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알 한 발만 맞아도 불구가 되어 사망할 수 있다. 사망하면 해당 게임에서 얻은 모든 아이템을 잃는다.
도대체 뭐 하는 게임이냐고? 2017년 베타 테스트를 시작한 <이스케이프 프롬 타르코프>에 관한 이야기다. <타르코프>는 현실적인 게임 시스템이 특징이다. 방탄복이 보호하지 못하는 위치에 총알 한번 잘못 맞아도 불구가 될 수 있으며, 붕대를 일일이 묶어 출혈을 막거나 수술 키트를 사용해 총알을 빼내야 하는 등 타 게임에서 보기 현실적인 게임 플레이를 구현했다.
이런 하드코어한 시스템에도 <타르코프>는 한 때 트위치를 중심으로 '대세 게임' 자리까지 올랐다. 다른 게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었던 요소들이 게이머들의 흥미를 제대로 자극했기 때문. 이후 탄탄한 마니아층을 확보해 하드코어 FPS를 대표하는 게임이 됐다. 국내에서도 새 시즌이 시작할 때마다 <타르코프>를 떠나갔던 유저들이 다시 복귀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핵 문제, 뜨거운 감자였던 '힘작', 나날이 늘어가는 진입장벽 등 <타르코프>가 겪고 있는 문제도 만만치 않다. <타르코프>는 대체 어떤 게임일까? 어떻게 개발됐을까? 이렇게 불편한 시스템과 느린 업데이트에도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이번 기사에서는 <타르코프>에 대해 낱낱이 해부해 본다. /디스이즈게임 김승주 기자
# 러시아 웹 FPS 게임, 거대 패키지 게임으로 발전하다
<타르코프>의 전신은 '앱솔루트 게임즈'의 웹 FPS 게임 <컨트랙트 워즈>다.
2010년 12월 6일 출시된 <컨트렉트 워즈>는 유니티로 개발되었는데, 특이하게도 온라인 웹 게임의 형식이었다. 현재는 서비스가 종료되어 플레이해볼 수 없으나, 2021년 <하이어드 옵스>라는 이름으로 리메이크된 후 스팀에 새로이 출시됐다.
<컨트렉트 워즈>는 타르코프와 다른 평범한 PVP FPS로 개발되었으나, 해당 게임을 개발한 경험은 <타르코프> 개발에 큰 도움이 됐다. <컨트렉트 워즈>는 스토리 상으로도 <타르코프> 바로 이전 이야기를 다루고 있으며, 엔진도 같은 유니티를 사용한다.
<타르코프>의 메인 디렉터인 '니키타 부야노프'는 "<컨트렉트 워즈>에서 얻은 경험과 디자인과 기술 모두에 대한 토대를 바탕으로 <타르코프> 제작을 시작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컨트렉트 워즈>의 스크린샷
<타르코프>의 디렉터 니키타 부야노프. 유저들에겐 애증의 대상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렇게 <타르코프>는 2012년 첫 개발을 시작했다. 당시에는 정보가 공개되지 않은 비밀 프로젝트였다. 게임이 정식 공개된 것은 2016년.
<타르코프>는 개발 초기부터 '하드코어 FPS'를 표방해 왔다. 게임 디자이너 및 군사 고문으로 전(前) 스페츠나츠 장교가 참여했을 정도다. 개발자 동영상에서도 모션 캡처 및 총기 사운드 등 현실적인 요소를 철저히 고증했음을 강조했다.
<타르코프>가 얼마나 고증에 대해 집착했는지는 총기 라이센스를 보면 알 수 있다. 대부분의 FPS 게임은 실제 총기와 다른 이름으로 총을 등장시킨다. 총기 라이센스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 하지만 <타르코프>는 총기 라이센스를 전부 가져오는 것을 넘어, 세부 부품까지 현실과 똑같은 이름으로 게임 내에 구현해 냈다. 심지어 등장하는 음식까지 대부분 실제 제품을 그대로 가져왔다.
<타르코프> 개발자 일기 중 등장한 전직 장교 출신 개발자. 특수부대 출신인 만큼 해당 영상에서도 신상을 공개하지 않았다 (출처 : 배틀스테이츠 게임즈)
타르코프의 총기 모딩 시스템. 온갖 세세한 요소를 구현하는 것을 넘어, 부품 하나하나까지 라이센스를 전부 따 왔다
그리고 현실적인 총기 사운드를 구현하기 위해 회사 근처 공장에서 실제 총소리를 녹음했다. 단순히 총소리를 녹음하는 것을 넘어, 다양한 장소와 환경에서 총기 사운드를 녹음해 보다 현실감 있는 총소리에 심혈을 기울였다. 개활지에서 사격할 때, 좁은 실내에서 사격할 때의 총소리도 따로 구분해 녹음했다.
