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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15:57, 탑 파이크, 원딜 신드라... LCK의 암흑기를 돌아보다

길었던 암흑기는 끝났지만, 왕조가 시작된 건 아니다

에 유통된 기사입니다.
이형철(텐더) 2021-05-28 09:36:30

2021 MSI가 중국 RNG의 우승으로 마무리된 가운데, 한국 <리그 오브 레전드> 커뮤니티에는 'LCK 잔혹사' 콘텐츠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습니다. 이는 LCK가 국제대회에서 부진했던 순간을 정리해둔 게시글을 뜻하는데요, 해당 경기에서 한국 중계진이 지른 비명은 유저들 사이에서 가히 오컬트적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2018년부터 2020년 초는 LCK에 있어 가장 어둡고 힘든 순간으로 꼽힙니다. 무관으로 지나친 대회만 해도 어림잡아 다섯 개를 넘을 정도니까요. 과연 그 시절 LCK에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당시엔 너무나 힘들었지만, 이제는 웃으며 회상할 수 있는 'LCK 잔혹사'를 돌아봅니다. / 디스이즈게임 이형철 기자

 

본 콘텐츠는 디스이즈게임과 오피지지의 협업으로 제작됐습니다.

  

 

# 2018년: 한 수 아래 팀에 당한 충격적 패배... LCK 잔혹사의 시작

 

2018 롤드컵은 서서히 수면 위로 떠오르던 LCK 위기설에 힘을 실어준 대회입니다. 

 

당시 롤드컵은 한국에서 개최된 데다 서머 시즌 우승을 차지한 KT와 서킷 포인트 1위 아프리카 프릭스, 선발전을 승리한 젠지​가 출전한 만큼, 국내 팬들의 기대는 하늘을 찔렀습니다. 특히 KT는 '스맵' 송경호, '스코어' 고동빈, '데프트' 김혁규, '마타' 조세형 등 스타 선수들이 뭉쳤기에 우승 후보 1순위로 꼽혔죠.

  

스타 선수로 구성된 KT는 2018 롤드컵 우승 후보로 꼽혔다 (출처: 라이엇 게임즈)

 

 

하지만 결과는 참담했습니다. 우승은커녕 그 어떤 팀도 4강에 오르지 못했으니까요. 전년도 롤드컵 디펜딩 챔피언 젠지는 바이탈리티, C9, RNG와의 조별 예선에서 '1승 5패'라는 충격적 결과를 마주했습니다. 특히 언더독으로 꼽혔던 유럽의 바이탈리티에 당한 스윕은 많은 이야깃거리를 만들었습니다. 이 경기가 더욱 충격적인 건 해프닝으로 인한 패배가 아닌 실력 대 실력에서 밀린 결과였기 때문입니다. 

 

젠지는 바이탈리티와의 첫 경기에서 경기 후반 장로 드래곤을 두고 대치했지만 우왕좌왕하며 시간을 보냈고, 그사이 상대의 텔레포트에 대처하지 못하며 허무하게 경기를 내줬습니다. 또한, 두 번째 경기에서는 초반부터 터뜨리는 조합을 상대로 어정쩡한 픽을 했다가 낭패를 당했죠. 기본적인 판단력부터 밴픽 등 모든 부분에서 차이가 났던 겁니다.

 

이현우 해설의 비명이 아직도 생생히 들린다 (출처: 라이엇 게임즈)

 

 

8강 토너먼트에서 북미의 C9을 상대한 아프리카 프릭스 역시 엄청난 충격을 안겨줬습니다. 당시 C9을 이끈 복한규 감독은 궁극기 시너지가 좋으면서도 난이도 낮은 챔피언을 다수 가져가는 콘셉트로 경기를 준비했고, 이것이 잘 적중하며 아프리카 프릭스를 3-0으로 무너뜨렸죠. 한 수, 아니 두 수 아래로 꼽힌 북미 지역에 당한 셧아웃이었던 만큼 팬들의 실망은 더욱 컸습니다. 

