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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스컴

기대와 공포, AI를 바라보는 글로벌 게임 업계의 시선

"AI 모르면 도태될 것"... "그런데 공짜는 아니잖아요"

김재석(우티) 2023-09-06 18:21:12

인공지능(AI)은 2023년의 화두다. 게임도 그렇다.


지난달 독일 쾰른에서 열린 개발자 컨퍼런스 데브컴에서도 AI는 뜨거운 감자였다. 컨퍼런스를 주관하는 로빈 하트만은 "전체 강연 중 많은 부분이 AI가 차지하고 있다"라고 귀뜸했다. 몇몇 AI 세션에서는 참가자가 몰려 입장이 제한되기도 했다. 괄목상대할 만큼 '폭풍 성장'한 AI가 게임 생태계에 미칠 영향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총 3,400명이 모였던 이틀간의 컨퍼런스에서, 유럽에서도 AI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를 공유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많은 이들이 AI에 관한 자신의 관점을 내놓고 있었다. AI가 게임개발자의 일자리를 차지하지 않을 것이라는 희망이 제시됐고, 게임 개발이 더 쉬워진다는 자사 플랫폼의 홍보들은 달콤한 제안처럼 다가왔다. 


그러나 이러한 AI의 향연에 한숨을 짓는 참가자들도 더러 있었다. /독일 쾰른= 디스이즈게임 김재석 기자





# 희망편 1: 인공지능 NPC로 완전히 새로워지는 게임플레이


넷이즈와 인월드 AI는 새 게임 <시그너스 엔터프라이즈>(Cygnus Enterprises)에 대해서 소개했다. 스팀에서 얼리 억세스 중인 이 게임은 AI NPC가 환경에 반응하고 행동하는 모습이 담겨있다. 


두 회사는 게임에 자체 AI 모델을 도입해 NPC들에게 플레이어의 음성을 인식하고 반응하는 모습을 구현했다. 일반적으로 플레이어들이 NPC와 대화하려면 주어진 프로그램의 한계 내에서 대응하기 때문에 나오는 반응에도 제약이 있지만, <시그너스 엔터프라이즈>에는 언어형 AI가 도입되었기 때문에 매번 질문에 다른 답변을 내놓는 모습을 시연했다.


넷이즈의 <시그너스 엔터프라이즈​>는 인공지능 NPC가 도입된 게임이다.


마이크에 연결된 플레이어가 게임 플레이 상황에 대해서 혼잣말을 하면 플레이어를 수행하는 NPC가 상황에 맞는 리액션을 내놓는 방식이었다. 넷이즈 상하이의 브라이언 콕스는 "심지어 선형적인 이야기 안에서도 AI에 의해 생성된 다른 대화가 출력된다"고 이야기했다. 또 향후 이런 대화 인식-반응 기술을 통해서, 플레이어의 대화에 입각한 캐릭터 구축에 응용될 수 있다고 예고했다.


게임은 이전의 대화 로그를 저장한다. 이에 따라서 이야기가 꼬인다거나, 캐릭터가 이전에 했던 말을 까먹지 않고 다양한 질문에 대응한다. 또, 유니티 씬(Scenes)과 스토리 이벤트 기능을 사용하여 꼬이지 않는 스토리 파이프라인을 생성한다. 브라이언 콕스는 "캐릭터에게 환경을 부여하려면 그 밖에도 여러 설정 작업이 필요하지만, 음성 기반 게임플레이 명령은 매우 재미있으며, 게임플레이의 혁신을 가져올 것"이라고 예고했다.


AI NPC와 스토리텔링의 실제 응용에는 보통과 다른 서버 비용이 발생한다. 얼리 억세스 단계에서 이 기능은 무료로 제공되고 있지만, 앞으로는 플레이어에게 별도의 구독료 개념의 지출이 발생할 수 있다. 많은 B2C AI 플랫폼이 그러하듯, 일정 구간까지는 무료로 사용하게 하고 추가분부터는 크레딧을 결제하는 방식도 검토할 수 있다. 두 회사는 <시그너스 엔터프라이즈>에 어떤 모델을 도입할지 고민 중이다.


브라이언 콕스(좌)와 네이선 유(우)의 해당 강연은 이번 데브컴에서 가장 인기가 많았던 세션이었다.


