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보호법 제26조(심야시간대의 인터넷게임 제공시간 제한)
① 인터넷게임의 제공자는 16세 미만의 청소년에게 오전 0시부터 오전 6시까지 인터넷게임을 제공하여서는 아니된다.
셧다운제 폐지는 게임 생태계의 오랜 숙원입니다. 개선될 듯, 개선될 듯 여겨졌던 강제적 셧다운제는 실효성이 없고 법 제정의 목적도 유지하지 못한다고 지적받고 있지만, 지금 이 시간에도 유지되고 있습니다. 그 사이에 위헌소송도 냈지만 결과는 합헌 결정으로 더 공고해진 모습입니다.
온라인게임을 즐기고 싶은 청소년들이 밤 12시 이후 게임을 즐기고 싶다면, 부모나 보호자가 허락해도 방법이 없습니다. 타인의 계정을 이용하는 것 외에는 말이죠. 청소년의 수면권을 보장하기 위해 시행된다던 정책은 2021년까지 족쇄로 남아있습니다. 근조 리본까지 내걸고 반대하던 게임업계는 과거보다 잠잠한 듯합니다.
'<마인크래프트> 청소년 이용 불가 사태'를 맞아서, 셧다운제라는 단어가 처음으로 등장한 2004년부터 오늘날까지의 역사를 연도순으로 정리했습니다. 워낙 방대한 역사를 담고 있기에, 일정 부분 생략이 불가피했습니다. 살펴본 역사를 바탕으로, 뒤이은 기사에서 셧다운제를 둘러싼 몇 가지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TIG 2021 셧다운제 특집
① 2004~2021, 셧다운제의 역사를 돌아보다
② 셧다운제 폐지, 정말 게임 업계의 오랜 숙원일까? (바로가기)
③ 여성가족부 해체, 셧다운제 폐지에 도움이 될까? (바로가기)
④ 셧다운제? 최종 보스는 따로 있다 (바로가기)
⑤ 셧다운제 폐지 이슈의 중심, '우마공' 전현수 매니저를 만나다 (바로가기)
⑥ 셧다운제 실효성 논란, 제대로 종결시킨다 (바로가기)
⑦ 두 개의 셧다운제... '게임시간 선택제'도 문제? (바로가기)
⑧ 선생님들, 게임은 해보셨습니까? (바로가기)
# 2004: 셧다운제라는 단어의 첫 등장
'셧다운제'라는 단어는 언제 처음 쓰였을까요? 기록을 살펴본 결과, 2004년 10월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청소년보호위원회, 사단법인 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 사단법인 청소년마을은 2004년 10월 9일 온라인게임에 셧다운제가 도입되어야 한다는 내용의 포럼을 열었습니다. 셧다운제라는 단어의 데뷔 무대입니다. 기윤실이라는 단어를 잘 기억해두시면 좋겠습니다.
청소년보호위원회는 김대중 정부가 만든 곳으로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1997년 문화체육부 산하 기관으로 설치됐다가, 이후 국무총리실 소속으로 개편됐고, 2005년 들어 국가청소년위원회(국청위)로 그 이름을 바꾸고, 2008년에는 보건복지가족부에 흡수됩니다. 청소년 관련 업무는 2010년 여성가족부로 이관됩니다.
청소년보호위원회와 국가청소년위원회의 로고
당시 해당 포럼에서는 청소년 수면권 침해의 심각성과 온라인게임의 연관 관계를 살펴보기 위해 진행한 설문조사가 발표되기도 했는데, 도입 찬성이 우세했습니다. 초창기 셧다운제 도입 움직임은 2000년대 초반 유행했던 청소년 수면권 운동의 일환으로 진행된 측면이 큽니다.
2002년 초, MBC TV 프로그램 <느낌표>는 '하자하자'라는 코너에서 아침밥을 거르고 0교시를 들으러 가는 학생들의 모습을 조명하면서 화제가 됐습니다. 1987년 설립된 시민운동단체 기윤실은 이 당시 0교시 폐지, 야간 자율학습 폐지와 더불어 셧다운제의 도입을 주장했습니다. "하나님이 사랑하는 청소년에게 잠을 재워야 한다"는 것이 당시의 논리였는데, 청소년에게 잠을 재워야 한다는 메시지는 당시 상당히 설득력을 가졌던 것으로 보입니다.
