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상헌 의원실이 20일 지스타에서 '그래서, 메타버스가 뭔데?'라는 이름의 토론회를 개최했다. ▲ 정지훈 모두의연구소 CVO ▲ 우운택 카이스트 교수 ▲ 김정태 동양대학교 교수가 참석해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메타버스에 관한 입장을 이야기했으며, 긍정론과 회의론이 두루 오갔다.
# 현실과 가상의 융합 시도, 이전부터 있었다
토론자들은 메타버스라는 유행어가 널리 퍼지기 이전부터 물리적 세계와 디지털 세계의 만남을 추구해왔다고 지적했다. 정지훈 CVO는 "과거 마이크로소프트가 '믹스드 리얼리티(Mixed Reality)를 쓰며 오피스 프로그램 등을 만든 것처럼 가상과 현실이 가까워지는 가상현실을 위한 여정은 이미 있어왔다"고 말했다.
우운택 교수는 "정부와 시민, 산업계가 모두 다른 메타버스를 이야기하지만, 그 방향은 다르다"며 근래 메타버스를 정의하는 논의에 대해 "20년 전부터 물리 공간과 가상 공간의 결합을 많이 고민한 맥락이 있어 연구자로서 전혀 새롭지 않은 논의"라고 지적했다.
우 교수는 메타버스의 정의에 대해서도 경고했다. 2007년 연구 단체 ASF가 제시한 메타버스 로드맵 속 증강현실, 라이프로깅, 가상세계, 거울세계는 메타버스의 카테고리가 아니라 구성 요소라는 것이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가상세계도 메타버스, 라이프로깅도 메타버스라고 분류하며 대 혼란이 벌어지는 상황을 지적했다. 그는 "지금까지 존재했던 것들이 다 메타버스가 되는 잘못된 해석이라며 원래 논문은 이 4가지 요소들의 유기적인 융합을 뜻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정태 교수 역시 ASF의 도표가 한국에서 잘못 받아들여지는 상황을 지적하면서 "신 문명에 대한 몰이해는 경계해야겠지만 전문가들은 게임에 대한 언급을 극도로 자제하며 그 자리에 메타버스를 쓰고 있다"라고 이야기했다. 현재 메타버스에 관한 유행을 한국이 주도하는 것이 좋지만, 메타버스와 가장 가까운 접점을 가진 분야는 게임이라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옥스포드 사전에 메타버스는 등재된 바 없지만, 게이미피케이션은 등재된 사실을 지적했다. 사전에 의하면, 게이미피케이션은 비게임적 맥락에 게임의 원리 적용해서 이용자를 참여시키는 과정과 기술인데 바로 이것이 메타버스의 이론과 정확히 일치한다는 것이다. 요컨대 메타버스란, 똑같은 사업을 하지만 게임에 관한 부정적 시선을 덧칠하는 데 사용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 "메타버스는 새로운 다음 사이클, 향후 20년 정도 지배할 것"
메타버스라는 개념어의 효용에 대해서 토론자들은 엇갈린 분석을 내놨다.
정 CVO는 메튜 볼이 언급한 기술 사이클 도표를 인용하면서, 하드웨어가 보급되고, 그 안의 소프트웨어가 도입되며, 일반 유저들이 들어오는 식으로 생태계가 조성되는 상황이 퍼스널 컴퓨터와 스마트폰에 있어왔다고 이야기했다. 유저들끼리 연결하는 초고속 인터넷 망이 설치되고, 개방향의 인터넷이 퍼지며 확산됐지만, 닷컴버블 이후 오픈 인터넷에서 아마존, 구글 등 별개 기업의 영향력을 강화시키는 방향으로 사이클이 발전해 오늘날에 이르렀다.
오픈 스탠다드의 인터넷은 자기 플랫폼을 강화하는 독점화 방향으로 발전했다. 사용자와 생태계는 페이스북과 카카오 등 강력한 플랫폼에 종속되어있는 상황이다. 정 CVO는 메타버스가 PC-스마트폰을 잇는 3번째 사이클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원래의 순서와는 다르게 하드웨어-소프트웨어 먼저 보급이 되고 네트워크가 지원되어야겠지만 코로나19가 닥치면서 순서가 바뀌었다. "AR - VR 등 XR 중심으로 사이클이 전환할 것이라는 분석은 나왔지만, 코로나19가 이 시간을 앞당겼다고 "정 CVO는 설명했다.
그는 <로블록스>, <포트나이트>에서 게임하고 <제페토>나 <게더타운>을 선도적으로 사용하는 '리드 유저 이노베이션'이 발생한 상황이라고 정의했다. 이어서 향후 5년 간 다양한 헤드셋이 저렴한 가격으로 등장할 것이고, 무거운 3D 연산을 지원하는 칩이 등장하면서 엔비디아 등 기술 기업의 역할이 중요해질 것으로 예측했다. 정 CVO 설명에 의하면 PC, 스마트폰을 잇는 메타버스 사이클은 20년 정도 시장에서 지배력을 발휘할 것이다.
정지훈 CVO
# "메타버스, 즐겁게 행복한 삶에 도움 되도록"
우운택 교수는 메타버스가 이야기하는 현실과 가상의 융합은 이미 오래전부터 논의됐던 분야이며, 이제 메타버스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갈 때라고 주장했다. 또 "사람들은 메타버스가 돈을 버는 도구라서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메타버스를 통해서 즐겁고 행복하게 사는 데 기술이 사용되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사람들은 '메타버스가 오고 있다, 탑승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다시 오고 있는 물결"이라고 말한 우 교수는 결국 도구란 사람의 능력의 확장하는 수단이라는 입장을 견지했다. 메타버스와 제반 기술도 마찬가지이며 <레디 플레이어 원>가 구현한 가상세계와 우리가 겪을 메타버스 사회는 다른 측면을 보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비쿼터스, 디지털 트윈 등의 신개념에 많은 예산이 들였지만, 사용자는 별로 경험할 게 없었던 점도 꼬집었다. 과거 정통부도 '멀티버스'에 관한 과제를 구축하는 등 우리 정부도 그간 관련 계획에 적지 않은 예산을 소비해왔다.
