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폴아웃: 뉴 베가스> 후속작 나오는걸까? 아니면 리메이크라도?’
MS가 제니맥스와 베데스다를 품었다. 올해 게임계 가장 큰 뉴스 중 하나다. RPG 유저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이거다. <폴아웃: 뉴 베가스>의 후속작. 각국 RPG 커뮤니티가 이런 대화로 요란스럽다.
RPG 팬덤, 특히 <폴아웃> 시리즈 팬은 <뉴 베가스> 후속작 탄생 가능성에 잔뜩 흥분하고 있다. ‘고전’으로 꼽히는 <폴아웃>이지만, 원작의 향기가 사라져버렸기 때문이다. 오리지널 <폴아웃> 팬덤이 <뉴 베가스> 후속작을 염원하는 사연을 들여다보자.
※ 관련기사
① MS의 베데스다 인수에 ‘폴아웃’ 팬덤 흥분한 이유 (현재 기사)
② MS와 ‘폴아웃’의 얽히고 설킨 역사, ‘뉴 베가스2’의 가능성
<폴아웃: 뉴 베가스>는 <폴아웃> 타이틀을 달고 나온 5번째 작품이다. <폴아웃 3> 후속작이자 정식 시리즈에서 떨어져 나온 ‘외전’이다. 인기가 많아 후속작에 대한 팬들의 기대가 컸다. 하지만 후속작은 개발되지 않았다. 판권이 문제였다.
<폴아웃> 판권은 2007년부터 베데스다에게 있었다. 외전 <뉴 베가스>는 베데스다 산하 스튜디오가 아닌 별도 개발사 ‘옵시디언 엔터테인먼트’가 외주 개발했다. 일반적인 외주 개발이 그렇듯, <뉴 베가스> 판권은 베데스다가 가진 것으로 보인다. 후속작 가능성을 묻는 팬들에 옵시디언은 “베데스다가 원치 않아서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베데스다가 판권을 가지고 있다면 <뉴 베가스> 후속작을 직접 만들거나, 다른 기업에 맡길 수도 있다. 다만 리스크가 크다. 실패하면 두고두고 욕 먹을 상황이 된다.
팬들은 ‘옵시디언이 만든 후속작’을 원했다. <뉴 베가스>를 만들었고, <폴아웃> 1, 2편을 만든 ‘인터플레이’ 출신 개발자가 많아서다. 골수 팬 사이에 <뉴 베가스>가 인기를 끌었던 것도 ‘원조 느낌’이 풍긴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무슨 이유가 있었는지 베데스다는 <뉴 베가스> 후속작 개발을 옵시디언에 맡기지 않고, 여태 묵혔다.
그러던 중 2018년 옵시디언이 MS에 인수됐다. <뉴 베가스> 제작진은 10년 사이 많이 떠났지만 디렉터 조쉬 소여는 남아있다. 그리고 2년 뒤 베데스다마저 MS에 합류했다. 두 회사가 이번에는 한 지붕에서 동등한 입장으로 만난 셈이다. 적어도 이론적으로는 <뉴 베가스>의 ‘진정한 후속작’ 가능성이 부활했다.
좋은 작품의 후속작을 바라는 심리는 자연스럽다. 하지만 <뉴 베가스>의 경우는 조금 특이하다. ‘본가’ <폴아웃> 시리즈가 이후 두 편이나 출시됐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골수 팬을 자처하는 유저 상당수가 10년 전에 나온 <뉴 베가스>를 콕 집어 후속작을 염원해왔다. 어째서일까?
인터플레이가 개발한 <폴아웃> 1편은 97년에 나온 ‘고전 게임’이다. 정통파 RPG의 기틀을 다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치밀한 포스트아포칼립스 세계관 ▲밀도 높은 스토리 ▲위트 있는 대사 ▲다양한 캐릭터 육성법 ▲정교한 퀘스트 ▲개성있는 NPC 등을 구현했고 이는 후대 RPG의 교본이 됐다. 1년 뒤 출시된 <폴아웃 2>도 본질적인 게임성은 유사했다.
1, 2편 정체성이 이처럼 확고했기에 2007년 베데스다 소프트웍스가 <폴아웃> 프랜차이즈 판권을 샀을 때 팬덤의 의견은 갈렸다. 새 회사를 만나 시리즈 혁신이 찾아올 수 있다는 기대와, 게임이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가 엇갈렸다. 2008년 시리즈의 첫 3D 작품 <폴아웃 3>가 출시됐다.