기윤실의 이데올로그는 권장희 놀이미디어교육센터 소장이었습니다. 1994년 기윤실 간사로 합류한 그는 셧다운제 통과의 일등공신으로 꼽히는데요. 영등위 심의위원, 여성가족부 정책자문위원은 물론 100분토론에도 등장하며 셧다운제 도입의 필요성을 설파했습니다.
"게임 중독에 빠진 아이들은 전두엽의 발달이 늦어져 모든 일에 반사적이고 공격적인 성향을 보이는 짐승과 비슷한 상태로 변한다"는 발언의 주인공으로 유명합니다.
권장희 놀이미디어교육센터 소장
# 2005~2007: '죽음의 덫, 게임 중독' 방송... 첫번째 입법 시도
각 포털 사이트에선 셧다운제에 대한 설문조사가 이루어졌고, 언론에서도 청소년의 게임 이용 실태에 대한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2005년 7월, 한나라당 김재경 의원은 셧다운제 내용을 담은 청소년보호법 개정안을 처음으로 제출합니다. 셧다운제 첫 입법 시도입니다.
당시 제안 이유에는 "청소년의 온라인게임 이용시간이 과도하게 증가함에 따라 인터넷 중독, 폭력성 증가, 사회성 결여 등의 사회적 문제가 발생할 뿐만 아니라 수면시간 부족으로 인하여 성장기 청소년의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는 등 온라인게임으로 인한 부작용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는 실정"이라고 나와있습니다.
그로부터 1개월 뒤, KBS 추적60분은 셧다운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질문에 찬성이 77%에 이른다는 설문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죽음의 덫, 게임 중독'이라는 제목의 방송에서는 '온라인게임을 하다가 목이 돌아간 김모씨'와 '온라인게임으로 인해 사망했다고 추정되는 부산의 이모군'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참고로 이 설문조사는 KBS 제작진이 직접 자신들 사이트에서 받은 것입니다.
해당 방송 방영분. 게임을 많이 해서 목이 돌아갔다는 '김모씨'
온라인게임으로 사망한 사람의 리스트도 발표했습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게임업계에서는 "셧다운제가 헌법이 추구하는 행복추구권과 평등권을 침해하므로 위헌이다"라는 주장을 펴기 시작합니다. 김재경 의원은 업계에서 적절한 조치를 취한다면 제도를 도입할 필요는 없다며 한발 뺐습니다. 문화관광부는 '건전 게임 문화 대책'을 마련하기로 하면서 당시 사건은 일단락되는 듯 보였습니다.
이같은 조치의 위해 2007년 1월, 게임산업진흥법에는 "게임과몰입의 예방 등"에 관한 조항이 신설되었습니다. 아직도 몇 시간 이상 게임을 하면 경고 메시지가 뜨지요? 이때 고쳐진 법의 영향입니다.
그밖에 <던전앤파이터>가 하루에 100분 이상 몬스터를 사냥할 수 없는 시스템을 도입했고 <썬>과 <라펠즈>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와 유사한 피로도 시스템을 넣었습니다. 어떤 게임은 하루에 8시간 이상 게임을 하면 페널티를 주기도 했습니다.
<WOW>는 2004년 4월 테스트 과정에서부터 아이템 현거래를 줄이기 위한 귀속 시스템과 게이머들이 일정 시간 이상 게임을 할 경우 획득 경험치가 줄어드는 피로도 시스템을 도입했습니다. 2005년 중국에서도 <WOW>가 유행하자 아이디 별 게임 체류 시간을 계산해 자동으로 로그아웃하는 제도를 도입하려고 한 적 있죠.
2006년 5월, 한나라당 김희정 의원은 최초의 선택적 셧다운제 법안을 제출합니다. 청소년보호법이 아니라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에 상정된 중독 예방 관련 법안으로 관련 상임위인 문화관광위원회를 넘지 못했습니다. 이 법을 발의한 김희정 의원은 '한국인터넷진흥원장을 지낸 IT 전문가'로 박근혜 정부에서는 조윤선 장관의 뒤를 이어 여성가족부 장관에 취임하기도 했습니다.
국회에서 발언하는 김희정 전 의원
2007년은 대선이 있던 해죠. 전통적으로 대선 시즌이 되면 '이슈의 소용돌이'가 발생합니다. 당시 대선에 모든 이목이 쏠림으로써 셧다운제 역시 중요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지게 됩니다. 2007년 5월, 국청위는 게임산업진흥법에 셧다운제가 도입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국무회의 과정에서 도입이 무산됐습니다.