개발진의 고증에 대한 집착은 총기 애니메이션에서도 잘 드러난다. 별도 키를 통해 약실 안에 잔탄이 있는지 확인할 수 있으며, 심지어 약실에 탄환이 남은 상황에서 탄창을 제거하거나 탄창을 빼놓은 상태에서 약실에 삽탄하는 애니메이션 등 평범한 FPS라면 크게 신경 쓰지 않는 요소도 꼼꼼하게 구현했다. 예비 탄창을 조끼에 넣어 놨다면 재장전할 때 조끼에서 탄창을 꺼내는 소리까지 들을 수 있다.
대부분 게임이라면 지나칠 만한 음식 애니메이션도 꼼꼼히 구현했다. 공식 유튜브에 업로드된 개발 동영상을 확인하면 이 부분마저도 실제 음식을 가져와 캔을 따는 사운드를 그대로 녹음했다. 덕분에 몇몇 유저는 <타르코프>를 두고 '먹방 시뮬레이터'라며 농담할 때도 있다.
영하 30도에 가까운 혹한 속에서 총기 사운드를 녹음하는 <타르코프> 개발진들 (출처 : 배틀스테이츠 게임즈)
심지어 통조림을 여는 사운드도 직접 녹음해 게임에 추가했다
이런 개발 과정을 거쳐 <타르코프>의 첫 비공개 테스트는 2016년 8월 4일 시작됐다. 당시에는 10만 원이 훌쩍 넘어가는 예약 구매 에디션인 '엣지 오브 다크니스' 구매자만을 대상으로 테스트를 진행했다. 이후 2017년의 베타 테스트를 통해 일반판을 구매한 유저에게도 <타르코프>를 서비스하는 중이다.
하지만 초창기 <타르코프>에 대한 평가는 좋지 않았다. 게임 내 콘텐츠는 부실했으며, 업데이트는 느렸다. 업데이트가 언제 진행될지에 대한 소식도 따로 공유하지 않았다. 유저들은 소통을 요구했으나 개발사는 "아직 <타르코프>는 완성된 게임이 아니다"라는 말을 반복했다. 이 당시만 하더라도 <타르코프>는 소수 마니아 유저만 즐기는 게임이었다.
<타르코프>가 현재 위치까지 오를 수 있었던 이유는 2020년 게임 스트리밍 플랫폼 '트위치'에서 인기 게임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게임을 시청하면 게임 내 아이템을 제공하는 '트위치 드롭스' 이벤트와 연계하면서 유저들의 관심이 늘어났기 때문.
이에 평소 FPS 게임을 주로 플레이하던 대형 스트리머도 관심을 가지고 <타르코프>를 플레이하기 시작했고, 입소문을 타고 유저가 더욱 몰리면서 2020년 5월 동시 접속자 수 20만 명을 달성할 정도로 흥행했다.
여담으로, <타르코프>의 흥행에는 개발사 측에서 2019년부터 공개해 온 홍보용 실사 드라마가 영향을 끼치기도 했다. 해당 드라마는 '레이드' 라는 이름으로 불리는데, 2021년 2월 업데이트된 에피소드 5를 마지막으로 시리즈가 마무리됐다.
레이드는 현실 고증을 잘 갖추면서도 <타르코프> 게임 시스템을 적절한 선에서 구현해 내 유저들에게 "넷플릭스 드라마와 비교해도 부족하지 않다"는 호평을 얻었다. 만약 <타르코프>에 관심이 있다면 유튜브 등지에서 쉽게 한글 자막을 덧붙인 동영상을 찾아볼 수 있으니 한 번쯤 시청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 매 게임마다 다양한 변수 나오는 <타르코프>만의 시스템
<타르코프>는 하드코어 FPS와 RPG 요소가 혼합된 게임이다.
플레이어는 '타르코프'라는 가상의 도시에 고립된 PMC로써 각종 아이템들을 긁어모아 돈을 마련하고, 약탈자인 '스캐브'와 다른 PMC와의 경쟁 속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하드코어 FPS로써 <타르코프>는 쉽게 배울 수 있는 게임은 절대 아니다.