# 희망편 2: AI와 함께라면 버그도 잡을 수 있다


데브컴에서 진행된 15개 이상의 AI 강연 대부분은 자사 솔루션의 유용성을 홍보하는 것이었다. 기자 또한 이틀간 기업 홍보에 가까운 강연을 여럿 들었다. 


유니티를 비롯한 유수의 기업들이 데브컴을 찾아 인공지능에 대해서 강의했다. 유니티의 마티나 요하네손 매니저는 "앞으로 게임, 3D 창작물, 캐릭터 그 무엇이든 AI의 손을 거치게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게임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을 비롯 자동차, 헬스케어 등 여러 분야에서 AI 활용 애플리케이션을 제공하는 이팸 시스템즈는 데브컴에서 자사 메타휴먼 '비비안'을 발표했다. 이팸은 2014년부터 에픽게임즈의 파트너사로 3D 엔지니어링을 도맡고 있다. 


이들은 "다양한 하드웨어 플랫폼에서 플레이어의 새로운 경험을 창출"하기 위해 메타휴먼 창작에 나섰다. 예시로 창작된 비비안은 ​단순한 캐릭터가 아니라 플레이어와 상호작용하고 공감(하는 것처럼 보이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팸이 이번 데브컴을 위해서 예시로 창작한 메타휴먼 '비비안'


이팸의 리디아 로시츠카야 연구소장은 "AI 기반 디지털 어시스턴트는 게임의 모든 영역에서 몰입형 경험을 제공한다"고 자부했다. 이들의 최종 목표는 "서비스를 넘어서 (상대방과) 공감하고 이해하면서 진정한 인간 관계를 쌓는 몰입형 경험"이다.


modi.ai는 인공지능을 통해서 버그를 식별하고 해결하는 솔루션이다. 이들은 데브컴에서 테스트 코딩을 통해서 게임에서 발생하는 버그를 잡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용자들의 게임 이용 퍼포먼스를 점검하면서 설계된 값 이상의 행동을 이상행동으로 감지하고 자동 적발하는 것이다. modi.ai에서는 자체적인 값 설정을 통해서 버그를 자동 색출할 수 있다.


modi.ai의 수석 엔지니어 소피아 클라크는 "인공지능을 통해서 게임 개발 버그를 자동 감지할 수 있다"며 "인공지능이 없던 게임을 만들어 주지는 않겠지만, 게임 개발 타임라인에 AI를 통합하면 보다 쉽고 빠르게 일을 할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소피아 클라크 (오른쪽)은 자사 플랫폼을 쓴다면 인공지능이 게임 개발 버그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 희망편 3: AI, 너무 걱정하지 마

한편, 인공지능에 대한 과한 공포를 경계하는 강의도 있었다.


루츠 안데리 프랑크푸르트 응용과학대학교 교수는 "인공지능의 등장으로 일자리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기술이 더욱 중요해지고 동시에 작업의 질이 향상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이어서 "ChatGPT 같은 프로그램은 삶을 더 쉽게 만들어 주는 가상 비서일 뿐"이라며 "오히려 게임에서 수익을 창출하는 데 여러 도움을 줄 수 있다"며 게임 업계에 인공지능에 대한 두려움을 없앨 것을 요청했다.


루츠 안데리 교수는 AI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떨쳐낼 것을 제안했다.

게임 개발과 AI의 법적 문제에 대해서 강의한 크리스티안 라우다 변호사는 'AI 도구는 게임 개발자의 허가 없이 데이터 마이닝할 자격이 있는가?'라는 물음을 받았다.


그는 "국가마다 법의 차이는 있겠지만, 상업적인 사용만 아니라면 오픈된 소스를 연구를 위해서 사용하는 큰 문제가 없을 가능성이 높다"고 응답했다. 이어서 "각 플랫폼의 약관을 잘 검토하기만 한다면, 저작권 문제 등은 대부분 피해 갈 수 있다"이라며 AI 도구 사용에 있어서 큰 우려를 하지 말 것을 권했다.