게임업계에서는 최소 규제의 원칙과 앞서 살펴본 위헌 소지를 이야기했습니다. 당시 기윤실의 권장희 소장이 이 시기 국청위 자문위원을 맡고 있었습니다. 이 무렵부터 다음 해설기사에서 알아볼 김성벽 과장은 보건복지가족부 산하 청소년위원회의 매체환경팀장으로 일하고 있었습니다.
당시 업계에서는 중국 소식이 많이 회자됐습니다. 2007년, 중국 정부는 18세 이하 청소년의 게임 이용 시간을 하루 5시간 이내로 제한하는 제도를 도입했죠. 그러나 게임 실명제를 도입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와 같은 규제는 실효성을 얻지 못한다는 이유로 1년 만에 전면 폐지됐습니다.
그로부터 12년이 지난 뒤 국가신문출판서는 "만 18세 이하의 청소년은 하루 1.5시간(90분) 이상 게임을 할 수 없다. 또한 청소년은 밤 10시부터 오전 8시까지 게임을 할 수 없다"는 내용의 게임 규제안을 발표하기에 이릅니다.
# 2007 ~ 2010: 셧다운제, 국회 상임위를 넘기다
그러나 업계의 자정 노력으로는 역부족이었던 모양입니다. '게임 탓', '게임중독 탓'을 외치는 기사가 쏟아지며, '여론'의 추는 셧다운제 도입 쪽으로 기울었습니다. 이 당시 얼마나 많은 '게임 탓' 보도가 있었는지 기억하실 겁니다. 불과 얼마 전에도 "건장했던 20대 아들, 온라인 게임서 말다툼 후 살해돼"라는 기사가 나온 실정이니, 미디어 환경은 크게 변하지 않은 듯합니다.
18대 국회 입성에도 성공한 김재경 의원은 재도전에 나섭니다. 어차피 김 의원이 법안을 처음 발의한 시점은 2005년 7월로 17대 국회 임기 말이었고 회기 만료로 폐기될 가능성이 농후했습니다. 김 의원은 '추진력을 얻기 위함'이었다는 듯 18대 국회 개원 42일 만에 거의 같은 법안을 다시 제안했습니다.
김재경 전 의원
당시 보건복지가족부는 부모가 요청하면 그 자녀의 심야 시간 온라인 게임 이용을 제한하는 ‘선택적 셧다운제’를 내놓았습니다만, 시행되지는 않았습니다. 이 선택적 셧다운제는 이후로도 몇 차례 화두가 됐고 실제 법에서 규정한 내용이 되었습니다만, 이중규제에 걸리면서 사실상 강제적 셧다운제가 더 큰 힘을 발휘하게 됩니다.
당시 여당이었던 한나라당 김재경 의원이 법안을 내자 야당(민주통합당) 의원이며 후반기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하는 최영희 의원도 "청소년 본인 또는 친권자의 요청이 있는 경우 인터넷게임 이용 시간을 제한하도록 한다"는 내용의 청소년보호법 개정안을 발표합니다.
2010년 4월, 이 두 법안은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에서 병합됩니다. 상임위원회에서 병합을 주도한 위원장은 신낙균 의원(당시 민주당)으로 위원회 이름으로 마련된 법안을 통과시키며 "게임중독으로부터 청소년 이용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법이 있어야 제도의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생각해 의결한 것"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셧다운법'이 상임위를 넘기자 문체부와 게임업계는 반발했습니다. 청소년보호법은 법사위에 상정된 이후, 게임산업진흥법과 충돌, 문체부의 반대 등으로 1년 가까이 법사위에 머물렀습니다. 이미 청소년을 위한 조치를 취하고 있으므로 개정된 청소년보호법이 통과되면 이중규제의 우려가 있다는 말이 나왔습니다.
이 법은 오래도록 계류되어있다가 2010년 말 문체부와 여가부의 합의를 통해 법사위와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셧다운제 적용 범위를 두고 문체부와 여가부는 평행선을 달렸습니다. 문체부는 온라인게임에 한해 셧다운제를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여가부는 네트워크 연동이 되는 모든 게임에 대해 셧다운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했습니다. 이뿐 아니라 연령 규정 역시 문체부는 14세 미만을, 여가부는 19세 미만을 적용 범위에 넣자고 주장했습니다.
합의는 결국 문체부의 게임산업진흥법이 아닌 여가부의 청소년보호법을 중심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이는 산업 중심의 법이 아닌, 청소년 보호를 명분으로 합의를 했다는 뜻입니다. 같은 해 12월, 두 부처는 적용 연령을 16세로 하기로 하는 한편, 2년마다 셧다운제의 적용 범위를 논의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뒤이어 한나라당 신지호 의원이 셧다운제 적용 연령을 19세로 올리는 수정안을 제출했지만, 부결됐습니다.
