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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조이

“T3의 한빛소프트 인수, 배후는 없다”

박순우 더나인 부사장 인터뷰 ②

임상훈(시몬) 2008-08-14 09:37:36

티쓰리엔터테인먼트(이하 T3)의 한빛소프트 인수와 플래그십의 폐쇄. 최근 게임 업계를 강타한 굵직한 사건들입니다. 더나인의 박순우 부사장은 이런 큰 일들과 끈이 닿아있습니다. 물증도 없고, 그도 부인했지만, T3의 한빛소프트 인수 건은 그가 배후에서 조종했다는 의혹을 사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박순우 부사장에게 직접 물어봤습니다. T3의 한빛소프트 인수 뒷이야기와 플래그십과의 관계 등을. 특히 박 부사장은 중국 진출을 시도하는 국내 게임업체들에게 애정 어린 당부도 잊지 않았습니다. 다소 쓴 소리였지만, 정말 귀 기울여야 할 이야기였던 것 같습니다. /상하이=디스이즈게임 시몬(임상훈 기자)


 

[관련기사] 더나인 박순우 부사장의 '인생과 게임, 그리고 꿈'


 

 

"T3의 한빛소프트 인수와 아무 관계가 없다. 오히려 조금 걱정했다."

 


TIG> T3의 지분을 사게 된 배경은?

 

더나인은 외부 개발사의 게임을 퍼블리싱 하는 회사다. 그런데 이런 비즈니스는 한계가 명확하다. 게임이 잘 되면 될수록 재계약이 힘들어진다. 게임이 잘 되도 계약기간 만료 후를 걱정하게 된다.

 

이에 대한 거의 유일한 대안은 투자밖에 없다. T3의 역량을 믿었고, 그래서 투자했다. 당시 T3의 나스닥 상장 준비도 꽤 진도가 나가 있었다. 순수하게 재무적인 관점에서도 투자는 현명한 선택이었다.

 

 

TIG> T3와 중국 내 합작법인을 세운 것도 배후론의 배경이 되는 것 같다.

 

투자 당시에는 합작법인까지 고려하지 않았다. 이후 <오디션2> 로컬라이제이션 등 T3와 관계를 쌓으면서 중국에서 사업하는데 많이 도와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합작법인을 만들었다.(중국 합작법인은 판호 문제 등에서 유리하다. – 필자 주)

 

그 외에 무슨 배후의 음모나 비밀 같은 것은 전혀 없다. 투자 당시 한빛소프트 인수 등에 대해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나인은 지난 해 말 다른 한국 게임회사 하나를 인수하려고 고민 많이 했던 적이 있다. 거의 계약 성사 근처까지 갔는데, 가격이나 기타 문제 때문에 잘 되지 않긴 했다.

 

 

TIG> 더나인은 T3의 한빛소프트 인수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더나인은 처음에는 다소 우려하는 입장이었다. T3가 상장사 경험이 없어서 잘 해낼 수 있을까, 개발에 집중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다. 또한 한빛이 적자 상태였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T3의 수익성이 악화되는 일이다.

 

그러나 이제 막 주주가 된 더나인이 T3가 잘 되어보자고 야심 차게 진행하는 일인데, 처음부터 반대하는 것은 좀 그랬고, 지지해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T3는 과감하고 신속한 게 장점이다개발과 유통 사이의 시너지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TIG> 더나인의 배후론에 대해서.

 

더나인이 뒤에서 조종한다는 의혹이 없었으면 좋겠다. 더나인은 현재 중국 사업이 중요하다. 해외사업에 대한 고민은 없다. 회사의 현재 방향은 중국 시장에서 1등을 하는 것이다. 따라서 중국 시장의 라인업이 중요하다. 한국 유통망이 강점인 퍼블리셔와 무언가를 할 상황은 전혀 아니다. 더나인이 투자나 인수를 고려하는 업체는 중국 시장 라인업 확보와 개발력 확보라는 니즈의 해소가 최우선이다.

 

 

TIG> 한빛소프트 이사로 등재된 것도 의구심을 갖게 한다.

 

제가 한빛에 있었고, 플래그쉽, 김학규 사장 등을 아니까 T3가 조언을 기대하며 이사 추천을 했고, 김영만 회장님이 반대하지 않았다. 구두로 OK하고, 오해가 있을 것 같아 고민을 했다. 그런데 임시주총 일정이 워낙 빨리 잡히고, 이사 선임 건이 언론에 알려져 버렸다.

 

그때 안 하겠다고 하면 오히려 더 말이 많아질 것 같아 결국 맡게 됐다. 그러면서 속으로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 고쳐 쓰지 마라같은 속담이 떠올랐다. 사실이 아니니까 결국 오해가 풀릴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플래그십과 한빛소프트, 유종의 미를 거뒀으면 좋겠다."