그러면서도 크리스티안 변호사는 IP 홀더들에게 "데이터 마이닝과 관련해서, 향후 편집권과 작품의 권리할 수 있는 권리를 잘 설정해 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자신이 LLM에 뭔가 학습시킬 때에는 보안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데이터 마이닝과 관련해서, 향후 편집권과 작품의 권리할 수 있는 권리를 잘 설정해두는 것이 중요하다"


# 절망편 1: AI 통찰력 없는 개발자들은 도태될 것


AI에 대한 장밋빛 기대가 가득했던 컨퍼런스였지만, 현업자들의 따끔한 지적도 적지 않았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AI를 도외시하면 업계에서 도태될 수 있다는 경고였다.


데브컴의 라운드테이블에서는 향후 기존의 게임 아티스트, 애니메이터, VFX 아티스트, 게임 디자이너들의 업무 방식이 완전히 바뀔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나타샤 스쿨트 미테일 CEO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인공지능과 연결하지 못한다면, 결국 게임 아티스트로서 자리를 찾기 어려울 것이다"라고 이야기했다. 


함께 무대에 선 아트 디렉터 제이슨 하키도 "게임에 쓰일 그림을 그리려는 사람들이 진입하기에 점차 힘든 시기가 오고 있다"면서 "(AI 그래픽 툴에 대한 발전사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아야 한다"고 발언했다.


가이 개드니 카리스마 엔터테인먼트 CEO는 다른 라운드테이블에서 "법적으로나 윤리적으로나 AI를 사용할 때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알기 위해서, 그리고 (저작물 침해 등을) 방어하기 위해서라도 AI는 알아야 하는 분야"라고 강조했다. 


이 라운드테이블에 참석한 사람들은 대체로 AI의 유용성에 대해서 인정하고 있었다. 객석에서 마이크를 잡은 한 참석자는 "AI에 대한 통찰력이 없거나 알고 싶지 않다면, 다른 일을 알아보는 게 좋을 것 같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서 "그렇지 않은 분야가 없겠지만"이라고 덧붙였다. 이미 모든 산업에서 인공지능을 쓰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라운드테이블에 참석한 사람들은 대체로 AI의 유용성에 대해서 인정하고 있었다.



# 절망편 2: 인디의 한숨, AI 때문에 부익부 빈익빈 강화된다?


강연장 바깥에서 자기 게임을 전시하던 ​한 인디 개발자는 '인공지능과 관련한 발표는 어떻게 보고 있느냐'고 묻자 한숨을 쉬었다. 그는 이내 "정말 좋은 기술이 많은 것 같은데, 전부 공짜는 아니지 않으냐?"라고 답했다.


게임 개발 과정이 전과 다르게 빨라지고 쉬워진다고 해도 인디게임 개발자가 그​ 솔루션을 모두 채택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AI 기술이 긍정적이라고 하더라도, 접근할 수 있는 장벽이 생긴다면 여러 연구 개발을 비교적으로 손쉽게 할 수 있는 쪽이 유리해질 것으로 보였다.


그에게 '몇몇 무료 AI 프로그램이 있지 않으냐'라고 이야기하자 돌아온 대답은 "맛보기 기능들로 제대로 된 게임을 끝까지 만들 수 있을까?"였다.


인디 개발자에게 AI 프로그램이 전부 비용이라면, 마냥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 절망편 3: AI 영업에 지식 공유는 어디에?

다른 개발자는 "'AI로 이런 것까지 할 수 있다'는 자랑은 어디를 가도 볼 수 있었던 장면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번 데브컴에 적잖이 실망했다는 이 개발자는 "노하우와 네트워크가 중요한 행사인데 올해는 유독 인공지능 광고가 많은 것 같다"며 비판했다. 실제로 데브컴 강의와 부스는 AI 클라이언트, 서버, 버그 탐지, 코딩 등을 홍보하는 여러 기업들이 차지하고 있었다.


AI와 관련한 강연들도 자사 플랫폼을 사용한다면 기존의 개발, 서비스 과정의 특정 부분을 대체할 수 있다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업무가 대체된다는 내용이니 깊이 배울 노하우는 많지 않았다는 평가다. AI가 새로운 표준이 된다면, 게임 개발자 컨퍼런스도 전과 다른 모습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의 현업인들이 모인 현장에서는 기업들의 AI 영업에 지루함을 느끼는 개발자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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