이러한 과정이 있기까지 여가부는 셧다운제가 쓸모가 있다는 것을 과학적으로 증명하고 싶었습니다. 그런 목적으로 2010년 12월 급하게 발주한 용역 프로젝트가 ‘온라인게임 셧다운제 도입에 따른 비용편익 분석 연구’였죠.
연구기간 30일이 안 되는 이 프로젝트를 가톨릭대 산학협력단이 수의계약을 통해 따냈는데요. 이 연구에서 셧다운제 도입으로 약 5,600억 원의 사회적 비용 절감 효과가 생긴다는 결과를 산출됐습니다. 해당 연구를 주도한 인물은 이해국 교수입니다.
이로써 셧다운제 찬성 진영에는 청소년 보호 논리에 '짐승뇌', '게임 중독' 같은 프레임뿐 아니라 '경제 효과'라는 무기까지 생기게 됩니다.
가톨릭대학교 이해국 교수
# 2011: 충격의 셧다운제 통과, 각계에 큰 영향 미쳐
2011년 벽두, 최영희 국회 여성가족위원장은 KBS 추적60분에 출연해 "(게임이) 마약과 똑같기 때문에 그걸 못하게 했을 때 자기가 자기를 컨트롤 못하니까 그런 것을 일반 가정의 부모, 어머니에게 맡길 것인가? 이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최영희 의원은 과거 국청위의 위원장이었습니다.
최영희 전 의원
게임업계 관계자들은 "약 5만명의 사람들이 청소년들을 망치기 위해 청춘을 바치고 있는 것이냐", "입시 등 여러 사회문제의 결과로 게임중독이 나타난 것임에도 전후를 바꿔 말하고 있다"는 지적을 내놨습니다.
2월 13일 MBC 뉴스데스크에서는 충격적인 'PC방 전원 강제 차단' 뉴스가 보도됩니다. 게이머들은 분노했지만, 아이들 걱정을 하는 학부모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이미 무수히 많은 매체에서 '게임 탓' 보도가 나온 탓입니다.
법안의 통과가 유력해지자 여러곳에서 토론회가 열렸습니다. 2월, 국회에서 열린 한 토론회에서 바르시아스튜디오 정덕영 대표는 “아이폰용 게임을 만들면서 세계 어디에서도 행정적인 불편을 겪지 못했다”며 규제완화를 주장했습니다.
실제로 머지않아 이 법이 통과된 이후 많은 중소 업체가 규제 시스템을 추가하면서 많은 어려움이 뒤따랐다고 합니다. 셧다운제가 게임 업계에 미친 산업적 타격에 대해서 (경제효과에 대한 추산 아닌) 구체적이고 장기적으로 진행된 연구를 찾을 순 없었습니다만, 셧다운제 통과 이후 늘어난 규제에 고생했다는 업계인의 증언은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 무렵 국회에서는 셧다운제 관련 토론회가 여럿 열립니다.
한국게임산업협회 김성곤 사무국장은 같은 토론회에서 "셧다운 법안이 있는 한 새로운 게임심의가 통과돼도 답이 없다. 가정의 양육권을 포기하고 위헌 소지까지 있는 ‘사상 최대의 규제’가 만들어졌다"며 정치권의 셧다운제 통과 움직임을 강력히 비판했습니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났고, 한국산업게임협회는 셧다운제 폐지보다 결제 한도 폐지를 먼저 이뤄냈습니다. 뒤에서 좀 더 알아보죠. 그 사이 셧다운제의 직접 타격을 받은 웹게임 등은 더이상 찾아보기 힘들게 되었습니다.
같은 달 민주당 최문순 의원이 연 토론회에서는 "정부가 청소년의 시간을 어른의 시각으로 재단한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이 나왔습니다. "문제가 되는 게임을 심의하는 것이 아니라, 청소년의 시간을 규제한다는 점에서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는 이야기도 함께 나왔습니다.
하지만 청소년보호법 개정안은 국회에서 어렵지 않게 통과됐습니다. 2011년 4월 29일, 국회 본회의 상정된 셧다운제 시행법은 재석 201표, 찬성 117표, 반대 63표, 기권 30표로 가결, 11월부터 시행이 결정됐습니다. 5월 19일 법안의 공포가 공포됐고, 제도 시행은 11월 20일로 못박혔습니다.
