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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기획] 코로나19, 5가지 키워드로 돌아보는 2020년

높아진 게임의 위상, 그러나 수혜는 일부에게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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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석(우티) 2020-12-30 17:56:46

이렇게 멍한 세밑을 맞이한 적이 또 있을까? 2020년은 실로 모두에게 곤란한 해였다. 게임도 마찬가지였다. 숱한 계획, 일정, 목표가 코로나19를 이기지 못했다. 공과 사를 막론하고 코로나19는 많은 것을 바꿔놓았다. 올해의 10대 게임 뉴스를 꼽는다면, 아마 1번부터 10번까지 전부 코로나19와 연관이 있을 것이다. 

 

물론 MS의 제니맥스 인수, 인앱 수수료 결제를 둘러싼 에픽과 애플의 갈등, <서머너즈워>의 판호 발급 뉴스도 있다. 나머지 소식은 다음 기사에서 다루는 것으로 하고, 이 기사에서는 코로나19가 게임 생태계에 가지고 온 변화를 돌아봤다. 

 


 


 

① 높아진 게임의 위상, 조용히 웃은 대형 개발사

 

코로나19 시대, 게임의 지명도가 전보다 올라갔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WHO 사무총장도 "집에 머물며 게임을 해달라" 이야기했고, 정부도 게임을 "미래 먹거리"로 지목했다.​ 실제로 코로나19 이전보다 많은 사람들이 게임을 하고, 게임을 봤다.

 

한국콘텐츠진흥원(한콘진)이 지난 8월 발간한 '2020년 게임 이용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10명 중 7명이 "코로나19로 게임 이용 시간이 늘었다"라고 응답했다.​ 지난 3월, 스팀은 역대 최다 동시 접속자 (2,000만 명)을 기록했다. 같은 시기(1분기) 트위치 시청 시간은 30억 시간을 돌파했다. 역시 역대 최고 수치. 외신 디지타임즈 보도에 따르면, PS5는 출시 1개월 만에 340만 대를 출하했다. 역대 PS 초반 출하량 중 최고치다.

 

스팀이 공개한 동시접속자 그래프

 

게임은 혹자의 평처럼 "코로나19 최대의 수혜주"였다. 앱애니는 올해 전 세계 모바일게임에서 발생한 지출 규모가 810억 달러(약 88조4520억 원)로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다고 보고했다. 2020년 게임백서에 따르면, 국내 게임 시장은 지난 10년 동안 연평균 9% 성장했다. 올해도 마찬가지였다.

 

판데믹 초기, 구매력있는 소비자들의 수입 감소로 주요 게임사의 매출 하락을 예상한 쪽도 있었지만 기우였던 것으로 보인다. 넥슨, 엔씨소프트, 넷마블 3N의 1~3분기 누적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두자릿수 이상 성장했다. 넥슨은 14% 늘어난 2조 5323억 원(엔화 환전 기준), 엔씨소프트는 59% 증가한 1조 8,548억 원, 넷마블은 15% 늘어난 1조 8,609억 원을 기록했다.

 

주요 게임 개발사는 PC방 이벤트나 오프라인 유저 행사를 여는 대신 온라인 간담회 형식으로 유저에게 새 소식을 알렸다. 얼마 전 14년 역사상 처음으로 <던전앤파이터> 페스티벌이 온라인으로 개최됐다. 스마일게이트 <로스트아크>의 대규모 개편 소식도 온라인 생방송으로 유저들에게 전해졌다. 

 

실제 동향을 살펴보면 온라인 간담회로 자신들의 카드를 선보인 것에 대한 유저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인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유저들이 한층 더 직접적으로 개발사의 뉴스를 볼 수 있게 되면서, 매개자인 미디어는 그 역할과 의미를 다시 한번 고민해봐야 할 시점이라는 분석도 따라온다.

