디 게임들과 비교했을 때 더 나은 비주얼 디자인을 가지고 있다.

 

이는 첫째로 메인스트림 개발사에서의 다년간 경험을 가지고 있는 개발자들 덕분인 것 같다. 또한 한국에는 애니메이션, 게임 개발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있는 아트 기업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러한 곳 출신의 여러 인재가 영향을 준 것 같다.

 

한국 인디게임 씬에서 눈에 띄는 또 한 가지 사실은, (중국과 비슷하게) 해외 시장으로의 진출이 다소 제한되는 것 같다는 점이다. 이유 중 하나는 언어장벽인 것 같다. 예를 들어 BIC에서 만난 게임들을 보면, 언어 지원이 고작 세 개 정도인 게임이 많았다.

 

또한 어떤 게임들은 스팀 페이지조차 개설하지 않는다. 이 경우 해외에서 게임을 접하기가 몹시 어렵다. 나는 항상 좋은 해외 게임들을 찾아다니는 입장인데, 정말 좋은 한국 게임을 발견하더라도 이 때문에 게임을 플레이하기 어려울 때가 있었다.

 

 

Q. 만약 한국 게임 퍼블리셔가 중국의 좋은 게임 개발사를 찾아 한국 시장에 소개하고 싶다면,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A. 사실 제일 좋은 방법이 위플레이에 방문하는 거다(웃음). 앞서서 말했던 것처럼, 중국의 인디 게임 개발 커뮤니티는 아직 그렇게 크지 않다. 그리고 그중 ‘전부’라고 말할 순 없겠으나, 약 90%의 개발자들이 위플레이에 참여한다.

 

인터넷을 통해서도 중국 게임들을 찾을 수 있기는 하다. 잘 알려진 itch.io도 있고, 스팀에서도 아직 출시하지 않은 중국 게임을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직접 개발자들을 만나고 싶다면 위플레이가 가장 좋은 기회다.


<컨실드>를 한국에 소개해주고 싶은 게임으로 꼽았다.



Q. 한국 독자들에게 소개해 주고 싶은 좋은 중국 게임이 있다면?

 

A. 아직 출시하지 않은 게임인데, <컨실드>(Concealed)라는 호러 비주얼 노벨 게임이 있다. 내가 알기로 한국에서 온라인 만화(웹툰), TV 드라마 등이 인기 있다고 들었다. <컨실드>는 호러 요소가 있는 스토리 중심 게임으로, 비주얼 아트 역시 독특하기 때문에 한국 유저들이 좋아할 수도 있을 것 같다.

 

 

Q. 위플레이에 초청하고 싶은 한국 게임이 있다면?

 

A. 넥슨의 <데이브 더 다이버>가 중국에서 아주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훌륭한 게임이다. 그래서 올해 <데이브 더 다이버>를 출품작으로 초청하고, 개발팀 중 누구든 컨퍼런스 연사로 모시려고 노력하고 있다.

 

 

Q. 그런데 <데이브 더 다이버>는 엄밀히 따지면 대기업 게임 아닌가? 대기업에서 만든 ‘이른바 인디’ 게임들에 대한 의견이 궁금하다.

 

A. 개인적으로, 그런 ‘이른바 인디’ 게임들이 더 발전해 나가려면 역시 재정적 지원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 대기업 지원을 통해서라도 좋은 게임이 만들어질 수 있다면 그건 반길 일이다.

 

한편 중국에서는 많은 대기업이 이런 ‘이른바 인디’ 게임에 엄청난 금액을 투자하고 있는데, 이중 상당 부분이 낭비된다고 본다. 작은 개발사에 비해 3배~5배에 달하는 제작비를 들이면서도, 정작 좋은 게임은 나오지 못한다.

 

<데이브 더 다이버>는 훌륭한 반대 예시 같다. 비록 대기업 넥슨의 재정 지원으로 만들어진 게임이라고 해도, 세계 사람들은 <데이브 더 다이버>를 ‘좋은 인디 개발사가 만든 좋은 인디게임’으로 인정할 것이며, 넥슨의 지원을 받았다는 이유로 이를 부정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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