물론 각계의 반발이 뒤따랐습니다. 10월 28일, 청소년과 그 학부모들 또한 "자녀교육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된다"며 헌법소원을 냈습니다. 11월 4일, 네오위즈를 비롯한 13개 게임사는 "직업수행의 자유가 침해된다"는 것을 근거로 헌법소원을 냈습니다. 2014년, 헌법재판소는 제출된 소원을 기각시켰습니다.
게임업계에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준다는 이유 등으로 지속적인 논란이 이는 한편, 학생의 80%가 학교 수업 이후 사교육이나 야간자율학습으로 밤 늦게 귀가하는 현실이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는 비판이 일었습니다. 2011년 11월 12일에는 셧다운제 시행에 반대하며 여성가족부 앞에서 밤샘 게임을 하는 청소년들이 등장했습니다.
정부는 2012년 1월까지 계도 기간을 두고 게임사가 스스로 셧다운제를 도입하도록 합니다. 아래 <마비노기>의 '오늘의 플레이 시간이 종료되었습니다' 메시지처럼 국내 게임사는 서비스 중인 온라인게임을 급하게 손봤습니다.
과거 <마비노기>의 셧다운 적용 메시지
하지만 해외에서 수입한 또는 글로벌 플랫폼 게임들은 크고 작은 혼선을 빚었습니다.
소니의 PSN은 급하게 차단 시스템을 만들었지만, MS는 Xbox Live는 개인정보를 수집하지 않았기 때문에 문제가 됐습니다. "한국에서 셧다운제가 시행되면 클래식 배틀넷을 전면 차단해야 할 것 같다"는 블리자드의 입장이 나온 뒤, 여성가족부는 패키지게임에 예외 조항을 만들어 <스타크래프트>의 클래식 배틀넷은 셧다운제 적용 대상에서 빠졌습니다.
실제로 당시 몇몇 해외업체들은 한국 진출을 생각했다가 셧다운제 도입으로 진출 자체를 백지화하거나 재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당시 한 업체 관계자는 디스이즈게임에 "글로벌 스탠다드와 표현의 자유를 중요시하는 해외에서는 국내의 셧다운제 도입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 진출을 위해 셧다운제 시스템을 적용하는 것보다 한국 시장을 포기하는 게 낫다고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 2012 ~ 2014: 점점 단단해지는 셧다운제, 선택적 셧다운제도 논의되지만...
2012년 1월, MS는 모든 계정은 성인이 생성한 것으로 간주하면서 미성년자를 사실상 차단했습니다. 바로 이 조치가 9년이 지난 지금 '<마인크래프트> 사태'의 원인인 것입니다.
3월 29일, 여성가족부는 셧다운제를 도입하지 않은 2개 게임사를 경찰에 고발했습니다. 여성가족부는 '게임건전이용지원센터'를 만들어 자체 모니터링을 진행했습니다.
4월, 게임물등급위원회는 기자간담회에서 "셧다운제를 염두에 둔듯 청소년이용불가 등급을 받으려는 업체가 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셧다운제를 따로 집어넣는 것은 실무 입장에서 쉬운 일이 아니었으므로 청소년을 고객에서 제외시키기로 한 것입니다.
8월 18일부터 정보통신망법이 개정되면서 게임업계는 주민등록번호 수집 대신 실명인증 기관에 건당 금액을 주며 인증 서비스를 맡기게 됐습니다. 이 과정에서 업계는 절차의 곤란함과 비용 발생 등을 호소했지만, 개인정보 역시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었기에 받아들여지지는 않았습니다.
9월 11일, 여성가족부는 강제적 셧다운제 포함 대상에 유예됐던 모바일게임을 포함시키기로 결정합니다. <애니팡> 등 모바일게임이 성장하던 시점으로 한국게임산업협회는 대응책 논의에 들어갑니다.
<애니팡>
민주통합당 전병헌 의원은 같은 달 토론회를 열었습니다. 이 자리에는 여가부 김성벽 과장과 한국예술종합학교의 이동연 교수가 나와서 토론했는데요. <애니팡>을 만든 선데이토즈의 이정웅 대표는 정부의 규제가 중소기업이 많은 국내 모바일게임 업계를 위축시킬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선데이토즈의 이 대표는 "셧다운제 적용 장치 마련만 하더라도 중소업체는 회사의 사활을 걸어야 한다"며 "과도한 규제는 제 2의 <애니팡>을 없애는 길"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대선을 보름 가량 앞두고 박근혜, 문재인 등 대선후보에게 셧다운제 정책에 대한 입장을 물었습니다. 당선되는 박근혜 후보는 "현재 시행 중인 게임 셧다운제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 모바일게임까지 셧다운제를 확대해야 한다"며 "셧다운제 시행뿐만 아니라, 청소년 게임중독 예방을 위해서는 그 과정에서 관심과 지도가 중요하다"고 대답했습니다.