HUD는 최소화되어 있으며, 게임에서 미니맵과 같은 요소마저 제공되지 않는다. 플레이어는 지도를 바탕으로 자신의 위치를 파악해야 한다. 게다가 그 맵마저 게임 내 아이템이 없으면 볼 수 없다. 사실상 스스로 맵을 외워야 하는 셈.
<타르코프>의 스크린샷. 실제 게임에서도 포복 여부, 스테미나 등을 제외하면 HUD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출처 : 배틀스테이츠 게임즈)
유저가 작성한 <타르코프> 맵 중 하나인 '쇼어라인'의 지도. 원할한 레이드 진행을 위해서는 사실상 모든 지형을 외워야 한다 (출처 : 타르코프 위키)
타르코프의 한 게임은 '레이드'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맵에 진입하면 최대 16명의 플레이어가 곳곳에 스폰되며, 시간이 지나면 '스캐브'라는 AI도 맵 곳곳에 스폰된다. 스캐브는 타르코프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약탈 조직이기 때문에 무장 수준이 강하지는 않다. 다만 AI가 상상 이상이라는 점이 문제.
스캐브는 플레이어가 방탄복을 입은 상태라면 방탄복이 보호해 주지 못하는 곳을 집요하게 공격한다. 노하우가 없다면 좋은 장비를 갖추고도 스캐브의 공격에 사망할 수 있다. 게다가 유저가 조종하는 스캐브인 유캐브(유저+스캐브)도 시간이 지나면 게임에 들어와 PMC의 뒤통수를 호시탐탐 노린다.
스캐브. 무장 수준은 강하지 않지만 가끔 플레이어를 일격사시키는 이외의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출처 : 배틀스테이츠 게임즈)
그리고 유저별 강함의 척도는 장비의 수준으로 나뉜다. 플레이어는 방탄복을 착용할 수 있는데, 희소성과 가격에 따라 '아머 클래스'가 나뉜다. 저렴한 가격의 탄환으로는 높은 수준의 방탄복을 관통할 수 없다. 그래서 사망했을 시의 (장비가 사라지는 등)리스크는 증가하겠지만, 비싼 가격의 방탄복과 헬멧을 착용해 교전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하지만 방탄복이 보호하지 않는 부분은 그대로 피해가 들어가 비싼 방어구를 입더라도 방심할 수는 없다. 방탄복이 아무리 좋아도 눈먼 탄환 한 발이 얼굴에 적중하면 즉시 사망한다. 헬멧에 얼굴을 방호해 주는 바이저를 착용해 이를 예방할 수 있긴 하지만 바이저는 플레이어의 시야를 가리고 사운드 플레이를 방해한다. 메리트가 있으면 리스크 또한 존재하는 셈이다.
방어구의 상세 요강. 단단한 방어구일수록 이동에 제약을 받는다
좋은 장비로 무장하더라도 결국 성공적인 레이드를 마무리하냐에는 플레이어의 실력이 중요하다. 물론 장비 열세를 극복하는 것은 쉬운 것이 아니라 숙련 유저가 권총 한 자루 들고 완전한 무장을 갖춘 신입 플레이어 상대로 무조건 승리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만큼 숙련 유저는 맵의 특정 포인트에서 어떻게 교전이 이루어지냐에 따른 '교전 수칙'을 경험으로 인지하고 있어, 신입 유저가 숙련 유저 상대로 승리하긴 쉽지 않다.
그렇다 하더라도 변수는 항상 있는 법. 위에서 언급한 요소 덕분에 아무리 숙련된 유저라도 모든 돌발 상황에 대처할 수는 없다. 순간의 방심으로 숙련 유저도 스캐브나 지나가던 신입 유저에게 사망할 수 있다. <타르코프>는 이런 하드코어한 시스템과 변수로 똘똘 뭉쳐 있어, 게임 한 판마다 긴장감이 매우 높다. 사망하면 보험 시스템을 통해 장비를 돌려받을 수도 있지만, 값비싼 물건은 대부분 상대방이 가져가기에 되찾기 힘들다. 그리고 레이드에서 얻은 물건은 사망하면 그대로 잃는다.
<타르코프>가 하드코어함을 앞세워 마니아층을 형성할 수 있었던 주요한 이유다. 집착에 가까운 고증, 불편하지만 현실적인 게임 시스템을 통해 타 게임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유니크한 게임 양상을 구현해 냈다. <타르코프>가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다.
