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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6만원 -> 8만원" 게임 가격 인상은 합당한가?

확정은 아니지만, “어쩔 수 없다”라는 개발사와 “너무하다”라는 게이머의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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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주(4랑해요) 2021-03-12 10:32:20

게임 가격이 올라갈 수도 있다. 지금보다 약 2~3만 원 정도. 

 

물론 콘솔/패키지게임 기준이지만 이 논의는 점차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포문은 2K가 열었다. 2K는 2020년 7월 2일 신작 <NBA 2K21>의 차세대 콘솔 버전 가격을 69.99달러(약 8만 원)로 발표했다. 같은 타이틀이지만 PS4버전은 59.99 달러(약 6만 8,000원)다

 

액티비전도 동참했다. 액티비전은 2020년 11월 13일 출시된 <콜 오브 듀티 : 블랙 옵스 콜드 워>의 차세대 콘솔 스탠다드 에디션을 69.99달러에 판매했으며, 해당 가격 인상이 차세대 모든 게임에 적용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소니도 마찬가지다. PS5를 론칭하며 <데몬즈 소울(2020)>을 69.99달러에 판매했다. 이전 기종으로 발매된 게임을 일부 리메이크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가격을 올려 불만을 샀다. 

 

왜 개발사들은 게임 가격을 올리려고 할까? ​/ 디스이즈게임 김승주 기자

 

 

# 찬성 입장 : 15년간 게임 가격은 그대로였어!

찬성 입장(주로 개발사와 퍼블리셔)에선 15년간 게임 가격 인상이 없었다는 사실을 근거로 든다.

 

게임 리서치 회사 IDG의 CEO ‘오사키 요시오’ CEO는 2020년 7월 2일 게임즈인터스트리비즈와의 인터뷰에서 “소프트웨어 가격은 지난 2006년에 49.99달러에서 59.99달러로 오른 것이 마지막이다.”며 “그 동안 다른 계열 상품들은 제조비용에 대비해 판매가격이 상승했다.”라고 말했다.

 

미국 플레이스테이션의 총책임자였던 ‘숀 레이든’도 비슷한 발언을 했다. 그는 “내가 일을 시작한 이후로 게임 가격은 59.99달러였지만, 개발비는 10배로 증가했다”라며 “게임 가격은 변동이 없지만, 개발 비용에는 막대한 변동성이 있다면, 이 산업을 유지하기는 더욱 어려워진다”라고 밝혔다.

 

실제로 급격히 올라간 물가에 비해 게임 가격엔 변화가 없었다. 반면, 개발비는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세밀한 그래픽을 표현하기 위해 필요한 노동력이 이전과 비교 불가능한 수준으로 올라갔기 때문이다. 그래픽 해상도와 관련해 한단계 위로 올라갈 때 관련 제작비는 3~4배 상승한다는 말이 있다. 

 

과거 PS2의 해상도가 480P였고, PS3에 와서는 720p, 1080p로 올라갔다. 현세대에 와서는 4K까지 올라온 상태. 이정도면 왜 개발사들이 유독 PS5의 게임 타이틀 가격을 올려 받는지에 대한 이유가 된다. 현재 평균적으로 AAA 게임 개발에는 최소 6 천만 달러(약 686 억)에서 최대 8천만 달러(약 915억)의 제작비가 투입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 마케팅 비용을 추가하면 전체 비용은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뛴다.

 

한 예로 <툼 레이더(2013)>가 있다. <툼 레이더(2013)>는 출시 이틀도 되지 않아 100만 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릴 만큼 성공했다. 하지만 스퀘어 에닉스는 첫 달만에 700만 장이 팔리길 원했다. 그만큼 들어간 개발비가 많았다. <툼 레이더(2013)>는 발매 후 1년 정도가 지나고 나서야 600만 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고 흑자를 냈다.

 

개발사가 비난을 감수하고 가격 인상을 고려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홍보비와 개발비를 합쳐 약 2,883억원이 들어간 것으로 알려진 <GTA 5>. 그만큼 AAA 게임 개발엔 엄청난 비용이 들어간다.

 

유저들의 비난을 받는 DLC도 개발사 입장에서는 궁여지책으로 만들어낸 모델이다. 원래 게임의 추가 콘텐츠나 확장팩, 보너스 콘텐츠 등을 제공하기 위한 형태였지만, 지금은 추가 수익을 위한 방편으로 많이 쓰이고 있다.

 

위에서 언급한 <툼 레이더(2013)>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게임 본편 판매량만으로 흑자를 낸다는 것은 쉽지 않다. 더불어 과거처럼 밀리언셀러가 자주 나올 수 있는 환경은 아니다. 이미 '레드 오션'이 된 모바일 게임 시장에 대형 게임사가 계속해서 뛰어드는 이유도 같다. 패키지 게임 개발보다 적은 투입으로 더 큰 이윤을 얻을 수 있어서다. 

 

개발사의 논리는 게임 가격이 인상되어 패키지 게임으로도 이익을 얻을 수 있다면 보다 퀄리티 있는 게임 개발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가격 인상을 통한 콘텐츠 질 향상'은 괜히 나온 이야기가 아니다.

 

다만, 찬성 입장에 동조하려면 게임 본연의 콘텐츠와 퀄리티를 보장해야 한다. 이미 DLC를 판매하면서  게임 본편 분량은 과거보다 줄었다.