 

그나마 LCK 1시드 KT는 대회 우승을 차지한 IG를 상대로 8강에서 풀세트 접전을 펼치며 팬들의 마음을 달래줬지만, 어쨌든 결과는 패배였습니다. 그렇게 LCK의 길고 긴 암흑기가 시작됐죠. 사실 이때만 해도 어둠은 그리 길지 않을 거로 보였습니다. 누구도 LCK가 롤드컵을 탈환하기까지 약 3년의 시간이 걸릴 거로 예상하지 않았으니까요.

  

안방에서 개최된 롤드컵, LCK는 쓴 잔을 들이켜야 했다 (출처: 라이엇 게임즈)

 

# 2019년: 1557, 그리고 G2

 

2019년은 LCK 잔혹사가 정점에 달했던 해로 기억됩니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시 LCK는 MSI는 물론 롤드컵에서도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했습니다. 표면적인 최고 성적은 '4강'으로 괜찮아 보이지만, 국제대회 탈환을 천명한 것에 비하면 아쉬움이 남는 결말이었죠.

 

가장 먼저 돌아볼 '잔혹한 추억'은 2019 MSI에서 펼쳐진 T1과 IG의 경기입니다. 당시 두 팀은 정규 시즌에서 굉장히 좋은 경기력을 선보인 만큼,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혔습니다. <리그 오브 레전드> e스포츠에서 라이벌 구도를 형성한 한국과 중국 팬들의 자존심 싸움도 치열했고요.

 

하지만 경기는 15분 57초 만에 IG의 승리로 마무리됐습니다. 당시 T1은 소나-타릭이라는 대세 봇듀오를 가져갔지만, IG는 이를 힘으로 돌파하며 T1을 농락했죠. 경기를 중계한 이현우 해설은 IG가 속도를 올리자 "아니, 왜 이렇게 빨리 끝내나요!!!"라는 코멘트를 날리기도 했습니다. 그 정도로 IG의 경기력은 무시무시했죠. 결국 T1은 이 경기로 인해 '국제대회 최단 시간 패배'라는 씁쓸한 기록을 세우고 말았습니다.

  

"왜 이렇게 경기를 빨리 끝내나요, IG?!" (출처: 라이엇 게임즈)

 

 

하지만 2019년 내내 T1을 괴롭힌 팀은 따로 있습니다. 유럽의 맹주 'G2'인데요, 그 해 두 팀이 처음 만난 건 MSI였습니다. 당시 G2는 조별 예선에서 T1에 2승을 거뒀고, 4강에서도 뛰어난 경기를 선보이며 T1을 제압했죠.

 

2019년 T1은 한국 <리그 오브 레전드>의 아이콘 '페이커' 이상혁을 필두로 '칸' 김동하, '클리드' 김태민. '테디' 박진성, '에포트' 이상호, '마타' 조세형 등 슈퍼스타들이 즐비한 팀이었습니다. 그럼에도 G2는 정석과 거리가 먼 자유분방한 경기를 펼치며 국내 팬들을 경악케 했습니다.

 

MSI 4강 5세트에서 G2가 사용한 '원딜 신드라''탑 파이크'가 좋은 예시가 될 수 있겠네요. 

 

당시 T1은 조별 예선에서 G2의 탑 파이크에 호되게 당했지만, 대처법을 찾지 못했고 결국 4강 마지막 세트에서 파이크를 풀어주며 어려운 경기를 펼쳤습니다. 미드로 판단하고 르블랑을 꺼낸 T1의 뒤통수를 때린 '원딜 신드라' 역시 G2의 색깔을 잘 드러낸 픽이었죠. 이후 G2는 CC기로 무장한 리산드라를 미드에 세웠고, 정화 없는 르블랑을 강하게 압박하며 T1을 꺾고 결승에 올라 대회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상당한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도 이 장면은 마음이 아프다 (출처: 라이엇 게임즈)

  

기자는 경기가 끝난 뒤에도 자리를 뜨지 못했다

 

 

이후 양 팀은 롤드컵 4강에서 또다시 격돌했지만, 결과는 G2의 3:1 승리였습니다. 