우 교수는 '코끼리 다리 만지기' 비유를 하면서, "코끼리 같은 메타버스를 총체적으로 파악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서구권을 중심으로 '메타버스는 헛소리', '메타버스는 버즈 워드' 등 이야기하는 것을 검토하면서 "메타버스는 사람 규모 경제인데 <세컨드 라이프> 때와 달리 지금은 수억 인구가 가상 세계에 들어와있다. 이들 (플랫폼, 사람) 간 차이가 극심한데, 아무도 상호 호환성을 이야기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우 교수는 '언제 메타버스가 올 것이냐'라는 물음에 "경제학자는 아니지만, 이 분야를 지켜온 감으로 아이폰 보급 속도를 참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통상 새로운 기술 도구와 관련해 1,000만 대 이상 판매가 되어야 관심이 증명됐으며, 1억 명 정도가 관심을 가지고 있을 때 일반적인 기술, 10억 명한테 퍼졌을 때가 보편화된 기술로 본다.
올해 들어서 HMD의 보급은 1,000만 대를 넘어섰다는 통계가 나오고 있다. 그러므로 다음 단계의 과제는 1억 명 수준의 보급이 이뤄지는 것이고 이는 오큘러스 퀘스트 2 수준의 장비가 1억 명한테 보급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HMD 기기 보급 수준을 메타버스라는 신개념의 성패 지표 중 하나로 제시한 것이다.
우운택 교수
# "메타버스의 이론적 단서는 게이미피케이션이 가지고 있었다"
김정태 교수는 "AR/VR 전문가들이 게임이라는 단어 사용을 극도로 자제하고 있고, 메타버스를 분리하려 한다고 말하면서 (그들이) 게임을 불편한 존재로 보고 있다"며 비판했다. 또 "메타버스에서는 장밋빛의 밝은 이야기를 하는데, 게임에는 중독법 이슈나 확률형 아이템 같은 문제들이 있다"고 말했다. 게임의 부정적 시선 때문에 게임을 피하고 그 자리에 메타버스를 삽입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것이다.
"메타버스 운운 현상을 제대로 관찰할 필요 있고. 할 수 있으면 한국이 리딩하는 게 맞다고 본다"는 김 교수는 이론가 존 라도프를 인용하며 "메타버스는 진짜 게이미피케이션"이라고 언급했다. 비 게임 분야에서 게임적 기법을 도입하는 것으로 메타버스가 오늘날 말하는 융합적 경험의 이론적 근거가 게이미피케이션이라는 주장이다.
"지금까지 논문을 살펴본 결과, 99%는 (메타버스가) 게이미피케이션과 유사하다"는 김 교수는 위의 ASF 논문을 재차 이야기하며 메타버스를 둘러싼 곡해와 오해 때문에 시장에 문제가 생기고 있다고 우려했다. 김 교수는 끝으로 "게임인이 나와서 이 문제를 이야기해야 한다. 메타버스와 관련해 더 많은 전문가와 협업하고 P2E(플레이 투 언) 모델과도 상생할 수 있을지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태 교수
# NFT & 메타버스, 어떻게 볼 것인가?
세 명의 전문가는 메타버스의 핵심 동력으로 지목되는 NFT(대체 불가능 토큰)에 대해서도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정지훈 CVO는 "NFT 게임 심의 거부는 원시적"이라고 강하게 발언했다. "블록체인 기술이 붙었다는 이유로 심의를 하지 않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이다. 또 블록체인과 NFT는 생태계를 끌어가고 있으며, 이미 여러 방식으로 기술이 쓰이고 있어 기술 수용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 영향으로 앞으로 사이클이 빨라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더불어 "각각의 토큰마다 프로토콜 표준이 있으므로 이를 따르기만 하면 여러 회사가 자연스럽게 블록체인 콘텐츠에 접근할 수 있다. 그렇다면 특정 플랫폼에 종속되는 게 아니라 다양한 것들이 피어날 수 있다. 닷컴 버블처럼 모두가 다 하겠다고 들어와서 난리가 나는 상황은 맞다"고 발언했다. 이어서 "플렉스(Flex), 즉 자랑을 할 수 있는 NFT가 살아남을 것이며, 앞으로 다양한 모델이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운택 교수는 예술가 창작품의 경매, 버츄얼 뮤지엄 등 사례를 바라보며 "많은 이들이 준비를 하는 것으로 안다. 가상 공간에서 경제활동을 할 수 있어서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을 것이며, 그 자산을 잘 관리하는 데 NFT가 도움이 되면 쓰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서 핵심은 "가상공간의 경제활동을 어떻게 자산화시키고, 또 현실에서 쓰게 만들 것이냐"라고 이야기했다.
김정태 교수는 "기존 게임에서 아이템 거래는 이용 권리 양도 개념이었다면, 블록체인(NFT) 게임의 판매는 소유권 판매 개념이 될 것"이라며 게임사와 사용자 사이의 관계를 눈여겨봐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이어서 "가상융합자산 진흥법 내 게임의 위치를 살펴보는 한편, 블록체인 기반 게임이 문제는 없는지 면밀히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