 

 

# 반대 입장 : 너네 게임 본편만 파는 건 아니잖아!

 

반대 의견도 거세다. 이미 개발사들은 ‘시즌 패스’나 ‘DLC’ 혹은 ‘소액 결제’를 통해 추가적인 수익을 얻고 있으니 가격을 올릴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 예로 유비소프트는 게임 가격 인상에 동참하지 않았다.

 

2020년 1분기 실적 발표에서 프레데릭 뒤게 CFO는 차세대 타이틀 3개가 기존 게임 가격으로 출시될 것이라 밝혔다. 실제로 <와치 독스 : 리전>과 <어쌔신 크리드 : 발할라>의 PS5판은 59.99달러에 판매되고 있다.

 

유비소프트는 게임 가격 인상에 동참하지 않았다.

 

이는 유비소프트 수익 대부분이 게임 타이틀 판매가 아닌 디지털 콘텐츠 판매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2019년 1분기 유비소프트 실적 발표를 보면 전체 매출의 93%은 디지털 콘텐츠 판매였다. <레인보우 식스 시즈> 등 주력 타이틀의 치장 아이템과 랜덤박스가 주 수입원이었다는 뜻이다.

 

다시말해 반대 입장에서는 가격을 올리는 대신 다른 수익원을 만들면 되기 때문에 굳이 패키지 가격을 올릴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다. 다만 이 경우 지금처럼 DLC 판매와 디지털  콘텐츠(루트박스 등의 아이템)을 판매하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

 

그나마 DLC 가격이 합리적이거나, 게임 플레이에 영향을 주지 않는 단순한 스킨이라면 괜찮다. 하지만 아닐 경우엔 문제가 된다. 이 부분에서 가장 유명한 게임으론 <페이데이 2>가 있다. DLC를 전부 개별 구매하면 20만 원이 훨씬 넘어가 본편보다 비쌀 정도였다. 새로운 무기도 DLC를 통해 판매했는데, 성능이 월등해 유저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구매해야 했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셈이다.

 

더불어 가격 상승에 반대하는 이유 중 하나로 유통시장의 변화를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다. 과거처럼 오프라인 유통과 패키징 등을 하기보단 스팀이나 에픽게임즈 스토어 등 디지털 다운로드 플랫폼이 안착하면서 유통에 투입되는 예산이 줄었다. 즉 유통시장이 변하면서 단가 하락에 따른 가격 상승분이 상쇄된다는 논리다.  

 

 

# 서로 한 번 더 이해해야 한다

 

찬성 측, 반대 측 모두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 엄청나게 올라간 개발비에 비해 게임 가격 변동이 없었던 것은 사실이다. 개발비는 계속 올라가는데 가격을 올릴 수 없다면 개발사는 DLC 판매를 늘리거나, 게임 규모를 줄일 수밖에 없다.

 

게이머들의 불만도 넘겨짚을 순 없다. 풀 프라이스 게임임에도 지나친 소액 결제 시스템을 추가해 큰 비난을 받았던 <스타워즈 : 배틀프론트 2>의 사례도 있으며, 게임 본편은 7만 원이더라도 디럭스 에디션이나 시즌 패스를 구매하면 가격이 10만 원은 훌쩍 넘어가는 시대이기에 게이머들이 가격 인상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긴 힘들다.

 

<스타워즈 : 배틀프론트 2>는 풀 프라이스 게임임에도 소액 결제 유도가 지나쳐 큰 불만을 샀다

 

설사 개발사 입장에 동의해 가격 인상을 받아들이더라도, 코로나 불황이 지속되는 현 시국에선 선뜻 지갑을 열기가 쉽지 않기도 하다. 쉽게 풀어가긴 힘든 사안이다. 절충안이 필요하다. 게이머, 개발자 모두 서로를 한 걸음 더 이해해야 한다. 극단적인 주장이 계속 대립하기만 한다면 양 측 모두 상처만 남을 뿐이다.

 

따라서 아직 전체적인 가격 인상이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만약 가격을 인상한다면 게임사는 그만큼의 성의를 보일 필요가 있다. 게임 본편에 최대한 양질의 콘텐츠를 담아내고, 멀쩡한 게임을 DLC로 나눠 팔거나, 소액 결제를 강요하는 태도는 지양해야 한다.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는 게임은 그럴 가치가 있는 '게임' 이어야만 한다. 단순히 그래픽을 리마스터하거나, 새 플랫폼에 이식한 게임이 가격을 인상하면 안 된다. 그럴 경우엔 게이머들의 불만만 커져 또다시 가격 인상에 대한 비판을 촉발시킬 뿐이다.

 

가격을 인상하는 대신 양질의 DLC나 확장팩을 제공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도 있다. <GTA 4>나 <위쳐 3>가 좋은 사례다. <GTA 4>의 DLC와 <위쳐 3>의 확장팩은 본편 이상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쏠쏠한 판매고를 올렸다. 

 

 


위에서 나온 유비소프트의 사례도 대안이 된다. <레인보우 식스 시즈>는 꾸준하게 DLC를 내고 소액 결제 모델까지 도입했다. 하지만 소액 결제는 게임 플레이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단순한 치장 아이템만을 제공한다. DLC도 새로운 맵과 오퍼레이터를 추가해 콘텐츠가 늘어나는 등 오히려 게임에 지속성을 준다는 평가다. 본편만 있어도 게임을 충분히 즐길 수 있단 점도 한몫한다.

 

'Xbox 게임 패스'나 'Uplay 플러스'같은 구독형 서비스도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를 수 있다. 한 게임을 값비싼 비용을 지불하고 소장하는 대신, 월마다 일정 금액을 내고 다양한 게임을 즐기는 것이 소비자들에게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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