 

<로스트아크> 온라인 간담회에서 발언 중인 금강선 디렉터

 

판데믹이 끝나고 일상적 활동이 자유로워지면, 그렇게 다시 사람들이 활발하게 문밖을 나갈 수 있어도 게임은 지금의 매력을 유지할 수 있을까? 즉, 여전히 연평균 9%의 성장을 담보하는 유력한 선택지로 남을 수 있을까?

 

 

② 오락실 폐업과 PC방의 수난

 

'수혜'가 모두에게 돌아간 것은 아니다.​ 아케이드 산업과 PC방 업계는 적잖은 타격을 입었다.

 

오늘(12월 30일), 세가는 엔터테인먼트 지분의 85.1%을 젠다에 매각했다. 사실상 게임센터 운영에 손을 뗀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아케이드 산업의 최강 플레이어였던 세가마저 코로나19를 피해갈 수 없었던 것. 실제로 지난 8월 세가 아키하바라 2호관은 영업 곤란으로 문을 닫았다.

 

한국 오락실의 상황도 좋지 않았다. 2020년 11월, 서울 사당역에 존재했던 모펀 게임센터가 영업을 중단했다. 리듬게임 유저들이 실력을 뽐내던 곳으로 유명하다. 철권의 성지로 불리던 정인게임장이 문을 닫은 지 5달 만의 일이다. 대한민국 게임백서는 올해 아케이드 게임이 -65.7%의 성장을 기록했을 것으로 계산했다.

 

정인게임장
모펀 게임센터

 

PC방 업계도 수난을 겪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지난 8월, PC방을 코로나19 고위험시설로 분류, 영업을 중단시켰다. 한국인터넷콘텐츠서비스협동조합은 강하게 반대했다. PC방도 타 업종과 같이 방역 지침을 준수하면서 안전하게 영업할 수 있다는 것.

 

이에 지난 9월,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로 격하되면서 PC방의 집합금지도 집합제한으로 변경됐다. 일부 점주들은 ▲미성년자 출입 금지 ▲식음료 판매 금지 등의 사항이 불리하게 작용한다며 불만을 제기했다.

 

이에 일부 게이머들은 모텔에서 PC를 즐기는 '게임텔'을 이용하기도 했다. 서울시는 숙박업중앙회에 협조를 요청했다. 현행법상 미등록 PC를 PC방 클라이언트에 연결하는 것은 불법. 또 숙박업소 객실에는 최대 2대의 PC만 설치할 수 있었기 때문에 단속이 가능했다.

 

수도권 소재 한 모텔. 현행 고시에 따르면 숙박업소에는 객실당 2대의 PC를 설치할 수 있다. (출처: 여기어때)

이같은 상황은 두 달 가까이 유지됐다가 겨울이 되면서 바뀌었다. 12월, 다시 전국적으로 코로나19가 유행하면서 서울시는 9시 이후 PC방의 운영이 원천 차단했다. 부산시 등 자체적으로 거리두기 2.5단계를 선포한 지자체에서는 21시 이후 PC방 운영을 중지시켰다.

 

 

③ 매출 감소와 재택근무... 더 어려워진 중소 업체 살림

 

한콘진은 국내 게임사 458개를 대상으로 '코로나19로 인해 발생한 피해'를 조사했다. 해당 내용에 따르면, 총 368개 회사가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었다고 답변했다. 그중 42.7%는 '매출 감소'를 가장 큰 피해로 꼽았다. 규모가 작은 게임사일수록 코로나19의 그림자는 짙게 드리웠다

 

2020 게임백서. 규모가 작은 게임사일수록 코로나19의 그림자는 짙게 드리웠다

 

사원 규모가 작은 업체일수록 매출 감소를 꼽은 비율이 높아졌다. 게임백서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5인 미만 게임사의 52.9%가 매출 감소를 코로나19 피해 사례로 꼽았지만, 규모가 커질수록 이를 택한 퍼센티지는 크게 줄어든다. 100인 이상이 근무하는 게임사의 경우 매출 감소를 택한 비중은 28.4%에 불과하다. 중소 업체들은 코로나19의 수혜보다는 피해를 입은 것으로 보인다.