(출처 : 배틀스테이츠 게임즈)
파밍도 중요하다. 만족스러운 파밍보다 기쁜 일은 없다
# 핵 문제와 끝없이 올라가는 게임 난이도
하지만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있듯이, <타르코프>도 고질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유저에게 가장 원성이 큰 부분은 '핵'문제다. 핵은 대부분의 FPS가 겪고 있는 문제지만 <타르코프>의 경우 핵을 사용해 실제 수익을 창출할 수 있어 핵 유저가 끊임없이 피해를 주고 있다.
이는 '플리 마켓' 시스템 때문이다. 플리 마켓은 유저가 서로 아이템을 사고팔 수 있는 시스템이다. NPC에 파는 것보다 플리 마켓 시세가 훨씬 높기 때문에 루블(게임 머니)를 벌기 위해서는 해당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이용해야 한다.
플리 마켓 시스템. 희귀한 아이템들을 비싼 값에 되팔 수도 있고, 쉽게 구할 수 없는 총기 부품을 구매해 입맛대로 총기를 개조할 수도 있다
그리고 <타르코프> 핵 유저들은 단순히 교전에서 손쉽게 승리하는 쾌감을 원해 핵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다. 핵을 사용해 주요 파밍지를 먼저 선점하고, 값비싼 장비를 다른 유저로부터 약탈해 플리 마켓에 되판다. 이렇게 모은 루블은 아이템 거래를 통해 현금화한다.
게다가 <타르코프>는 현실적 FPS를 표방하는 만큼 상대에게 사망하더라도 핵 여부를 판단하기 힘든 점도 컸다. 해당 문제는 <타르코프>가 트위치를 통해 대규모 유저를 확보한 후 특히나 심각해졌다. 이에 배틀스테이츠 게임즈도 핵을 감지하는 '배틀 아이' 시스템과 하드웨어 밴 등 강력한 대응책을 도입했다.
하지만, 현금과 관련된 문제라는 점에서 핵 유저는 사라지지 않고 끊임없이 게임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예전처럼 '대놓고' 사용하지는 않지만, 아직도 유저 사이에서 핵 유저에 대한 제보가 끝없이 나오고 있다.
심각했을 때는 별별 기상천외한 핵까지 등장했는데, 심지어 원거리에서 다른 사람의 아이템을 빼내갈 수 있는 소매치기 핵이 등장하기도 했다. 사진은 해당 핵 덕분에 장비가 사라진 유저의 모습이다 (출처 : 유튜브 Smiley Fpv 채널)
그러다 보니 등장한 대책 중 하나가 '플리 마켓'의 레벨 제한을 올리는 것이었다. 핵 유저는 밴을 당하면 재빠르게 새로운 계정을 구입해 핵을 사용하므로, 핵 사용자가 플리 마켓을 통해 아이템을 팔아 돈을 벌기 전에 밴을 하면 된다는 의도였다.
그러나 플리 마켓 레벨 상승은 게임 진입 장벽을 올리는 악수가 되어 돌아왔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초심자가 빠르게 돈을 벌어 성장하기 위해서는 플리 마켓에 아이템을 되파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플리 마켓을 사용할 수 있는 레벨이 지나치게 올라갔기 때문에 그전까지 오로지 상인과의 거래를 통해 무장을 갖추고 돈을 벌어야 한다. 이런 경우엔 성장이 느려지고 게임 난이도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느린 업데이트도 유저들의 빈축을 샀다. 2021년 7월 기준 타르코프는 아직 '베타' 단계 게임이다. 첫 베타 공개 이후로부터 수년이 지났음에도 아직 게임이 완성되지 않은 셈. 게다가 대형 업데이트는 게임 초기화와 함께 이루어지는데, 이것도 정확한 일정이 정해져 있지 않아 유저들은 순수히 추측을 통해 이를 예측하고 있다.
# <타르코프>의 뜨거운 감자였던 '힘작'
<타르코프>는 RPG처럼 스킬 숙련도 시스템이 존재한다.
간단히 설명하면 해당 스킬에 맞는 행동을 많이 할수록 능력치가 강화되는 방식이다. 가령 많은 거리를 이동할 경우 '인듀어런스' 능력치가 상승해 스태미나 총량이 증가하고 더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식이다. 무거운 물건을 들고 이동하면 '스트랭스' 능력치가 상승해 더욱더 많은 무게를 들고 이동할 수 있다.
