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 오브 레전드> 스트리머, 고뇌를 알고 계신가요? 고뇌가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건, 그의 영혼의 파트너 '질리언' 덕분인데요. 그는 높은 질리언 이해도와 신들린 컨트롤을 선보이며 최상위 티어에 안착하는 한편, '미드 강타' 질리언 등 새로운 메타를 소개하며 장인 반열에 오른 인물입니다. 이에더해, 어떤 게임도 쉽게 포기하지 않는 강철 멘탈 역시 고뇌가 갖고 있는 '특징' 중 하나로 꼽힙니다.
오랜 시간 <리그 오브 레전드>를 플레이한 그는 왜 '질리언'을 영혼의 동반자로 삼았을까요? 그리고, 게임 중 어떤 상황에도 채팅으로 욕을 하지 않는 부처 멘탈을 가질 수 있었던 원동력은 과연 무엇일까요? 포기를 모르는 질리언 장인, '고뇌'와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 디스이즈게임 이형철 기자
본 콘텐츠는 디스이즈게임과 오피지지의 협업으로 제작됐습니다.
인터뷰이의 요청으로 본인의 사진은 넣지 않았습니다. 독자여러분의 양해 바랍니다.
질리언에 관심 없는 분들께는 다소 생소한 이름일 것 같은데요. 간단한 자기소개와 함께 본인을 상징하는 단어 3개만 꼽아본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고뇌: 반갑습니다. 트위치와 유튜브에서 활동하고 있는 질리언 장인 '고뇌'입니다. 저를 상징하는 단어로는 '멘탈', '역전', '현자'를 꼽고 싶은데요. 저는 <리그 오브 레전드> 플레이 중 단 한 번도 채팅으로 욕을 하거나, 멘탈이 나간 경우가 거의 없어요. 그래서 많은 분이 현자같다고 불러주시곤 합니다. 역전승도 많이 하는 편이고요.(웃음)
<리그 오브 레전드>의 오랜 유저 입장에서, 욕을 하지 않는다는 건 정말 쉽지 않은 일입니다. 특별한 멘탈 관리 비법이라도 있나요?
고뇌: 사실 게임을 하다 보면 팀원들의 정치나 부진 등 화가 날 수밖에 없는 상황들이 많아요. 그런데, 그 상황에서 화내고 욕한다고 해서 제가 얻는 게 무엇인지를 고민해보니 딱히 없더라고요. 후련함을 얻는 것도 아니고요. 그래서 그럴 시간에 차라리 게임에 더 집중하는 게 낫겠다는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까지 화가 날 일도 없어요. 감정 소모 같은 느낌이랄까. (웃음)
본업이 뭔지 궁금합니다. 전업 스트리머이신 건가요?
고뇌: 원래는 예체능 쪽에서 프리랜서로 일을 했습니다. 그러다가 방송일을 병행하면서 조금 더 이쪽에 힘을 쏟게 됐죠. 그런데 코로나19가 터지면서 프리랜서 생활을 지속하기 어려워졌고 자연스레 전업 스트리머로 자리 잡게 됐습니다.
<리그 오브 레전드>는 언제부터 플레이하셨나요? 처음부터 '질리언'에 꽂힌 건가요?
고뇌: 본격적으로 게임을 플레이한 건 시즌2부터였습니다. 당시엔 탑, 정글, 미드에서 말파이트, 라이즈, 이렐리아를 애용했어요. 배치고사에서 처음 받은 성적은 4승 6패, 1200점이었습니다.
질리언은 시즌4부터 사용하기 시작했는데요. 지금과 달리 당시 질리언은 '꿀 챔피언'이 아니었습니다. 리메이크 전이기도 했고, 승률과 픽률도 모두 하위권이었어요. 그런데 어쩌다 한 번 플레이해보니 생각보다 엄청 재미있더라고요. 그래서 완전히 꽂혔습니다.
개인 방송을 시작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고뇌: 2014년 말부터 개인 방송을 시작했어요. 당시 질리언은 비주류 챔피언이었기 때문에, 아무도 방송에서 다루지 않았죠. 게다가 저도 질리언에는 자신있었거든요. 그러다 보니 주변에서 방송 한 번 해보는게 어떻겠냐고 권했고, 재미 삼아 방송에 발을 들이게 됐죠.
많은 사랑을 받기도 했지만, 어려운 순간도 있었을 것 같은데요.
고뇌: 작년인가 재작년부터 본격적으로 유튜브를 시작했어요. 때문에 거의 1, 2년간 쉬지않고 매일같이 일했던 것 같습니다. 일어나면 게임하고, 그 뒤엔 편집을 하며 하루하루를 보냈죠. 그러다보니 아예 다른 생활이 안되더라고요. 그만큼 많은 성원을 받을 수 있었지만, 잃은 것도 많았던 셈입니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잘 안 되는 부분이 있다는 점도 힘들었어요.