 

메이저 게임사들은 올 한 해 적잖은 시간을 재택근무나 순환근무로 보냈다. 넥슨, 엔씨소프트, 넷마블, 카카오게임즈, NHN, 웹젠, 위메이드, 네오위즈, 선데이토즈 등 기업들이 회사 사정에 따라 재택근무, 순환근무, 일일 오피스 제도 등을 사용해왔다. 블리자드 코리아, 에픽게임즈 코리아, EA 코리아 등 외국계 기업들은 확진자가 100명 미만일 때부터 계속 탄력근무 체제를 이어가고 있다.

 

이렇게 다수의 게임사가 신작 출시 지연을 감수하고 임직원 보호와 감염 확산 방지를 위한 고육지책을 냈다. 하지만 중소 업체는 재택근무를 선택하기 쉽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10인 규모의 업체를 운영 중인 한 개발사 대표는 "규모가 작은 게임사일수록 재택근무를 선택하기 어렵다"고 털어놨다. 작은 회사는 지원사업이나 공모전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데, 촉박한 제출 일정을 맞추기 위해서 개별적인 시스템과 인프라를 마련하기 쉽지 않다는 것.

 

# 재택근무, 게임 개발자들은 만족하고 있을까?

 

세계 최대 게임 개발자 컨퍼런스인 GDC(게임개발자컨퍼런스)가 최근 개발자 2,5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결과를 보자.

 

27%의 개발자들이 재택근무로 창의력이 떨어진다고 답변했으며, 39%의 개발자가 재택근무로 업무 시간이 길어졌다고 응답했다. 육아, 가사의 문제로 재택근무가 힘들다는 답변도 있었다. (바로가기)​ 

 

한편, 일본의 스퀘어에닉스는 코로나19 종식 이후에도 전면 재택근무제도를 실행하겠다고 발표했다. 

 

 

④ 코로나블루 극복하는 '익숙한 재미' 찾아

 

그렇다면 유저들은 판데믹 조건에서 어떤 게임을 선택했을까? 게이머들이 주로 찾은 것은 새로움보다는 익숙한 데에서 오는 편안한 재미였다.

 

코로나19가 '폐렴'으로 불리던 초기, <전염병 주식회사>가 주목을 받았다. 유저가 몰려 게임의 신규 다운로드와 실행이 불가능하기도 했다. 실제로 개발사 엔데믹이 밝힌 바에 따르면, 에볼라, 메르스 등 각종 전염병이 돌 때마다 <전염병 주식회사>에 복귀, 신규 유저가 발생했다.

 

코로나19 유행 초기, 엔데믹은 감염병 예방을 위해서 게임보다는 CDC, WHO 등 공인된 기관의 정보를 믿을 것을 권고했다. 엔데믹은 지난 11월, <전염병 주식회사>에 무료 확장팩 치료 모드를 추가했다.

 

[관련기사]

 

전염병 주식회사 무료 확장팩 치료 모드... "제발 말 좀 잘 들어!!!" (바로가기)

'어몽 어스'와 '폴 가이즈': 언택트 시대의 파티 게임 (바로가기)


<모여봐요 동물의 숲>(모동숲) 또한 예상 밖의 인기를 얻었다. 시리즈 내내 일관적인 게임 디자인을 선보이며 매니아층을 형성한 <동물의 숲>. 이번 신작이 몰고 온 열풍은 전작을 뛰어넘는 시리즈 최고라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 올해 예상치 못한 닌텐도 스위치 품귀 현상이 일어났으며, "<모동숲>으로 <동물의 숲>을 시작했다"는 증언과 함께 각종 공략이 인터넷에 공유됐다.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조 바이든 캠프는 <모동숲>을 통해 선거 유세를 펼쳤다.