<타르코프>의 능력치 시스템. 특히 최고 레벨인 '엘리트'에 도달하면 부가적인 보너스까지 받는다
문제는 해당 수치를 올리기 위해 투입되는 시간이 너무나 길었다는 것. 하지만 인듀어런스 레벨이 낮은 유저와 만렙을 찍은 유저의 차이는 비교할 수 없는 정도로 크다. 극단적인 비유를 들면 레벨이 낮은 캐릭터는 100m만 뛰어도 지치는데, 만렙 캐릭터는 1km를 무리 없이 뛰어다니는 수준이다.
덕분에 소위 '힘작'이라고 불리는 버그가 성행했다. 유니티 엔진의 허점을 이용해, 맵의 틈새로 떨어져 캐릭터가 엄청나게 먼 거리를 이동한 것으로 판정하도록 해 한번에 인듀어런스와 스트랭스 능력치를 올리는 버그성 플레이였다.
힘작을 사용하는 장면. 맵을 뜷고 들어가면 플레이어가 계속해서 떨어진다는 점을 이용해 능력치를 올리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개발사는 힘작을 방관했고, 덕분에 힘작을 사용하지 않은 유저는 능력치가 부족해 파밍 단계에서 힘작을 한 유저에 비해 손해를 보는 상황이 발생했다. 캐릭터의 이동 속도부터 차이가 나다 보니 희귀 아이템이 스폰되는 장소에 힘작 유저가 먼저 도착해 대부분의 아이템을 선점해 갔기 때문. 결국 유저들은 너도나도 버그를 사용했고, 심각함을 인지한 배틀스테이츠도 맵 수정을 통해 이를 막았다.
더욱 재미있는 사실은, 한 맵에서 힘작을 할 수 있는 장소를 막으면 다른 맵에서 힘작을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 계속해서 발견됐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게임이 초기화될 때마다 유저들은 너도나도 힘작 장소를 찾아 나섰다.
불합리함을 느낀 몇몇 유저는 힘작을 막겠다며 '자경단'을 자처하기도 했는데, 덕분에 한 장소에서 힘작을 막으려는 유저와 어떻게든 방해를 이겨내고 힘작을 하려는 유저들이 서로 경쟁하는 진풍경이 나오기도 했다. 심지어 일정 루블을 지불하고 파티를 맺어 자신이 힘작을 하는 동안 호위를 요청하는 유저도 있었다.
결국 개발사에서 게임 시스템 수정을 통해 힘작을 원천 차단하면서 이제는 볼 수 없는 풍경이 되었다. 힘작 사태는 느린 업데이트와 버그 대응으로 인해 발생한 <타르코프>의 어두운 면이자, 오직 <타르코프>만의 독특한 시스템 덕분에 발생했던 진기한 현상이었다.
# 과연 <타르코프>는 정식 출시될 수 있을까?
현재 <타르코프>는 7월 업데이트를 통해 새로운 시즌을 시작했다. 이번 시즌에 추가된 핵심 내용에는 ▲스캐브 우호도 시스템 추가 ▲플리마켓 제한 20레벨로 증가 ▲총기 고장 시스템 추가 ▲팩토리 맵 확장이 있다.
그리고 유저들의 숙원 중 하나는 대규모 맵 '스트리트 오브 타르코프'의 출시다. 베타를 시작한 이후 스트리트 오브 타르코프에 대해서는 무성한 소문만 돌았으나, 최근 개발사에서 공식 동영상을 차례차례 공개하면서 유저들이 열광적인 반응을 보내고 있다.
배틀스테이츠의 설명에 따르면 스트리트 오브 타르코프는 최대 수용 인원 40명 정도를 생각하고 있으며, 맵에 있는 건물 대부분에 들어갈 수 있는 등 대규모 시가전이 구현될 예정이다.
많은 문제점에도 불구, <타르코프>는 타협 없는 하드코어한 게임 시스템 구현을 통해 전 세게 밀리터리 마니아들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하면서 성공했다. 불합리한 정도의 난이도, 비싼 장비를 한 번에 잃었을 때의 허무함, 느린 업데이트 등에도 불구하고 <타르코프>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유의 재미와 돌발 상황, 성공적인 레이드를 마무리했을 때의 성취감은 팬들을 계속 붙잡아 두고 있다.