그 다음 대선에서 당선되는 문재인 후보는 "법적 강제수단만 강조하면 관련 산업 위축 및 주민등록번호 도용 등의 부작용도 우려된다. 따라서 확대 시행 전에 관련업계 종사자, 시민단체, 학부모 등을 대상으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한 후 확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며 보류 입장을 냈습니다.
경실련 질문에 답변한 두 후보 측.
당시 문화부와 여가부는 2013년 3월 안에 모바일게임의 셧다운제 적용에 대해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양측이 서로의 평가계획을 들고 협상을 하는 구조였는데, 이 시스템은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습니다.
2014년 3월 20일, 박근혜 대통령은 규제개혁장관 회의를 주관합니다. 7시간 동안 이어진 회의 중에는 셧다운제가 도마 위에 올랐는데 조윤선 여가부 장관은 "우리나라 게임산업이 국내외로 진출하는 글로벌 사업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신중히 검토해 보겠다"고, 유진룡 문체부 장관은 조 장관에게 "방금 그 대답을 셧다운제를 폐지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여도 되느냐" 물었습니다.
2014년 4월 24일, 헌법재판소는 합헌 7, 위헌 2호 셧다운제 위헌 소송을 기각했습니다. 게임산업협회와 문화연대는 즉시 성명을 내고 유감을 표명했습니다.
헌재는 "청소년의 인터넷게임 이용률이 높고 중독성이 강해 과도한 제한이라고 보기 어렵다. 이에 헌법에 위배되지 않아 기각을 결정한다"라며 "온라인게임은 여가 활동의 수단으로 부정적이진 않지만, 청소년의 게임 과몰입 등의 부정적인 결과와 자율적인 통제가 힘든 특성을 고려해 16세 미만 청소년의 게임이용을 규제하는 것은 과하지 않다는 것이 7인의 합헌 의견"이라고 전했습니다.
여가부는 헌법재판소의 강제적 셧다운제 합헌 결정이 나온 직후 "헌법의 이념이 공공의 가치를 재확인했다"며 환영의 뜻을 밝힌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향후 셧다운제의 효과를 증대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습니다.
더불어 여가부 관계자는 "협의체를 통해 인터넷게임 역기능 예방·해소 방안을 마련하고, 게임산업이 청소년의 성장에 긍정적으로 기여하는 ‘선한 산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문체부의 선택적 셧다운제와 여가부의 강제 셧다운제가 이중규제라는 점을 지적하고 학부모에 의한 셧다운제를 내세운 전병헌 의원의 법안도 자연히 추진력을 잃었습니다. 또 전병헌 의원은 모바일 셧다운제 영구 제외를 골자로 한 법안을 발의한 바 있죠.
전병헌 의원의 법안은 셧다운제의 적용 연령을 현행 만 16세 미만에서 만 19세 미만으로 확대하고, 0시부터 오전 6시까지인 제한시간을 오후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7시까지로 3시간 늘린다는 내용이 담긴 손인춘법과 대립했습니다만, 두 법 모두 처리되지는 않았습니다.
2014년 9월 1일, 여가부와 문체부는 부모가 동의하면 강제적 셧다운제를 중단하기로 발표하고 법, 제도 개선을 위해 1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예고했습니다. 두 부처는 19대 국회에 청소년보호법에 명시된 셧다운제를 '친권자 선택 셧다운 해제'로 바꾸는 법안을 제출했지만, 국회 상임위를 통과하지 못하면서 폐기됐습니다.
사실 이 무렵 업계에 보다 큰 문제가 됐던 것은 두 부처가 손잡고 올린 개정안보다,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의 '게임 4대악' 발언과 게임중독법이었습니다. 손인춘법 역시 국회를 넘지 못하긴 매한가지였지만, 이 시기 게임 업계는 셧다운제 문제보다 더 큰 문제를 상대해야 했습니다.