하지만 이러한 과정을 통해 편법을 쓴다거나, 지름길로 가려하면 안 되고 우직하고 떳떳하게 하는 것이 좋다는 걸 배우고 있습니다. 또 하나의 '깨달음'을 얻고 성장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 성장 과정이 유튜브 구독자 10만 돌파에 큰 원동력이었던 것 같은데, 실버 버튼 개봉식은 언제 할 생각인가요? (웃음) 또한, 어느 정도 인지도를 쌓은 만큼 협업 제의도 많이 받으셨을 것 같습니다.
고뇌: 사실 실버 버튼 개봉식을 할까 말까 굉장히 고민을 많이 했었습니다.(웃음) 다만, 캠 없이 방송을 하는 편이라 어영부영 넘어가게 됐어요. 추후 캠을 쓰게 되면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협업 제의는 생각만큼 많이 받지 못했어요. (웃음) 물론 듀오 방송을 해보자는 제안은 소소하게 받았지만요. 고뇌 유튜브는 언제든 협업 콘텐츠에 활짝 열려있으니 부담 갖지 말고 연락 주세요!
시청자의 플레이를 보는 '관전 강의'도 진행하는데, 사람들이 가장 많이 저지르는 실수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또한,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고 강의를 진행하는 편인가요?
고뇌: 사실 너무나도 많은 사례가 존재하는 만큼, 특정 하나를 말씀드리긴 어렵습니다. 그래도 굳이 꼽자면 귀환 타이밍이나 라인 관리 등에 서툰 분들이 많아요. 불필요한 동선으로 손해를 보는 분들도 있고요.
마우스 클릭 한 번과 같은 사소한 움직임 때문에 패배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예를 들어 바론 쪽으로 캐릭터를 움직여야 하는데, 바텀 쪽으로 마우스를 클릭했다가 이동했다고 가정해봅시다. 그러면 그 과정에서 '1초' 이상의 시간을 낭비하게 됩니다. 이처럼 사소한 것 하나로도 티어가 갈리지만, 이것의 중요성을 간과하는 분이 꽤 많습니다.
흔히들 초보자 분들께서 "이 사람은 내가 봤을 때 잘하는 것 같지 않은데 어떻게 다이아 티어냐. 이 사람은 피지컬도 좋고 라인전도 쎈데 왜 골드냐"라고 물어보세요. 이는 앞서 말씀드렸던 '판단력'과 연결된다고 생각해요. 아무리 라인전을 잘하더라도 판단력이 좋지 않으면 티어를 올릴 수 없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아 특별하지 않은 것 같지만, '판단력'은 그만큼 게임의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관전 강의 과정에서 해당 유저의 기록을 확인해야 하는 만큼, <리그 오브 레전드> 전적 검색 사이트도 자주 활용하실 것 같습니다.
고뇌: 상황에 따라 여러 전적 검색 사이트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기본적인 전적 검색 외에 다른 기능이 필요할 경우, 오피지지를 쓰는 편인데요. 프로게이머의 아이디를 손쉽게 확인하거나 다른 외국 전적도 검색할 수 있고 챔피언 카운터 통계 정보와 옛날 전적까지 볼 수 있어서 편한 것 같습니다.
만약 공간이나 시간적 제약이 없다면, 향후 꼭 해보고 싶은 콘텐츠가 있나요? 다른 게임이라던가.
고뇌: 조금 더 채널이 커지면, 공포 게임 같은 것도 해보고 싶어요. 이 외에도 캠을 활용해서 현재 하고 있는 프리랜서 일과 관련된 리액션 같은 것도 보여드리고 싶고... 시청자 여러분께 재미있는 '광대' 같은 모습을 더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웃음) 빠르면 올해 안에 캠을 쓸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아직은 생각만 하고 있습니다.
미드 질리언의 승률은 10.16 패치에서 1위, 10.18 패치에서는 3위였습니다. 하지만 픽률이 아주 낮았던 만큼, '장인 챔피언'으로 분류되곤 하는데요. 굳이 선호도 낮은 질리언을 주력으로 택한 이유가 있을까요?
고뇌: 일단 질리언은 굉장히 '재미'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기동성 있는 캐릭터를 좋아하는데, 질리언은 이동속도를 증가시켜주는 스킬이 있는 만큼 저와 잘 맞았어요. 또한 콤보도 많고, 슬로우를 활용해 상대를 농락하거나 궁극기로 아군을 살려내는 등 활용도가 무궁무진한 점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개인적인 기준으로 질리언의 재미는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 탑 5안에 든다고 생각해요. 특히 이동기 없는 챔피언에 슬로우 걸고 농락할 때는...(웃음)
질리언의 Q 스킬 '시한 폭탄'은 리메이크를 통해 논타깃으로 변경됐죠. 이후 난이도가 꽤 올라간 느낌인데, 스킬을 잘 맞출 수 있는 비결이 있을까요?
고뇌: E 스킬 '시간 왜곡'을 통해 슬로우를 먼저 거는 것이 기본입니다. 그리고 상대가 CS를 먹는 타이밍에 시한 폭탄을 던지면 조금 더 잘 맞출 수 있는 것 같아요. 핵심은 질리언의 기본 스킬 콤보 '시한 폭탄-되감기-시한 폭탄'을 사용할 때, 처음 스킬을 쓴 뒤 1, 2초 정도 텀을 두고 다음 시한 폭탄을 써야 한다는 점입니다. 연달아 쓰기보다, 상대의 무빙과 각을 보고 사용하면 조금 더 잘 맞을 거예요.