 

 

TIG> 플래그십과 어떻게 연이 닿았나.

 

2003년 빌 로퍼 등이 블리자드를 퇴사했다는 소식은 외신에서 본 직원을 통해 알게 됐다. 한빛은 <디아블로> 타이틀을 다루고 있어 이 친구들이 잘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래서 일단 연락을 해보기로 했다. 그런데 연락처를 잘 몰랐다. 해외 사업은 주로 비벤디를 통해서 진행해왔기 때문에, 연락처 찾는 일부터 했다. 연락처를 파악한 뒤 막무가내로 전화를 했는데, 전화는 안 받고 유머러스한 음성녹음이 있었다. 블리자드는 나왔고, 투자할 사람을 찾는다는 내용의.

 

 

TIG> 그 뒤에 어떻게 됐나.

 

연락이 됐고, 그 뒤로 1년간의 협상 끝에 계약을 했다. 처음에는 두 페이지 정도 되는 배경 스토리 문서와 창업자 아홉 명밖에 없었다. 창업자 중 한 친구(타일러 톰슨) 집에 함께 모여서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참 예뻤던 시절인 것 같다. 정확한 방향은 안 잡힌 상태였고, 같이 기획해가자, 정도의 방향을 가졌던 때였다.

 

 

TIG> <헬게이트: 런던>도 그 과정에서 나왔나.

 

패키지는 잘 만들었는데, 온라인에 대한 이해도는 높지 않았다. 온라인에 대한 어드바이스를 많이 해줬는데, 잘 이해해줬다. 같이 만들어가는 즐거움이 있었다. 새로운 것을 많이 추구했는데, 너무 급하게 출시된 것이 안타까웠다.

 

 

TIG> 흥행 실패로 한빛소프트가 타격을 많이 받지 않았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1년 동안 협상을 하면서 계약상 안전장치를 많이 만들어 놓았다. 투자 쪽으로 보면 남코/반다이가 메인이고, 한빛은 서브였다. 투자금액이나 거래방식이 합리적이고, 부담스럽지 않았다.

 

 

TIG> 최근 플래그십 폐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현재는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이야기하기가 조심스럽다. 다만 플래그십이 회사 폐쇄 전 한빛과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안다. 한빛이 제안한 내용이 합리적이고, 관대했는데 플래그십이 왜 거부했는지 모르겠다. 좋은 사람들인데, 유종의 미를 거뒀으면 좋겠다.

 


 

"막연한 선입견 대신 중국 시장이나 게임에 대한 실질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TIG> 중국 시장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

 

눈과 손과 발로 현장감을 느끼시길 권한다계속 확장 중인 의미 있는 시장이니까 연구해 보면 재미있을 것이다. 각종 데이터나 통계 수치도 비교적 많고 정확한 편이다.

 

 

TIG> 판호 문제가 좀 골치 아프지 않나.

 

판호는 분명 성공의 필요조건이긴 하지만 충분조건은 아니다. 판호에 대한 엄청난 걱정이나 고민에 비해 실제 게임의 중국 내 오퍼레이션에 대한 고민은 너무 안 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중국의 특수성은 지나치게 과장돼 있다. 반면 해외시장으로서의 보편성은 간과되는 면이 많다.

 

 

TIG> 중국 게임의 수준은.

 

얼마 전 한국 유명 개발자에게 최근 CBT 중인 중국 게임을 보여줬더니,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하더라. 2차 데이터만 보지 말고, 실제 돌아가는 것을 보는 게 중요하다.

 

 

TIG> 중국 시장을 공략하려는 국내 게임회사들에게 한 마디.

 

중국 게임이 떨어진다는 선입견 또는 중국어를 못한다는 핑계에서 중국에서 인기 있는 게임에 대해 관심을 안 갖는 것은 문제가 있는 것 같다. 중국에서 서비스를 하려면, 중국에서 어떤 게임의 어떤 요소가 인기가 있는지를 알아야 한다. 중국 시장에 대한 거시적인 일반론이나 부정적인 담론들은 많다. 하지만 실질적인 접근은 많이 부족한 것 같다. 중국에 와서 미팅하면 성심 성의껏 이야기해주겠다. 모르는 것은 아는 다른 사람에게 물어봐 줄 수도 있다.

 

 

TIG> 중국 게임 업계 취업을 알아보려는 이들에게 한 마디.

 

일단 열린 마음이 중요하다. 개발자라면 언어가 부족해도 개발능력과 열린 마음이 있다면 기회가 있으시리라 생각한다. 비개발자라면 본인 분야의 업무 전문성과 함께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므로 중국어를 공부해야 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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