‘게임중독 문제, 대안은?’ 토론회에 참석한 유승민, 손인춘, 신의진 전 의원
# 2015 ~ 2018: 새 정권에서도 셧다운제는 계속된다
2015년 1월, 포항공대 기숙사 내에서 심야 게임을 금지하는 셧다운제를 실시했다가 9월 중단된 바 있습니다. 토픽성 기사지만 적잖은 분노를 일으켰습니다. 그보다도 중요한 것은 2년마다 진행되는 여가부와 문체부의 협의였죠. 어떻게 진행됐을까요? 안타깝게도 별 개선을 보지 못했습니다.
두 부처는 2년마다 '심야시간대 인터넷게임의 제공시간 제한 대상 게임물 범위'를 협의하는데 2015년에도, 2017년에도 모바일게임과 콘솔게임을 적용 범위에서 제외하는 데 그칩니다. 2017년 여성가족부는 적용 제외의 이유에 대해 "모바일게임과 콘솔게임이 중독에 관련된 기준에 미치지 못했다"라고 제외 이유를 설명했을 뿐입니다.
2015년 5월, 한경연에서는 셧다운제 도입 이후 게임시장 규모가 1조 1,600억 원 위축됐다는 보고서를 냈습니다. 같은 보고서에 따르면, 셧다운제 실시를 위한 인프라 구축에 게임 산업에 종사하는 전체 기업이 추가로 부담한 비용은 약 330억 원 수준이었다고 합니다. 이듬해 5월, 전경련에서는 셧다운제를 철폐하면 5,551억 원의 경제효과가 발생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당시 발표된 한경연 보고서 일부
2016년, 20대 국회가 섭니다. 김병관 의원은 셧다운제 반대 입장을 펴면서 당선과 함께 "가정에서 조율해야 하는 것이 우선이며 예외적인 경우 접속을 차단하는 방법으로 제공해야 한다"는 입장을 냈습니다. 6석을 차지한 정의당 역시 "친권자 요청이 있을 경우 게임접속을 차단하도록 바꾸자"는 내용을 주장했습니다. 신의진과 손인춘은 20대 국회에 입성하지 못했습니다.
2016년 7월 18일, 이준식 사회부총리는 강제적 셧다운제를 부모선택제로 바꾸자는 내용의 장관회의를 주관했습니다. 이 부총리는 "게임문화가 건강한 여가로 정착되려면 소통과 공감의 게임 문화를 조성해 지속 가능한 게임 생태계를 만들어 가야 한다" 이야기했습니다. 셧다운제의 추가 옵션을 부여하기로 한 것은 여러 차례 논의된 적 있습니다만, 이번에도 시행되지는 않았습니다.
이같은 부모선택제는 2016년 12월 정부 입법안으로 제출됐지만, 국회의 벽을 통과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2017년 4월, 여가부는 강제적 셧다운제를 2019년까지 연장한다고 고시했습니다. 그리고 모두가 아시다시피 정부는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새 정부가 들어섭니다. 2017년 5월 들어선 현 정부 되겠습니다.
새 정부가 들어선 만큼 업계는 셧다운제에 대한 전향적인 변화를 바랐습니다만, 주무부처의 첫 장관인 정현백 장관은 셧다운제 폐지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혔습니다. 게임산업협회는 우려를 표했습니다. 7월, '중고생진동'은 기자회견을 열고 청소년을 위한 셧다운제 폐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2달 뒤 국회도서관에서는 셧다운제 정책 토론회가 열렸고 아이국민건강연대 이용중 대표는 "과도한 게임은 아토피, 비만, ADHD 등 아동 질병의 원인 중 하나다.", 탁틴내일 이현숙 대표는 "국가와 사회는 유해 매체와 유해 콘텐츠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발언했습니다.
많은 이들이 비판하는 일련의 발언은 2년 뒤 세계보건기구가 게임이용장애를 질병코드로 등재하면서 다시금 힘을 얻게 됩니다.
2017년 10월, 문체부는 셧다운제에 대한 실효성 검토 착수에 들어갑니다. 도종환 장관은 개선, 정현백 장관은 유지를 주장하는 가운데, 문체부가 용역 연구를 맡긴 것입니다. 이후 "셧다운제의 위헌 판단을 다시 받을 수 있다", "셧다운제 전후 산업 경제의 수치상 변화가 분명하다", "셧다운제가 청소년 수면 보장과 과몰입 예방에 도움 안 된다"는 학계의 주장이 줄이었습니다.
하지만 여가부는 "게임 과몰입은 근본적으로 국민의 우려가 심각한 만큼 어떻게 해결할 지 계속 고민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습니다. 단, 이 시기부터 "국민의 바람을 고려해 제도를 유지하거나 발전 및 보안, 폐지가 될 수 있다"는 말이 여가부 김성벽 과장으로부터 나오기도 합니다.