 

특히 4세트 막바지 G2가 보여준 한타는 팬들은 물론 국내 중계진까지 놀라게 했는데요, G2의 야스오·그라가스·오른·올라프는 지속적인 어그로 핑퐁을 통해 스킬을 빼고 턴을 교환하는 명장면을 연출했습니다. 그 와중에 신드라는 T1의 본진에 텔레포트를 타 경기를 마무리했죠. G2의 판단이 얼마나 빠르고 정확했는지를 알 수 있는 장면이기도 합니다.

 

돌이켜보면 T1은 4강 내내 유리한 경기를 펼쳤음에도 어느 순간 실수를 남발하며 G2에 경기를 내주고 말았습니다. 통계에 따르면 G2가 T1과의 4강전에서 골드를 리드한 시간은 전체 경기 중 단 2.3%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T1은 경기 내내 G2에 쫓기듯 불안한 운영을 이어갔고 결국 패배했죠. 가장 정석이 정답에 가깝다고 믿었던 LCK에 엄청난 상처가 생긴 경기이기도 합니다.

  

G2는 신들린 핑퐁을 선보이며 T1을 압박했다 (출처: 라이엇 게임즈)

 

 

# 2020, 2021년: 암흑기를 끝낸 건 분명하지만, 왕조가 시작된 건 아니다

 

분위기를 조금 바꿔봅시다. 다행히 LCK는 이듬해 '반전 드라마'를 만드는 데 성공했습니다. 기대와 걱정이 공존한 2020 롤드컵, 담원 게이밍(현 담원기아)은 중국의 쑤닝을 꺾고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대회 내내 이렇다 할 위기 없이 부드럽게 차지한 우승이었던 만큼, 팬들의 환호도 줄을 이었습니다.

 

LCK 잔혹사를 끊어낸 담원 게이밍의 한 방 (출처: 라이엇 게임즈)

 

하지만 영광이 오래 지속된 건 아닙니다. 

 

2021년 첫 번째 국제대회인 MSI, 담원기아는 압도적이었던 정규 시즌 대비 크게 흔들렸습니다. 미드 라이너 '쇼메이커' 허수를 제외한 모든 선수들의 폼이 떨어졌고, 어려운 경기를 이어갔죠. 일본의 DFM이나 유럽의 매드 라이온즈 등 손쉽게 이길 거로 예상된 경기에서도 위태로운 장면이 다수 등장했습니다.

 

물론 준우승이라는 결과는 결코 나쁘지 않은 성적입니다. 게다가 롤드컵 시드권도 얻었으니 새드 엔딩은 아니죠. 하지만, '기대에 비해' 결과가 아쉬웠다는 건 결코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더군다나 대회 막바지 터진 RNG의 일정 조정 논란은 담원기아의 우승을 바랐던 팬들을 더욱 안타깝게 했습니다.

 

관련 기사: [기자수첩] 라이엇의 '중국 편애 논란'을 보며 한 야구 대회를 떠올리다

 

<리그 오브 레전드> e스포츠는 다음 달부터 다시 기지개를 켭니다. LCK 서머를 시작으로 롤드컵 선발전, 2021 롤드컵에 이르는 대장정을 이어갈 예정이죠. 더군다나 올해 롤드컵은 코로나19 여파로 정상 진행되지 못했던 '<리그 오브 레전드> 10주년 기념행사'가 더해져 역대급 규모로 펼쳐질 전망입니다. 과연 LCK가 그 정점에 올라설 수 있을지 관심을 갖고 지켜보도록 하겠습니다.

  

(출처: 라이엇 게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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