다행히 완성도와 작품성을 모두 갖춘 수작이 나왔다. 대중적 흥행과 더불어 2008년 최다 GOTY 수상을 기록하는 등 업계 찬사도 이어졌다. 오픈월드 문법을 적용해 멸망한 세계를 누비는 탐험요소를 성공적으로 구현했다는 평을 받았다.
그런데 클래식 팬덤의 반응은 조금 달랐다. 퀘스트와 스토리 중심이던 ‘클래식 <폴아웃>’의 핵심 매력을 잃었다며 실망한 팬이 적지 않았다. 팬덤은 좋아하던 락밴드가 발랄한 팝송을 내놓았다는 반응이었다. 잘 쓴 노래인 것은 알겠는데, 아무리 들어도 취향에는 맞지 않았다.
팬들의 아쉬움을 달래준 작품이 2년 후 출시된 <뉴 베가스>다. <폴아웃> 1, 2편 개발자가 다수 포진한 옵시디언이 제작해 게임이 과거 스타일로 돌아갔다. 스토리가 복잡해졌고, 그 안에서 캐릭터의 특성과 선택이 중요하게 작용했다. 클래식 팬덤은 <폴아웃>의 진정한 적자라며 기뻐했다.
이후 작품인 <폴아웃 4>도 구작 팬들에게는 여전히 ‘잘 만든 팝송’ 이었다. 게다가 <폴아웃 76>은 평균에 못미치는 듯한 완성도 때문에 대다수 팬이 논외로 친다. 클래식 팬덤에서 <뉴 베가스>가 본편 시리즈보다 중요해진 데에는 이런 구구절절한 사정이 있다.
<폴아웃> 프랜차이즈는 현재 크게 약화되어 있다. 마지막 트리플 A 작품 <폴아웃 76>이 거의 모든 게이머에게 외면당했기 때문이다. MS의 베데스다 인수 소식에 <엘더스크롤 6>를 기대하는 목소리는 많은 반면, <폴아웃> 넘버링 후속작을 얘기하는 사람은 전혀 없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있다. 왜 이렇게 됐을까?
<폴아웃 4>는 3편에 이어 2015년 최다 GOTY 수상작의 영예를 안았다. 약점으로 지적되던 애니메이션, 건플레이, 그래픽을 개선하고 정착지 건설 시스템으로 콘텐츠를 확보해 폭넓은 인기를 끌 수 있었다. 전투나 탐험의 재미는 시리즈 최고 수준이었다. IGN은 9.5점을 줬고, Ausgamer는 100점 만점을 줬다.
그러나 구작 팬들은 여전히 아쉬웠다. 스토리 위주의 RPG적 특색은 더욱 희미해졌다. 모든 대화에서 답변 선택지가 오직 네 가지로 한정된다거나, 메인 퀘스트의 스토리 설득력이 약하고 반복 퀘스트가 많다는 점 등이 ‘불호’의 원인이 됐다.
일부 아쉬움은 샀지만 대작으로 인정받은 <폴아웃 4>와 달리, <폴아웃 76>은 베데스다 최악의 실수로 꼽힌다. <폴아웃 76>은 스토리와 NPC를 배제하는 선택을 했다. 그러자 척박한 땅에서 자원을 모으고 몬스터를 죽이는 반복적 게임 경험이 강요됐다. 지루하고 플레이 동기가 약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소수 생존자(플레이어들)를 제외한 모든 인간(NPC)은 전멸했다’는 설정에서 오는 허무함, 게임 플레이를 심각하게 방해하는 여러 버그 문제까지 겹쳐 메타스코어 50점대, 유저스코어 3점 이하라는 처참한 성적을 기록했다.
<폴아웃 3>를 기점으로 타깃 유저를 바꾸며 좋은 성적을 거둔 프랜차이즈는 <폴아웃 76>에서 대중을 잃으면서 휘청이고 있다. HBO와 합작해 <폴아웃> 드라마를 만들겠다던 발표마저 프랜차이즈 부활을 위한 하나의 시도로 해석된다.
MS 아래 다시 만난 두 기업은 <뉴 베가스>, 더 나아가 <폴아웃> 프랜차이즈를 부활시킬 수 있을까? 그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