11월 20일, 김병관 의원은 셧다운제가 시행된 날을 맞이해 셧다운제의 삭제를 제안하는 법 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강제적 셧다운제의 폐지가 필요하며 "실효성이 증명되지 않았음에도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하고 문화에 대한 자율성, 다양성 보장에 역행하는 강제적 셧다운제를 폐지하고, 청소년, 부모가 서로 소통하면서 자율적인 책임 아래 게임 이용시간을 조절하도록" 하자는 것입니다. 게임법 안에서 셧다운제를 다룰 수 있다는 것입니다.
김병관 전 의원
2018년 4월, 김광진 민주당 전 의원은 본지 인터뷰에서 "게임업체가 셧다운제로 얻는 피해가 있는지 없는지, 있다면 큰 지 작은 지 알 수 없다. 말도 안 하고 행동도 안 하니까. 어쩌면 셧다운제의 영향이 막상 별로 없어서 그럴 수도 있지. 그렇다고 내가 혼자 연구비를 들여서 진행할 수도 없고. 말하지 않는 사람의 권리까지 대변해 주기는 어렵다고 본다",
"여가부는 셧다운제 관련 전문가가 인력 교체 없이 10년째 해당 업무를 이어가고 있다. 반면 문체부는 게임을 진흥한다며 10년간 계속 담당자를 교체해 왔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김광진 전 의원
# 2019 ~ 2021: 모바일은 '사실상 셧다운제'? <마인크래프트> 사태로 다시 발화
2019년은 또 2년짜리 셧다운제 적용 범위를 결정하는 해였습니다. 진선미 장관이 "중학생은 잘 자야 한다"라며 셧다운제 유지 방침을 밝히면서 우려가 나온 가운데, 모바일게임과 콘솔게임에 강제적 셧다운제 적용은 2021년으로 다시 유예됐습니다.
모바일게임 이용이 굉장히 보편화된 뒤였지만, 이미 자녀폰 프로그램을 통해 부모의 자녀 스마트폰 통제가 가능했기 때문에 사실상 부모선택제가 시행 중인 부분입니다. 온라인게임의 선택적 셧다운제 법안이 20대 국회에서도 계류되던 중 2019년, 여가부는 자녀폰 프로그램의 설치를 의무와 100% 무료화를 주장한 바 있습니다.
셧다운제는 아직 완화되지 않고 있습니다. "셧다운제 단계적 개선과 관련해 여가부와 문체부 등 정부 부처 간 합의는 다 됐다. 충분히 공감대를 갖고 있다"는 것이 당시 정부의 발언이었습니다. 그러는 사이 20대 국회의 회기는 만료되었습니다. 정부가 제출한 법안도, 김병관 의원의 법안도 모두 폐기됐습니다.
2020년 6월, 새 국회가 들어섰습니다. 현재까지 전용기(더불어민주당), 허은아(국민의힘), 그리고 강훈식(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셧다운제 관련 법안을 제출했습니다. 과거 여야 국회의원들이 셧다운제를 시도하자는 법안을 제출했다면 이제는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전용기 의원
전용기 의원과 허은아 의원은 청소년보호법의 셧다운제를 폐지하는 방향으로, 강훈식 의원은 부모선택제를 도입하자는 방향입니다. 여가부는 6일 "국회 논의과정에서 청소년 보호와 다양한 집단의 의견이 균형 있게 충분히 논의될 수 있도록 협조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살펴본 것과 같이 MS 계정을 성인만 만들 수 있게 되면서 <마인크래프트>의 자바 에디션을 사용할 수 없어지면서 문제가 불거졌기 때문입니다. 그간 기능성 게임, 메타버스 등의 사례로 자주 언급됐으며 폭넓은 유저층을 보유한 <마인크래프트>이니만큼 문제는 커졌습니다.
7월 6일 MS는 "기존 <마인크래프트>를 구입한, 그리고 앞으로 구입할 19세 미만 가입자를 위한 장기적인 해결 방안을 마련 중에 있다. 올해 말까지 이와 관련된 구체적인 내용을 공유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보다 한달 앞서 김부겸 국무총리는 6월 17일 경제인 간담회에서 "해외와 비교해 과도한 국내 규제가 있다면 과감히 없애는 규제챌린지를 추진할 것"이라며 셧다운제의 개선을 시사했습니다. 이번에는 정말 셧다운제를 셧다운할 수 있을까요? 이어지는 해설 기사에서 조금 더 살펴봅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