질리언 외에도 여러 가지 뉴메타를 소개해왔는데, 어떤 계기로 진행하게 된 콘텐츠입니까? 또한, 지금껏 소개한 뉴메타 중 가장 애착이 가는 것은 무엇인가요?
고뇌: 언젠가 마스터, 그랜드마스터 구간에서 AP 노틸러스를 쓰는 분을 봤어요. 그런데 몇 경기 보니까 대박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걸 콘텐츠로 올려보자고 생각했고, 이러한 뉴메타를 조금 더 파고들어보자고 결심했죠.
아무래도 가장 애착이 가는 것은 '단식 메타'입니다. 미드 AP 노틸러스나 '페이커' 이상혁 선수도 쓰셨던 미드 누누, AD 트페도 유명하긴 하지만 '단식 메타'야 말로 많은 분께 저를 알린 콘텐츠였습니다.
반면 이러한 '뉴메타 소개' 콘텐츠로 인해 속칭 약팔이라는 비판을 듣기도 했잖아요.
고뇌: 이해합니다.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해요. 다만 한 가지 말씀드리고 싶은 게 있습니다. 뉴메타는 제가 직접 만드는 게 아니라 이미 마스터, 그랜드마스터, 챌린저 등 최상위구간에서 어느 정도 잘 먹히거나 승률이 보장된 것을 소개하는 것입니다.
물론 일반 유저분들은 뉴메타가 EU메타라는 정해진 상식 선을 크게 벗어나는 만큼, 이를 안 좋게 바라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글이나 서폿으로만 갔던 누누와 노틸러스가 미드로 활용됐을 때 많은 비판이 속출한 이유이기도 하죠. 하지만 그러한 틀을 깬 사람이 게임을 더 재미있게 만들고, 더 높은 구간으로 올라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따라서 무조건 안 좋다고 폄하하는 건 조금 아쉽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한 명의 <리그 오브 레전드> 유저로써, 같은 팀에서 뉴메타를 활용한 유저때문에 패배하게 되면 저 역시 화가 날 것 같긴합니다. (웃음)
고뇌: 저는 항상 뉴메타를 두고 '검증'이라는 단어를 많이 언급하는 편입니다. 검증된 메타라는 건, 어느 정도 쓸만하다는 것을 뜻하죠. 약팔이라고 비판하시는 와중에 누군가는 뉴메타라는 달콤한 과실을 먹고 있는 셈이에요.
아무리 특정 챔피언이 픽률과 승률 모두 1등을 차지한 OP라 하더라도, 누군가는 그 챔피언으로 부진할 수도 있고 패배의 원흉이 될 수도 있어요. 뉴메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상황과 쓰는 사람에 따라 다른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어요. 하지만 단순히 '뉴메타'라서 졌다고 생각하는 분이 꽤 많습니다. 눈에 보이는 것만 보고 뉴메타는 트롤이다라고 단정 짓기보다, 조금 관대하고 길게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미드 AP 노틸러스
곧 뜰 것 같다 싶은 메타 하나만 슬쩍 공개해주실 수 있나요?
고뇌: 지금은 딱히 없는 것 같아요.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단순히 '재미있어 보이는' 뉴메타는 많습니다. 미드 그레이브즈도 있고요. 이런 것들만 올리면 1주일에 영상 3~4개는 찍어낼 수 있어요. 다만, 그렇게 하면 의미가 없기 때문에 높은 티어까지 뉴메타에 대한 검증을 하고 영상을 올리고자 합니다.
신규 챔피언 '사미라'에 대한 내용도 다루셨던데요. 꿀 냄새가 조금 나는 것 같나요?
고뇌: 본 서버에 나오기 전까진 알 수 없지만, 어느 정도 예측은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단순히 생각해보면 일단 '재미'있습니다. 그것도 아주 많이요. 게다가 스타일리시하기까지 합니다. 때문에 피지컬에 자신 있는 분들께는 아주 좋은 챔피언이 될 것 같아요. 일단 지금까지 공개된 내용만 보면 꽤 좋아 보입니다.
차기 시즌 패치 노트에 '신화 아이템'에 대한 내용이 있었습니다. 질리언에 대한 전망도 궁금한데요.
고뇌: 질리언은 2015년 이후 단 한 번도 패치가 진행된 적이 없습니다. 때문에 새로운 아이템에 대한 관심보다는 과연 질리언의 다음 패치가 언제쯤 이뤄질지가 궁금합니다. (웃음)
마지막으로 디스이즈게임 독자들과 팬 분들께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고뇌: 너무 두서없이 말씀드린 것 같아서 죄송스럽지만, 부디 제 뜻이 잘 전달됐으면 좋겠습니다. 여기까지 긴 글 읽어주신 분들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더 좋은 방향으로 좋은 영향 끼칠 수 있는 유튜버, 스트리머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