 

<모여봐요 동물의 숲>

 

감염병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던 시점에는 <어몽 어스>와 <폴 가이즈>가 동시에 인기를 끌었다. 각각 마피아 게임과 운동회의 룰을 빌려왔기에 게임 디자인적으로 혁신은 없었지만, 수십만 명에 달하는 유저들에게 사랑을 받았던 게임이 됐다. 

 

두 게임은 마찬가지로 집에만 머물던 사람들에게 연결의 재미를 주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전대미문의 상황에서 사람들이 모여서 대화하고 교류했던 것. 그야말로 '언택트 시대의 파티 게임'이라고 부름직하다.

 

<어몽 어스>
<폴 가이즈>

 

<원신>의 흥행도 빼놓을 수 없다. <원신>은 가차 시스템을 도입한 멀티 플랫폼 오픈월드 RPG​로 그간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게임이지만, 모바일게임의 가챠에 대한 장벽이 비교적 낮은 한국의 게이머에겐 익숙한 재미를 새로운 그릇에 담아서 선사했다고 볼 수 있다. 

 

2월 센서타워 조사 결과에 따르면 <원신>은 9월 28일 출시 이후 두 달 동안 3억 9,300만 달러(약 4,317억 원) 수익을 올렸다. <원신>은 <왕자영요>를 넘고 글로벌 모바일게​임 매출 1위를 기록했다.

 

<원신>

 

⑤ 온라인 GDC, 온라인 게임스컴, 온라인 블리즈컨, 온라인 지스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여러 게임쇼들이 행사를 취소하거나 온라인으로 행사를 대체했다. 

 

E3는 전면 취소됐고, GDC는 온라인 콘퍼런스를 개최했다. 게임스컴은 개막식부터 콘퍼런스까지 100% 온라인으로 행사를 대체했으며, 게임어워드는 현장 행사를 열지 않고 유튜브 등의 채널에서 시상식을 송출했다. 한국의 지스타 역시 일반 관객을 받지 않았으며, 지스타TV를 통해 각종 프로그램을 전달했다. 지스타 한 달 전 부산인디커넥트(BIC)도 온라인으로 공간을 옮겼다.

 

내년 블리즈컨 역시 100% 온라인으로 진행된다.

 


 

각각의 프로그램에 대한 만족도는 행사마다, 사람마다 엇갈리는 것으로 보인다.  별다른 수고를 들이지 않고 양질의 콘텐츠를 접할 수 있었던 이점이 좋았다는 평이 있는가 하면, 처음으로 진행된 100% 온라인 방식에 대한 미숙함이 지적되기도 했다.

 

한 차례 오프라인 공간을 비운 주요 게임쇼가 판데믹 이후 어떤 행보를 보일지 주목된다. 주최측이 코로나19가 끝난 뒤에도 오프라인 행사를 열지 않거나, 축소하는 등의 방향을 모색할 수 있다. 

 

내년 7월 개최되는 GDC 2021의 경우 온/오프라인 하이브리드 형식으로 열린다. 샌프란시스코 모스코니 센터에서 여는 현장 행사는 유지하지만, 오프라인 행사 와중에 온라인을 통해 참여할 수 있는 가상 콘텐츠를 함께 제공키로 한 것.

 

LCK, 오버워치 리그 등 주요 e스포츠도 정상적으로 관객을 받지 못했다. 현재 운영 중이거나 공사 중인 e스포츠 경기장은 두 리그와 연관이 없지만, 코로나19의 영향으로 e스포츠 관람 문화 자체가 바뀔 경우,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바로가기) 몇몇 대회의 경우 실제 선수들이 만나지 않고 비대면으로 경기를 치르기도 했다. 게임사들의 온라인 간담회와 더불어, '현장'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관객이 들어찬 2019년 LCK. 2020년 이같은 장면은 좀처럼 연출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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